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멀 헬스 레볼루션 : 최적건강관리 혁명 - 만성질환의 근본원인을 없애는 최첨단 건강관리 시스템
듀크 존슨 지음, 안현순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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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생을 만성염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나는 이 책의 저자 듀크 존슨이 말하는 "모든 질병은 염증에서 시작된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운동을 하니 몸 상태가 좋아졌다, 운동 열심히 해야되겠다만 알 뿐이지 그야말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지한 상태다.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일 것이나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죽어라 운동을 하고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으면 조금이라도 수명이 늘지 않을까, 이렇게 노력하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위안을 삼을 뿐 내 몸의 정확한 상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어떻게 하면 말년에 만성질환이나 암, 당뇨병, 심혈관질환, 치매 등에 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놓은 것이 듀크 존슨의 '최적건강관리 혁명'이다.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염증을 한 꺼번에 제거하기란 힘들다 했다. 그냥 봐도 힘들 것이란 것을 알겠다. 그러나 하나씩 줄여나가다 보면 분명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 염증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어려운 의학지식을 따라가야 하지만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작가가 이끄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진 않는다고? 조금의 기대하는 바가 없지는 않았으나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한 안내서는 아니라고 못 박으니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이 모두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해도 염증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는 수많은 증거들을 보여줌으로써 운동은 왜 해야 하는가, 유기농 채소, 과일은 왜 먹어야 하는가, 건강기능식품은 왜 먹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확실한 답을 해주고 있으므로 어려운 책이지만 끝까지 인내하며 읽어낸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으나 이 한 권을 꼼꼼하게 읽어 보아도 마지막 장에 있는 글들 외에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 역시 어렵다. 동기나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중요한 점들을 콕콕 찝어서 말하고 있으니 역시 지금부터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과연 살아가는 동안 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어떻게 하면 될까?"란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대해도 괜찮다. 솔직히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내가 요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살 빼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 10장 비만의 풍선에서 바람 빼기"와 제 11장 당뇨병에 대해 설명한 페이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읽었다. 비만을 줄이는 동일한 생활습관의 변화가 CRP를 줄이고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비만과 관련된 수많은 질환을 개선할 수 있으며 고혈압을 낮추게 된다고도 하니 귀가 얇아 솔깃해진다. 이는 최적건강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작은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나의 몸을 위한 최적건강관리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길과 다르지 않기에 처음부터 심각하게 대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과체중이나 비만을 해소하기 위해 당신이 해야할 일은 염증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생활하는 것이며, 그러면 자연히 체중도 줄어든다(274P)"는 것 하나만 기억해도 된다. "염증과, 제 2형 당뇨병, 비만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274P)"을 알게 되면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비만하면 걸릴 수 있는 질병에 대해 나열한 것을 보면 공포스럽기까지 하지만 덕분에 "지금 변해야 한다"는 말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생활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운동은 벌써 시작했지만 아직 옛 생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나에게 건강하기 위한 동기를 제대로 전달해준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변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지금" 말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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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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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는 것은 좋으나 그를 만나려면 '사건'이 생겨야 하니 이 아이러니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혼진 살인사건],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흑묘정 사건]을 통해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났지만 어느 것 하나도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다. 그의 손에서 사건이 해결되고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니 다행한 일이긴 하지만 한 번에 세 건의 끔찍한 사건을 봐야 하는 나는 계속 마음이 복잡하고 찬바람이 부는 듯 쓸쓸하다. 아마 [혼진 살인사건]에서 혼례를 올린 첫날 밤에 죽은 가쓰코 때문일 것이다. 가장 행복해야 할 날에 살해 당하다니,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가쓰코의 숙부 구보 긴조가 있긴 하지만 그녀의 죽음에 목 놓아 통곡해 줄 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더 가슴 아파서일 것이다.

 

[혼진 살인사건]은 구보 긴조가 가쓰코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친분이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를 불러와 사건을 해결하긴 하지만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죽음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 사람의 자존심이 한 여자의 죽음조차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 정도로 그리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때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이치야나기 가문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들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 사건에는 진실성도, 마음도, 희노애락의 감정도 느낄 수가 없다. 그저 한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결정을 내리고 계획하여 만든 무대로 보여질 뿐이다.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에서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전혀 없어 아쉽긴 하지만 '복수'라는 이름 아래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이는 가족사에 얽힌 사건이라 긴다이치 코스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그저 재수사를 위해 이 사건을 맡게 되었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졌기에 자신은 더이상 할 일이 없어 물러난다. [혼진 살인사건]에서도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에서도 이 사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이들은 사건의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으며 '범인이 누구다'라고 딱 잘라 말하고 사건을 해결해 버릴 수 없는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살아있는 자들의 아픔과 슬픔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얼굴 없는 시체의 공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흑묘정 사건]은 다른 생각은 할 틈도 없이 정신 없이 빠져들었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맡게 된 이 사건은 그가 자세한 설명을 해 줘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사건이었다. 범인의 입장에서 좀 더 디테일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아쉬운 점이 있지만 뛰어난 활약을 한 그로 인해 범인이 자신을 죄여오는 상황을 견디기가 힘들어 했을테니 긴다이치 코스케가 연극적인 행동으로 사건 관계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사건이 해결되긴 했을 것이다.  

 

긴다이치 코스케, 그의 뛰어난 실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언제나 사건은 끔찍하고 그 죽음은 슬프고 가슴 아프다. 여전히 기괴한 사건은 계속 일어날 것이고 긴다이치의 코스케의 활약이 필요하겠지만 그도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 여인을 만나 사랑도 하고 가족을 만들어 지금보다 안정된 생활을 한다면 사건을 바라보는 모습에 좀 더 마음이 담기지 않을까. 늘 사건이 터지고 범인을 밝히고 나면 그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는데 그의 삶에도 변화가 생겨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해서 쓸데없는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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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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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할아버지가 외딴섬 가시키지마에 숨겨 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아리스와 에가미는 마리아와 함께 가시키지마 섬으로 향한다. 퍼즐을 풀면 보물이 나온다구? 와우,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의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만 하네. 마리아의 제안으로 아리스와 에가미 밖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두 사람은 퍼즐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내 것이 되는 걸까. 그런데 3년 전에 모아이 상 25개의 방향으로 보물을 찾을 수 있겠다고 말한 히데토가 죽었다니 보물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3년 전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외딴섬 가시키지마에 온다고 하니 히데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보물에 얽혀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어 아리스와 에가미 모두 이번 여름도 평범하게 보내지는 않겠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생전에 숨겨둔 다이아몬드 찾기라, 아무리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퍼즐 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보물때문에 무서운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지 못한 걸까. 모아이 상을 제작하고 퍼즐을 만들면서 마리아의 할아버지는 즐거웠을지 모르지만 이거 어쩌나 보물찾기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일 뿐 보물찾기로 그리 큰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데. 오히려 보물을 찾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닐까 두려울 정도다. 굳이 보물찾기를 해야하는가 의문까지 들 정도로 보물찾기는 불필요한 전개로까지 보이지만, 히데토의 죽음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현재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꼭 퍼즐을 풀어야만 한다. 실제로 에가미와 아리스 그리고 마리아가 보물이 숨겨진 곳에 이르렀지만 이것으로 히데토의 죽음이 타살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을 뿐 다른 살인사건에는 크게 쓰임이 없다. 3년 전에 보물을 찾던 히데토가 죽은 사건이 살인사건이라는데에는 그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 3년 전에 이 섬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히데토의 사건도 해결이 되겠구나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범인이 잡힐 수 밖에 없다. 몇 사람이 죽어 나갔으니 용의자는 좁혀질 수 밖에 없고 에가미로 인해 이 섬을 떠나기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질 것이다. 에가미의 존재는 전혀 예상 밖이었겠지만 살인범은 사람들을 죽인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려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범인은 이렇게 무모한 짓을 했을까. 이 이유를 알게 되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지만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 에가미가 말해줘서 알았다. 라이플로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범은 절대 잡히지 않아야 했다. 에가미가 통탄해 했던, 자신에게 왜 들켰느냐며 울분을 터뜨리는 그의 말대로 살인범은 살아가는 동안 지켜야 할 사명이 있었다. 그러나 범인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지금만이 자신이 계획한 살인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 

 

나는 내내 준지가 범인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아내 스마코와 히라카와 이타루의 과거의 사랑이 사건의 중심에 떠올랐고 이를 가즈토와 도시유키가 계속 언급을 해왔기에 작가의 의도대로 나는 준지가 범인이 아닐까 계속 생각해 왔다. 물론 결론을 말하자면 보기 좋게 한방 먹긴 했지만 지금도 준지가 범인일 수 있다는데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는 스마코의 죽음에 그리 큰 슬픔을 보이지 않고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며 시종일관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돈이 필요했으니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음일까. '외딴섬 퍼즐'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지 않아 준지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아내 스마코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 사랑했기에 스마코와 히라카와 이타루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과거의 사랑이 수면 위에 드러난 것에 질투심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사람이 죽은 것을 본 후 모두 모여 알리바이를 따지고 어떻게 죽었을까 의논하는 모습은 분명 이상해 보인다. 소설속이니까 그럴 수 있고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들이 대부분 그러했기에 이해는 하지만 역시 불편하다. 다이아몬드가 매개체가 되긴 했지만 3년 전 히데토를 죽인 살인범의 살해 동기는 억지스럽다. 죽음의 섬이 되어 버린 이곳에서 보물찾기는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거기다 아리스의 독백에 의해 그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줄곧 한 쪽 면만 바라본 듯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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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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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부로 씨가 안내하는 '히다리 포목점'은 단편 [모리오]와 [에우와 사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모리오와 에우가 '히다리 포목점'에서 마주친 적은 없겠지만 나는 고양이 사부로 씨를 통해 이 두 사람이 어떤식으로든 인연이 닿아 있을 것이라고 느낀다. 고양이와 소통하는 에우, 사람과 고양이의 귀를 파주는 요코, 어머니가 쓰시던 재봉틀로 꽃무늬 스커트를 만들어 입는 모리오, 재봉틀 소리 '다다다' 소리를 들어야만 비 오는 날 두통 없이 잠을 잘 자는 카트린느,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오랫동안 여운이 남아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고양이 사부로와 대화를 나누는 히다리 포목점의 주인이라, 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고양이와 소통하는 에우도 있으니 일단 믿고 안믿고의 여부를 떠나 사람들 사이의 각박한 일상을 바라봐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 편안하다. 꽃무늬 스커트를 입는 모리오를 떠올리며 남자가 치마를 입다니, 생각한 편견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리 만든 것이라고 이해했다. 모리오가 말해주지 않았으니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엄마의 두 다리와 엄마가 입고 있는 스커트를 보며 안도하고 편안해하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그립구나 하고 이해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 주시고는 했는데 그때 쓰던 낡은 재봉틀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너무 낡아 버렸을 것인데 재봉틀에 대한 나의 기억은 모리오처럼 그리 오랜시간 나와 함께 하지 않아서 그냥 기억을 떠올리면 전체적인 윤곽만 떠오를 뿐 희미할 뿐이다. 엄마가 발을 움직이며 손으로 재봉틀을 돌리던 기억들이 드문드문나고, 만들어주신 옷을 입으며 즐거웠던 기억도 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재봉틀이 집 안에서 사라져도 그리 슬펐던 기억이 없다. 나에게는 재봉틀이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물건이 아니었나 보다. 그것보다 털실로 스웨터를 짜 주시던 엄마의 모습이 더 그리워 나도 엄마가 짜주신 스웨터를 입으면 힘이 날 것 같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엄마의 품 안이 모든 것이었던 그때가 그립다. 

 

암에 걸린 고양이 '사장'과 함께 일상을 꾸려가는 에우와 요코의 일상은 사장으로 인해 특별해진다. 에우와 사장의 친근함을 보며 질투를 하기도 하는 요코는 그 누구보다 사장이 죽어가는 모습에 가슴 아파한다. 요코도 '히다리 포목점'을 다녀가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인생에 있어 전환점을 맞이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히다리 포목점'은 모리오와 에우가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힘이 되어 주었고 요코의 마음도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때론 마음의 치유를 받고 싶은데 '히다리 포목점'을 찾아가면 안될까. 어쩌면 '히다리 포목점'이 나의 눈에는 안보일 수도 있을것 같다. 고양이 사부로 씨가 히다리 포목점까지 안내를 해야 겨우 찾을 수 있으니 길 눈이 어두운 나는 이곳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동물들을 무서워하니 고양이가 빤히 쳐다보며 따라오라는 행동을 해도 무섭다고 느끼며 포기하고 고양이를 피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버릴 것이다. 그 길이 '히다리 포목점'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르고 소중한 뭔가를 놓쳐버린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지금까지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 이런 생각만으로도 마음 속이 텅 비어 버린 듯 아파온다.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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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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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부키 산 캠프장을 찾은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의 에가미, 아리스, 모치즈키, 오다는 이곳을 찾은 다른 대학의 학생들과 함께 고립된다. 야부키 산의 화산 활동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이들이 과연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야부키 산의 화산 활동과 맞물려 연쇄살인사건까지 발생해 이곳을 찾은 학생들의 공포심은 배가 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사방에 화산재가 날아다니는 이곳에서 범인의 칼에 의해 한 명씩 죽어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공포심은 한계를 넘어서고 두려움은 분노로 분출된다. "도대체 누구냐. 누가 이런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냐, 스스로 자백하라"고 소리칠 정도로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징조는 언제부터였을까. 화산 활동 중인 야부키 산에 캠핑을 온 순간부터? 여러 그룹에서 같은 날 이곳으로 캠핑을 온 것? 화산 활동으로 고립된 것? 혹여 달빛때문인가. 캠핑으로 인해 생긴 살인사건이라 이것들 모두 계기가 되기는 했겠지만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징조를 느낀 것은 아마도 살인 게임이었을 것이다. 즐거움을 위해 한 놀이였지만 나는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긴장되기 시작했다.

 

샐리가 아무 말 없이 하산한 후부터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고 그녀가 살인범의 손에서 벗어났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샐리가 이 산을 무사히 내려갔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샐리를 좋아하는 다케시는 겨우 버틴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성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고, 샐리가 묻혀 있을지 모를 곳을 삽으로 파는 그의 모습을 보며 샐리를 향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지만 어쩌면 샐리를 죽여 놓고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렇다.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범인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에가미, 모치즈키, 오다, 아리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최소한 이들의 동선은 아리스로 인해 파악이 되고 있는 상태였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신뢰가 간다는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살해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특징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많다는 것은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범인은 이 안에서 정체를 숨기기가 더 좋을 것이다. 거기다 화산 폭발이라는 상황때문에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여유가 없는만큼 이번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인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살인을 멈춘다. 범인의 살해동기는 무엇이었을까. 해묵은 감정에 의한 계획된 복수일까. 캠핑장에서 생긴 일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경찰도 개입하지 못하는 고립된 상황에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 스스로 범인을 밝혀낼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과정에서 또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무섭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화산 폭발로 다수의 희생자가 나올 수 있어, 그 누구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아주 아주 절망적인 상황때문인지 추리소설연구회 소속이긴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을 평범한 대학생인 에가미와 아리스가 해결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된다. 에가미와 아리스라고 지칭하기는 했지만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에가미 혼자 뿐이다. 아리스는 리요에게 빠져서 전체적인 사건의 윤곽조차 그려나가지 못하는데 반해 에가미는 말 없이 홀로 사건을 재구성해 나가며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낸다. 리요의 마음, 리요의 행동 그 무엇 하나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리요가 범인일 경우 숨겨줄 생각까지 하고 있는 아리스의 마음은 더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 아리스는 에가미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이었다.

 

에가미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어떤 직업을 선택하게 될지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며 자신이 겪은 사건을 해결해 나갈 수도 있겠고 탐정이 되어 전문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가 더 마음에 들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지금의 풋풋함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어도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모습은 각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순수하게 다가오는데 그는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도 경찰의 역할을 하기 보다 이 상황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에가미가 계속 연쇄살인사건을 겪게 된다면 "이건 좀 심한데 전혀 현실적이지 않잖아?"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겠지만 그냥 이대로 즐겨볼까 한다. 에가미가 해결하는 사건을 골치 아프게 나에게 보내는 두뇌 게임의 도전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사건으로 여기며 이 시간을 최대한 즐겨볼까 한다. 에가미와 아리스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함께 하니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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