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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ㅣ 도넛문고 3
민경혜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평점 :
커넥트. 연결.
사람과 사람을 잇고, 시간과 시간을 잇는 것. 그 사이에 무수한 인연이 얽히고설킨다. 70년의 시간이 지나도 연결된 인연이란 끈.
<커넥트>(민경혜 지음 / 다른 / 2023)를 읽으면서 이 책의 제목인 커넥트란 단어에 대해 한참 생각을 했다. 지금의 단아와 재하. 그리고 단아의 꿈에 나오는 예닐곱 살 소녀. 이들의 연결이 흥미로웠고 안타까웠고 또 애처로웠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었다.
꿈 같지 않은 꿈. 단아의 꿈은 예지몽처럼 생생하고 또 섬뜩하다. 10년 전, 꿈에서 재하를 보게 되고 어두운 가정사를 알게 되면서 자신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 단아. 꿈에서 처음 보고 실제로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감정이 교차했을까.
재하가 겪은 일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끔찍했다. 뉴스에서나 봄 직한, 하지만 요즘엔 너무 많이 일어나는 가정 폭력. 희생의 댓가가 너무 크기에 나 역시 책을 읽으며 광분하고 같이 화를 냈다.
여전히 아프다. 여전히 피가 흐른다. 평생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모 자식 사이라고 해서 누구도 재하에게 용서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재하가 원해서 죽이고 죽임을 당할 부모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 세상엔 마음대로 상처를 줘도 되는 아이는 없다. 그렇게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
처음엔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한참 마음을 추스려야 했고, 또 마음을 달래면서,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읽어야 했다. 쓰러지지 말고 끝까지 힘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렸다. 그리고 책의 중간중간에는 우리가 가진 편견을 깨는 좋은 대사가 많이 나온다.
난 네가 그 사람 용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사람 떄문에 네가 또 착해지는 게 싫어.
너만 왜 자꾸 착해야 해?
실은 착한 게 아니야. 더 나빠지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 착해지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중략)
재하야. 어른들이 말하는 '착한 아이'가 되라는 말, 난 그 말이 참 싫어.
그 말 족쇄 같아. 내 상처고 뭐고 다 그 착한 방에 가두고
꾹 참게 하는 족쇄. 참아 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하는
어른들의 그냥 흔한 말.
최 관장이 하는 말도 참 큰 위로가 되었다.
"세상에 괜찮은 상처는 없어.
모든 상처는 다 흉터를 남겨.
잊는다고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동백 할머니와 춘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커넥트'한 구성도 무척 감동적이었다. 전쟁과 역사, 사회상을 다루었다는 면에서 <커넥트>는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단아와 재하의 모습을 보면서 참 반듯하게 자라왔고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아갈 것만 같은 확신이 들어서 독자로서 힘이 났다. 가족 같지 않은 가족 대신 따뜻한 인연을 갖게 된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살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 준 기성 세대가 된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내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음을, 이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읽고나면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 재미있게 잘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