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고쳐쓰기 작업이 한두달은 걸립니다.그것이 끝나면 다시 일주일쯤 쉬었다가 두번째 고쳐쓰기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대개 이때쯤에 한차례 긴 휴식을 취합니다.가능하면 보름에서 한 달뜬 작품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일단 작품을 진득하게 재운 다음에 다시 세세한 부분의 철저한 고쳐쓰기에 들어갑니다.
이를테면, 이건 어디까지나 내 경우가 그렇다는 것인데 장편 소설 한 편을 쓰려면 일년 이상(이 년, 때로는 삼년)을 서재에 틀어박혀 책상 앞에서 혼자 꼬박꼬박 원고를 쓰게 됩니다.새벽에 일어나서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합니다.
그래서 오후에는 낮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리 방해되지 않은 책을 읽기도 합니다.그렇게 살다보면 아무래도 운동 부족에 빠지기 쉬워서 날마다 한 시간정도는 밖에 나가 운동을 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판박이처럼 똑같은 것을 반복합니다.고독한 작업, 이라고 하면 너무도 범속한 표현이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실제로 고독한 작업입니다. 때때로 깊은 우물 밑바닥에 혼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아무도 구해주러 오지도 않고 아무도 "오늘 아주 잘했어"라고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 주지도 않습니다.그 결과물인 작품이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일도 있지만(물론 잘되면) 그것을 써내는 작업 그 자체에 대해 사람들은 딱히 평가해주지 않습니다.그건 작가 혼자서 묵묵히 짊어지고 가야할 짐입니다.나는 그런 쪽의 작업에 관해서는 상당히 인내심이 강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때로는 지긋지긋하고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하지만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 또 하루, 마치 기와 직인이 기와를 쌓아가듯이 참을성 있게 몸뚱이 쌓아가는 것에 의해 이윽고 어느 시점에 `그래, 뭐니뭐니 해도 나는 작가야`라는 실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상진 2016-05-1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신가 봐요?
 

"마지막이 가까와질수록 더 즐거워지는 법이지."
이윽고 두 사람의 겁먹은 듯한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는 비로소 믿을 수가 있었다.순간, 그는 자기네가 이미 일심동체라는 것을 느꼈다.
그가 말하거나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에서, 안나는 뭔가 특별히 고귀하고 고상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를 찬미하는 마음은 자주 그녀 자신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안나가 생각하기에 그는 국가적 사업에 대해서 어떤 사명을 띠고 당연히 그에 따라 눈부신 역할을 하고 있어야 마땅했지만 그녀 때문에 그 명예를 희생시켰고 또 한 번도 거기에 대해 유감스러운 기색을 보인 일이 없었다.그는 전보다 더욱 안나에게 애정에 넘친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그녀가 지금의 처지로해서 어색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세심하게 마음을 써주었다.그는 정말 남성적인 인간이었지만 안나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반대하는 일이 없었을 뿐 아니라 자기 주관도 갖지 않고 오직 안나가 바라는 것을 살피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듯 했다.
`일에 방해가 되면 안 되겠지만(하지만 괜찮을 거야!) 잠깐이라도 좋으니 저이 얼굴이 보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키티는 눈을 더 크게 뜨고 강한 눈길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빠 2016-05-1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그래요.. 뭐던지..맞는말.
 

그녀는 자기가 얼핏 보기에는 정숙해 보여도 그 거동에는 활달한 기품이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나쁜 게 아니에요."
"그런 사람은 네가 이렇게 괴로워할 만한 값어치가 없는 사람이야."
"내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이제 나는 당신과 나를 따로따로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나에게 있어서 당신과 나는 하나입니다.
아니, 우리는 친구 같은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사라져 없어지겠습니다.
다만 당신도 아시겠지만 내가 필요한 것은 우정이 아닙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레브 공작부인
라 파예트 지음, 전성자 옮김 / 성신여자대학교출판부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마침 아가씨가 이 집에 와 있을 때 클레브 공작이 들어왔는데, 아가씨의 뛰어난 미모에서 받은 감명이 너무도 커서 그만 말문이 막히는 듯했다.
귀즈 경도 샤르트르 양을 본 순간부터 그녀를 사랑하게 된 귀공자였다.
"그런데 그 분의 영애가 절세의 미인이어서 그때 이미 선왕 폐하의 총애를 받고 있었거든.
포병 총사령관인 테 백작은 워낙 공작 부인을 싫어하던 터라 부인의 문란한 행실을 보고는 참을 수가 없어서 폐하께서 질투하고 계시던 브리삭 백작과 공작 부인이 정을 통했다는 사실을 낱낱이 보고드렸는데 공작부인의 술수에 말려 오히려 폐하의 미움을 사서 포병 총사령관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단다."
"게다가 그 슬픔은 영원히 가시지 않는다는 생각 밑바닥에는 어떤 감미로운 감정도 흐르고 있었지."
"절대로 신용해도 될 만한 인간이란 없다.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후회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쉽게 요구를 들어줄 만한 여자들은 신사의 반려자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제 마음이 이끌리는 사람에게는 도저히 손이 미치지 않습니다."
그에게 매어달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내의 옆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는 슬픔으로 가슴이 쓰렸지만 갑자기 아내를 일으켜 껴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문에 당신에 대한 애정이 감소되지도 않을 거요."
"남자들이란 호기심때문에 경솔한 짓을 잘하는 법"이라던 느무르 공의 말은 클레브 공의 현재 심경을 너무도 잘 설명해주는 것이어서 부인은 느무르 공의 그 말을 그저 지나가는 말로서 흘려버릴 수는 없었다.
남들한테 떠벌리지 않고서는 자기가 사랑을 받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 사람이다.그는 생각이 나는대로 마구 지껄였다."제가 사랑하는 분은 당신이에요"라고 한번도 말한 적이 없는데 혼자서 그렇다고 속단하고 그 속단대로 남에게 말한 것이다.확증이라도 잡았더라면 남들 앞에서 더 자랑을 했을 거다.자랑할 값어치가 있는 사랑을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을 수 있는 남자가 이 세상에 있다고 생각한 건 내 잘못이었다.
나는 경솔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존경할 만한 여성의 사랑을 받는 행복과 영광을 잃어버렸다.
이들 왕족과 그 옷자락을 받드는 귀부인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입은 의상과 색깔이 같은 옷차림을 한 수많은 시녀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느무르 공은 부인 앞에 엎드려 그 심정을 간절하게 호소했다.눈물과 말로써 일찍이 어떤 연인에게도 보인 적이 없는 격렬하고도 자상한 애모의 정을 표시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전노
몰리에르 / 청목(청목사)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끌레앙뜨 나를 위한 동정심도 내게 힘이 되어 주겠다는 호의도, 불타오르는 사랑도, 그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까?
아르빠공 그럼 기어코 마리안느를 네 마누라로 삼겠다는 말이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