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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평점 :
인생의 정오=중년의 인생에서 바라보는 세상살이는 과연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가.
인생의 정오를 눈앞에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더라도 치열하게 사는 듯 하지만, 그래도 나의 과거를 바라보며,
때로는 아름다웠던 추억도 한켠에 고이 모셔놓고, 세상을 조금은 더 여유롭게 미래의 노년의 모습을 위해 다듬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20대의 방황속에서 끈질긴 도전, 무한한듯한 인생살이가 30대에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적응해가느라 그 속에서 나름의 치열함이
있었으나 40대에는 현재만을 바라보지 않을 수 있음은, 아마도 먼저 간 이들의 모습과 새로이 세상에 태어나고 자라는 지인들의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서 아마도 삶에 조금은 순응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중년의 꼭지점에서 보건복지부에서 감사 업무를 하며 일상의 작은일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저자가 남자사람이라는 것은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섬세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마력이 있음을 깨달은 이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한숨 푹 자고 나서 어려웠지만 작정하고 떠난 휴가에서 야경 좋은 관모봉과 해 지는 방포전망대를 그리고 해 뜨는 황도에서 뜬 눈으로 잠을 자면서 그 여행길에서 그는 나를 찾아오는 일이 여행이라 했다. 두고 온 나, 달아난 나, 웅크린 나, 날으는 나, 그리고 어린 나를 여행이 끝나면 그 모두를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소소하지만,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쉬운 것들을 하나 하나 잘도 잡아냈다. 소소하지만, 어디 인생이 소소하다 해서 싸구려 인생이겠는가.
소소함 속에 귀함이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삶 속에서 여행에 관한 것 뿐만이 아니라 회사 업무에서도
선배가 후배에게 진심으로 알려주는 것들, 그 가르침이 후배들의 어떠한 노력이 있을 때에 비로소 큰 도움을 받게 되는지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소소한 만족을 안겨준다.
저자가 삶의 언저리에서 알게 되었던, 딸아이의 공격적인 말투도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아내의 잔소리도, 토씨 하나를 빌미로 호통 치는
상관의 눈초리도, 마날 때마다 속을 긁는 친구의 트집도 모두 자기를 도와 달라는 구조요청이라고 속삭인다. '모든 공겨은 도와 달라는 외침이다.'고 말했던 해리 팔머의 글귀를 인용하고 직접 삶 속에서 찍은 사진들과 함께 잔잔하게 속삭인다.
저자는 직접 사진을 찍고, 그 사진과 함께 소소하지만, 인생의 정오에서 보다 넓은 생각으로 세상살이를 풀어헤치듯 그렇게 그의 생각들을
펼치듯 페이스북이라는 작은 공간에 한 글자 한 글귀들을 담아내었다. 그의 사진들이 어디서 찍은 것들인지도 추가적인 설명이 들어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다.
뻔한 에세이가 아니어서, 더욱 소중하게 음미하듯 아낄 수 있는 글귀들이다.
2014.5.12.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