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투어
김상균 지음 / 이야기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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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조 바이든 후보자가 가상 현실 ‘동물의 숲’ 안에서 선거 캠페인을 벌었다. BTS는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발표했다. 2022년 대선때는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청년들과 4개 정당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모여 청년 일자리 문제를 논의했다. ‘메타버스’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재페토' 플렛폼 안에서 캐릭터로 만나고 대화하면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독자라면 책 <브레인 투어>의 ‘메타버스 단편소설’이라는 부제가 잘못되었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가상/증강현실, 메모리 투어, 인공지능 에이전트, 라이프로그 등, 플랫폼 범주를 벗어난 여러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중


현실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분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타벅스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이해가 쉬운 정의를 꼽으라면 '현실세계와 같은 3차원 가상세계' 정도이지 않을까. 미국의 비영리 기술 연구단체 ASF는 메타버스를 가상세계, 거울세계, 증강현실, 라이프로깅(일상기록)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이를 따르자면, 재페토 안의 아바타가 아니더라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된 세계라면 모두 메타버스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 것이다.


로보틱스, 인지과학 등을 공부한 김상균 교수는 그간 <메타버스 플랜비 디자인>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등의 책을 출간해왔다. 이제는 책 <브레인 투어>의 18개 단편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메타버스를 간접체험하게 해준다. 보안은 CCTV 대신 로봇 경비 시스템이 대신하고(「아무도 없었다」), 가상현실 장비를 활용해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의 고통을 극대화하기(「올드보이의 악몽」), 돈을 내고 셀럽의 머리 속을 탐험해보고(「브레인 투어」), 누군가의 미래 감정을 예측하기(「승진시험」) 등이다. 이것은 모두 작가의 상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실제 학술논문도 인용’하고 있으며 ‘소설 속 스토리가 그저 헛된 망상이 아님을 얘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제게 있어 메타버스는 인간의 마음을 연결하는 새로운 세상입니다. (p.161)




과학기술과 연관된 내용이라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짐작은 그만. 소설집은 꽤 흥미롭다. 각 에피소드는 ‘일주일 뒤’ ‘한달 뒤’ 등으로 시간 토막을 구분하며 빠르게 전개된다. 교수가 썼는데(?) 가독성도 좋다. 가끔 내용 속에 '김상균' 교수가 실명으로 등장해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는 책에서 다른 세상을 이미 체험하고 있는 당사자거나 VR헤드셋을 개발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너무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거 아니야?'라며 읽으면서 꽤 웃었는데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걸 또 집고 넘어간다. 자신이 생각하는 메타버스 세상은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두려움이 미래에 닿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을 등장시켰지 '자기애가 넘쳐서 그런것은 아니'(p.161)라고. 기술 내용이지만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더 있다. 소설들은 미래 기술을 언급할 때면 꼭 따라붙는 어두운 미래, 암울한 그날과 같은 ‘두려움’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모든 소설의 결말은 열려있고, 상황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저는 메타버스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는 또 다른 세계이기를 희망합니다. (p..162)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군은?' 인공지능이 등장했을 때 포털을 장식했던 뉴스들 제목은 대동소이했다. 이제는 '대체불가 영역'을 찾기 보다 기술과 '상생 방안'을 찾을 때가 아닐까. 기술 발전은 막을 수 없는 고속열차 같다. 그 길을 인간이 만들지만, 길 밖에 서서 열차를 바라만 보고 서있기보다, 함께 열차에 타야할 때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재페토가 이제 좀 친숙하다 싶은 요즘,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메타버스로 신입 직원을 교육시키고, 만남의 장을 개최한다. 메타버스로 구현되는 세상은 이제 더 이상 망상이 아니다. 기술에 잡아먹히느냐, 함께하느냐. 그 갈피를 잡는 것이 인류의 과제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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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원하는 삶을 사는가 - 세계 최고의 대학이 수백 년 동안 청춘에게 던져온 질문들
데이지 웨이드먼 지음, 안명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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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사실은, 5년 뒤에 있을 동창회에 참석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늘' 당신이 내릴 결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p.22)

동창회는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당신이 성취한 것들을 평가하는 자리다. 또, '동창회를 염두해두는 것'만으로도 의식적이든 아니든, 자신의 이력을 돋보이게 해줄 일을 고르거나 빠른 시간에 떼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 행사에 최소한 폼 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남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에.

데이비드 E. 교수가 동창회를 '위험천만한 행사'(p.21)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동창회를 염두한' 어리석은 행동과, 실패하지 않기 위해 '직업상의 모험'을 회피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바꾸라'(p.25)고 조언한다. 자신을 지금껏 나아가게 했던 세 가지 철칙을 통해서다. 첫째, 직업을 통해 어떤 형태의 보상을 바라는지에 대해 솔직할 것. 둘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지 그것을 폭넓게 수용하겠다고 각오할 것. 세번째, 생소한 분야에 발을 내딛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것. 그리고 25주년 동창회 쯤에는 모습을 나타내도 좋지 않을까 농담을 던진다.

하버드의 데이비드 E.벨 교수가 마지막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나눈 이야기다. 하버드에는 오랜 전통이 있다고 한다. 마지막 수업의 단 몇 분간, 교수들이 자신이 인생에서 경험했던, 제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을 해주는 시간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원하는 삶을 사는가>는 교수들의 마지막 '그 이야기' 15편을 묶은 책이다.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벅찬 감동으로 모두를 울게 만들었던, 또 숙고의 결과였던 이야기.

책은 이야기들을 자기 관리, 이끄는 힘, 새로운 시각, 삶의 가치라는 4가지 주제로 구분한다. 그 중 리처드 S.테들로 교수의 조언은 흥미롭다. 그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 '시간'의 균형이라기 보다 '정체성'의 균형(p.175)이라며, 직업 환경에서 '페르소나'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위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직업적 인격'으로 '자신을 닮은 자아'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또, 자신의 삶과 직업적 삶 사이에 '스크린'을 설치해 양쪽을 명확하게 갈라놓되, 스크린은 상호 침투적 경계로, 특정 조건이 된다면 진짜 인격이 스크린을 넘나들도록 해도 된단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주제로 테들로 교수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이래서 명문 대학을 가나보다. '삶의 연륜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여유와 '진짜 조언'을 해주는 어른들이 가득한 곳이라니. 하버드생들이 부러웠다. 책에 실린 15편의 이야기는 결코 '졸업생'에게만 유의미하다고 볼 수 없다. 먼저 앞서간 이들의 조언은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람,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 꼭 '직업'으로 명명한 곳이 '일터'일 필요도 없다. 지금의 마음을 조금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변화할 수 있으니까. 가끔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졸업영상'을 찾아본다는 명사가 있었다. 이 책도 누군가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만들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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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 님을 위한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
김경일 지음 / 저녁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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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는 심리학 책을 읽었다. 밑줄 긋고, 인덱스를 붙이고, 단상을 적고, 발췌도 했다. 꼼꼼하게 읽고 적용해보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방송 <어쩌다 어른> <책을 읽어드립니다>에 출연해 친숙해진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의 책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이다.

"팀장은 왜 자꾸 화가 나있는거야?"

책을 읽으며 팀장 생각이 많이 났다. 섬세하게 직원들을 살피기로 유명한, 게다가 일도 잘해서 조직에서 인정받는 분이었다. 그가 팀장 3년차가 되었을 때 나는 그의 팀원이 되었다. 존대말을 써주고, 자세하게 가이드하는 그의 방식이 너무 좋았다. 존중받고있다 느꼈다. 문제는 일년에 두어번 있었던 그의 (감정적)폭발이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빈도가 늘었다. 대내외 주변에서 막무가내식 요청이 오면, 그는 불만을 혼자 삭혔다. 그리고 분함이 축적되면 언행으로 주변에 간접 표현했고, 팀원들은 그 '때'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때마다 다들 소위 말해 '알아서' 기었다.

책 1부 <감정적인 사람에게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에 '리커트 척도'가 등장한다. 리커트 척도는, 마음의 정도를 표현하는 일종의 눈금자라고 할 수 있다. 예를들어 어떤 이는 감정에 좋다/싫다만 있고, 또 다른 이는 좋다/조금좋다/적당히좋다/싫다/약간싫다/매우싫다처럼 여러 칸이 있을 수도 있다. 책은 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다면 "상대방의 촘촘한 눈금 영역이 어디인지 조사해야 한다."(p.25)고 말한다. 즉, 함께 일하는 사람이 혹시 눈금자가 적진 않은지, 그래서 지적을 비난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지 확인하라는 뜻이다.

팀장의 척도는 어땠을까? 'AI산업 발전전략 기획안을 일주일 안에 제출하시오'라는 말은 요청자가 곧 '너 지금 한가하지, 이거나 가져와'라는 무례로 해석돼 분노로 표현되었을까. 또, 한 팀원의 보고를 듣고 책상을 쾅 내리쳤던 건 뭘까. '팀원이 팀장에게 보일 수 있는 자세에 대한 감정'이 10정도로 세분화되어 있었는데 보고를 한다/안한다만 생각하던 팀원의 자세를 보고 '극혐'의 10에 다달었던걸까. 김경일은 책에서 "내 마음의 눈금이 많아지면 내가 더 좋은 사람, 성숙한 사람이 된다."(p.31)고 강조한다. 어쩌면 팀장의 활화산같은 태도도 내가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과 마음의 범위가 좁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예민한 사람 vs 둔감한 사람>에서는 변화적 이동/조사적 평가를 설명한다. 갈등 상황에서 잘못을 따지기 보다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자세(변화적 이동)와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따지고 분석하는 자세(조사적 평가)에 대한 설명은 과거의 여러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회의 아젠다를 정하며 논쟁했던 지리한 시간, 보고서 구성만 놓고 고민했던 그 때.. 회사에서 만났던 다채로운 갈등상황이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그때 그 본부장은 '조사적 평가'의 자세였던 거구나. 그래서 표식, 이름까지 돌다리를 열번씩 두들기며 지나갔던 거구나. 한 때 짜증과 분노만 일으켰던 상황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접근 동기란 좋은 것을 추구하고 싶은 욕구, 내가 하고 싶고 보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을 누리려는 욕구를 말하고, 회피 동기란 싫어하는 것을 피하려는 욕구, 내가 싫어하는 것은 안 보고 안 겪고 싶은 욕구를 말합니다. 저는 전형적으로 접근 동기가 강한 사람이에요. 예민한 사람들은 대부분 회피 동기가 강합니다. (p.43)

책은 접근동기와 회피동기에 대한 설명도 덧붙인다. 좋은 것을 하고 싶은 접근동기와 싫어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 회피동기. 특히, 3부 <꼰대 소리 듣지 않고 잘 소통하는 법>을 보면서 무릎을 안 칠수가 없었다. 일을 진척시키려면 후배에게 얘기는 해야겠고, 말을 하자니 잔소리가 되는 것 같아 망설였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책은 "세대가 다르면 시간의 속도도 다릅니다."(p.223)고 말한다. 나와 다른 시간의 속도를 느끼고 있는 사람과 소통할 때 거기에 맞는 동기를 활용하라는 설명이다. 지각을 자주해 눈의 가시같은 후배가 있었다. 어르고 달래고 혼도 내봤지만 지각의 습관은 바뀌지 않았었다. 그때 내가 "시간맞춰 다녀. 지금 몇시니?"라고 할게 아니라 "근태가 좋은 사람들은 업무도 잘하다고들 하더라."로 조언했다면 어땠을까.

책은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1부, 타인에 대처하는 자세 2부, 온전한 나로 서기, 3부 한발 더 나아가기의 흐름이다. 각 챕터는 삶에서 직면하는 상황을 예시로 들고, 이를 심리학의 이론과 근거로 설명한다. 강의하는 말투로 이해하기 쉽게 적고 있다. 책을 읽으며 과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분명 다르게 행동했다면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일도 있었다 느껴져 부끄럽기도, 후회되기도했다. 간혹 이불킥도.. 해야했다. 책의 효용은 감정에 기반한 솔루션을 제시할 때 빛을 발한다. 일상적인 감정이고 누구나 하는 것들인데, 그 상황에서 해당 감정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깨달음도 함께다. 예를 들어 예민/둔감으로 감정의 결이 달라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책은 '감사'라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감사는 '어려운 여건이나 환경 속에서도 자신에게 여전히 허락되고 있는 것에 고마워하는 행동은 현재 나를 괴롭히고 있는 심리적 고통의 양을 감소시킨다'(p.41)고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감사의 표현. 이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단초이자, 내 마음을 고양시키는 실마리가 된다는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좋든 싫든 관계안에서 살아간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일 수 없고, 모두가 독심술로 내 생각을 먼저 알아차릴 일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해'가 관건이겠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인지심리학은 인간이 대상을 감지하고 식별하고 기억하고 사고하고 추론하는 정신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심리학의 분야라고 한다.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지침을 담은 책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이, 그 길을 열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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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 기업이 아닌 근로자가 장소를 선택하는 시대
김경필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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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workation)은 워크 work+베이케이션 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에서 업무를 보고 휴식을 즐기는 새로운 근무 형태로서 기업이 직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p.11~12)


코로나가 근무 형태를 바꾸고 있다. 재택근무, 원격근무, 시차 출퇴근제 등이 대표적이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벗어난 근무 형태는 직원 개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나, 조직은 취약한 정보보안, 컴퓨터 및 통신 설비 마련 비용, 관리의 어려움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책 <워케이션>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근무 형태를 제시한다. '여행지에서 일을 하고 쉬는 새로운 근무형태'인 '워케이션'이다.


책은 세 가지 유형의 워케이션 사례를 설명한다. 첫째, 관광지형 워케이션을 적용중인 '한화생명'이다. 한화는 복지의 일환으로 강원도 양양의 한 호텔에서 '리모트 워크플레이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요가 클래스와 힐링 프로그램 등을 준비해 적당한 시간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둘째, 파일럿 프로그램형 워케이션을 도입한 'CJ ENM'도 있다. 워케이션 공간이 심지어 제주도 월정리다. 매월 선정된 10명의 참가자들은 한 달 동안 제주에 머물며 기존 업무를 수행하고 숙박과 교통 지원금으로 월 200만원(!)을 지원받는 다고 한다. 셋째, 행안부가 운영하는 '서천 청년 마을 워케이션'이다. 서천의 관광자원과 문화 자원을 지역 연계형 워케이션으로 발전시킨 사례로, 마을회관을 공유 오피스로 활용하고, 도시에서 온 청년들이 지역 어르신들과 교류하며 디지털 교육을 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디지털 노마드 워케이션이다.

저자는 워케이션의 장점을 설명한다. 워케이션이 코로나로 어려운 관광업계를 살리며, 동시에 직장인들의 휴식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고, 업무를 보며 돈을 벌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직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MZ세대가 선호하는 복지제도 1, 2위가 조기퇴근과 유연근무 때문이므로 워케이션은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MZ세대에게 근무지는 '자기 통제권을 실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물리적, 심리적 공간'(p.49)이며 중요한 직업 선택의 기준이므로, 워케이션이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인이자, 이직율을 낮추는 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책은 워케이션의 흐름, 장점, 도입 방법, 관광업계와 지자체의 대응 방안의 순으로 워케이션을 설명한다.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들이 근거로 제시된다. 줌 CEO 에릭위안은 "협업하는 공간으로서의 근무가 새롭게 정의된다."고 말했다. 워케이션의 큰 줄기는 바로 이것이다. 근무란 협업이 가능하면 어디서든 된다는 관점. 이것이 휴식을 필요로 하는 마음과 결합해 삶을 고양시키고, 조직이 그것을 가능케해줌으로써 소속감과 만족도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내가 속한 회사도 재택근무를 시행중이다.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에 맞춰 부서원의 20% 또는 30%가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문제가 존재했다. 일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면 연락이 닿질 않거나, 근무 시간을 입증하기 위한 최소의 룰을 어긴다거나, 업무대응이 되지 않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근태와 관련한 분쟁을 겪게 되고, 직원들은 재택 근무와 업무 배분의 관계를 따지며 불편함을 호소한다. 결국 근무 형태는 결국 '신뢰'의 문제의 문제인걸까?

책을 읽으며 워케이션을 검색했다.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있었다. 제주, 강원, 양양, 부산 심지어 해외와 연계한 워케이션을 시행하는 곳도 있었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아예 새로운 곳에서 살아볼 수 있도록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재택근무도 감지덕지 했던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싶다. 또 한편으로는 조직에서 우려하는 여러 문제들을 위 기업들은 어떻게 해결했을지 궁금하다. 업무시간 모니터링, 쉼없이 쏟아지는 요청과 민원, 대면으로 가능한 감정적 어떤 것 등등. 조직의 성격과 업무에 따라 분명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책은 워케이션의 장점을 탄탄하게 설명하지만, 이를 적용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대응 방안들을 세세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일도 직장도 자유롭게 선택하는 '긱의 시대'라고 한다. 연봉, 직급 등은 이제 옛말이다. 그리고 회사들은 '워케이션'을 시도한다. 과연 미래의 근무는 어떤 모습일까? 워케이션과 같은 복지들이 말 그대로 쏟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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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우주에게, 우주로부터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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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영국의 버진그룹 회장은 버진 갤럭틱을 통해 첫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같은 달, 미국 텍사스 서부 사막지대의 '론치 사이트 원' 기지에서 뉴서퍼드 로켓이 발사되었다. 두달이 지난 9월에는, 민간인 4명이 스페이스X가 개발한 '크루 드래건'을 타고 우주 여행을 다녀왔다. 전 세계가 우주여행 시대 개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EBS 지식채널e 에서 방영했던 '우주' 관련 내용들이 묶여 책 <EBS 지식채널 x 우주에게, 우주로부터>으로 나왔다. 책은 허블과 제임스의 대화로 시작한다. 1990년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최초의 우주관측활동을 가능하게 했던 '허블 망원경'과 그의 뒤를 잇는, 허블 대비 더 깊은 우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제임스가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당신의 이름을 들어왔습니다."(p.20)며 허블에게 존경을 표할 때, 허블은 "이 우주에는 내 낡은 눈으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지."(p.19)라며 새 시대의 주역에게 자리를 기꺼이 내어준다.


우주를 지구밖 세계로만 한정지을 수 있을까? 37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화가 고흐. 그의 대표적인 작품 <별이 빛나는 밤> 속 소용돌이는 그의 고통을 표현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흐가 사망한 지 100년이 되던 1990년, 우주로 떠난 허블 망원경이 '소용돌이 우주'의 모습을 포착해냈다. 과학자들의 분석결과, 고흐 그림속 소용돌이는 허블이 포착한 '목성의 대기 난류(기체나 액체의 불규칙한 흐름)'과 정확히 일치(p.196)했다. 책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별이 빛나는 밤>이 만들어진 시대의 '천문학에 대한 관심'과 고흐의 '자신만의 우주'를 향한 열망 때문' 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 '창조의 근원'이 되는 존재로서의 '우주'에 대한 설명으로 볼 수 있겠다.


영화 <마션>에서 '마크'는 화성에서 살아남는다. 갖은 고생끝에 싹을 틔우고, 감자를 생산해 식량을 조달한다. 정말로 인류는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화성은 과연 제2의 지구일까? 지구 질량의 1/10, 평균기온 영하 63도, 대기압은 지구의 1% 미만의 화성. 인류는 화성의 '테라포밍(Terraforming)'을 시도한다. 화성을 지구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조건으로 바꾸자(p.77)는 것이다. 이것은 '마스2020' 프로젝트로 이미 진행중이다.


인류의 상상력은 과학기술과 맞물려 우주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먼 하늘에서 잠깐 반짝이던 하늘에 소원을 빌던 인류가 테라포밍까지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일론머스크는 2016년 화성행 우주선 스타쉽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의 인류의 화성 이주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책은 우주의 비밀, 스페이스 오디세이, 상상과 과학, 딥 인사이드, 꿈꾸기를 통해 우주를 설명한다. 풍부한 인용과 사진, 주석을 포함해 이해를 돕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우주'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닐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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