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 수첩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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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저는 음모라거나 비밀리에 활동하는 지하조직에 대한 흥미를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실제 했다는 걸 잘 모르는 채 간간이 주워듣던? 혹은 주워 읽던 내용만으로 상상하곤 했죠. 외국 영화이나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가슴설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나이를 먹었기에 이런 쪽으로는 흥미가 없는 줄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는 사이에 갑자기 과거의 제가 소환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여전히 비밀스러운 조직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 펼쳐져 있는 페이지에 사로잡혀 버렸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좀비를 좋아하니 꼭 한 번 만나봐야겠다고 하지 않는 거처럼, 비밀 결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가진 신비함 혹은 괴이함 등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일만큼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막연하게 재미있다고 여겼던 단체가 실제로는 상상 이상의 기묘함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비밀결사 수첩>은 주로 서양 유럽권의 조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꼬리를 물면서 현대로 이동합니다. 각종 매체에 등장하기 때문에 이름만 알고 있었던 그노시그파라거나 장미 십자단, 프리메이슨, KKK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놀라운 사실들을 만났습니다.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딸에게 전해줄 때는 신났었는데, 그 내용이 방대해서 막상 여기서 풀어보려니까 이야기보따리가 잘 안 풀어지네요.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길래 저러나 싶다면 직접 책을 만나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의심스러운 조직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흥미본위로 읽어도 좋지만 여기서 다루는 조직에 대한 스토리를 대략적으로만 파악하고 있어도 미드나 영드, 스릴러 소설은 물론 이런 결사가 등장하는 다양한 매체에 대한 이해도도 올라가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잡학으로서 알고 있어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기괴하거나 잔혹한 이야기에 약하다면 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무언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오컬티즘이라거나 흑미사, 악마주의와 같은 이야기들이 넘쳐흐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기괴하거나 나쁜 조직은 아니지만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이 지금의 기준과는 달라 버겁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을 죽여 제물로 바치는 장면은 종종 등장하곤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런 정도의 잔인한 일은 벌어지지 않으며 상상 속에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러나그건 그러길 바라는 제 자신의 작은 소망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밀 결사는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제물로 삼기도 하며 때로는 육욕의 향연을 벌이기도 합니다. 요즘 자꾸만 소환되는 라스푸틴도 그런 맥락에서 이 책에 들어있습니다. 최근의 소환은 어쩌면 러시아의 누군가와 이름이 비슷해서 그러는 거 같기도 한데, 아무튼 보니 엠의 '라 라 라스푸틴'을 들으면서 읽어도 좋습니다.



혹자는 '비밀 결사'니까 음지에서만 은밀히 움직이는 조직이겠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실은 조지 워싱턴 이래 미국 역대 대통령 거의 모두가 프리메이슨 고위직 회원(p.133)이라는 사실만 봐도 음지에서만 활동하는 건 아니라는 걸 쉽게 깨닫습니다.



다만, 이 책의 원문 라이선스가 1984년인데다가 1965년에 연재했던 글을 66년에 책으로 묶어 나갔다는 이력을 참고해야 합니다. 즉, 60년대 이후의 미국 대통령은 프리메이슨 회원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혹시 <비밀 결사 수첩>을 만나기 전의 저처럼 오해하는 분이 있을까 저어 되어 덧붙인다면,



프리메이슨은 KKK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비밀 결사 조직에 대해 다루면서 역사 속에서 그들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두루 다룹니다. 그러므로 책과 함께 서양사까지 짚어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결론을 내자면 이 책은 재미있고,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수첩 시리즈 3부작의 첫 번째 권이니 다음 시리즈들도 기대중입니다.



그는 이단과 탐미의 아이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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