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ㅣ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2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종이 동물원>에 이어 드디어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를 읽었다!
나는 가족, 사랑, 차갑고 강한 것에 맞서는 따뜻하고 연약한 것의 이야기에 약하다
제일 좋았던 단편은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와 포스트휴먼 3부작이었다. 전 작에서도 싱귤래리티 3부작을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포스트휴먼 3부작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프리퀄 이야기였다. 인간이 아니지만 인공지능도 아닌, 업로드된 의식으로 존재하게 된 아빠가 가족을 찾아온 이야기...☔️ 이 이모지만 봐도 마음이 찡해진다.
이야기는 포스트휴먼,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들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그에 맞서 싸우는 아빠와 매디, 그리고 엄마에 몰입하게 됐다. 마지막 3부에서는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아빠가 남긴 여동생 미스트와 함께 여전히 서로를 지켜주고자 한다. 세상의 변화에 비하면 너무나 약한데도 동시에 너무나 강하다.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의 초록 꾀꼬리와 참새도 끝처럼, 그 후로도 함께 이야기를 전하며 살아갔다면 좋겠다. 자유로이, 자유로이, 자유로이.
‘카산드라‘는 재밌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생각났다! 영웅과 악당의 경계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이야기.
"우리 서로 지켜 주자." 미스트가 말했다. "우린 할 수 있어." 둘은, 자매는, 인간과 인간 이후의 존재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손을 맞잡은 채로, 새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신들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 - P397
"(...)난 죽은 유학자들과 살아 있는 위선자들이 만든 규범 따위엔 눈길도 주기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 까지 그만두고 싶진 않아. 참새야, 이때껏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어. 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서 하늘이 마련한 이 불공평한 계획을 뒤집어엎을 작정이야. 나한테는 운명을 거스르는 게 곧 행복이거든. 설령 아주 조금이라고 해도."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와서라도‘ - P350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노래와 이야기 속에 살아서 전해졌다.
나리님들, 부인님들, 이것이 제가 아는 진실이라오. 세상에는 상제님의 명부도, 공명정대한 판관도 없소. 허나 장군이든, 기녀든, 상인이든, 어린아이든, 한 명 한 명이 세상의 운명을 조금씩은 바꿀 수 있다오.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 - P3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