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 P28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 P30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된다. - P33

아저씨가 웃는다. 이상하고 슬픈 웃음소리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오늘 밤은 모든 것이 이상하다. 항상 거기에 있던 바다로 걸어가서, 그것을 보고 그것을 느끼고 어둠 속에서 그것을 두려워하고, 아저씨가 바다에서 발견되는 말들에 대해서,
누구를 믿으면 안 되는지 알아내려고 사람을 믿는 자기 부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쩌면 나에게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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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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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한 아이의 시선은, 그가 바라보는 철없고 부조리한 어른의 모습에 나를 비추게 하고, 이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보다는 어떤 어른의 모습으로 남고 싶은지로 점점 질문이 전환되는 시점이다. 내 생각과 내 모습을 지키며 단단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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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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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창작의 영역이 아닌, 타인의 창작물에 대한 부속물로 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한 진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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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말은 절대 들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그들은 자기 인생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실수를 해도 자신의 실수를 하는 것이 낫다.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
이 진리를 십대 때 알았더라면, 가장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한 번뿐인 소중한 이십 대 시절을 그처럼 무의미하게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 P63

훗날 팬데믹이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모든 기쁨의 순간이 살짝 그늘진 채, 언젠가 그 그늘이 걷힐 날까지 매우 미세하고 예민한 감정으로만 감지되는, 묘하게 어두워서 모든 감정이 더 선명했던 시간. - P139

그런데 어떤 텍스트 번역을 할 때는 그 텍스트를 풀어헤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때 생성되는 초고는매우 무겁고, 장황하고, 난해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정확하지만 매우 읽기가 거북한, 대한민국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번역이죠. 모든 전문 문학번역가는 풀어헤친 번역을 다시 함축적 언어로 촘촘하게 짜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원서의 내용만이 아닌, 페이스까지 번역해야 하는건 물론입니다. 이것이 꼭 많은 것을 삭제해야 한다는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본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제외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긴 해요. 다만 초고보다 적은 수의 언어로 같은 것을 말할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지식의 저주는 진정한 저주가 됩니다. 당신이무엇을 버리려는지 아는데 그 삶이 매우 고통스러우니까요. 아이러니한 점은 당신이 번역을 못해서가 아니라너무 잘해서 이런 고통을 느낀다는 겁니다. - P169

무식하면 용감하다지만 유식하면 불안해집니다. 이건 또 다른 종류의 지식 관련 저주로서 책상 앞에 너무오래 앉아 있는 분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가능할지도 모르는 오역들에 심리적으로 짓눌린 나머지이들은 번역을 엉망으로 해버리죠.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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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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