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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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이 저 역시 ‘나는 누구일까?’, ‘지금의 나는 왜 이런 성향을 갖게 되었을까?’하는 질문을 품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자식이 커가는 걸 보면서는 ‘혹시 내가 유전적으로, 환경적으로 잘 못한 건 없을까?’하는 생각도 하곤 했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그건 또 어디서부터 기인한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연하기만 했던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답니다. 바로 케빈 J. 미첼의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라는 도서였는데요, 뇌 과학과 유전학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해서 인류, 나아가서는 개인의 존재를 탐색하는 우수도서였어요.


이 책은 400페이지가 넘는 과학 도서라서 처음부터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파악하고 들어가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런데 다행히 독자에게 무척 친절한 책이라서 개요를 이해하고 시작할 수 있답니다. 서문을 건너 뛰고 읽는 분들도 많겠지만, ‘안내의 말’에 간단한 개요가 잘 정리되어 있으니 모쪼록 읽어주셨으면 해요.


책의 성격을 미리 파악하고 독서를 시작하고 싶거나, 이과 지망하는 고등학생이라면 반드시 이 부분을 먼저 읽어보는 걸 추천해요. 그러면 책 전체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데다가 끝까지 다 읽고 돌아와 다시 서문을 보면 모든 내용이 한 번에 정리되거든요.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과학적인 내용으로 풀어나간다는 데에 있어요. 누구나 타고나는 천성이 있다며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환경에 따라서 많이 좌우된다고 하죠.


 


그런데 저자는 이 두 가지 관점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복합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어요. 유전적 요인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그리고 직접 겪는 경험들이 놀랍도록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우리의 내면을 빚어낸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계속 반복해 전하고 있었죠.



우리는 태아 일 때부터, 아니 성염색체 시절부터 수많은 가능성과 오류를 안고 있어요. 그리고 태어난 후에는 환경 속에서 이런 부분들이 발현되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면이 있으니까 그건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셔요.

 


그래도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 거 같아서 살짝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복잡한 인간 내면세계의 지형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어요. 덕분에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 전반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기초적인 접근과 유전 연구의 기본적인 방법론을 다룹니다. 우리가 흔히 '타고난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과학적으로 어떻게 규명되는지, 그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 후반부: 뇌의 복잡한 작용과 환경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유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리의 행동과 성격, 인지 능력 등이 뇌과학적 관점과 환경적 요인과 결합하여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다루죠.


 


- 마지막: 책 전체를 아우르며 유전과 환경, 경험이 정교하게 엮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는 점을 여러 관점에서 보여줍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경이로운 과정 속에서 탄생했는지 성찰하게끔 이끌어 줄 거예요.



솔직히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라는 도서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분량과 흐름, 보조 설명 그림까지 확인하고서 큰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마치 대학 때 품고 다녔던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방대한 분량에 전문적인 내용을 보고서 완독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렇지만 책장을 넘기며 읽기 시작하자마자 괜한 염려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자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부터 섬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전혀 걱정할 게 없더라고요. 통계나 신경계 발달, 유전 법칙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기초부터 잡아주니까 깊은 내용까지 서서히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어요.


각 단계를 꼼꼼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이 정말 대단해서 저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더라고요. 덕분에 잊고 있었던 용어들이 개운하게 정리되었기에 편안하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도 느꼈다는 게 좋았어요.



책을 덮고 나서는 정말 읽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품어왔던 의문 그리고 저 자신이 원죄처럼 느꼈던 문제들이 어느 정도 길을 찾은 듯했거든요. 마치 뇌 과학의 사피엔스 같은 충격도 받았답니다.



읽는 동안 설득력 있는 문장과 내용에 푹 빠져들었던 거 같아요. 알고 있던 내용은 명료하게 정리되고, 몰랐던 내용은 새롭게 파악하면서 무언가가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책으로 지식도 얻었지만, ‘존재’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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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우정 -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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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김달님 작가의 『뜻밖의 우정』은 삶의 보편적인 질문과 함께 독자의 노년을 생각하게 만드는 에세이였어요. 작가는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감성을 담아 멋진 필력으로 담아내었죠.


독자인 저는 노년이라는 시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하면서 조금씩 책을 읽어 내려갔어요.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미래,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오늘을 느끼며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이 듦에 대한 막연한 생각, 불안감을 넘어서 삶이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어요.


어떤 노년을 보낼 것인가 하는 건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도 주변의 삶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책의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자꾸만 속에서 울컥하는 무언가가 올라와서 한 번에 읽기 힘든 책이었어요.


<뜻밖의 우정>은 김달님 작가가 발로 뛰어다니며 만난 수많은 노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에요. 젊은 시절의 열정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할머니, 열심히 영화를 보는 할아버지 등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려는 분들의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돌봄 서비스로 만나 서로를 의지하는 뜻밖의 인연과 공동체의 모습까지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죠. 각기 다른 사연과 희로애락이 페이지마다 스며들어 있어서 쉽게 넘길 수 없었어요.


작가는 노인들을 취재 대상으로 본 게 아니라, 그들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존중했다는 게 단어 하나하나에서 오롯이 느껴졌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타인의 삶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겪을 미래,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속에는 소박하지만 빛나는 인상, 지나온 삶의 회한과 아름다운 기억, 그리고 앞으로의 조용한 기대가 모두 담겨 있었어요.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후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서시가 있다는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 스토리는  계속 이어질 거라는 것도요.


아마 <뜻밖의 우정>은 읽는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인상을 줄 거 같아요. 특히 저처럼 장년층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남의 일로만 느껴지지 않을 테죠. 저 역시 이 책을 읽기가 정말 힘들었는데요, 머지않아 닥쳐올 나의 미래 그리고 여든 살의 저희 엄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면서 묘한 불안감과 희망이 교차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 한 편에서 그늘이 지기 시작했어요. 책 속에 담긴 외로움과, 고통, 고단함이 나의 미래라면, 만일 나에게 저렇게 외로운 노년이 찾아온다면, 그냥 지금 나름대로 평화로울 때 모든 걸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마저 스치더라고요.


지금까지 힘들었던 인생인데, 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게 정말 내가 바라는 삶인가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말았죠. 그래서 중간에 책을 덮고 며칠 동안 가까이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며칠 후, 용기를 내어 책을 다시 읽었어요. 그때 비로소 내가 어떻게 삶을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운 생을 살다 갈 수 있으리라는 걸 깨달았죠. 책 속의 노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마지막까지 충실히 살고자 노력하고 계셨거든요.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잃지 않는 인간의 품격, 젊은 시절의 꿈을 잊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용기,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우정을 보면서 나는, 미리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지켜나가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품은 내면의 힘을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나이 듦'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태도였다. 차츰 나는 알게 되었다. 노년에 가장 필요한 마음은 그 변화에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적응해 나가려는 자세라는 것을. -p.76

지금까지 쓰리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자신의 인생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뜻밖의 우정>이라는 에세이를 읽으며 내 삶의 의지를 새로이 다지게 되다니... 마치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아요.

<뜻밖의 우정>은 노년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에세이인 거 같아요. 지금까지 지나온 삶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듯, 또 지금의 내가 미래의 노년을 만들어 간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나 봐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노년의 스토리를 전하는 김달님 작가 덕에, 앞으로의 인생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채울 용기를 얻었어요. 이제는 미래의 나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으며 보듬어주기로 했답니다.


삶의 다양한 면모와 생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앞으로 나는 어떤 노년을 만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하고 싶다면, <뜻밖의 우정>을 통해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정말 따스하고 좋은 에세이니까요.


살아 있는 한, 나 역시 내가 만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나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그때 그 이야기가 바로 지금을 말하고 있었구나"하고 실감하는 날도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p.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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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 - 스토아 철학으로 배운 이 세상을 수영하는 법
정강민 지음 / 들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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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민 작가의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 풀어낸 에세이에요.



수영을 배우며 겪는 몸의 움직임, 고통 그 속에서 성장하는 심리적 변화를 스토아 철학의 깊이 있는 사상과 연결시켜,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고 해도 좋을 거 같아요.


어릴 때가 아닌, 어쩌면 조금 늦은듯한 나이에 난생처음 수영을 배우면서 직접 느낀 600일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인생이라는 거대한 수장에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를 철학의 눈으로 제시하고 있죠. 수영이라는 보편적인 행위, 그렇지만 도전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한 행동을 통해서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접근 방식이 무척 인상적인 도서였어요.


스토아 철학과 세네카는 아주 오래전 교과서에서만 보았었지, 깊게 공부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라는 책을 만난 김에 - 겉핥기식이지만 - 잠시 알아봤어요.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세네카'는 대표적인 스토아 철학자인데요, "자연에 따라 사는 것"을 강조했다고 해요. 인간이 가진 이성을 통해서 우주의 자연 질서를 이해하고,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갈 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이 책에서도 '수영'이라는 주제와 함께 이에 걸맞은 명언, 제언이 등장해요.


스토아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삶을 개선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인간에게 주어진 본성을 따르며, 지혜·용기·절제라는 '네 가지 미덕'아레테(arete)를 실천하고, 진정한 평온' 아타락시아(ataraxia)에 이르러, 마침내 '선한 영혼'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스토아 철학의 목표이자, 인간으로서의 사명이다.

- p.183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를 읽는 동안, 왠지 모르게 잔잔한 염소 냄새와 수영장 특유의 공기가 느껴졌어요. 비록 오늘 화장실 청소하며 락스를 너무 많이 써 호흡 곤란이 올 뻔했음에도, 그 느낌은 결코 싫지 않았죠. 책을 읽는 사이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 떠올랐거든요.


​저희 학교에서는 50m 레일을 자유형으로 완주하는 학생을 수영 시범단으로 뽑았는데, 당시 드물었던 영상 기록용이었건 걸로 기억해요. 처음에는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의 저자도 그랬듯이 아주 기본적인 거부터 배웠죠. 물에 들어가기 전, 준비 운동 단계에서 다리에 쥐가 나는 사람, 그게 저였어요.


​세네카는 말했다. "인간의 경향은 훈련으로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확고하지는 않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p.26



그런데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 선생님께서는 50m를 완주하면 체육 실기 시험 만점을 준다고 하시는 거예요. 체육 성적이 늘 '미'였던 저는 호기롭게 도전을 결심했어요.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뜻밖에도 수영은 적성에 '딱' 맞아떨어졌어요. 배우는 사이 물속에서 팔을 휘젓고 다리를 차는 동작 하나하나가 내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50m쯤은 자유형으로 완주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었어요. 학생 여럿이 출발해야 하니까 통상적인 50m 직선거리가 아니라 수영장 폭인 25m를 활용해서 간 뒤, 턴해서 돌아오는 거였어요.



선생님은 딱 한 번 바닥을 밟는 것까지는 허용해 준다고 하셨지만, 기왕에 목표를 세웠으니 끝까지 그냥 가보자는 결심으로 50m 완주에 도전했죠. 하지만 무사히 턴하고 돌아오던 중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말았어요! 아직 10m 이상 남았는데... 바닥을 밟는 건 자존심 상하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너무 아까운 거예요. 



음파 음파 호흡조차 불가능한데다가 물속에서 숨이 턱 막혀왔지만, 포기하기 싫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아예 숨을 쉬지 말아버리자!는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고서, 기어이 완주하고 말았어요! 나와서는 숨을 엄청 몰아쉬었지만, 그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 후 1년간 학교에서 단체로 맞춰준 미즈노 수영복을 입고 수영 시범단 활동을 했던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어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고통은 인간의 본질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가 진정한 힘을 결정한다.

-p.99


저도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의 작가님처럼 제 에피소드를 스토아 철학식으로 생각해 봤는데요, '미' 밖에 못 받았던 제가 만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한계에 도전했다는 거. 그건 아레테를 향한 의지의 발현이 아니었나 싶어요.



체력과 호흡이 달려 고통스러운 나머지 포기할 뻔한 지점에서 이성적인 의지를 선택하여 숨을 참고 완주한 건... 의지와 절제를 발휘한 아파테이아. 완주 후에 느낀 성취감은 내면적인 만족감이 충족된 아우타르케이아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하며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어요.


​정강민 작가의 책을 통해 스토아 철학을 접하고, 어린 시절 수영 에피소드를 스토아 철학의 렌즈로 바라보았더니 철학은 철학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미 인생 곳곳에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이 사실은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함께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소소한 감동을 느꼈어요.


책의 제목처럼, 삶이라는 거대한 수영장에서 물의 온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때로는 차가운 물살 속에서도 이성과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발견한 거 같아요. 이렇게 나이 먹고 나서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좋네요.


겨우 한 시간 조금 넘는 동안 수영장에 있었을 뿐인데, 우리 삶의 축소판이 이곳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도전과 성장, 유머와 배려, 사랑과 배움이 수영장 물결 속에도 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우리는 삶을 배울 수 있다.

-p.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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