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 아버지, 당신은 사랑이었습니다
최선겸 지음 / 파지트 / 2022년 6월
평점 :
어젯밤 늦게 병원을 나온 터라 남은 병원비도 결제해야 하고 사망진단서도 떼야 한다. 병원비야 발인 후에 가도 이해하겠지만 사망진단서는 발인 전까지 장례식장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놈의 서류는 중요한가 보다. 미리 알려줬다면 어제 처리하고 왔을 텐데. (-76-)
아, 그래. 그런 거였다. 죽음이란 다른 사람에겐 그저 평범한 업무일 뿐이었다.그렇지만 아무런 의례도 없이 찌그러진 철통에 담아내는 건 너무나 큰 비극이었다. 소중한 내 아버지를 대하는 충격적인 모습에 바로 항의하고 싶었지만, 바쁘게 지적하는 직원을 보니 한편으로는 남은 재 한 톨이라도 다른 곳으로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히 다루어달라며 부탁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기도했다.' 우리 아버지 낯선 곳에 호로 남지 않게 티끌 하나라도 꼼꼼히 모아주세요." (-97-)
저녁노을이 질 무렵, 목욕탕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긴 외출을 끝내고 돌아온 아버지가 어머니를 따라 들어온 세 자매를 반겼다.
"우리 쌍디들, 목욕 다녀왔나? 아이고, 예쁘네! 아빠 안 보고 싶었나?" (-133-)
진주와 나의 가출은 이틀 만에 끝났다. 학교를 결석하자 나를 찾아나선 친구들과 담임서생님께 붙잡혔다. 처음 사회를 경험한 곳은 남포동 '18번 완당집',' 짐은 지하철 동전 보관함에 넣었고 식당 문에 붙여진 구인문구를 보고 들어갔었다. 밤엔 남포동 거리를 횡보하고 상가 계단에서 쪽잡을 자며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다음 말 출근했을 때, 식당으로 들이닥친 친구들과 선생님으로 첫 가출 사건은 막을 내렸다. 진주가 내 탓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야 함을 원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179-)
아버지의 마지막 말에 여운이 나맜지만 모른 채 아이의 하원 시간과 도로의 체증을 계산 하며 바쁘게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렸다. 마음이 고요해지자 지난 시절이 한 장의 사진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참 많이도 힘들고 험난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외로웠다. 하지만 모두들 잘 버텨냈고 이제 남정을 찾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암에 걸리더니 오늘은 아버지마저 암이란다. 정말 녹록지 않은 삶이다. 겉으론 평넘해 보이는 가족들도 들여다보면 어렵고 힘든 건 마찬가지라던데 그래고 우리 가족의 고충만 끝이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시련이 오는 건가. 마음 한구석 잠시 해옥했던 어린 시절 아련함도 밀려왔다.그리고 또다시 내가 챙겨야 할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지지리 일복 많은 신세에 한숨도 절로 나왔다. (-235-)
어쩌면 아버지는 우리가 다시 돌아오길 바랐던 건 아닐까. 걸려오지 않을 안방의 전화기와 전화번호는 30년 넘게 그대로니 말이다. 그렇게 몇 년간 연락을 두절하며 지낸 짤들이 어느새 장성해 결혼 후 손자들을 낳았고, 이제 할아버지의 자리가 생기나 했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암으로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약해진 아버지. 그러고도 불편한 집에서 이사하지 않겠다고 고집만 부렸던 아버지. 흔들가리던 몸을 지팡이 없이 5층 계단 을 매일 오르내리며 자존심만 내세웠던 아버지, 이제 와 주인 잃은 물건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뭔가를 하려는 것 같았다. '너희가 갑자기 나를 떠났더라도 묵묵히 여기서 기다렸노라' 고. (-303-)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 삶을 기억하게 되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어떤 발걸음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검증작업을 거칠 수 있게 된다.여기서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었으며,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 살아가고, 주어진 삶을 간직하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보면, 저자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꼽씹어 볼 수 있다.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아니라면, 용서를 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삶에 있어서 때를 놓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있으며,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가치가 어디까지인지 하나 둘 느낄 수가 있었다. 즉 우리에게 있어서, 가족이라는 이름은 서로 화해와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며,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이해가 사라진 상황에서, 나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가 있었다. 즉 아버지에 대해서, 섭섭함만 있었던 저자는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하면서, 자매들과 살아가면서, 주어진 삶의 벅벅함을 아버지 탓으로 돌리게 된다. 엄마의 죽음 뒤에는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나 있었으며,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시와 때를 놓치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곤 하였다. 즉 이 책에서는 우리가 살면서, 보호하고, 이해하면서, 느껴야 하는 것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 외롭게 살아야 했던 아버지는 아파도 말할 수 없었고, 힘들어도 내색할 수 없없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성찰과 반성, 가족에 대한 용서와 위로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명백백 말하고 잇었으며, 삶의 발자취 하나하나에 대해서, 상기시킬 수 있다. 아버지에 대한 회한이 짙게 묻어나 있었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뼈져린 아픔과 슬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고뇌가 묻어나 있었으며,분노가 아닌, 사랑과 믿음 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사랑과 용서만이 분노를 누를 수 있고, 삶의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