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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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보아도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어릴 적 있었던 일로 최책감에 쌓여 몸에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과 한 번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아 작은 통증에도 아파할 수 밖에 없는 여자 '동현'은 이름에서부터 서로 다른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심지어 사채업자와 빚쟁이의 관계로 처음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서로의 아픔을 느끼게 되고 둘은 점차 사랑의 관계로 빠져들게 되죠.

이 영화는 이렇듯 독특한 설정을 하고 있지만 내용이나 그 전개는 지극히 전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웃음을 안겨주고 적절하다 싶을 때 적당히 감동을 던져놓고...
기존에 사랑을 다루었던 많은 영화들에서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드니 말입니다.
하지만 곽경택 감독이 기존의 자기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나 강풀 작가의 원안을 영화로 만들어서인지 곳곳에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보이고 감성적인 부분에서 관객들과의 밀고 당기기를 잘 해낸 것 같습니다.

미리 말해서 좀 그렇지만 영화는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여운이 남는 것은 아마도 그들처럼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이 서로 아끼고 의지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또 결국 이루어냈다는 것에 대한 작은 희망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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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 릴라 - Lila, L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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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보았던 <귀 없는 토끼> 같은 독일 로맨틱 코미디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 영화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이며 시나리오 작가인 마르틴 주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식당 웨이터인 주인공 다비드가 문학도인 마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연히 낡은 탁자에서 발견한 연애소설을 자기가 쓴 양 보여주는 데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 소설은 마리에 의해 출판사로 보내지고 다비드는 원치 않은 성공을 하며 승승장구하던 차에 그 소설을 자신이 썼다고 주장하는 의문의 인물이 나오면서 상황은 묘하게 꼬여만 가지요.
이러던 차에 마리와 함께 키워나가던 사랑에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우여 곡절 끝에 이번에는 다비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직접 쓴, 마리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진실을 고백하는 소설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자신과의 사랑에서 완전히 떠난 줄 알았던 마리는 그의 서점 행사에 조용히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런 로맨틱 코미디의 문법을 어느 정도 잘 소화해 내면서 여러 부분에서도 소소한 각기 다른 장르적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다비드가 거짓으로 성공을 이어나가면서 사랑 속에 끝없이 갈등하는 모습을 나름의 밀도를 가지고 허술하지 않게 풀어냄으로 심리 영화 같은 분위기도 나고...
의문의 인물이 등장하면서는 진실을 놓고 계속 공방을 벌이는 장면들에서는 스릴러 같은 긴장도 살짝 내비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바닥에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출판계의 생리에 대한 묘사는 평소 책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 업종의 분위기를 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묘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면서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좀 있는 다른 재미까지도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어느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평을 내릴 수 있는 어쩌면 팔색조 같은 성향을 다분하게 지니고 있는 특이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굿바이 레닌>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다니엘 브륄과 엄청난 경쟁을 뚫고 화제작 <포 미니츠>의 주연을 맡았던 한나 헤르츠스프룽의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이기까지 합니다.

낯선 독일 영화라고 왠지 어려울 것 같은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이런 영화도 한 번 관람해도 좋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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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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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에 첫 선을 보인 프랭크린 J. 샤프너 감독, 찰톤 헤스톤 주연의 <혹성탈출>은
세월이 많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인원의 인류 지배라는 충격적 소재와 이것이 자행되는 곳이 바로 지구라는 반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유인원 분장 등으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며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프랑스의 소설가 피에르 불이 1963년에 발표한 <유인원 행성>(La Planete des Singes)이라는 시대를 앞서간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1편의 성공에 힘 입어 이후 속편에 속편을 거듭하고 텔레비전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더니 2001년에는 팀 버튼 감독의, 어떤 면에서는 1968년 영화보다 더 원작 소설에 가까운 리메이크 영화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시리즈 첫 작품의 영향력은 대단하여 그 이후 영화에 대한 평이 그닥 좋지 못했고 이렇다할 이야기가 계속해서 새로 나오질 못했네요.

그러다가 급기야 이 시리즈의 7번째 영화가 올해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당당히 개봉을 했고 여타 영화들이 극장에서 빨리 종영되는 중에도 지금까지도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으며 잘 버티고 있습니다.
영화는 어쩌면 1편이 지니고 있는 아우라를 크게 의식해서인지 기존의 리메이크가 아닌 그 이전의 이야기 프리퀄...아니 프리퀄보다는 리부트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좀 빨리 파악하실 수 있으실 듯 합니다.

이번 영화에는 기존 시리즈의 오마주 부분을 상당히 많이 곳곳에 포함시키고 있고 특히나 시저라는 캐릭터에 있어서는 그 출생배경부터가 이전의 영화 내용과 상당히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는 의미 깊은 <혹성탈출> 시리즈의 의욕에 찬 새로운 시작, 재시동 그리고 재구축입니다.
마치 기존에 갖고 있던 요소들을 다 늘여놓고 이것으로 신선하고 색다르게 다시 조립하여 내는 결과물 같습니다.
이 영화에는 놀라운 기획력과 진일보된 CG 영상기술 등이 있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누가 달리 말한다 해도 앤디 서키스라는 배우의 훌륭한 모션캡쳐 연기가 아닐까 합니다.
<반지의 제왕>에서의 골룸, <킹콩>에서의 킹콩 등의 역을 거치면서 그는 뛰어난 감정 연기를 연이어 선보입니다.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요소와 장면들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존 시리즈의 기본 줄기를 이어가면서도 색다른 리부트 속편을 마음 한 편으로 충분히 기대해 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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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크라운 - Larry Crow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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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96년 <댓 씽 유두> 이후 톰 행크스의 두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입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각본, 연출, 제작, 주연의 1인4역을 도맡아 하며 그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대학시절 실재로 늦깍이 동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업과 경제난으로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하고자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용은 어느날 학력 부족으로 갑자기 직장에서 퇴출된 주인공이 늦게나마 대학에 들어가서 다양한 학생들과 까칠한 테이노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여러 일을 경험하며 점차 새롭게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그 인생을 꿈과 사랑으로 알차게 채워나가게 된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 류의 영화처럼 과한 대사나 행동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시선을 끌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의 나이 설정이 중년이라서 그럴까요?
개인적으로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물론 주인공의 잔잔한 로맨스가 있고 곳곳에서 삶의 위트, 특히 말하기와 소통을 다루는 강의가 배경 중 하나이기에 언어유희가 상큼하게 묻어나옵니다.
하지만 그 로맨스가 꿈같은 이야기로 낯설거나 혹은 동경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실적인 삶에 바탕으로 두고 전개되기에 바로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적으로 큰 위기 상황이라든지 이야기의 굴곡이 심하지 않아 밍밍하게 느낄 수 있지만 우리의 일상이 흘러가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천천히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에 어느새 영화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여기에는 어느새 로맨틱 영화의 원로(?)격이라 할 수 있는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의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한 몫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두 주인공이 스쿠터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배경과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일부러 그렇게 만든 어색한 CG에서 약간의 옛 향수가 전해오는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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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비 어프레이드-어둠 속의 속삭임 - Dons’t be afraid of the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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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헬보이>, <판의 미로>나 <오퍼나지> 등을 통해 특유의 상상력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영상이라는 기묘한 분위기를 잘 연출해 온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고 코믹북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독창적인 장면 연출의 비주얼 아티스트인 트로이 닉시를 감독으로 처음 내세워 만든 영화입니다.
참고로 영화 속 19세기 자연주의 화가 블랙우드가 말년에 그렸다는 그림들과 가려진 벽화 등은 감독이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직접 그린 것이라 하더군요.

빠진 이빨을 지붕 위에 던지면 까치가 물고가고 새 이빨을 준다는 전래동화가 우리에게 있듯이 서양에는 '이빨 요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빠진 이빨을 아이의 베개 밑에 놓아두면 와서 가져가고 대신 돈을 두고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이것을 소재로 요정 대신 흉측한 작은 괴물을 창조해냈습니다.

샐리는 아빠 알렉스와 그의 동료이자 애인인 킴과 함께 고저택에서 당분간 살게 되고 어느 날 먼지가 자욱한 지하실을 발견하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어디선가 어둠 속에서 계속 샐리를 부르는 목소리...그 목소리는 어린 샐리의 외로움과 아빠에게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아이의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 듭니다.
이상한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샐리는 아빠에게 사실을 알리지만 그는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대신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치부해 버리지요.
오히려 아이의 말을 점차 믿어주는 것은 알렉스의 동료이자 애인인 킴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제작자와 감독의 독특한 분위기의 영상에 가족과 그 속에서의 소통 부재를 잘 연결하여 영상과 소리만으로 사람들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기존 다른 공포영화와는 사뭇 다르게 관객들의 심리를 쥐었다 폈다 줄다리기 하면서 서서히 내면의 공포심을 끌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예르모 감독의 이전 작품보다는 그 수위가 많이 약하고 '한 사람은 꼭 데리고 간다'는 이빨 괴물의 신조와 가족이라는 말을 겹쳐서 생각할 때 결국 마지막에 사라질 사람은 뻔하겠구나 하는 예상이 그대로 적중하는 싱거움이 있습니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신예 감독 존 에릭 도들을 발굴하고 앞세워 <데블>을 만들었듯이 이 영화도 전체적으로 새 감독 발굴 프로젝트 용의 소품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길예르모 감독 팬이라면 왠지 많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새 감독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그런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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