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이유로 고독을 품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춥고, 혹독하고 고독한데도 아늑한 곳처럼 느껴졌다.
현실은 계속 흘러가는데, 같이 흘러가지 못하는 마음을 보호하는 세상 같았다.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되고 본체와 그림자도 교차된다.
결국, 현실은 곧 비현실이고 본체는 곧 그림자가 아닌가 싶다.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것.
2부는 생각보다 많이 길었다...2부 중후반부터는 재밌게 읽었다.(그래도 길었지만)

내 분신을 믿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믿는 것이라는 말이 좋았다. 그 마음은 벽도 막아설 수 없다. ‘나‘는 결국 그림자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 같다.

소년도 언젠가는 받아줄 다른 존재를 믿고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원했던 대로 도시에 영원히 남게 될까. 생각하게 됐다.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년은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고했다. "이 방의 이 작은 촛불이 꺼지기 전에 마음으로 그렇게 원하고, 그대로 단숨에 불을 끄면 돼요. 힘차게 한 번 불어서 그러면 다음 순간, 당신은 이미 바깥세계로 이동해 있을 겁니다. 간단해요. 당신의 마음은 하늘을 나는 새와 같습니다. 높은 벽도 당신 마음의 날갯짓을 막을 수 없습니다. 지난번처럼 굳이 그 웅덩이까지 찾아가 몸을 던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분신이 그 용감한 낙하를 바깥세계에서 안전하게 받아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면 됩니다." - P754

내 의식과 내 마음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다. 내 마음은 어떤 때는 봄날의 들판에서 뛰노는 어린 토끼이고, 또 어떤 때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마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렇다, 마음이란 붙잡기 힘들고, 붙잡기 힘든 것이 마음이다. - P7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1 - Novel Engine POP
정연 지음, 녹시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친구 추천을 받아 읽게되었다.
아늑한 느낌이 드는 한국 판타지였다.
어느새 캐릭터들한테 정들었다. 생각보다 조력자 요괴들이 많아서 북적북적한 느낌이다. 앞으로도 읽어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간머리 앤의 가족이 생각났다. 가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해도 함께 보낸 짧은 여름이 이렇게 반짝인다면, 분명 가족이다.
말하지 않기에 힘이 있는 말이 있고, 소리내어 말하기에 힘이 있는 말이 있다.
짧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사랑을 알게된 소녀는 앞으로도 사랑 속에서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된다. - P33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차가 떠나고 나서 엄마가 말한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내가 말한다.
"말해."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묻고 있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 - P96

(...)아저씨의 품에서 내려가서 나를 자상하게 보살펴 준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 P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궁극적으로 역사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사회 규범이란 살아 숨 쉬는 사회 유기체의 일부로서 기적처럼 존재하게 된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 P502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는 정상성이란 개념을 따져 묻고, 그 개념 한가운데가 실은 텅 비어 있다는 것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 P5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려움 속에서도 순진하게 미래를 믿고자 하는 그 마음, 돌아섰을 때 비로소 느꼈던 빛나는 행복. 지나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이루어낸 결말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119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