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 유연하고 충실하게, 이소은이 사는 법
이소은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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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소은에게는 상당히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디서 이름을 들었던 거 같기도 한데... SBS 인기 가요에서 데뷔곡인 작별부터 6위를 차지했었으니 분명 어디선가 노래를 들었던 적이 있었을 겁니다.



1998년이면 한참 영화음악이나 올드팝에만 몰두해 있었던 터라 몰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유튜브를 찾아서 작별, 서방님, 오래오래, 닮았잖아 등을 찾아 들었는데 기억이 없어서 곤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언제나 현재에 충실한 이소은의 책이니 저 같은 사람이 모른다고 해도 상처를 받지 않을 거라고 소심하게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데, 책을 읽어가다가 이소은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그냥 우연이라거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점점 깨달아갔습니다. 남들이 인정을 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자신 스스로의 목적을 향해 나가며 파워를 갖는 것이 그의 충실한 삶의 비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든 간에 삶의 주체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변호사로써 걷는 길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기울인 노력에 대한 자랑 비슷한 것을 늘어놓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치열한 삶 속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음악방송에서 랭킹을 차지할 정도로 잘 나갔던 가수였던 그녀가 고려대학교에 들어가고 미국의 명문대 로스쿨로 진학하게 된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을 그냥 이야기할 뿐이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언제나 성공만 했던 것은 아니고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몰입하는 바람에 힘들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충실하고도 유연하게 삶을 살아가며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의 성패와는 관계없이 그렇게 자신을 아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완벽주의자이기에 두려움도 많고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이소은이 살아가며 많은 일들을 겪고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를 성장시켰습니다.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고 자신을 다스리다가 결국 얻은 진리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어떤 이의 삶 속에서도 추구해야 할 그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자신을 사랑하며 나답게 살아보고자 합니다.



"소은아. 너 뒤처지지 않았어. 그리고 뒤처졌다 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그냥 해. Get it done."


-p.69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이런 말을 했다. "남에게 'yes'를 할 때, 자신에게 'no'를 하고 있지 않은지 주의하라." 상대에게는 많은 것을 허용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소홀하거나 인색하다면 마음의 균형을 잃게 된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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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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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 크리스 카터 - 잔인한 스토리텔링에 사로잡히다


크리스 카터라는 다소 생소한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제프리 디버와 견줄만하다거나 여기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는 한니발 렉터와 비견할만하다는 식의 미사여구들이 있길래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추천사라거나 홍보문구 비슷한 게 잔뜩 붙은 책 치고 그만한 모양새를 보여주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 <악의 심장>은 찐이었습니다.


<양들의 침묵>에서는 열의는 있지만 아직은 미숙한 FBI 새내기 스탈링과 대화만으로도 옆방 수감자를 죽게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놀라운 능력을 지닌 한니발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진심을 다해서 상대방을 파헤치고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데리고 올 수 있을만한 두 남자가 등장하여 팽팽한 맞대결을 보여줍니다. 스탠퍼드 출신이며 천재인 그들은 한자리에서 같은 곳을 보며 전진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한 사람은 경찰로 다른 한 사람은 연쇄 살인마로서 자리합니다.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로 인해 트렁크에 숨겨져 있던 아이스박스. 그 안에 들어있던 두 여성의 잘린 머리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이들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결같은 자세로 묵비권만을 행사하던 용의자는 마침내 LA 경찰인 로버트 헌터에게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하와이로 휴가를 가려다 말고 호출당합니다.



그리고 로버트 헌터는 자신의 대학 때 친구이자 약간 보호자 같았던 루시엔 폴터를 취조실에서 만나게 됩니다. 루시엔은 자신이 저지른 짓이 아니며 내용물을 모른 채 배달을 하던 중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를 믿고 싶었던 헌터는 그가 알려준 집으로 향했으나 그곳에서 본 것은 끔찍한 살인의 트로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자신들과 함께 친밀감을 유지했던 동창 수잔의 문신 피부 액자가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비로소 헌터는 루시엔에게 농락당했음을 알고 다시 그를 만납니다. 일반적인 시리얼킬러가 비슷한 내용의 전리품을 보관하는 것과는 달리 시기에 따라 그랬던 건지 아니면 취향에 맞춘 것인지 몰라도 다양한 시신의 조각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파악된 것만으로 33명의 희생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로버트 헌터와 FBI는 각 조각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루시엔이 제안하는 두뇌게임에 참여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주도권을 손에 쥔 루시엔은 그들을 정서적으로 흔들어 놓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꿈쩍하지 않는 헌터까지도 과거를 소환하여 동요를 일으키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루시엔은 학창 시절에 배웠던 살인마들의 심리가 진짜인지 궁금했다면서 자신이 직접 적용해 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그는 더욱 깊은 심연 속으로 헌터와 FBI를 끌고 들어갑니다. 알면 알수록 더욱 힘겨워지는 그 게임에 동참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가 밝혀져 있는 채로 시작됩니다. 그렇지만 범죄자 서사를 늘어놓는 피카레스크 구성과는 달랐습니다. 루시엔과 헌터의 대화와 상황 속에서 과거는 소환되고 때로는 격자 구성을 취하면서 생생함을 더해갑니다.



챕터는 무려 100여 개가 넘어갑니다. 짧은 호흡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얕은 숨을 밭으며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프로파일러가 범인을 특정하거나 아니면 심층 심리분석을 하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이 소설은 그야말로 범죄심리학자 경력이 있는 형사와 사이코패스 범죄심리학자 둘의 싸움이 됩니다.



야외로 나가서 격하게 다투는 게 아니라 취조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대결이지만 무척 생생하고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작가의 스토리텔링 실력도 상당하여 끔찍한 살인의 흔적이나 묘사가 등장함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보게 됩니다.



스릴러를 상당히 좋아하며 매일 이런 것만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저에게도 상당히 수위가 높았습니다. 표현력이 풍부하여 현장감 있게 다가왔기에 더욱 소름 끼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심리 묘사와 상황 묘사가 상당히 뛰어난 소설입니다.


작가 크리스 카터는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시간 주립대에서 심리학과 범죄행동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형사심리팀에서 근무하며 종신형을 받은 중범죄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마치 송하영처럼 다수의 심리를 연구하고 분석하였습니다.



이런 경력이 지금의 소설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범죄자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게 된 게 아닐까 합니다. 주인공인 로버트 헌터는 매력적이면서도 지나치지 않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범죄심리학자 출신의 LAPD 형사라니 제법 멋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이 로버트 헌터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줄 알았는데 다른 분의 글을 보니 실은 여섯 번째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될 예정인 걸까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처럼 순서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쭉 나와주길 바랍니다.


이 책은 그만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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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심리학
박소진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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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가 확 끌리게 생긴 이 책은 <영화관에 간 심리학>입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도서인데요, 예술 영화는 물론 상업 영화까지 두루 다루면서 그 안에 숨어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하나의 영화를 주제로 하여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데, 주제와 관련된 다른 영화까지 끌어와 풀어내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즐겁게 보았던 것뿐만 아니라 좋은 원작을 가지고 왜 이렇게 만들었나 투덜거렸던 영화까지 다루고 있어서 심리학자는 이런 눈으로 보는구나 하며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맨 처음에 소개되고 있는 <7년의 밤>에 대해서는 제가 섭섭한 기분이 들었었는데요, 그 속에서 장동건이 분한 오영제와 류승룡이 분한 최현수의 심리를 파헤치며 풀어나가니 괜히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짤막한 스토리 라인으로 기억을 소환하면서 그들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엇나간 감정의 이유도 촘촘히 알려주었거든요.



이상 심리에 대해 잘 다루었던 <나를 찾아줘>는 이 책에서 심층심리까지 알게 되면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소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라서 느낌이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는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심리에 대한 분석까지 따르니 더 그러하더군요.



설정도 마음에 안 들고 너무 인기 있다는 점도 별로라서 보지 않았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마저도 흥미롭게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역동적인 인물들의 심리를 읽어나가며 이들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으로 읽어보려고, 아니면 영화로 보려고 했으나 용기가 없어서 내내 미루어왔던 <케빈에 대하여>는 사이코패스와 양육자의 태도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으므로 여러 번 들은 바가 있습니다. 이 책 <영화관에 간 심리학>에서도 심도 있게 다루는데 저는 여전히 두렵습니다.



영상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영화라는 매체가 이만큼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원래 스릴러를 볼 때에는 '자신만은 안전한 자리에 있다'라고 여기기 때문에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상황들에 대해 또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책은 26편의 사랑과 가족, 폭력, 코미디 등 다양한 파트의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심리를 풀어 냅니다.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지 않다가 아닌 심리학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그 시간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파고들어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생각을 이해하며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킬링 디어>에서 저주의 주문을 건 소년이 진짜 초능력이 있던 건지 아니면 신과 가까운 존재였던 건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여겼습니다. 저자는 그들보다 주인공들의 심리와 우연의 산물로 얻어진 결론에 대한 행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가멤논이 여신의 사슴을 죽인 대가로 자신의 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듯이, 스티븐도 자신의 자식 둘 중 하나를 죽여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아가멤논이 여신의 사슴을 죽인 것과 그 대가로 딸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스티븐이 실수로 환자를 죽게 한 대가로 자식 중 하나를 죽여야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할 수 있는가? 너무 부조리한 것 아닌가?



복수는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했고, 영화는 가족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즉 아비가 자신의 손으로 자식을 죽여야만 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스토리였다.


--- p.81




이런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니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 원래도 마음을 활짝 열고 별점을 후하게 치면서 보는 편이지만 - 앞으로는 더욱 마음을 열고 접근해야겠다고 반성했습니다.


감독이 이상하게 만든 게 아니라 나의 시야가 좁음을 깨닫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자는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영화라는 소재를 선택하고 심층심리를 분석하였던 건데 저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니.


이 책.

참 희한합니다.


<영화관에 간 심리학>은 심리학을 좋아하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분 혹은 그 둘을 모두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람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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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 하편 - 교과서보다 쉽고 흥미진진한 물리학 교실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천아이펑 지음, 정주은 옮김, 송미란 감수 / 미디어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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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그림과 예를 들어가면서 생활 속에서 만나는 물리학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상편을 이달 초 리뷰하였습니다. '운동', '힘과 뉴턴의 운동법칙', '일, 에너지와 운동량','열현상'을 다루고 있는 책인데 무척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하편을 만났습니다. 처음에 상하권으로 되어 있다고 하길래 상편이 이만큼 즐거웠으니 하편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닿아서 읽게 되니 무척 기뻤습니다.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뿍 담겨있으면서 즐거운 어조로 스토리텔링 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렵고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과학 책도 좋아합니다만 이렇게 누구나 접근하기 쉽도록 풀어놓은 책은 더 좋아합니다. 이과생들만 만나는 어려운 과목이라는 생각을 단박에 깨뜨려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과이지만 물리는 고2 때 놓아버렸으므로 계산하고 법칙을 외우는 건 여전히 불편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고등학생 때 공식과 법칙부터 접근해 나갔던 게 패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흘러가니 내가 접하는 세상 모든 것에는 물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마치 화학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테와 비슷한 정도의 기쁨을 얻었습니다.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하편에서는 '전기와 자기', '소리와 빛', '근대 물리' 이렇게 세 개의 챕터가 진행됩니다. 앞서 상편에서 다루었던 것과는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물질 운동의 기본적인 규칙과 구조를 이해하고 가까이 가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니 가볍게 읽고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에 전기가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질문을 통해서 전기가 하는 역할과 관련된 분야, 자기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알아보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소리의 높낮이는 어째서 존재하는지, 백색광의 스펙트럼은 왜 가시광선과 다른지, 전용 안경을 착용하고 보는 3D영화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색과 들리지 않는 소리는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은 덕분에 집에서 매일 사용하고 있는 인덕션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입력된 전류가 정류기를 거쳐 직류로 전환된 뒤, 다시 고주파 전력 전환 장치를 거치며 직류가 2만~3만 Hz의 고주파 교류로 전환된다. 고주파 교류를 나선형 유도 가열 코일에 가하면 고주파 교류 자기장이 발생해 자기장의 자기력 선이 인덕션 상판을 통과해 금속용기에 작용한다. 금속용기는 전자기 효과로 인해 강력한 와전류를 일으키는데 와전류가 용기 저항 유동을 극복할 때 전기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돼 음식을 조리하는 열원이 된다.

-p.86


이처럼 잘 마련되어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자연 속 그리고 일상 속의 물리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념을 이해하며 물리학의 기초는 이런 것이구나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각 단원 끝부분에 있는 '상상력을 펼쳐 봐'와 '공부의 신 필기 엿보기'를 통해 앞서 들려주었던 스토리가 어떻게 학문과 연관 지어지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신기했습니다.


반복학습이면서 심화 학습인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 매력을 깨닫고 교과서에 미처 알려주지 못했던 부분에도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을 한다면 과학에 관심이 있는 성인이나 이과를 희망하는 중학생 이상 고등학생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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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 - 35가지 유전자 이야기
설재웅 지음 / 고려의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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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유전자란 무엇인지 먼저 알고 들어가야 합니다.

TV나 유튜브 그리고 교과서에서도 많이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유전의 단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DNA 염기 배열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 약어로 AGCT라고 부릅니다. 이 네가지가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각기 다른 특성을 갖게 됩니다. 학창 시절부터 어떻게 겨우 네 가지 염기로 모든 조합이 가능한지. 그리고 수많은 결과물을 낳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딱 여기까지만 알면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를

읽을 수 있습니다.



들어도 잘 모르고 금세 잊어버리는 세계가 바로 그 이중나선이 아닌가 합니다. 알고 보면 유전자의 모든 부분이 정보를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중간중간 무의미한 나열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을 엑손이라고 하고 아닌 것을 인트론이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사람의 경우에는 DNA의 98%가 인트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복잡한 진핵생물 -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이 이에 속합니다.-일수록 인트론의 숫자가 많다고 하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사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이 정도 정보만 알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알면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유전공학이라거나 우생학, 텔로미어 등등을 알기 위해서 생명공학에 대한 책을 종종 읽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읽고서는 금방 잊어버리긴 하지만요.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


이번에 만난 도서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는 이런 면에서 저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재미있게 본 영화 그리고 뉴스에 서른다섯 가지 유전자 이야기를 대입하여 풀어내었습니다. 솔직한 이야기로 표지나 내부 구성, 여백과 편집 등은 조금 교과서 느낌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제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영화 스토리로 시작하여 관련된 정보를 하나씩 풀어나갑니다. 만일 대학에서 교수님이 늘 그렇게 강의를 한다면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2019년 저자가 '미디어를 통한 유전과 생명과학'이라는 강좌에서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 책은 당시 강의 내용을 일부 정리한 후 보강한 것이라고 하니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듣는 것 같았던 건 기분 탓이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좋아하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어보았는데요, 영화 속의 인물들이나 배우 혹은 관련 사건 그리고 테마와 관련하여 스토리텔링을 합니다. 유전학에 대해서 깊이 공부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대학 때 전공과 관련된 몇 가지 부분이 있어서 즐겁게 읽어나갔습니다. - 그런 말을 하기에는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되었군요.​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에서는 챕터를 나누어 카테고리별로 관련된 영화와 강의를 진행합니다.


Chapter


1. 인간 유전체와 질병의 범위


2. 유전자와 돌연변이


3. 단일 유전자 질병과 인구 집단 유전학


4. 다인자 질환의 유전과 유전자 찾기


5. 감수분열과 염색체


6. 정밀 의료와 공중보건 유전체


​유전자 관련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영화 <아일랜드>, <가타카>는 물론 <베놈>과 <ET>등을 다루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서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살인의 추억>, <나는 전설이다>, <인크레더블 2>, <마이 시스터즈 키퍼>등이 수록되었으므로 한층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층 심화된 부분까지 수록되어 있으며 나아가서 정밀 의료를 통한 미래를 그려볼 계기도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논문, 그래프, 도표 등을 잘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쓰였습니다. 전공자나 그에 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현재 을지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이자 학과장입니다. 보건학 분야로 유명한 존스 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몇 년 간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경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교수로서의 면모와 더불어서 현장감까지 느껴집니다. 그 외 약력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는 의미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 깨달아가시기 바랍니다. 결국 오래 살기 위해서는 부모님께 효를 다하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생명과학에 관심 있는 성인, 중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에게 권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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