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디자인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스토리’ 만드는 법에 관하여
호소야 마사토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엠케이(BM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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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 세운 목표는, 고객 한 명 한 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브랜드에 관한 기억을 갖는 것이다. - P16

브랜드 스토리는 일부 사람만이 아니라 그 랜드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상할 수 있게끔 돕는 유연함을 갖추어야 한다. 단순히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을 사용하는 기술도 아니고, 미의식이 넘쳐나는 센스도 아니며, 누구나 그 브랜드에 걸맞는 표현을 조립할 수 있는 자유롭되 극히 심플한 전략인 것이다. 마케팅적인 사고로 확립한 이론적인 관점과 크리에이티브적인 사고로 이루어진 정서적인 관점을 연결한 것이 브랜드 스토리다. - P17

브랜드 포디움: 해당 브랜드를 이론적,ㅇ서적,시각적 측면 등에서 정의한 후 다른 곳과 뚜렷하게 차별화된 독자적인 요소를 확립하는 것이 목적. 브랜드와 생활자의 관계성을 부각시켜 장래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비전과 전략을 그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한다. - P19

브랜드 스토리의 역할은 즉각적인 충동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생활자를 많이 획득해서 확실한 브랜드 가치를 느끼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효성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일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효성이 있어 서서히 스며들 듯 고객의 뇌리에 새겨지도록 하는 특징도 함께 갖추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최종적으로 그 브랜드를 계속해서 구입하게 하는 것이 브랜드를 존속시키는 브랜딩이다. 그렇기에 브랜드 스토리는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미디어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먼저 고객의 선택을 받은 후 일상 속에서 상품 디자인이나 서비스 그 자체가 브랜드 스토리를 이끌어야 한다. - P29

심플하게 꾸려진 스토리가 나아가 고객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야말로 좋은 스토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 P31

매장 구성을 보아도, 단순히 눈에 잘 ㅢ는 것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수용자는 점 만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 이어가듯이 전체를 해석해서 스토리를 받아들인다. 브랜드 스토리는 직감적으로 자극을 만드는 데 전념하는 일이 아니다. 천천히 오감이 침투해가듯이 생활자의 경험을 풀어내거나 쌓아올리는 것이어야 한다. - P33

순간적으로 고객의 손에 들려, 구매로 이어지기 위한 임팩트 강한 디자인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객은 눈에 띈다는 요소로 매장이나 광고를 둘러보지 않는다. 그저 무심코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집는 것뿐이다. ...고객은 디자인을 전체적인 세계관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공급자인 우리는 하나하나 세밀하게 파악하여 디자인을 구축해간다. 고객의 시점에서 생각한다면, 브랜드는 전체적인 이미지로서 천천히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순발력 있는 메시지를 던지면 고객은 무심결에 반응해서 구입하거나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한순간의 사건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계속해서 구입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만이 매장 디자인이나 패키지 디자인의 역할은 아니다. 디자인 너머에 있는 ‘미래 삶의 방식‘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고객이다. - P37

일본과 같은 브랜드 성숙 시장에서는 만는 쪽이 소비의 속도와 질을 균형 있게 배분할 줄 알아야 한다. 생활자와 하나가 되어 그들이 원하는 소비의 방법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62

고유한 개성을 가진 장소로 만들기 위해 매장 콘셉트도 명확하게 설정했다. 예컨대 이세탄 신주쿠점은 패션 뮤지엄, 미쓰코시 긴자점은 도쿄에서 가장 감각 있는 백화점, 미쓰코시 니혼바시점은 컬처 리조트 백화점을 표방한다. - P62

시로이 고이비토가 홋카이도라는 이미지 에도 내걸고 있는 브랜드 콘셉트나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추억 만드는 일을 돕는 기업‘이라는 콘셉트를 말할 수 있겠네요. 기념품이 될 만한 상품은 물론이거니와, 예를 들어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나 지역 스포츠를 응원하기 위한 축구장 등은 지역 주민분들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으니까요. - P94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오이식스와 콜보레이션해서 생수 페트병을 제작했을 때 패키지 디자인 등은 톱 디자이너에게 의뢰했죠. 대개는 굶주린 어린이의 사진이 인쇄된 패키지로 만들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다음에 또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까요? 이야, 이거 괜ㅊ낳네, 어라, 사면 기부도 되네, 같은 순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공헌 활동도 ‘좋다‘는 것과 ‘해야 하는데‘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어서, 행동의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 P151

그들은 바쁜 데다가 자세한 기능에는 심이 없다. 미에 관한 가치관이 변화하는 와중에 ‘이 상품은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구체적인 예시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광고에서는 ‘바쁜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으로‘라는 메시지와 함께 잠을 자면서도 케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용 장면도 전달하려고 했다. 기능이나 효과 등 상품 중심의 접근이 아닌, 사용 장면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깊게 파헤치는 인사이트 중시 전략을 통해 확보하고 싶은 고객의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파나소닉 뷰티만의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 P158

예전 같으면 전통 공예가가 만든 쇠 주전자라는 사실만으로도 팔렸을 겁니다. 지금은 그 주전자를 사용하는 생활,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 어떻게 해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겠지요.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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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는 브랜딩 - 농부시장 마르쉐,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삼청점), 파머스파티, 우유부단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살기'로 성공한 4개의 브랜드 이야기
한지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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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타리를 세울 줄 아는 브랜드를 존경한다. ‘정체성의 경계선‘을 그을 줄 아는 자는 강하고 현명하다. 자신이 상대해야 하고, 상대하고 싶은 고객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이 선을 긋는 행위다. 어찌 보면 자신들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에게만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배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제품의 본질을 공유하고, 고객과 더 적극적으로 관계 맺기 위해 똑 부러진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의 내적 장애를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의정체성을 더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 P45

모든 존재는 있어야 할 이유와 없어도 되는 이유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브랜드도 그렇다. 거창하고 대단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브랜드라 하더라도 짊어져야 할 그림자가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꼭 있어야 하면서 없어도 되는 브랜드, 제발 없었으면 좋겠지만 있기 때문에 돌아가는 다양한 이슈들이 공존하는 세계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를 잘 인식하고 현명하게 다루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관계를 맺어가는 브랜드가 결국 성장한다. - P47

브랜딩은 런칭 초반에 가장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기존 시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총력을 다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을 테니, 초반에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법칙은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문율이면서 동시에 강박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오픈빨‘을 확실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힘을 쏟아붓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마음에 두어야 하는 부분은 ‘브랜드가 얼마나 차근히 성장하고 잘 나이 들어가는가‘하는 점이다. 앞으로도 쭉 계속해서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브랜딩의 성장 작업은 브랜드 자체의 힘 없이는 불가능하다. - P86

나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팬덤 조성에 해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면 한다. 응원에 기대 살아가려는 기업과 브랜드는 시간이 가면서 점차 힘이 약해진다. 다롬함에 빠져 물렁해져버린다. 그러니 조금 매몰차게 말하자면, 팬들을 100퍼센트 믿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자격이 만들어준 관심과 네트워크를 믿고 브랜딩의 긴장을 놓쳐서는 안된다. 사랑으로 가득찬 팬보다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고객들과 정당하게 관계를 맺어야 한다. - P116

브랜드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며, 꾸준함의 의미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이 일의 적임자다. 다른 어떤 과정보다도 중요한 브랜딩의 첫 번째 업무다.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브랜딩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뚝심 있게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이 헷갈리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 확실하게 반복할 자신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P136

내가 좋아하는 업스트림의 스티커가 있데, 거기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Capitalism? We can do better."
"You don‘t hate Mondays, you hate capitalism."

언뜻 보면 그냥 ‘좌파구나‘ 생각하고 지나갈 법하지만 나는 이 스티커를 보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 기저에는 "지금보다 더 즐거울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분명 있다". "당신은 무작정 뭔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 괜찮다"라는 휴머니즘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나쁜 놈은 물러가라는 분노 기반의 시위가 아닌, 더 좋은 무언가를 장전하고 있는 노련한 전략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 P170

부탄의 공주 케장 초덴 왕축은 이런 야기를 한다.

"좋은 삶이란, 행복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삶의 목적으로 진지하게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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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꾸미기 빛깔있는책들 - 즐거운 생활 81
뿌리깊은나무 / 대원사 / 199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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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에서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이 책을 보았을 때, 흥미가 일긴 했지만 '디스플레이'용일 뿐 아직까지도 이 책이 유통되고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딱 보아도 무척 오래된 책이고(마치 내가 어릴때 부모님 책장에 꽂혀있었을듯한 느낌) 내용도 80년대 주택 인테리어를 다루고 있다. 인스타와 핀터레스트와 오늘의 집을 통해 인테리어 레퍼런스를 차고 넘치게 접할 수 있는 2020년에 30년 전의 인테리어를 볼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정말 대단하게도 이 책은 1990년도에 초판을 찍고 아직까지도 출간되고 있었고 내가 인터넷 서점에 주문해서 받아본 책은 마치 갓 인쇄소에서 나온듯 반짝반짝 윤이 나기까지 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충격을 안겨준다. 1990년도의 문체가 너무도 옛스럽고, 그리고 너무도 옛스럽다 보니 되려 참신하게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애들이 80년대 광고나 뮤직비디오를 소스로 삼아 뉴트로 풍으로 재미나게 재해석하던데 이책은 그런 풍조의 '글' 버전 소스로 쓰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야단스럽게 잔뜩 들여놔야 마음 편해 하는 요즈음 사람들은 이 욕심 없는 거실에서 배울 것이 참 많다.

베란다 쪽의 꾸밈이 아주 특색이 있다. ...반투명의 하얀 아크릴에 그림을 그려 매달 작정이다. 베란다의 이러한 꾸밈은 자칫하면 단조롭게 느껴질 거실에 싱그러운 생동감을 듬뿍 보충해 준다. 

부추꽃과 고사리류와 들풀을 거느린 그 소나무 옆에 커다란 맷돌이 놓여 있고, 서쪽의 붉은 벽돌의 담 앞에는 석등이 다소곳이 서 있다. 단순함, 담백함과 세련된 절제가 번뜩이는 매우 차분하고 운치있는 마당이다. ...그 공간들은 제각기 그 가운데 뜰 둘레를 도는 폭 일미터쯤의 조붓한 복도로써 연결된다.

또 대단한 점은 무척 촌스럽게만 느껴지는 80년대 시대에도 미감은 존재했으며, 심지어 지금의 미감과 본질적으로는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 시대에 그걸 학습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문화자본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80년대라고 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평등하게 못살았던 시대쯤으로 막연히 생각했는데 지방에서 나와 내 이웃들이 연탄불 피우고 살 때 서울의 부잣집 사람들은 밀라노나 뉴욕으로 유학을 다녀오고 건축가나 디자이너 같은 직업을 가지고 지금 사람들이 직구를 해도 비싸다고 주저하는 고급 디자이너의 오리지널 가구들을 턱턱 사들였던 것이다. 벽에는 김환기나 김수근의 그림을 걸어두고서...또 탁자 위에는 삼국시대의 토기를 오브제로 놓아두고서. 


그리하여, 정리하여 말하자면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그 시대의 프레임 안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미감은 어찌 실현되는가?를 구경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노란 장판은 그대로 놓아두고 조명을 갤러리처럼 간접으로만 꾸민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국 고가구를 전통 보자기와 함께 매치함으로써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실현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는 시대여행을 하는 재미.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은 일반인들도 있다지만 그 시대에 집을 이 정도로 꾸밀 문화자본과 진짜 자본이 있었다는 점에서 상류층들이었고 그렇다 보니 30년이 지난 지금 보면 그 업계의 탑이 되어 원로로 추앙받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젊을 때, 갓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척박하고 못난 한국에서 어찌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살았나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지나가며 나오는 사소한 부분들도 주목해보면 무척 재미가 있다. 가령 예를 들면, 건축주가 대학을 갓 졸업한 누구에게 설계를 맡겨 지은 집이라 했는데 지금 그는 한국 건축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물이 되어 있다던지 하는... 


이들의 인테리어를 보며 아름답고 유니크하다는 생각을 하며 약간의 기시감을 느끼기도 하였는데 그 실체는 인스타그램이었다. 뉴욕에나 런던에서 호화롭게 생활하는 부잣집 자식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우리 할아버지 집 할머니 집, 이라며 은근슬쩍 찍어 올리는 그 집들이 바로 이 책에 담겨있는 그 집들이었다. 그 느낌, 올드하면서 나름의 일관된 미감으로 꾸며진 옛 평창동 방배동 주택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감상은 아주 복합적이고 입체적이었다. 옛말씨가 좋고 그 시대의 미감이 재미있었다가, 그 시대에 이런 걸 할 여력이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회구조와 계급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다가, 이들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면 인생이란 무엇일까 같은 막연한 생각까지 쏟아져 나온다. 


재미있는 건, 이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김종학 씨는 일제가 아름다움을 아는 이 나라의 상류층을 제거해 버린 데에 오늘날의 미적 혼란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아름다움의 주권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요즈음은 어떠냐 하면, 아무리 애를 쓰고 만들어도 사장이나 관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용 없습니다."



이 책에서 자신의 집을 소개한 사람들이 어떤 배경으로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1990년에 이미 누군가의 2세로서 이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제 시대에도 상류층이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런 집단의 일부 손주손녀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정치적 지향도 서슴없이 드러내는데 친일 보수와 가까울 듯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는게 아이러니, 아이러니,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들었다. (이건 김종학씨에 대한 이야기나 특정 인터뷰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계급과 집단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 책을 책장에 보관할 듯 하다. 그 시대에 장 뒤뷔페를 굳이 골라 벽에 걸어둔 사람들이 너무 신기해서, 마치 박제하여 책 속에 숨겨두고 언제고 다시 꺼내보는 그러한 기분으로. 물론 이는 그들을 대상화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나름의 깨달음도 이책을 통해 얻었다. 미드센츄리 시대 빈티지 가구를 굳이 유럽에서 한국까지 수입하려고 노력하고 일본의 명품 가구를 구매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내 삶이, 취향이 나를 만든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 취향의 껍데기 한꺼풀을 벗겨내면 본질적 욕망은 1990년의 저 사람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깨달음은 상당히 큰 것이었다.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달까?


그렇게, 무인양품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은 나에게 무척무척무척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세련된 안목이라는 것이 생활을 배반하면 그처럼 공허한 것도 없다. - P21

박찬무 씨가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 벽창호 같은 환경에도 그랬거니와 가끔 이웃끼리 오간다는 대화가 오로지 아파트 값에 쏠리는 풍경에 넌덜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 P48

그는 "가구를 으레 나무빛이나 밤색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고정 관념이 많으나,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른 것이고, 또 자기집인 만큼 자신을 갖고 "용감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빛깔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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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디자인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스토리’ 만드는 법에 관하여
호소야 마사토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엠케이(BM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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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한 단행본 서적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졌고 교과서로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실무를 해본 사람의 단단한 브랜딩 접근법을 소개하고 실제 일본내 업체들이 어떻게 브랜딩을 했는지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참신하고 깊이가 있다. 다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고민과 깊이를 가지고 기획된 브랜딩일지라도 간략한 잡지 연재분을 엮은 이 책의 특성상 브랜딩 착안에서 결과물로의 전개에서 이해가 안가는 지점들이 많았고, 강의실이었더라면 손 들고 교수님께 연달아 질문을 했을 지점들인데 그걸 하지 못하니 아쉬웠다. 그럼에도, 100%이해가 가지 않아도 기본적 깊이가 있는 브랜딩 서적이 100% 이해는 되나 깊이가 없는 겉핥기 브랜딩 서적보다 10배쯤 낫다고 생각하기에 브랜딩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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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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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에서 이런 책도 내나 싶었는데 컨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딱 퍼블리 만족도 수준이었다. 왜 돈 내고 볼 가치가 없는 걸 돈 낼 만한 가치가 있는 컨텐츠라고 우기지? 이런 느낌. 저자가 56일 교토에 가서 본 걸 동선 그대로, 마케팅 엣지 포인트 측면에서 보고 배울만한(?)걸 대중교통 안내방송에서부터 우산걸이 하나까지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물론 300페이지 넘게 그것만 주구장창 하고 있으니 괜찮다 싶은 내용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이게 지금 한국의 마케터와 독자들에게 무슨 인사이트와 의미가 있을까? 싶은 내용이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던 시대는 지나갔고, 한국과 일본의 시장상황 차이가 있는데(내수 사이즈의 차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좋아 보인다만 사실 장사나 비즈니스에 있어 크게 크리티컬 하지도 않아 보이는 걸 스토리텔링으로 의미있어 보이게 만드는 내용이 많아서 책 읽는 내내 당황스러웠다. 이미 한국에도 있고 더 잘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가령 예를 들어 교토의 몰.시장에서 아케이드를 만들어 손님들이 비에 맞지 않고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에 할 말이 없었다. 한국 지자체들이 5일장 서는 곳마다 세금 넣어서 아케이드 만드는 공사 해주고 있는게 10년도 넘은 일 같은데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이미 한국에서 카피해서 광범위하게 보급된 내용도 있었고, 만약 한국에 없는 것이라면 그걸 한국 사람들이 몰라서라기 보다는 카피할 가치(시장성)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이걸 공짜 컨텐츠로 본다면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컨텐츠의 수준이 높은 시대에 굳이 내 시간을 들여 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애정을 가지고 교토를 거닐고 차분하게 풀어내는 필력은 좋았으나 착즙은 팬들끼리 해야하는 법. 착즙에 관심없는 독자로서 무척 실망스러웠다. 마케팅 인사이트보다는 코로나로 외국 가기 힘드니 외국은 이렇구나 그냥 훑어보는 정도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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