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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 나답게 살기 위해 일과 거리두기
이즈미야 간지 지음, 김윤경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2월
평점 :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t/o/toyplus7/temp/IMG_20171219_092038_186.jpg)
<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제목을 보는 순간 뒷통수를 한대 맞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일을 해야 돈을 벌지, 일을 해야 보람을 얻지, 일을 해야 자아를 찾지. 다 쓸데없는 핑계일 뿐인 건가.
저자인 이즈마야 간지는 일본 정신과 의사이자 음악가, 음악평론가로, 정신과 치료를 약물 처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개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독자적인 상담을 한다고 한다. 과연, 글에서도 마치 상담을 받는 것처럼 막힘 없이 써내려간 처방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혼자만의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나쓰메 소세키, 버트런드 러셀, 니체, 빅터 프랭클 등 시대의 지성들의 글을 인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내용이 좀 어렵기도 하고 지루한 느낌이 들어 반쯤 보고 덮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즈마야 간지의 해석과 설명이 뒷따르니 책 내용이 궁금해졌다. 책장에서 다시 꺼내들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왜 일하는가에 대한 고민보다 '왜 사는가'에 대한 의미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일벌레, 일 중독자, 워커홀릭...수많은 사람들이 일이라는 테두리 안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이 좋아서 하는 건가, 돈을 벌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건가.
양의 관점이 아니라 '질'의 관점으로, '노동'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의 관점으로 보라는 의견. 그리고 그가 내린 처방전은 '즉흥'과 '번거로움'이다.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인 생각에 나를 온전히 맡기고 쭉쭉 해나가보라는 것. 그리고 번거로워도 다르게 접근해보라는 것. 항상 컴퓨터로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손글씨를 쓰다보면 글자의 구조부터 의미까지 새롭게 와닿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상의 지루함은 결국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자괴감에 빠지게 되니까.
개미와 베짱이에서 항상 개미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의 통념에 끌려다니지 말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에서는 여름에 놀고먹은 베짱이를 겨울에 개미가 따뜻하게 받아준다는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디즈니에서 만든 아름다운 결말일 뿐이다. 원작에서는 개미가 놀고먹은 베짱이의 부탁을 거절하고 심지어 조롱까지 한다는,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의 내용을 인용하며, 개미보다 베짱이가 되라고 조언한다.
놀고 먹으라는 게 아니다. '의미'와 '의의'를 생각하며 일하라는 것이다. 일이라는 틀에 갇히면 그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한 해를 일벌레로 살아온 내게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 내년부터는 베짱이답게 삶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
우리도 어느새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거짓된 표어에 휘돌려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