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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월
평점 :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고전 문학에도 나타날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1950년 앨런 튜링의 제안, 튜링 테스트만 보더라도 인류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어린 시절 전격 Z 작전이라거나 스타워즈를 보면서 이들이 인공 지능과 관계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에는 얼마나 바짝 가깝게 다가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AI의 발전으로 다양한 파트에서 세상이 변화해가는 건 무척 편리하고 반갑다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느낍니다. 과연 이런 시도와 연구가 우리를 유토피아로 끌고 갈지 그렇지 않으면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낼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거처럼 나는 여전히 살아갈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실은 여전히 무섭습니다.
노인층이 키오스크를 잘 다루지 못하거나 식당에서 태블릿 주문판을 이용하지 못하는 걸 종종 봅니다. 현재의 나에게는 무관한 일일지는 몰라도 앞으로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도 그럴지 어떨지는 잘 모릅니다. 새롭게 나타나는 '편리한 기기'를 이용하지 못해 '불편함'을 겪는 세대로 가는 길목에 서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낍니다.
다수의 SF 소설에서는 AI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모험 등을 그려왔습니다. 미래란 불확실하기 때문에 희망적이기도 하고 절망적이기도 한 것인데, 저는 그중에서 절망만을 추려 안았던 거 같습니다.
과학 이론을 탑재하고 있다면 이성적인 사고를 더하여 막연한 불안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과학 서적도 열심히 읽어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책 속에서 불쑥불쑥 나타날 때마다 이번에는 그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 자신의 더딤에 슬퍼졌습니다. 책을 어렵게 써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문해력, 이해력이 떨어진 건지 알 수 없어 속상했습니다.
AI 2041은 두 사람이 공저 한 도서입니다. 이를 소설 카테고리로 분류할지 과학 도서로 분류할지는 읽은 사람에게 달린 거 같습니다. 10개의 단편 SF 소설은 데뷔작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천치우판이 담당하였습니다. 과학 설명 파트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에서 인공지능 연구 및 제품 개발에 참여한 리카이푸가 맡았습니다. 이 책은 소설로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과학 설명이 이어지는 형식으로 짜였습니다.
AI라는 문자와 비슷한 41은 20년도 채 남지 않은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실제처럼 느껴졌습니다. 교육이나 보험, 의료, 금융과 고용 등 다양한 파트에 대해 다룹니다. 인공지능을 도입함으로써 얻어지는 수많은 이점이 있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하는 점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이 디스토피아를 다룬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AI와 함께 하는 삶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쓰였습니다.
10개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인도, 중국, 한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졌습니다. 때로는 다문화를 염두에 두기도 하였습니다. 인공 지능의 발전이 삶 속에 파고들었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존엄성이나 차별, 빈곤 문제가 극심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도 느꼈습니다. 인간과 공존하면서 삶을 풍요롭고 평화롭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소설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사이 상상력을 자극한 반면 과학 기술 측면에서의 설명을 통해서는 직접 실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적 개발도 중요하지만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쓰여야 하지 누군가의 이윤만을 위해서 적용되거나 강제로 차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정교한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 실생활에 이용 가능한 증강 현실 등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 이론 파트에서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흐름으로 구성하였기에 편안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흐름이 좋습니다. 만일 이 부분이 어렵다면 소설만 읽어도 좋을 정도로 양쪽 모두 잘 구성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과학 이론과 소설의 융합 도서, 어른을 위한 미래 예측 도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전격 Z작전의 키트를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성, 해킹 보안,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을 고민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이런 문제를 잘 보완해 나갈 거라 믿습니다. 좋은 책 AI 2041 덕분에 노년의 내가 살아갈 세상을 보고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곧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는 나이 먹은 저보다는 앞으로 그 시간을 이끌어 갈 젊은 청년 층이 읽는다면 또 다른 감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과 지망의 고등학생 이상의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습니다. AI 2041은 과학과 소설의 훌륭한 융합을 이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