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 - 일과 삶의 성공을 위한 나만의 원칙 만들기
레이 달리오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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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워런 버핏이 주름잡았다면 21세기는 레이 달리오가 금융계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금융계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리더십과 성공을 향한 추진력이 상당한 사람입니다. 저처럼 경제에 무지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거의 대부분은 알고 있는 기업인인데요,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하여 그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전에 그 시기를 한두 달 정도의 오차는 있었지만 미리 캐치해 냈다는 사실로 유명합니다. 이런 위기가 오기 전에 포트폴리오를 꾸려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던 거죠. 현재는 전 세계 자산 1위인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성공적인 자리에 위치해있습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었기에 12세 때 골프장 캐디로 일했습니다. 여기서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자주 찾아 골프를 치며 담소를 나누곤 했는데 이때 어깨너머로 정보를 듣고 투자하는 방식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수합병에 대한 정보를 듣고 과감하게 그동안 모은 돈인 300달러를 투자해서 3배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고등학생 때는 수천 달러를 벌어들이고 대학에 진학, 이후에는 하버드 MBA를 시작하면서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사합니다. 이렇게 그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겁니다. 이후에는 성장과 멈춤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커져나가는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습니다.


만일 그가 처음부터 부유한 집에서 부모님이 '너 한 번 해봐라'하면서 전달한 시드머니를 가지고 키워나갔다면 존경심이나 이 책에 대한 신뢰도가 반감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류의 자기 계발서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 '나 따라 해봐라 요렇게'라는 글을 쓰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생애와 이 책에 적혀있는 내용들을 따라가다 보니 그가 얼마나 확고한 원칙으로 일생을 살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일생 주기에 맞는 플랜을 따라가는 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특히 저처럼 계획을 세우기만 하고 실천하기는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면 장기 플랜은 더욱 그렇습니다.



플래너를 적어가면서 일주일 단위, 월간 단위로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기간의 목표이고 성찰이기에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연간 계획이라 하더라도 막연히 다이어트하자거나 책을 몇 권 읽자는 식의 막연하고도 두루뭉술한 식으로만 정합니다.



그렇기에 일생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 가능합니다. 그러나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손에 들고는 무언가 애초에 잘못된 생각을 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계획 이전에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계획은 때에 따라 수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제대로 수립한 원칙이라면 제 편한 대로 수정해서는 안 됩니다. 애초에 꼼꼼하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원칙'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해야 할까, 만일 평소에 고찰을 많이 하거나 판단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따라서 자신만의 룰을 정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미 레이 달리오는 2017년 Principles(한국은 2018에 출판) 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은 그의 원칙을 배우고 따르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원칙은 레이 달리오 자신이 세운 거라 그에게 잘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스스로에게 맞는 Principles을 세우도록 도왔습니다. '나만의 원칙'을 통해서 인생의 전반을 설계하도록 가이드 하는 내용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자신만의 원칙 설계


연습1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자

연습2 현재 닥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최선의 원칙을 도출하는 방법

연습3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단계 과정 마스터하기

연습4 가장 큰 2가지 장애물을 극복하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리고,


연습5 인생의 여정에서 당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굵직한 핵심만을 담았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원칙을 만들면 좋은지 간단 명료하게 요점만을 짚어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핵심'. 그렇기에 원칙 설계를 위한 가이드는 충분합니다. 게다가 책을 쭉 읽고 나서 행하고자 하면 분명 잊어버릴 거라는 걸 그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충분한 여백을 두었습니다. 그저 읽어보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적게 설정되었지만 실제로 실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적어야 하는 쪽에서는 충분한 공백을 두었습니다. 생각을 적어나가고 실천하기 충분하도록 칸을 설정하였습니다.



질문과 팁에 따라서 생각하고 하나씩 채워나가며 자신의 원칙을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만일 앞 부분의 설명이 필요 없다면 본격적인 페이지인 120쪽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읽어본 바에 의하면 레이 달리오의 '말'을 베이스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을 만나면 처음부터 읽어보기 바랍니다.


"'목표'와 '갈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목표는 이성적으로 원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원하는 것과 같으면 금상첨화다. 만약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원한다면 그건 갈망이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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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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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영양이 되는 것이다. -p.267"


영화로도 제작된 일본 작가 오가와 이토의 장편 소설 <달팽이 식당>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한 구절을 옮겨보았습니다. 푸르르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덕분에 추운 날씨임에도 훈훈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코끝에 와닿는 어떤 향기들이 저를 고스란히 시골의 한 작은 식당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은 영화 속의 음식과 상냥한 주방의 장면들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활자만으로도 그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격이 작고 가녀린 린코(혹은 링고)가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식재료를 대하는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달팽이 식당>은 이미 10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입니다. 오가와 이토라고 하면 비교적 최근 작품인 츠바키 문구점>을 떠올리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피하는 편이라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달팽이 식당도 이번이 첫 만남입니다.



누구에게나 첫 번째 만남이란 무척 중요합니다. 식당의 문을 열고 조심스레 들어간 저는 그렇게 잔잔한 느낌으로 링고를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쌓아 올려왔던 게,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음에도 다시 시작할 결의를 다진 그녀를 어떤 표정으로 만나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지켜보는 사이에 - 향긋한 음식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 힐링의 감정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정성이 먹는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가재도구와 함께 남자친구가 사라져버렸음을 깨닫습니다. 한 마디 말도 없이, 낌새도 없이 그녀의 전 재산까지 들고 없어졌습니다. 다행히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남겨준 겨된장 항아리만은 무사했습니다.



당황하거나 슬퍼하지는 않았지만 별안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겨우 남아있는 동전 몇 개를 들고 겨된장 항아리를 껴안은 채 엄마가 살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엄마가 묻어놓은 돈을 가지고 달아날 셈이었는데, 애완 돼지 엘메스에게 들키는 바람에 야단법석이 일어납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있기에 여기서 살고 싶지는 않았지만 별 수 없었던 링고는 엄마의 집 창고를 빌려서 작은 식당을 엽니다. 그게 바로 '달팽이 식당'입니다. 모든 걸 다 잃어버렸지만 외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레시피까지.



여러 음식점에서 일하며 요리사를 꿈꿔왔던 그녀인지라 세계 각국의 요리법까지 섭렵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아직은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에 조용한 시골 마을의 작은 식당 요리사가 되기로 합니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나아가는 자신이 되기로 합니다.



손님을 위한 음식을 천천히 준비하는 식당이니만큼 손님은 하루에 한 팀만 받기로 합니다. 손님의 성격이나 사연, 필요에 맞는 요리를 내기로 결정합니다. 그런 마음이 닿아서였을까요, 달팽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손님들에게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딸을 데리고 멀리 떠나갔던 구마씨의 아내 시뇨리타가 돌아온 게 바로 그 시작점이었습니다. 그 후로 상복만 입고 있던 할머니, 거식증 걸린 토끼를 돌보길 원했던 어린 소녀 등의 소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유명세를 치르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어쨌든 달팽이 식당은 점점 성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링고에게 커다란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제는 자신이 음식을 통해 치유와 기적을 맛볼 차례입니다. 그런 그녀를 저는 활자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였습니다.



과거의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쁜 얼굴로 음식을 먹는 걸 보며 행복해했습니다. 지금은 퇴색해버린 게 아닐까 싶지만, 역시 내가 만든 혹은 제공하는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이를 보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링고처럼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단 한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링고의 요리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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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역사 - ‘다빈치’부터 ‘타이타닉’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인류사, 2022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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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인류사+과학 교양서


'로마제국의 수로'부터 '챌린저 호 폭발'까지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유체역학은 비단 공식에 국한된 게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태초부터 함께 했음을 이해합니다.


타이틀은 '한 권으로 끝내는'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떻게 한 권으로 끝낼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그렇게 단순한 학문이 아닌걸요. 그렇지만 약간의 어그로를 끌면서 이 책으로 인도할 수 있다면 뭔들 마다할까 싶습니다.



물포자인 저도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데다가 신기한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화학, 물리 기말고사 공부하는 애한테 말을 시킬 정도였으니까요. 중간에 공식이 하나도 안 나온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건 그냥 눈에 장착되어 있는 스킵 기능으로 살짝 넘어갈 수도 있으니(아니 그러면 안 되잖아?) 즐겁고 재미있게 읽어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물과 공기처럼 흐르는 것의 과학인 유체역학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미 유체역학 시리즈 3부작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커피 얼룩의 비밀>,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을 통해서 세상 속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의 <흐르는 것들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를 통해 알아보는 유체역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리를 포기한 자로서는 유체역학이라니 접근조차 가당치 않지만 뭘 포기했던지 상관없이 - 심지어 세계사를 포기했다 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만은 변함없습니다. 제목에 이끌려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흥미로운 세상에 갇혀버릴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종방한 <슈룹>은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두루 던져주는 드라마였습니다. 거기에서 중전이 심소군에게 술을 가르쳐 준다며 마주 앉았던 신이 있습니다. 심소군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장면이었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계영배 - 가득 참을 경계하는 잔-를 통해서 힐링의 순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책 20페이지에 바로 계영배의 원리가 등장하지 뭔가요. 그렇지 않아도 내 마음 한구석은 그래, 나도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위로를 받고 나머지 한구석은 원리가 뭘까? 궁금해했었던 터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사이펀과 같은 원리로 잔에 70% 이상 술이 차면 잔 중앙 기둥 속의 숨겨진 관으로 술이 모두 새어버리는 거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정확한 원리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니 오히려 그게 신기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밝혀나갈 과학의 세상이 많이 남았다는 점에 조금은 안도합니다. 빼빼로에 초콜릿을 입히는 데에도 공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강의실에서의 충격을 앞으로도 느끼고 싶습니다.



<흐르는 것들의 역사>를 통해서 다빈치가 그림이나 공학뿐만 아니라 해부학이나 혈류 역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타이타닉이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도 깨달았습니다. 후버댐이나 챌린저 호의 이야기까지 이르르는 동안 몰랐던 이야기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과도 함께했던 유체역학 이야기들을 읽으며 지금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역시 저는 신기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과학의 즐거움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은 물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저조차 재미있게 읽을 만큼 잘 쓰였습니다. 어릴 때 이랬더라면 물리를 반만 포기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과학이나 신기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성인도 신나게 읽기 좋은 교양서로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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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하루 - 두 심리학자가 초대하는 365일 마음챙김 안내서
아리아 캠벨 다네시.세스 J. 길리한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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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을 단단히 바닥에 붙이고 사는 게 힘들다는 걸,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자연히 잊고 살곤 했었는데, 삶의 누적이라는 게 나를 성장시키기는커녕 점점 더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것만 같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하루라도 행복의 시간을 가진다면 조금 편안해지지만, 그 와중에도 할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 밤이면 시달리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나이 먹으면 점점 유해지고 '살면 살아진다.'라는 지혜를 가지고 삶을 대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예전에 비해서 형편없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상태로 2022년을 보내고 12월이 되어 돌아보니 그건 아침마다 오늘 하루가 또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했습니다. 좋은 책을 두고서 한두 문장씩 필사를 해보면 어떨까 하던 차에 <단단한 하루>라는 도서를 만났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살펴보니 제가 원하던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필요한 책. 깊은 명상을 하지 않더라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한자 한자 쓰고 읽다 보면 도움이 될 책이었습니다.


꽤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필사할 노트도 한 권 마련했습니다. 사실 노트 타입 주간 스케줄러지만 책 속 볼드체 문구를 옮기기에는 충분한 사이즈였습니다. 모든 페이지를 옮기는 게 아니라 명언, 명문구들을 따라 적어보면서 나를 챙기고 단단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리틀포니가 자기도 책을 잠깐 보자고 했습니다. 마음 챙김이라고 하고서 지나치게 샤랄라하고 믿도 끝도 없는 긍정의 문구를 적어놓은 책은 아닐까 걱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현실 그리고 실현 가능성과의 갭이 생겨서 오히려 더 우울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잠시 훑어보더니 그럴 염려는 없겠다고 했습니다. 좋은 글귀에 편안한 문장들이니 안심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허락(?)을 맡고서 <단단한 하루>를 2023 애착도서로 정했습니다. 말 그대로 밑도 끝도 없는 힐링 도서는 아니니까요.


책의 저자는 인지행동치료 전문가와 임상심리사입니다. 이들은 함께 책을 만들며 독자가 하루하루 짚어나갈 365개의 삶의 제안을 합니다. 자신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외치는 대신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짚어보도록 책을 썼습니다.



제가 계획한 대로 매일 아침 만나도 좋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만나도 좋을 도서입니다. 점심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한 페이지씩 읽는 것도 좋겠습니다. 어떻게 챙기든 독자의 마음이지만 어쨌든 한 번에 후루룩 읽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챙겨가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다 읽지 않았습니다. 초반 몇 페이지를 읽고 중간중간 손이 가는 대로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선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한 해를 같이 하리라 결정했습니다. 소중한 건 늘 곁에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저건만 왜 요즘은 이렇게 힘들까 하는 질문에 책을 통해 스스로를 살펴보려 합니다.


​2023년에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소중히 챙길 생각입니다.


​<단단한 하루>는 자신을 위한 도서로도 좋지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선물해도 될 책입니다. 다만 학생을 위해서는 아직 이르고 성인을 위한 책으로 적합합니다. 자그마한 노트와 함께 전한다면 더욱 센스 있는 챙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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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마음공부 : 부모 편 - 부모에게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 생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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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부모에게 전혀 상처받지 않고 - 혹은 성장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면 그런 사실만으로도 큰 축복을 받은 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건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끄집어내어 쓰담쓰담 하지 못하는 저의 부러움입니다. 부모의 행동이나 모진 말, 혹은 무관심 등으로 아팠던 사람이라면 <언니들의 마음공부: 부모 편>을 만나보아도 좋겠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힘듦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오래전 <독이 되는 부모>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들에게 부족한 자식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나쁜 건 내가 아니고 오히려 그들이었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부모에게 불만이 있는 상황과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생애와 현재의 삶까지 포함하여 어릴 적의 경험 혹은 무경험은 늘 저를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순간도 떳떳하게 서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끊어내기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년 동안 아니 수십 년 동안 책을 읽어오면서 좋지 않은 관계는 과감하게 끊어내고 내 인생을 살아야 함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늘 관계의 단절이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도돌이표 같은 삶을 살며 스스로에게 답답함을 느낍니다.



말도 안 되는 비난을 받으며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기까지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말끔히 관계를 정리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동명 이인만 보아도 화들짝 놀래는 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성인 남성의 중저음을 들으면 긴장하는 나는, 아직까지 어린아이입니다.



<언니들의 마음공부>에서는 모든 관계를 파악하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보라고 합니다. 지금 여기에 우뚝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는 게 아니라 먼 우주에서 내려다보며 객관화하는 겁니다. 이건 제법 쓸모 있습니다. 저는 화가 날 때, 어린 - 지금은 어리지 않지만 - 자식에게 화가 났을 때 자신을 바라볼 때 유용합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들 - 그리고 이어지고 있는 아픔들을 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저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멀리에서 내려다보면 볼수록 하염없이 슬퍼지기만 한데, 사람들은 이를 통해 치유를 얻었습니다.



좋은 말로 다독이면서 치유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알아보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 부분, 깨닫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선을 긋는 방식으로 회복합니다.



1단계로 대면과 이해를 합니다. 자신이 짊어져 왔던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겪어야 했던 일들 그 사이에서 어떤 위치였는지, 왜 그래야만 했었던 건지를 멀리서 내려다보며 파악합니다. 2단계로 위로와 긍정을 합니다. 스스로를 안아주는 마음으로 이제는 성인이 된 자신이 어린 자신을 감싸 안는 그 이상의 효과를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퉁치기와 경계 설정을 합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행해도 되는 한계. 그게 바로 선이니까요. 부모라는 이름으로 침범해왔던 영역이지만 결코 내어줄 수 없는 스페이스라는 게 있는 법입니다. 그것만은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그어놓은 선이지만 언젠가는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이 에세이를 써가며 나름대로의 아픔을 체계적으로 다스려갑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사연을 듣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그들 역시 마음을 얻어 갑니다.



이들이 겪은 일들을 모두 조각조각 파편처럼 안고 있는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힐링했다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건 배웠습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는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딸이 안아준다고 했으니 저는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딸을 안아줍니다.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그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다독입니다. 저의 상처는 여전합니다. 아직도 밤마다 새로운 집을 찾아다니거나 겨우 이사를 갔는데 비가 온다거나 세상이 멸망하는 꿈을 꿉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깊이 새겨진 상처를 이겨내고 우울의 늪에서도 헤엄쳐 나와 꿋꿋하게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전, 밝은 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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