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가우르 고팔 다스 지음, 이나무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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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의 스승도 아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좋은 말씀은 시대와 종교를 넘어서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철학과 확고한 가치를 가지고 꿋꿋이 인생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기에 누군가의 조언을 듣기도 하고 가르침을 얻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멘토이자 스승이라고 불리는 가우르 고팔 다스는 힌두 종교 단체인 크리슈나 국제 영성 협회의 수도승입니다. 종교의 벽을 넘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1년에 150번 200번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세계인들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모두와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온라인으로도 활동하며 깊은 의미를 전달합니다. 페이스북 팔로워 726만, 인스타 561만 그리고 유튜브 45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페이지를 구독하며 말씀을 듣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행복한 삶을 위한 경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의미를 둡니다.



저는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행동하는 게 참된 인생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스토리로 엮어가며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합니다.



몸바이의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에르 부부와 함께 식사하며 호화로운 음식을 대접받고 행복해하는 둘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머지않아 남편으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자신의 차로 스승을 배웅하던 중 차가 밀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과 좌절, 아내와의 관계를 털어놓습니다.



가우르 고팔 다스는 함부로 그의 인생에서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습니다. 대신 겪었던 이야기와 우화 등을 통해서 깨달음을 전합니다. 그에게 말을 하면서도 동시에 독자인 저에게 다른 일화를 전하며 점점 더 깊은 생각에 잠기도록 합니다. 단순히 행복은 우리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가 인간이라면 상처를 입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말한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문제 때문에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일단 생명이 끝나면 화장장의 불조차 느낄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슬프고, 우울하고, 외롭고, 누군가의 모욕에 상처받는 것이 정상이다. 그것은 완전히 정상이다.


그리고 고통이 끝난 후에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늘 말한다. 치유는 고통을 겪을 때 시작된다. 진정한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치유 과정의 일부이다. 고통을 통과하도록 스스로를 허용하고, 그것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 또한 치유의 일부이다."

-p.46


종종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 아니 상당수는 행복하고 자신만 불행 혹은 불편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나는 당장 난방비 폭탄을 맞고 갑자기 수입이 줄어 곤경에 처했는데, 뉴스에서는 해외여행 증가 같은 보도를 합니다. 그럴 땐 - 분명 나처럼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 나만 쪼그라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단순히 금전적인 내용으로 예시를 들었지만 성장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점점 작아지는 나를 느낍니다. 그건 중심을 내 안에 두지 않고 밖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멘탈이 괜찮을 때에는 그런 마인드로 살아가곤 했었는데, 어느새 잊어버리고 시름에 잠겨버렸습니다. 아마도 아프고 난 후 부쩍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가우르 고팔 다스는 연필의 이야기를 들어 다시 한번 저를 바로 서게 했습니다.



물론 내면만 찾는 게 아니라 겉면도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데, 이는 연필 제작자가 연필에게 준 지침으로서 설명합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건 네 안에 있다.

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너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

연필을 깎지 않으면 네 안에 있는 것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물론 연필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비유를 통해 내가 무엇을 성장시켜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우르 고팔 다스는 책에서 몇 가지만 짚는 게 아닙니다. 인생 전체를 아우르며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곳에 자신을 두어야 하는지 편안한 어조로 진지하게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는데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실은, 세 번 정도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성장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새기고 또 새기다 보면 점점 나를 찾고 앞으로의 인생길을 걷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은 누구에게나 읽히고 싶지만, 나 자신의 서가에서도 놓고 싶지 않기에 누구에게도 빌려줄 수 없는 책입니다. 생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거나 때때로 우울, 권태에 사로잡힌다면 이 도서를 만나보길 권합니다.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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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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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고전 문학에도 나타날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1950년 앨런 튜링의 제안, 튜링 테스트만 보더라도 인류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어린 시절 전격 Z 작전이라거나 스타워즈를 보면서 이들이 인공 지능과 관계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에는 얼마나 바짝 가깝게 다가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AI의 발전으로 다양한 파트에서 세상이 변화해가는 건 무척 편리하고 반갑다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느낍니다. 과연 이런 시도와 연구가 우리를 유토피아로 끌고 갈지 그렇지 않으면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낼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거처럼 나는 여전히 살아갈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실은 여전히 무섭습니다.



노인층이 키오스크를 잘 다루지 못하거나 식당에서 태블릿 주문판을 이용하지 못하는 걸 종종 봅니다. 현재의 나에게는 무관한 일일지는 몰라도 앞으로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도 그럴지 어떨지는 잘 모릅니다. 새롭게 나타나는 '편리한 기기'를 이용하지 못해 '불편함'을 겪는 세대로 가는 길목에 서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낍니다.



다수의 SF 소설에서는 AI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모험 등을 그려왔습니다. 미래란 불확실하기 때문에 희망적이기도 하고 절망적이기도 한 것인데, 저는 그중에서 절망만을 추려 안았던 거 같습니다.



과학 이론을 탑재하고 있다면 이성적인 사고를 더하여 막연한 불안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과학 서적도 열심히 읽어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책 속에서 불쑥불쑥 나타날 때마다 이번에는 그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 자신의 더딤에 슬퍼졌습니다. 책을 어렵게 써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문해력, 이해력이 떨어진 건지 알 수 없어 속상했습니다.



AI 2041은 두 사람이 공저 한 도서입니다. 이를 소설 카테고리로 분류할지 과학 도서로 분류할지는 읽은 사람에게 달린 거 같습니다. 10개의 단편 SF 소설은 데뷔작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천치우판이 담당하였습니다. 과학 설명 파트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에서 인공지능 연구 및 제품 개발에 참여한 리카이푸가 맡았습니다. 이 책은 소설로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과학 설명이 이어지는 형식으로 짜였습니다.



AI라는 문자와 비슷한 41은 20년도 채 남지 않은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실제처럼 느껴졌습니다. 교육이나 보험, 의료, 금융과 고용 등 다양한 파트에 대해 다룹니다. 인공지능을 도입함으로써 얻어지는 수많은 이점이 있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하는 점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이 디스토피아를 다룬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AI와 함께 하는 삶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쓰였습니다.



10개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인도, 중국, 한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졌습니다. 때로는 다문화를 염두에 두기도 하였습니다. 인공 지능의 발전이 삶 속에 파고들었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존엄성이나 차별, 빈곤 문제가 극심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도 느꼈습니다. 인간과 공존하면서 삶을 풍요롭고 평화롭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소설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사이 상상력을 자극한 반면 과학 기술 측면에서의 설명을 통해서는 직접 실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적 개발도 중요하지만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쓰여야 하지 누군가의 이윤만을 위해서 적용되거나 강제로 차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정교한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 실생활에 이용 가능한 증강 현실 등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 이론 파트에서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흐름으로 구성하였기에 편안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흐름이 좋습니다. 만일 이 부분이 어렵다면 소설만 읽어도 좋을 정도로 양쪽 모두 잘 구성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과학 이론과 소설의 융합 도서, 어른을 위한 미래 예측 도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전격 Z작전의 키트를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성, 해킹 보안,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을 고민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이런 문제를 잘 보완해 나갈 거라 믿습니다. 좋은 책 AI 2041 덕분에 노년의 내가 살아갈 세상을 보고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곧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는 나이 먹은 저보다는 앞으로 그 시간을 이끌어 갈 젊은 청년 층이 읽는다면 또 다른 감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과 지망의 고등학생 이상의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습니다. AI 2041은 과학과 소설의 훌륭한 융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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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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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국민 엄마'.


늘 같은 패턴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엄마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만 같습니다.


실은, 김혜자의 드라마는 그리 많이 보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전원일기에 관심이 없었고 커서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쩌다 마주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혼까지 삼켜버릴 듯한 연기 때문에 저는 깊은 감정의 우물 안으로 빠져들어버렸드랬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는 맹목적인 사랑을 쏟아내는 엄마를 보았고,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표현하지 않았던 사랑과 큰 대문 안에서 밥 굶지 않으면 되는 줄만 알았던 후회 가득한 엄마를 만났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제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푹 빠져들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힘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마지막을 장식한 김혜자 아니, 옥동의 모습 때문에 아예 이 드라마에 대한 감정을 글로 옮기는 일을 포기하였습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안에서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김혜자는 연기를 하기보다는 오롯이 그 인물 자체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상 속의 인물을 보면서도 실제감을 느끼는 겁니다. 감독의 지시가 있을 때만 그 사람으로 빙의하는 게 아니라 작품이 끝날 때까지 내내 그 감정을 유지합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김혜자 에세이 <생에 감사해>를 읽으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였습니다.


김혜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읽어왔던 수많은 도서를 이야기합니다. 독서하며 꿈을 키웠던 작은 소녀를 떠올리니 빨간 머리 앤이 떠올랐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했던 소녀는 어른이 되어 연극 무대에 서고 TV에서 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기에 온 영혼을 불사르고, 끝난 후에는 그야말로 번 아웃되어버리는 상태가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배우는 그걸 기운을 모으는 시간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런 시간이 있어야 다음번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다면서.




"연기는 나입니다. 숨 쉬는 것처럼."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생을 걸어왔을 것만 같았지만 꽤 많은 우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냥하고 매너 있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이에도 그 감정은 계속 김혜자를 짓눌렀습니다. 남편도 싫고 아이도 싫은 텅 비어버린 상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소개로 정신과 상담을 받은 그날, 자신에게 집중하기보다는 시간 체크에 관심을 두는 의사를 보고 결심했습니다.




"그냥 살아. 네 힘으로 살아.

네 힘을 다해, 죽지 마."



그 후 살아갈 힘을 얻고 씩씩하게 삶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선배가 제안한 연극이 계기가 되어 다시 좋아하는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여러 가지 작품을 통해 국민 엄마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하나 더 꼽으라면 "그래~ 이 맛이야~"를 빼놓을 수 없겠죠. 하지만 계속 비슷한 연기만 하는 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역할에 몰두하되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영화 <마더>를 찍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처음부터 김혜자를 원했고, 배우는 아들로 원빈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들의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들어졌습니다. <생에 감사해>에는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다룹니다. 만일 작품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비하인드와 함께 그 영상물이 주는 의미를 새로이 해석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 이야기가 나올 때면 장면이 생생하게 살아나서 너무나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가슴을 에는 듯한 아픔을 느꼈기에 한동안 우울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었습니다. 저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그 연기는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동석이와의 관계에서 진짜로 힘들어했고, 업혀서 한라산을 오를 때엔 정말로 미안해했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주제는

'우리는 이 땅에 괴롭기 위해,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본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기원합니다."



김혜자는 이 책을 통하여 <디어 마이 프렌즈>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사랑스러운 드라마인 거 같아 꼭 보고 싶어졌지만 아플 거 같아서 볼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그 대신 JTBC 시트콤 드라마 <청담동 살아요>에는 도전해 볼까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코믹한 바탕에 잔잔한 아픔이 있을까 봐 겁이 납니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김혜자의 에세이 <생에 감사해>를 읽으며 관통하는 느낌을 단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김혜자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PD와 작가, 시청자에게 감사하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자신을 걱정해 주던 남편에게 감사하며, 연기 때문에 꼼꼼히 챙겨주지 못했던 자식에게 미안함과 감사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하기에 작은 것 하나하나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감히 제가 바라는 게 있다면 스스로에게도 감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너무 작게 보는 거 같아 독자인 제가 다 송구스러웠습니다.


대배우 김혜자 님은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존재입니다. 책을 읽고 그 매력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버렸습니다.



​<생에 감사해>는 중년층 이상부터 노년까지 영화,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습니다. 삶의 태도에 관해서는 20대에게도 전하고 싶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이런저런 고민과 고통으로 삶을 헤쳐나갔던 사람들에게는 더 크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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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달 별 사랑 고블 씬 북 시리즈
홍지운 지음 / 고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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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는 커피숍에서 진하고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기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우주 달 별 사랑>이라는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거친 세상 속에서 피어나는 아련한 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의 감정은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귀여우면서도 웅장한 사랑의 대서사시를 본 것 같은 기분에 젖어 한동안 그 안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소년과 소녀가 보여주는 사랑은 연애 감정 같은 게 아니라 모든 세상을 아우르는 심장과 같은 거였습니다. 너와 내가 서 있는 이 우주와 지구, 달, 별 모든 걸 감싸 안는 감정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달 등대라는 작은 세상 속에서 오가는 우주선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지키던 소년 핀이 있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오히려 나쁜 사람이 더 많다고 했어.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해서 반드시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라고 했고"

-p.38


자신을 지켜주던 할머니를 잃은 소녀 메이는 자신을 도와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할머니가 착한 사람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했어. 그리고 핀은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렇다면 핀은 착한 사람인 거지?"

-p.37



그렇게 만난 그들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신비한 소녀 메이는 달나라에서 살고 있던 선주민, 월인이었습니다. 달을 개발하고 개척하는 일을 맡은 회사에서는 무차별적인 개발을 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월인과 광부들의 희생이 따랐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표현을 하는 건 마땅치 않았습니다.



메이는 동족을 잃고 마침내 할머니까지 잃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마지막 힘을 써서 메이를 날려보냈는데, 그 힘에는 아마도 메이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생존하고 존재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할머니의 소원이 그림자에 실려있던 모양인지 달 등대지기를 하는 소년 핀이 메이를 발견하여 구출합니다. 언뜻 보아도 지구인과는 다르게 생긴 외모 때문에 조용히 숨기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직감합니다. 자그마한 소녀의 사연을 듣고는 돕기로 결정합니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물방울 안에 들어있던 소녀가 신기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길을 잃지 않게 돕는 게 자신의 사명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을 설명합니다. 소년 핀은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또렷한 힘이 있었습니다.



메이는 월인 특유의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몰랐습니다. 게다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내 감추고 있었기에 - 우리 표현으로 하자면 초능력 같은 걸 원활하게 쓰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켜야 하는 것, 지키고 싶은 것들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되찾아 갑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었던 그들 앞에 요안이라는 야망가가 나타납니다.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나는 좋은 사람이야.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들을 좋아해. 너도 그렇게 될 거야."

-p.113


하지만 그의 '좋은 사람'은 다른 사람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를 말합니다. 애초에 메이의 시련은 '좋은 사람'이라고 칭하는 바로 그, 요안 때문에 시작되었던 겁니다.


핀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었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치고 그런 사람 없다고.


아마도 이 자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이 소설은 외로움 속에 있던 이들이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저는 종종 공허한 바다에 떠있다는 감정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읽고 나면, 잠시나마 그 바다에서 나를 떠받히고 있는 무언가가, 누군가가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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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 수첩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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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저는 음모라거나 비밀리에 활동하는 지하조직에 대한 흥미를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실제 했다는 걸 잘 모르는 채 간간이 주워듣던? 혹은 주워 읽던 내용만으로 상상하곤 했죠. 외국 영화이나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가슴설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나이를 먹었기에 이런 쪽으로는 흥미가 없는 줄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는 사이에 갑자기 과거의 제가 소환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여전히 비밀스러운 조직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 펼쳐져 있는 페이지에 사로잡혀 버렸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좀비를 좋아하니 꼭 한 번 만나봐야겠다고 하지 않는 거처럼, 비밀 결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가진 신비함 혹은 괴이함 등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일만큼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막연하게 재미있다고 여겼던 단체가 실제로는 상상 이상의 기묘함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비밀결사 수첩>은 주로 서양 유럽권의 조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꼬리를 물면서 현대로 이동합니다. 각종 매체에 등장하기 때문에 이름만 알고 있었던 그노시그파라거나 장미 십자단, 프리메이슨, KKK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놀라운 사실들을 만났습니다.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딸에게 전해줄 때는 신났었는데, 그 내용이 방대해서 막상 여기서 풀어보려니까 이야기보따리가 잘 안 풀어지네요.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길래 저러나 싶다면 직접 책을 만나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의심스러운 조직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흥미본위로 읽어도 좋지만 여기서 다루는 조직에 대한 스토리를 대략적으로만 파악하고 있어도 미드나 영드, 스릴러 소설은 물론 이런 결사가 등장하는 다양한 매체에 대한 이해도도 올라가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잡학으로서 알고 있어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기괴하거나 잔혹한 이야기에 약하다면 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무언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오컬티즘이라거나 흑미사, 악마주의와 같은 이야기들이 넘쳐흐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기괴하거나 나쁜 조직은 아니지만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이 지금의 기준과는 달라 버겁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을 죽여 제물로 바치는 장면은 종종 등장하곤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런 정도의 잔인한 일은 벌어지지 않으며 상상 속에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러나그건 그러길 바라는 제 자신의 작은 소망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밀 결사는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제물로 삼기도 하며 때로는 육욕의 향연을 벌이기도 합니다. 요즘 자꾸만 소환되는 라스푸틴도 그런 맥락에서 이 책에 들어있습니다. 최근의 소환은 어쩌면 러시아의 누군가와 이름이 비슷해서 그러는 거 같기도 한데, 아무튼 보니 엠의 '라 라 라스푸틴'을 들으면서 읽어도 좋습니다.



혹자는 '비밀 결사'니까 음지에서만 은밀히 움직이는 조직이겠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실은 조지 워싱턴 이래 미국 역대 대통령 거의 모두가 프리메이슨 고위직 회원(p.133)이라는 사실만 봐도 음지에서만 활동하는 건 아니라는 걸 쉽게 깨닫습니다.



다만, 이 책의 원문 라이선스가 1984년인데다가 1965년에 연재했던 글을 66년에 책으로 묶어 나갔다는 이력을 참고해야 합니다. 즉, 60년대 이후의 미국 대통령은 프리메이슨 회원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혹시 <비밀 결사 수첩>을 만나기 전의 저처럼 오해하는 분이 있을까 저어 되어 덧붙인다면,



프리메이슨은 KKK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비밀 결사 조직에 대해 다루면서 역사 속에서 그들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두루 다룹니다. 그러므로 책과 함께 서양사까지 짚어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결론을 내자면 이 책은 재미있고,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수첩 시리즈 3부작의 첫 번째 권이니 다음 시리즈들도 기대중입니다.



그는 이단과 탐미의 아이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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