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의미였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여러모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표현이었다.  -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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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삶은 다 충만해요. 설사 짧게 끝날지라도요.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경험이라고요. T. S. 엘리엇의 유명한 말을 들어본적 있나요?"
"어떤 거요?"
"장미의 한순간과 주목의 한순간은 똑같이 지속된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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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 말이다. - P67

이집트인들은 시간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관념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을 ‘네헤Neheh‘, 즉 ‘수백만 년간‘이라고 불렀고 그것의 본질은 화살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원과 같은 순환이었다. 해가 뜨고, 지고, 또 뜬다. 나일강은 범람하고, 물러났다가, 또다시 범람한다. 벌들은 한자리에 선 관찰자의 주위를 절대적인 규칙에 따라 회전하며 거대한 시간의 바퀴 또한 망자들을 처분하고, 새로 태어난 이들을 성숙과 숙성을 겪게 해 죽음으로 안내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실제로 변하는 것은 없다. 이집트인들에게 이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물의 본질로여겨졌고, 이런 사고방식은 사후 세계로까지 확장해 메트에 전시된 인물상들의 끝없는 노동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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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투병 중에도 안절부절못하지 않았다. 새 종교를 찾지 않았고 자기가 늘 좋아했던 것들을 계속 좋아했다. 그 덕분에 나는 형이 좋아했던 것들에서 뭐랄까, 후광이 비치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보던 야구 경기들은 좋은 경기들이었고 책들은 좋은 책들이었으며 병실을 찾아온 친구들은 좋은 순례자들이었다. 모든 게 단순했고, 모든 게 포옹 같았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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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비록 뛰어난 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가 존경하는 음악인의 양대산맥인 바흐와 듀크 엘링턴의 음악을 다소 불안정할지언정 수줍어하지 않고 연주했다. 그리고 연주하는 내내 음악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찬양하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예술가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나의 생각은 분명 아버지에게서물려받은 것이다. - P27

그런데 이 전시실을 다시 지나가다가 이렇게 포착된 예수의 삶 중에서 그가 설교를 하고 다니던 시기, 다시 말해 ‘그의 말자체가 주역이 되었던 시기는 거의 모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그의 설교인 산상수훈 Sermon on the Mountain 을 묘사한 그림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교훈을 담은 우화를 그리려는 노력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옛 거장들은 예수의 삶에서 가장 반향이 큰 부분은 그의 인생이 시작된 지점과 끝난 지점이라고 확신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부활 승천, 왕좌에 앉은 그리스도와 같이 초인간적인 존재로서의 그리스도를 묘사한 그림들보다 인간의 육신을 가졌을 때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들이 대여섯 배는 많았다. 그가 고통을 받고 있는 그림에서는 머리 뒤의 후광이 아니라면 그가 인간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다. - P48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하려는 듯하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 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고통이 주는 실제적 두려움을 다디의 위대한 작품만큼이나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점점 그 명확함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보듯 우리는 그 현실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 P51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다 끝내지 않은 비디오를 누군가가 돌려줘버린 느낌이야.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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