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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살다 - 12년 9개월
이은의 지음 / 사회평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저자가 삼성에 근무하면서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하였다가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오히려 불이익과 차별을 받고 약 5년 동안 회사에서 버티면서 법정에서 승리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는 조용히 묻혀졌지만 소송결과가 나올 당시에는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었다던데 난 왜 여태 몰랐나 싶다. 얼핏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저자도 책에서도 언급하는 것처럼 저자가 겪은 삼성의 모습은 김용철 변호사가 겪은 삼성과는 다소 다르다. 사원으로 입사해서 열심히 근무했던 만큼 삼성에 대한 애정이 좀더 있고, 김용철 변호사에 비해 약자의 지위에서 회사와 싸우면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이 좀더 드러나 있으며, 지향하는 바-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부조리한 구조와 승계 등에 대해 파헤치고자 했다면, 그녀는 후배 사원들에게 용기와 좋은 선례가 되고자 한 것 같다-도 다른 것 같다.
성희롱이나 회사 내 차별과 같은 일들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당하는 일이지만, 그것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소수라 외롭다. 회사와 소송을 하면서 그 회사에 남아있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은데(저자는 오히려 회사 내에 남아 있는 것이 싸우기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온갖 모욕과 불이익, 차별, 외로움을 감내한 저자가 정말 대단해 보이고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것 같다.
[쓸데없이 한마디 덧붙이자면 일처리를 원칙대로 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삼성에서 원칙대로 가해자 처리를 했더라면,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를 했다면, 저자의 인생 몇 년간도, 삼성의 일처리에 대한 평가도 조금은 달라졌으리라는 생각이 글 읽는 내내 들었다.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찾아보니 지금 저자는 로스쿨을 수료한 후 변호사가 되어 직장 내 성희롱이나 부당한 대우와 싸우는 사건을 많이 의뢰받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가는 길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