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 기후변화, 금융위기, 인간을 이해하는 불확실성의 과학
팀 파머 지음, 박병철 옮김 / 디플롯 / 2024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각보다 읽는 게 오래 걸렸던 도서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입니다. 양장본으로 두께감이 조금 있다고 생각했지만, 거의 2주가 걸릴 정도로 내용이 상당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설명한다고 하면 조금 과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불확실한 일들을 설명하는데, 이만한 책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자인 팀 팔머는 불확실성을 통계와 도식을 이용하여 세계의 본질을 풀어냈습니다. 이론 물리학자로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연구실에 들어가는 대신, 기상학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비 올 확률을 %로 볼 수 있게 된 데에는 팀 팔머의 역할이 컸다고 보면 됩니다.
팀 팔머의 저서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품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수학으로 탐구하며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혼돈의 세계는 딱 떨어지는 정답을 찾기는 힘들지만, 답을 찾아가는 길을 꾸준히 따라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기후변화, 금융위기, 전쟁과 같은 일들뿐만 아니라 팬데믹의 확산 경로 추적 등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을 불확실성의 관점에서 새로이 조명하여 찾아냅니다. 초기 조건의 앙상블 모델을 활용하여 불확실성을 수용하면 확률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고전 역학에서의 불확실성은 관찰자의 측정 오차나 실험 환경의 한계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관찰하고 측정하며 데이터를 취급하면 불확실성은 제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불확정성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습니다. 양자 입자는 -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알 수 있듯 - 그 자체로 불확정성을 포함합니다.
양자역학에서 불확실하다는 건 입자의 위치, 운동량 모두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고, 운동량을 정확히 알면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 우리가 고등학생 때 마찰계수는 0이다는 조건을 걸었듯 -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조건을 두고서 계산하고 이해해왔습니다.
따라서 양자 역학은 고전 물리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자연을 완벽히 계산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불확실성은 예측의 불가능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자연 현상에 대한 우리의 예측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왜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는가, 기상청은 뭐 하는 곳인가 하며 화를 내기도 하고 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를 읽고 나니 정확히 맞춘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며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상 시스템은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소용돌이와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공간의 차원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고 복잡합니다. 흔히 사람은 3차원에 있다고 여기지만 XYZ 좌표에 정확히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차원이 달라지는 데다가 다른 사람이 근처에 있다면 상호작용이 발생하면서 18차원 이상의 계가 생깁니다.
하물며 대기 중에서 벌어지는 일은 슈퍼컴퓨터로도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일기예보 모형의 상태 공간 차원은 10억 차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간 차원은 이보다 더 방대하다는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방정식이 비선형적이기에 초기 조건의 아주 작은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큰 변화를 초래합니다.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한다고 허리케인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주 작은 일이 증폭되기에 결국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상 예측에는 앙상블 예측 시스템과 같은 확률적 접근법으로 초기 조건과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고려합니다. 날씨는 지난 데이터를 활용해서 저번에는 이랬으니까 비가 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올 것이라는 식으로 예측될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통계적으로 접근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혼돈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팀 팔머는 불확실성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을 합니다. 불확실성을 수용하면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금융, 전쟁, 팬데믹, 두뇌와 같이 복잡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불확실성의 과학이 거의 모든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있습니다. 정확히 파악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혼돈의 과학을 활용하면 세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과학적 관점에 혼돈을 어떻게 도입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과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 과학은 확실성과 정확한 예측을 지향했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을 인정함으로써 현실의 위기에서 현명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집니다.
이 책은 이론물리학과 기상학, 수학과 통계 등 복잡한 개념이 주를 이룹니다. 초반 도입부에서는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이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서론을 넘어서서 들으면서부터는 차근차근 읽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읽을수록 더 많은 걸 알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도서였습니다. 인덱스 플래그를 잔뜩 붙여서 고슴도치처럼 되어버렸는데, 그만큼 좋은 도서라는 의미이므로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