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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ㅣ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2
공석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평점 :
거의 일 년 가까이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의 채소를 정기구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상세페이지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도록 구축하는데다가, 클린 하지 않은 리뷰도 많은 탓에 처음에는 일단 한 번 구입해 보자는 생각으로 주문했었죠. 그런데 받아보니 샐러드 채소도 다양하고 싱싱하니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주 1회 12회차 단위로 꾸준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진정한 신뢰를 주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일단 믿을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쌓이고 나면, 어쩌다 한 두 번의 실망스러운 상황은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부 채소의 신선도가 낮다거나 겨울에 살짝 얼어서 오는 경우 같은 거 말이죠.
<공씨아저씨네>는 십수 년간 온라인으로 과일가게를 운영하면서 이와 같은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농민과 세상을 위하는 마음으로 운영해온 사장님의 남다른 철학이 소비자에게 오롯이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수오서재의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중 하나인 <공씨아저씨네,>는 온라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공석진 사장님의 에세이입니다. 단순히 과일을 어떻게 팔아왔다는 운영 방식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농민과 이 땅의 문제, 그리고 유통 시스템의 어려움과 함께 저자의 독특한 철학을 깊이 있게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과일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다. 자랑스럽고 귀한 농민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차별이 일상인 부조리한 한국 사회를 향한 비판이며, 매일같이 온몸으로 실감하는 기후 위기에 관한 르포다. 14년간 과일장수로 살아오며 느꼈던 바를 진솔하게 적어보았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길,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겁도 없이 감히 바라본다. -p.12,13
공씨아저씨는 14년 동안 온라인으로 과일을 판매하면서 ‘차별 없는 과일’이라는 철학을 지켜왔습니다. 우리는 마트에서 과일을 고를 때 외형이 반지르르하니 예쁘거나 알이 크고 단단한 것, 새빨갛게 잘 익은 사과처럼 색을 보고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일들은 로얄과로서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곤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모든 과일이 이런 외형만으로 판단되는 세상이 그르다고 말합니다. 모든 과일은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농민을 향한 그의 마음과 상통합니다. 물론 상업적인 이익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농민들이 정성을 다해 생산한 과일을 존중하며 공정한 거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제주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파치 귤을 많이 얻어먹곤 했습니다. 제주에서 귤을 사 먹으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상하게 자꾸만 집에 귤이 쌓였습니다. - 여담이지만, 저는 귤을 사 먹은 적도 꽤 많습니다. 사회성 부족인 게지요. - 어쨌거나 파치와 구입한 귤을 비교해 보면 크기나 외형 차이는 있지만 오히려 더 돌코롬 한 게 맛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선과장에서 다락다락 뒹굴면서 크기별로 선별하는 건 상품성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한동안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선물용이라거나 제수용 정도는 외형을 보아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들 크고 반지르르한 걸 좋아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너무 큰 과일은 한 번에 먹기 힘들어서 예전처럼 소담한 게 마음에 듭니다.
약간 옆길로 새었지만, 아무튼 과일은 크고 작고 예쁘고 못났건 간에 모두 농부의 정성이 들어간 작물입니다. 공씨아저씨는 바로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14년간 과일가게를 운영해 왔습니다. 소비자가 과일을 만나는 건 단순히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농민과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는 걸 책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유통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합니다. 정성스레 재배한 농작물을 대형 마트와 유통 업체들에게 불리한 가격으로 출하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다가 소비자는 비싼 가격으로 만나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씨아저씨는 정성을 다해 과일을 키워내는 농민들과 직접 관계를 맺고 소비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농민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건강한 유통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로열과 만을 취급하는 건 아니며 흔히 B급이라고 말하는 과일까지도 제값을 받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씨아저씨네를 만난 지 얼마 안 된 회원들은 물건을 받아보고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믿고 주문했는데 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과실을 받아보면 화가 날 테니 그 소비자들을 탓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걸 보내는 건 아니며 이동 중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했으면 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느낀 점이라면
1) 과일 (물론 채소도 그렇겠지만,)은 자연에서 온 선물이다.
2) 변화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작물 생태계가 참 슬프다.
3) 어떻게 살아가고 생각해야 하는가, 삶의 태도를 배웠다.
그리고 ‘소비’라는 행위는 단순히 경제적으로 거래를 한다는 의미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동반해야만 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된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구입하는 과일 하나하나 모두 농민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자 합니다.
농민과 함께 성장하는 삶에서 가슴 찡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와 함께 했던 농민 분이 일을 그만두시거나 돌아가셨을 때는 저 역시 슬펐습니다. 농민을 생각하는 공씨아저씨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책의 초반에 저자는 공씨아저씨네가 1인 회사, 구멍가게로 남는 게 목표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욕심이 없는 회사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만큼 욕심이 많은 업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욕심과 신념을 끌고 갈 수 있는 그의 꿋꿋함이 부러웠습니다.
나는 과연 그렇게 살아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흔들리고 힘든 때도 있었을 텐데, 자신의 의지를 뚜렷이 지켜내온 사장님께 박수를 보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