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산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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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바알 신앙으로 개종해야 할지 아니면 주의 이름으로 죽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느님은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엘리야가 말을 계속했다.
"병사의 칼을 휘둘러 우리 민족의 신앙을 저버리지 않은 이들을쓰러뜨리는 분이 바로 하느님인가요? 이방인 왕비를 이나라 왕실에 앉혀서 우리 세대에 이 모든 불행이 일어나게 한 분인가요?
신실한 교도들과 무고한 자들과 모세의 율법을 따르는 이들을 죽이는 분인가요?
레위 사람은 마음을 정했다. 죽는 편을 택하기로 했다. 그러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는데, 더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아서였다. - P23

그는 적군이 두려워한다고 생각하고 있네. 아시리아 병사들이얼마나 잘 훈련된 상태인지 몰라. 그들은 군대에 들어가는 즉시나무 씨앗을 심고 그 자리를 매일 뛰어넘어. 싹이 트면 그 새싹위를 뛰어넘고 새싹이 나무가 되도록 매일같이 뛰는 연습을 하지. 그들은 그것을 싫증내지도 않고 시간 낭비라고 여기지도 않아. 나무는 점점 자라고 전사들은 점점 더 높이 뛸 수 있게 돼. 인내심을 갖고 전력을 기울여 장애물에 대비하는 거야..
그렇게 그들은 전사로 키워지지. 그들은 우리를 몇 달째 지켜봐왔어." - P172

 천사가 대답했다. "그대로 믿지 말아라. 주님은 사람들에게 각자 능력껏 감당할 수 있는 일만을 요구하신다.‘
"그렇다면 주님은 저를 잘못 보신 거예요."
"어떤 고통도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간다. 세상의 영광과 비극도 마찬가지다."
"그 말을 잊지 않겠습니다." 엘리야가 말했다. "하지만 모두지나간 후에도 비극은 영원한 흔적을 남기고 영광은 부질없는기억만 남깁니다." - P191

당신의 뜻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행하시는 일에서 정의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제게 안겨주신 고통을 견딜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폐허가 되어 제 안에는 불과 먼지만 남았으니 저에게서 그만 떠나가주십시오.‘
그때 모두 타버린 황폐한 풍경 한가운데에 빛이 나타났다. 주님의 천사가 또다시 엘리야를 찾아온 것이다.
"여기 뭘 하러 오셨습니까?" 엘리야가 물었다. "이미 늦었다는 걸 모르시나요?"
"주님께서 다시 한번 너의 기도를 들으셨으며 너의 청을 이루어주시리라는 말을 전하러 왔다. 네가 감당해야 할 시련이 다 지나가기 전까지는 너의 천사의 말이 더는 들리지 않고 나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 P234

엘리야는 금지된 땅에 발을 딛고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했다아크바르 주민들의 외침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계속 걸어올라가다 바윗돌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목공소에서 어둠 속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았던 그날 저녁 이후로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불행만 안겼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을 전하던 이들이 무수히 목숨을 잃었고 페니키아신들을 섬기는 세력은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크릿 시냇가에서 첫날 밤을 보내며 엘리야는 하느님이 다른 많은 이들에게 그랬듯이 자신을 순교자로 삼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로 주님은 불길한 징조의 새인 까마귀를 보내 크릿 시내가 마를 때까지 그에게 양식을 주셨다. 왜 비둘기나 천사가 아니고 까마귀였을까? 혹시 그 모든 것은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려던, 혹은 머리에 햇볕을 너무 많이 된 자의 정신착란이었을뿐일까? 엘리야는 이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혹시 악마가 하수인을 찾아냈고 그 하수인이 바로 엘리야 자신인지도 몰랐다. 어째서 하느님은 엘리야를 이스라엘로 돌려보내 당신의 백성에게 그토록 나쁜 짓을 한 왕비를 무너뜨리게 하지 않으시고 아크바르로 보내셨던 걸까?
- P82

"예언자가 되기 위해서도요?"
"천사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래, 우리는 천사와 말하길너무 원하다가 오히려 천사가 하는 말을 놓치고 만단다. 듣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우리는 기도할 때 언제나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백하고 바라는 일을 말하는 데 급급해 하지만주님은 모든 걸 이미 다 알고 계시고, 때로는 우주가 우리에게전하는 말을 그저 가만히 들어보라고 말씀하시지.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라고."
아이는 놀란 기색으로 엘리야를 쳐다봤다. 아이는 아직 그의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엘리야는 이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나중에 아이가 자랐을 때 이 이야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힘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인생의 모든 싸움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단다.  - P181

"저는 한 일이 거의 없는데다가 그나마 제 능력으로 이룬 일은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을 더 많이 해야 할 때가 되었군요."
"어쩌면 제가 침략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양치기가 소리 내어 웃었다.
"당신이 아크바르의 총독이었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을 막을수는 없었을 겁니다."
"얼마 안 되는 아시리아 군대가 골짜기에 처음 나타났을 때 총독은 공격 명령을 내렸어야 했어요. 아니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평화 협상을 해야 했어요."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들은 모두 바람에 실려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아요." 양치기가 말했다. "인생은 우리의 실제 행동들로 이루어지지요. 그중 어떤 일들은 우리가반드시 겪어내도록 신들이 정해둔 것이기도 해요. 이유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 일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 P253

다들 너무 피곤해서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하늘의 구름처럼생각이 아무렇게나 흘러가게 놔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차츰 깨달았다.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보면 마음에서 근심이 사라지고, 내일을 살아갈 힘과 동기를 되찾곤 했다. - P294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가 한 일들은 가치있는 일들이었단다.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시려고 주님께서 선택하신 방법이야"
"주님께서 우리를 많이 걱정해주는지 사실 난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말했다. "그렇게까지 가혹하실 필요는 없었잖아요."
우리가 그분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전에는 다른 방법들을 써보셨을 거야. 그런데 우리는 각자 삶에 너무 익숙해져서 주님의 말씀을 읽지 못했지."
"그 말씀이 어디에 쓰여 있는데요?"
"주님의 말씀은 네 주변의 온 세상에 쓰여 있단다. 네 삶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너는 하루의 순간순간 주님께서당신의 말씀과 뜻을 숨겨놓으신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주님이시키시는 일을 해내도록 노력하렴. 그것이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란다."
"주님의 말씀을 발견하면 그걸 점토판에 새길래요.
"그러려무나 하지만 그분의 말씀을 먼저 네 마음에 새겨놓도록 해. 그러면 그분의 말씀이 불타 없어지거나 파괴되지 않고 네가 어디를 가든 함께할 테니까."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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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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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믿어. 너는 배크만 집안의 남자잖니.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내가 장담하건대 그 방면에서 네가 질 일은 없어. 그러니까 너의 어떤 면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너의 어떤 면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렴. 그리고 이케아의 수납용품 코너에 가게 되거든 가구에는 신경을 쓰지 말도록 해. 자기 쓰레기를 네 쓰레기와 함께 수납하려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집중해. 왜냐하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네가 가지고 있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 P39

사람들은 물건을 좋아한다. 새 물건. 그보다 더 새물물건을 대체할 물건 그리고 하도 오래돼 복고풍이라 불리며 새 물건 대신 쓰이기 시작하는 헌 물건. 재미난세상이지.
가끔은 새 물건 때문에 물건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생기는데 그러면 헌 물건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지기 때문에 물건인 척하는 새 물건을 만들어내야 해.
헬스클럽 러닝머신에 텔레비전 화면을 달아놓고 나무영상을 띄워서 숲속을 달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처럼 말이다.  - P71

인간은 한목소리로 외쳤지 과잉보호 좀 그만해요 우리가 어린애도 아니고 ! 당신이 우리를 창조한 지도 벌써15분이 지났잖아요!" 신은 그저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라고 했단다. 인간은 자기들이 만든, 대개 쓰레기로이루어진 물건을 들고 세상으로 나섰지. 그러자 이 세상나쁜 일들이 많이 벌어졌어. 그걸 보고 신이 "그러게 내가 뭐랬니"라고 중얼거렸을 때 인간은 하던짓을 멈추고 "으아, 저희가 잘못했어요"라고 했을까? 천만의 말씀. 그들은 당장 신을 돌아보며 어마어마하게 심란해하는 표정으로 외쳤지. "왜 우리를 막지 않았어요? 막을수 있었잖아요! 이건 당신 잘못이에요!"
알겠지? 그게 우리 인간의 천성이거든.
네가 신을 믿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신은 계속 쿨하게 대처했어. 용수로를 만들고, 정원을 꾸미고, 스테이크와 폭찹에 다리를 부여해 ‘동물‘이라고 지칭함으로써 좀더 오랫동안 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주었지(최고로, 기발한, 아이디어랄까). 그런 다음 신은 모든 불을켜고 외쳤지. "여기 너희들만을 위한 빛이 있고 세상이 있다!" 그러자 인간은 심드렁하게 하품을 하고, 꼼지락꼼지락수영복을 입고 부족의 문신을 새기고 확인하러 나섰어 - P115

싸움이 항상 옳은 건 아니야.
하지만 가끔 반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
네 자신을 보호해야 할 때,
또는 누군가를 보호해야 할 때.
그때 말고는 절대 안 돼!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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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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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우리에게는 영원이 남아 있어요. 아이들, 손자들."
‘눈 한번 깜빡하니까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전부 지나가버린 느낌이야."
그가 말한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린다.
"나랑 평생을 함께했잖아요. 내 평생을 가져갔으면서."
"그래도 부족했어." - P27

할아버지는 실패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햏는지 기억하니?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는 게 유일한 실패라고요.
"그렇지, 노아노아야, 그렇지. 위대한 사상은 이 세상에머무를 수 없는 법이란다."
노아는 눈을 감고 흐르려는 눈물을 눈꺼풀 안에 가둔다. 광장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갓난아이가 울 때처럼 처음에는 보일락 말락 하다가 이내 멈추지 않을 기세로 퍼붓는다. 묵직하고 하얀 눈송이가 할아버지의 생각을모두 덮는다. - P69

그리고 저를 잊어버릴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이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말한다.
"그래?"
아이의 입이 귀에 걸린다.
"네. 저를 잊어버리면 저하고 다시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건 꽤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친하게 지내기에 제법 괜찮은 사람이거든요."
할아버지가 웃음을 터뜨리자 광장이 흔들린다. 할아버지에게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 - P124

 할아버지는 따라서 콧노래를 부른다. 화를 내기에는너무 넓은 세상이지만, 함께하기에는 긴 인생이다. 노아는 딸아이의 머리칼을 어루만진다. 아이는 침낭 안에서아빠 쪽으로 몸을 돌리지만 깨지는 않는다. 아이는 수학을 좋아하지 않고 제 할아버지처럼 언어와 악기를 좋아한다. 조금만 있으면 발이 땅에 닿을 것이다.
그들은 일렬로 잠을 청하고 텐트에서는 히아신스 향기가 나고 무서워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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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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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죽이는 건 워낙 간단해서 나 같은 사람은 자동차와 몇초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왜냐하면 너 같은 사람들은 나를 믿기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잠든 채로 뒷자리에 태우고 어둠을 뚫고 시속 백 몇십 킬로미터로 쇳덩어리를 몰 때 나 같은 사람이 맞은편에서 차를 몰고 오더라도 브레이크가 고장 났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좌석 사이로 떨어진 휴대전화를 찾거나 과속을 하거나 눈물이 고인 눈을 깜빡이느라 차선을 넘나들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전조등을 꺼놓고 111번 고속도로 진입로에 앉아서 대형 트럭을 기다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너는 나를 믿는다. 내가 술에 취하지 않았을 거라고. - P30

마음을 얻고 싶은 여자아이에게 주려고 귀걸이를 산 게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네 엄마에게 주려고 산 거였지.
너는 두 번 다시 포커를 치지 않았다.
나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너는 다정한 아이로 자랐으니.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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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할머니 - 그래, 사는 게 지겨워질 리가 없어 아무튼 시리즈 50
신승은 지음 / 제철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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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젊어서부터 관리를 잘해야 한다. 관리가 별게 아니다. 여자는 이기적으로 살아야 해.
누군가가 했던 말이 스친다. 사는 게 재밌는, 삶이지겹지 않은 할머니가 되려면 이기적인 아가씨가되어야 한다. 사실 이기적인 것도 아니지. 헌신적이지 않을 뿐. 사실 아가씨도 아니지. 나는 서른두 살이니 아줌마인가.

아무튼, 할머니라고 해서 새로운 것이 싫고 귀찮을 리 있다. 남편 밥, 아들 밥, 가족 밥을 차리는인생이 지겹고 싫을 수는 있어도 삶 자체가 지겹지는 않을 것이다. 살 만큼 살았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배 터지게 밥을 먹어도 몇 시간 지나면 꼬르륵대는 뱃가죽처럼, 삶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을 것이다. 나는 재밌게 살고 싶다.  - P120

"내가 젊었을 때는 ‘이거 한번 해볼까?‘ 그러면 남들이 그걸 못 하게 하는 거야. ‘너는 하면 안돼. 그러는 수가 있어. 그러는데... 그 박자에 맞추지 말어.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해. 내 인생 철학은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예요. 남의박자는 좆같은 박자다, 내 박자가 맞는 박자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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