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 릴라 - Lila, Lil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전에 보았던 <귀 없는 토끼> 같은 독일 로맨틱 코미디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 영화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이며 시나리오 작가인 마르틴 주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식당 웨이터인 주인공 다비드가 문학도인 마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연히 낡은 탁자에서 발견한 연애소설을 자기가 쓴 양 보여주는 데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 소설은 마리에 의해 출판사로 보내지고 다비드는 원치 않은 성공을 하며 승승장구하던 차에 그 소설을 자신이 썼다고 주장하는 의문의 인물이 나오면서 상황은 묘하게 꼬여만 가지요.
이러던 차에 마리와 함께 키워나가던 사랑에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우여 곡절 끝에 이번에는 다비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직접 쓴, 마리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진실을 고백하는 소설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자신과의 사랑에서 완전히 떠난 줄 알았던 마리는 그의 서점 행사에 조용히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런 로맨틱 코미디의 문법을 어느 정도 잘 소화해 내면서 여러 부분에서도 소소한 각기 다른 장르적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다비드가 거짓으로 성공을 이어나가면서 사랑 속에 끝없이 갈등하는 모습을 나름의 밀도를 가지고 허술하지 않게 풀어냄으로 심리 영화 같은 분위기도 나고...
의문의 인물이 등장하면서는 진실을 놓고 계속 공방을 벌이는 장면들에서는 스릴러 같은 긴장도 살짝 내비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바닥에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출판계의 생리에 대한 묘사는 평소 책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 업종의 분위기를 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묘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면서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가 좀 있는 다른 재미까지도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어느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평을 내릴 수 있는 어쩌면 팔색조 같은 성향을 다분하게 지니고 있는 특이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굿바이 레닌>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다니엘 브륄과 엄청난 경쟁을 뚫고 화제작 <포 미니츠>의 주연을 맡았던 한나 헤르츠스프룽의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이기까지 합니다.

낯선 독일 영화라고 왠지 어려울 것 같은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이런 영화도 한 번 관람해도 좋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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