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서점 북두당
우쓰기 겐타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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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죠. 어쩌면 고양이들에게도 우리 못지않게 각자의 사연이 담긴 생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왜,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물론 고양이의 생명력이 강하고 때로는 원한을 꼭 갚는 동물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인 거 같긴 하지만, 어쩌면 아홉 번의 생마다 쌓이는 귀하고 소중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깊은 인연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싶네요.

우쓰기 겐타로 작가의 신작 소설 <고양이 서점 북두당>은 바로 그 특별한 여정을 떠나는 한 고양이, 쿠로의 아홉 번째 묘생을 따스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고양이 화가 쥬베의 기묘한 이야기>시리즈처럼 이미 등장인물+등장묘는 세팅되어 있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린 줄 알았어요.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짐작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쿠로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아홉 번의 삶을 살아낸 그야말로 묘생 9회차 고양이었어요. 그동안 소소한 기쁨과 어려움 그리고 아픔을 겪어 왔죠. 인간들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탓에 꼬꼬마 시절부터 냉소적이었어요. 저도 관계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었기에, 쿠로의 그런 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처음에는 인간에게 음식을 제공받는 걸 거부했던 쿠로는 아주 약간 마음의 문을 열고 북두당에 들어갔어요.

쿠로의 마지막 묘생이 펼쳐지는 북두당은 손님이 책을 한 권 사 갈 때마다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책들이 저절로 채워지는 마법 같은 고서점이에요. 책들이 계속 채워지면서 자신을 원하는 사람을 따라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북두당을 운영하는 기타호시 에리카는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말도 알아들어요.


서점은 포근하고 이상적인 분위기이지만, 알고 보면 주술이 걸려있기 때문에 에리카에게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어요. 하지만 서점을 떠난다거나 스스로 창작을 하지 않는 이상 신비로우면서도 미스터리한 공간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거죠. 말하자면 일종의 저주에 걸려있는 건데요, 왜 그런지 언제부터 그래왔는지는 소설 후반부에 등장한답니다.

소설은 반항적이면서도 냉소적이었던 쿠로가 책방 지기를 맡으면서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마음을 꼭 닫았던 쿠로가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리고 에리카와 단골인 마도카와 만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즐거움도 쏠쏠했어요. 그리고 쿠로가 에리카와 마도카를 위해서 한 일로 인해 저 역시 가슴 찡한 치유를 받았죠.


<고양이 서점 북두당>을 읽으시기 전, 나쓰메 소세키의 명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먼저 읽는다면 조금 더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이 소설을 미리 읽지 않으셔도 <고양이 서점 북두당>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요.

왜냐하면 <고양이 서점 북두당>의 주인공 고양이 쿠로는 나쓰메 소세키가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의 9번째 환생이거든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 허세 가득한 인간 진노 쿠샤미 선생 댁에 살던 고양이가 아니니까 꼭 읽으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쿠로가 얼마나 나쓰메 소세키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에리카와 다른 고양이들에게 끝까지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그 이름을 소중히 여겼거든요.


<고양이 서점 북두당> 소설에서는 쿠로의 17년에 걸친 아홉 번째 묘생 이야기와 함께, 북두당의 주인 기타호시 에리카 그리고 초등학생 시절부터 쭉 함께 해온 마도카의 성장기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한 편의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 내었어요.

약간 츤데레 경향이 있는 쿠로가 보는 마도카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들 사이의 유대감도 참 따스했어요. 상처받았던 쿠로의 마음, 성장기에 겪어야 하는 현실과 꿈의 괴리, 그리고 에리카에게 걸린 저주 등이 어떻게 치유되고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사이 어느새 제 마음도 부드러워지고 치유받는 기분이었어요.

역시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을 수상할 만한 작품이라는걸, 책을 덮고서 한 번 더 느꼈어요. 여운과 따스함이 가슴 한복판에 남아서 잔잔하게 울렸거든요. 바쁜 일상 속에서 치유와 쉼이 필요하다면, <고양이 서점 북두당>을 만나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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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는 날 -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문화인류학자의 기록
애니타 해닉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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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히 찾아오는 명확한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그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하고, 최후까지 인간다운 모습으로 존엄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이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되도록 피하고 싶은 화두이기도 하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미국 문화인류학자 애니타 해닉은 <내가 죽는 날>에서 바로 이 주제를 세심하게 다루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이라는 걸 어떻게 맞으면 좋을지, 과연 나는 마지막을 어떤 모습으로 남기게 될지 참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반드시 끝을 맺는 우리의 삶이 보다 인간답기를 바라는 마음, 고통을 멈추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도서는, 한 번 읽고 그냥 덮는 책이 아니라 각자의 성찰을 이끌어내는 양서였답니다.

 

내가 죽는 날/ 애니타 해닉

이 책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자 하는- 하지만 자살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의료진의 이야기를 담아낸 기록이에요. 저자는 수년 동안 법적으로 조력 사망이 허용된 미국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환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내리는 결정이 그들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기록했어요.


그 과정에서 겪는 환자와 가족의 이별, 감정, 윤리적인 딜레마 그리고 의료인들이 말하는 내용까지 생생하게 담아내어 독자는 정말 그 현장에서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죠. 암이나 루게릭, 파킨슨 등으로 앞으로 치료가 불가능함에도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 가슴 아팠어요.


이런 고통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목소리를 들으며 조력 사망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남은 이들과 마지막 시간을 충분히 함께하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삶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두려 하는 모습이 용기 있어 보이기도 했죠. 저자가 섬세하게 묘사한 현장을 보면서 이는 환자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존엄사와 조력 사망: 미국의 사례와 한계점

책에서 다루는 '존엄사''조력 사망'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의 연명의료 중단과는 다른 의미예요. 존엄사는 미국에서도 특정 주에서만 법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로, 회복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함으로써 삶을 마감할 권리를 뜻해요. 그리고 이를 조력 사망으로 부르는데요, 환자가 스스로 결정하여 약물을 복용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는 달라요. 안락사는 타인이 직접,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생명을 끝내는 걸 의미하거든요.


미국은 1997년 오리건주에서 존엄사법을 제정해서 조건을 충족하는 환자에게만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했어요. 그 이후로 워싱턴주, 몬태나 주, 버몬트주,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에서 유사한 법을 시행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내가 죽는 날>에서도 말하듯, 한계와 논란이 존재해요.


존엄사와 관련한 의사는 분명하지만 허가를 받는 타이밍이 잘 맞지 않으면, 병이 악화되어 스스로 약물을 투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해요. 그리고 어떤 환자는 약물을 복용했음에도 잘 듣지 않아서 살아나버리기도 했는데요, 왜 내가 죽지 않았느냐며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무언가가 속에서 울컥하는 걸 느꼈어요.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생명 윤리, 종교적인 이유와 같은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계속되는 논쟁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어요. 내가 죽는 날은 복잡한 현실과 개인의 존엄하게 죽을 권리,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솔직히 서술하기에 독자로 하여금 다각도의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어요.

 

우리나라 존엄사 현황과 논의 동향

우리나라는 2018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어요.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여 무의미한 연명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를 중단할 수 있다는 법인데요, 단지 생명만 연장할 뿐 환자에게는 고통을 주는 의료 행위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에요.


하지만 이는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서 죽음을 택하는 조력 사망이나 의료진이 직접 생명을 끊는 안락사와는 달라요. 현재 우리나라는 조력 사망과 안락사가 금지되어 있어요. 하지만 웰다잉과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조력 사망 도입을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여론은 형성되고 있죠.

 

연명의료중단 신청 조건

연명의료중단을 하려면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해요.


1)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함께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한 '임종 과정'에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


2)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중단을 원할 것. 의식이 분명해서 직접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서면으로 작성해야 해요. 만일 그렇지 않을 때는 평소에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로 확인해야 해요. 만일 뜻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족 전원이 합의하면 연명의료중단이 가능하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몇 년 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접수 안내를 본 적이 있었어요. 이건 건강한 상태일 때 미리 작성하는 문서인데요,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히는 서류에요. 미래에 혹시라도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에 따라서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보건소, 병원 등)에서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작성, 등록하면 되고요, 언제든지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으니까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요.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기는 한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미리 신청해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답니다.

 

내가 죽는 날이 남긴 것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걸, 솔직히 거의 1년 정도는 잊고 있었어요. 몇 년 전 혈압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갔을 때는, 죽음이란 나에게 멀리 있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었으면서 어느 정도 건강한 상태가 되니 그새 잊어버렸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미리 준비를 잘 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내가 죽는 날>은 죽음이란 우리에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단어가 아니라는 걸 되새겨 주는 도서였어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보고 사랑하는 이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란 무엇인가도 떠올리게 해주었죠.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에 대한 고민 그리고 논의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맨 뒤편의 독서모임 가이드를 참고하여 토론 주제로 삼아도 좋을 거 같고요,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듯해요.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으며 고민해 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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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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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햇살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호수, 그리고 주변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사람들만 보면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계속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호수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기에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되겠죠. <여름 손님들>은 테스 게리첸의 신작으로, 이 호수에 처음 방문한 한 소녀가 실종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 그보다 먼저 과거의 무차별 살인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요.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지만 이 아래에 오래도록 묻혀왔던 과거의 비밀을 끌어올리는 과정 속에서 이 책의 첫인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찾는 추리 소설에 스릴감을 더한 소설이기에 읽는 재미가 제법 좋습니다.

 

 

평범한 독서 모임은 아니야

마티니 클럽의 은밀한 매력

 

<여름 손님들>은 마티니 클럽 시리즈 두 번째 책입니다. 마티니 클럽은 친한 친구들끼리 술 한 잔을 나누며 독서 토론을 하는 모임이기도 하지만, 사건이 터지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은퇴한 전직 CIA 요원들이기 때문인데요, 평화로운 시골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려 했음에도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더라고요.

 

 

전작에서는 직접적으로 나서서 노년의 몸으로 액션까지 선보였었다면, 이번에는 주로 탐색과 두뇌 플레이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시골의 여타 농부들과는 다른 뛰어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합니다.

 

 

매기, 데클란, , 잉그리드는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완전한 팀워크를 선보입니다. 탁월한 분석력의 메기와 이성적인 데클란,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촉이 좋은 벤, 통찰력이 뛰어난 잉그리드가 함께 하며 사건을 꼼꼼히 분석해나가는데, 그걸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즐거웠어요.

 

 

실종된 소녀의 무사를 기원하면서 사건을 추적하고 있기에 마티니 클럽은 특유의 예리함을 발휘하는데요, 종종 눈에 띄는 인간적인 면이 있어서 괜히 흐뭇하더라고요. 역시 마티니 클럽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 나와주어야 할 거 같아요.

 

 

고요한 호수, 그 심연에서 잠긴 진실

 

아름답고 고요한 호숫가의 별장 문뷰. 에단은 수잔과 결혼하여 코노버 가문의 별장으로 조이와 함께 머물기로 합니다. 에단은 조이가 의붓딸이지만 수잔을 사랑하는 만큼 아끼고 있습니다. 수영을 무척 좋아하는 십 대 소녀 조이는 마음껏 놀 수 있는 호수를 보고 행복해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흔적만을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잔잔했던 호수에 파문이 일듯, 퓨리티가 이 사건으로 인해 무척 시끄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손녀와 농장에서 함께 놀던 조이를 문뷰로 데려다주었던 루터가 갑자기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벤에서 조이의 혈흔이 발견되었다는 이유였는데요, 루터는 별장으로 소녀를 데려다준 후 바로 돌아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은 타인에게 말하기 힘든 개인적인 비밀 때문에 자신의 행적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던 건데요, 이로 인해 알리바이가 어긋나면서 의심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루터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고 있는 매기는 루터의 무죄를 확신하고 마티니 클럽 멤버들과 함께 그를 돕기 위한 작전을 펼칩니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퓨리티 마음에 오랫동안 잠들어있었던 충격적인 비밀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은 복잡한 문제와 얽혀있었던 건데, 이를 자연스레 끌어가는 작가의 힘이 참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루터의 결백을 입증하려는 마티니 클럽의 노력도 그렇지만, 조 티보듀 경찰서장 대행이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테스 게리첸의 <여름 손님들>은 책을 덮을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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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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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은 현대 문명이 가져온 편안함이라는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문명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 비해 무척이나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너무나도 익숙해진 탓에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마트에 가면 여러 단계를 거쳐 직접 조리해야 하는 식재료보다도 간단히 데우거나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넘쳐 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안락하고 편안한 삶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나 과도한 편안함은 이는 삶의 질을 올림과 동시에 오히려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해치는 위기를 초래하였기에 이제는 편안함의 역설 아니 습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편안함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그리고 불편함을 회피하고자 하는 본능을 이겨내고 적극적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수렵이나 채집 시대의 인류는 생존을 위해 매일 겪어야만 했던 여러 가지 불편과 고통 속에서 더욱 강한 존재로 성장해나갔습니다.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굶어야 했고, 딱딱한 잠자리에 몸을 누이면서 고통스러워하며 모든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신체적, 정신적인 불편함이 인간을 단련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력을 키우면서 정신적으로도 성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안락한 삶을 추구하며 아주 작은 고통도 마다하는 탓에 오히려 소소한 문제에도 쉽게 좌절하고 삶의 만족도를 느끼기 힘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향은 우울감이나 무기력감까지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편안함의 습격>에서는 의도적인 불편함을 경험하여 회복 탄력성을 높이라고 말합니다. 성취감을 통해서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평소에 당연히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온전히 느낌으로서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면서 지시하는 식으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알래스카 오지에서 정말 힘든 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경험하며 얻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오지 캠프 생활을 함께 느끼며 마치 한 편의 눈부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오지에서 겪는 일들에 도시에서의 삶 그리고 현대인에게 주어진 편안함에 대한 사례를 읽으며 그동안 저도 모르게 길들여진 안락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처음 음식을 만들 때만 해도 속칭 곤로라고 부르던 석유풍로 앞에서 쭈구려 앉아 요리했었는데, 지금은 인덕션이며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그동안 평소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선택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연결이 편리한 곳을 다녀올 때도 일부러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것을 선택하거나,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 대신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것들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자리에 누워서 뒹굴뒹굴하며 인생의 낭비라는 SNS를 탐닉하는 것보다 나은 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행동이 제 몸의 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영양 가치가 높은 음식을 마련하게 되는 거니까 편의를 소모하여 건강에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솔직히 <편안함의 습격>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의도적인 불편함이 제게 큰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저희 행동이 여기에서 말하는 불편함을 통한 성장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고 살짝 기뻤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소 깊이가 있기는 하지만 저자의 글 솜씨가 좋아서 술술 읽기 좋았습니다.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도서이기는 하나 스토리텔링이 무척 좋기 때문에 에세이를 읽듯이 함께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읽다 보면 그 속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요.



이를테면, 현대인이 비만을 걱정하게 된 주요 원인 중 두 가지는 편리한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라는 것 말이죠. 다이어트는 배고픔을 견디고 먹고 싶은 걸 절제하면서 힘든 운동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불편함' 덩어리입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본능을 제어하고 인내심을 기르면서 신체와 정신적인 한계를 느끼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에 다가가야 합니다. 다이어트를 마치고 요요를 겪는 건 불편함을 이겨낸 자신이 다시 편안함을 추구하는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안함의 습격>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하는 좋은 도서입니다. 본능적으로 찾아왔던 편안함이 정신과 신체를 나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물론 수렵채집 때와 같은 정도로 살아야 좋다는 결론을 낸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결핍과 불편은 진실한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길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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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1~8 세트 - 전8권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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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동양 철학 사상의 깊이를 간결한 선과 대사로 구성된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서에요. 동양 고전이라고 하면 한자가 많은 데다가 내용이 심오해서 복잡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시리즈는 각 권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구성함으로써 어떤 독자든지 쉽게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21세기에도 동양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동안 많은 책을 읽어왔던 저이지만 막상 고전이나 철학 분야의 도서를 접하려면 과연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 일 년에 한 두 권 정도 도전하려고 노력해왔죠. 아무래도 공자, 맹자, 논어 이런 분야는 한자어로 되어 있을거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시작하기 어렵잖아요.

 

그동안 고전 철학과 관련한 도서가 많이 출판되어 왔음에도 몇 살에 읽는~’ 이런 타이틀이 붙어있으니 오히려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들녘 출판사에서 나온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을 만난 덕에 쉽게 읽고 좋은 말씀들을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21세기에 왜 굳이 고전을 읽어야 할까,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몇 천년 전의 생활과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당연하죠. 하지만 반대로 그때의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이렇게 생각했었구나!’하는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될 수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구나!’하는 부분도 느끼게 되고요. 요즘 세상은 몇 개월 단위로 휙휙 빠르게 바뀌잖아요. 한 가지 플랫폼에 적응했나 싶은 순간 갑자기 새로운 게 나오거나 리뉴얼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죠. 각종 정보가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데, 진실과 거짓이 섞여있으니 뭘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결국 보이는 거만 보다 보니까 편협한 사고방식에 젖어들 수밖에 없어요. 괜히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그런데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서 계속 같은 물음을 던져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람들과 화합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태도와 삶이 달라지잖아요.

 

연출된 타인의 삶을 SNS를 통해 보면서 자신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고통에 빠뜨리는 거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삶이나 지나치게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신 내면에 기준을 두는 게 좋아요.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늘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한 번씩 휘청할 때마다 디지털 디톡스도 하며 다시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죠.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손에서 잠시 폰을 내려놓고 하루에 몇 페이지씩만 좋은 글을 만나는 것도 인생에 큰 힘이 될 거예요. 이번에 읽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각 권의 분량이 많지 않아서 편하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 만에 8권 한비자까지 금세 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가지 주제를 읽고 나면 생각할 게 참 많은 거예요. 어렵게 한자나 한자어로만 표기되어 있다면 이렇게까지 사유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만화라는 형식으로 전하는 동향 철학이기에 시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쉬웠어요. 부드러운 곡선의 그림체가 주는 느낌도 좋아서 차분하게 읽고 느낄 수 있었답니다.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총 8권으로 구성되었는데요, 논어, 맹자, 대학중용, 장자, 노자, 열자, 손자병법, 한비자의 순으로 각각의 소제목을 달고 있어요. 각 권은 200쪽이 안되기에 외출할 때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도 좋답니다. 종이 재질도 매끄럽고 좋으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음미하며 읽기 좋더라고요.

 

이 책은 중화권에서만 해도 4000만 부 이상 판매된데다가 전 세계 45개 국가에 번역되면서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고 해요. 만화로 동양 사상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그만큼 소장 가치가 있는 도서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동양 철학 하면 공자, 맹자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이나 '()' 이런 거를 특히 강조했다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공자는 인간과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중심을 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를테면 부모니까 효도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은혜에 보답하면 자신의 마음도 평안해진다는 식이죠.

 

현대 사회처럼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시대라면 공자 님의 가르침이 어떤 조언이 될지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만일 정명론(正名論)에 입각한다면 자신의 자리에 충실하여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거예요. 내가 맡은 역할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책임감을 갖는 게 우선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인()으로서 동료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상대방 입장에서도 생각을 하는 거죠.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에서 이런 응용 방법까지 알려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고전 동양 철학을 만나면서 나는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하다 보면 내면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저는 노자의 가르침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일상에 적용하려고 마음먹었어요.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않으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사실 그동안 일하면서 무언가때문에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화가 나서 아프기도 했거든요.

 

그러니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균형을 중시했던 노자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유연하게 대처하고 삶의 균형을 바로잡으려 해요.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을 읽으며 많은 교훈을 얻었는데요,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양 철학 책이 있다면 또 만나보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만화라는 매체가 철학을 이토록 쉽게 풀어나가고 전달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사람들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이런 스타일의 도서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공자, 맹자, 논어 이런 사상이 어려울 거 같아서 손대기 두려웠던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동양 철학의 매력을 담뿍 느끼고,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었거든요. 정말 좋은 책으로 두고두고 만나야 하는 시리즈니까 관심을 가져보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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