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저자는 "모든 것에는 결점이 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주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돌연변이와 기이함은 무언가를 실제로 생겨나게 하거나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완벽함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마음속에만 있는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우주에 직선은 없고, 심지어 행성들도 완전한 구형은 아니며, 중력과 시간도 장소에 따라 바뀌고 움직인다. 만약 무언가가 잘 작동한다면 흠결 있고 불완전한 채로 작동한 것이다."(본문 pp.214-215 참조)라고 자신의 결점을 지적한 아버지에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듯,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풀어놓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사춘기 청소년 아들을 양육중인 나도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었다는 정도의 막말을 아이에게 수시로 해대곤 했는데, 이렇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넘어 인간의 불완전한 속성까지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도 외동이라 그런지 쉽게 상처 받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데 그런 아이에게 친구이자 세상 유일하게 기댈 존재인 부모가 자신의 쓸모를 부정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으니 그 상처가 오죽했을까. 앞으로는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자가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당한 가정폭력의 시련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었을까' 라는 억지스런 생각도 들었다.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결핍은 인간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렸을 때의 지독한 가난이 일찍 철들게 했고, 우리 아이가 소위 사춘기의 특권인 양 반항하는 언행 따위는 감히 흉내도 한 번 못내 봤다. 사춘기는 내게 사치였다. 어떻게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장을 잡아야' 했다. 물론 인생은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고, 돌고 돌아 이렇게 서평 글쓰기로 시작하여 브런치 작가로서 열심히 활동중이다. 그럼에도 부모라는 지위를 권력처럼 아이에게 군림하기 위해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되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굳이 인격 말살 수준의 비하 발언으로 상처를 입혀가며 극복하길 바라는 것은 독재자들의 사상과 다를 바 없으니.
지금도 말과 행동으로 상처 주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나 그로 인해 고통받은 자들은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표지에서부터 숲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저자의 어린 시절을 짐작케하는 뒤표지 집 앞 구석에서 책을 보는 소년을 보면서 내 아이를 떠올려 보시라. 아버지한테 온갖 비난 등 가정 폭력으로 상처입은 영혼이 정원의 개미들과 민달팽이, 쥐며느리, 딱정벌레를 보며 분노와 슬픔을 삭이는 아이, 혼자 정원에서 책을 보는 아이, 안쓰럽지 않은가. '누구에게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을 꼭 기억하자! 세상에 맞아도 싼 사람은 없다.
본 서평은 산현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