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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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로만 달리는 사람이 처음엔 빨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오르막에서 쳐졌던 속도는 내리막에서 다 보상ㅏㄷ는다. 사실 희열을 넘어서서, 높은 고개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보상은 따로 있다. 평지에서 잘 생기지 않는 ‘근력‘이다. 고개를 넘는 동안 몸에도, 마음에도 근력이 생긴다. 다음에 또 고개를 만나면 왠지 만만하게 느껴진다. 그런 근력이 쌓여 실력이 되는 것이다. - P116

어떤 사람은 나면서부터 알고
어떤 사람은 배워서 알며
어떤 사람은 노력해서 안다
그러나 이루어지면 매한가지다.
-공자의 중용 - P126

반백 년을 살아 본 경험으로 나는 독서에다가 두 가지를 더 덧붙이곤 한다. 독서, 그리고 운동과 외어다. 우리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 사람을 매력 있게 만드는 세 가지이기도 하다. - P139

걱정거리가 있을 때 해결한답시고 거기에 골몰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마치 무대 위에서 대사를 까먹고 헤매는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던지는 것과 같다. 불안은 가중되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진다. 그럴 때는 오히려 잠시 막을 내리고 현실에서 빠져나가, 이상한 나라에 놀러간 앨리스처럼 격렬하게 운동을 하는 게 낫다. 물론 그렇다고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운동은 정신력을 강화하는 데 마술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바로 직전까지 나를 괴롭혔던 문제들이 왠지 견딜 만하게 느껴진다. 일단 기분이 달라지고 긍정적인 마음이 들면, 그 상태가 여러 시간 지속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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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F코드 이야기 -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하늬 지음 / 심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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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시간이 지나자 무기력이 모든 걸 압도했고 이는 ‘왜‘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귀찮은데 왜 먹어야 해? 귀찮은데 친구는 만나서 뭐해? 대체 일은 뭐하러 하나? 침대에서 나가기도 귀찮아 죽겠는데, 만사가 귀찮은데 나는 왜 살아야 하지? 작가 이응준의 말처럼 그 어떤 짐승도 스스로에게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의미를 자꾸 추적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무의미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왜라는 수많은 물음표를 쏟아내던 나는 그냥 사라지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게 자살 욕구인가 싶었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마음과 사라지고 싶은 마음에는 차이가 있다. 우울증을 앓는 한 친구는 사라지는 일 따위는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 P1

사람마다 익숙한 감정이 있다. 선생님은 이를 ‘핵심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나는 무기력, 우울, 자책 등의 감정에 익숙했다. 핵심 감정은 상황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본 다음에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핵심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상황을 해석하기도 한다. - P2

똥을 꼐속 퍼내보는 방법이 있어요. 저 밑에 뭐가 있는지 끝까지 퍼내는 거죠. 이게 정신분석치료에요. 지행동치료는 똥을 퍼내지는 않고 일단 뚜껑을 덮는 거에요.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그냥 똥을 옆에 두고 신경을 꺼요. 이게 마음챙김이죠. - P3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자존감에는 세 가지 기본 축이 있다. 자기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이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존감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 P4

검색을 시작했다. 50알 정도면 죽기에 부족하밍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다. 정신과 약 중에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하는 약은 다른 약보다 성공률이 높다고 했다. 처방약이 아니라 약국에서 파는 약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구토를 방지하는 약을 먹으라는 팁도 있었다. 암 환자들이 먹는 약이라고 했다. 낫기 위해 먹는 약과 죽기 위해 먹는 약이 같다니.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 P5

참으로 인간 세상은 사릭 힘들다.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로 옮겨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써지고 그림이 그려진다.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 - P6

불안이 높은 사람은 에너지가 금방 소진된다. 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 보니 정신 에너지가 줄줄 샌다. 30대까지는 불안이 많아도 체력으로 버티지만 중년에 접어들면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윤홍균, 자존감 수업) - P7

우울증에 완치는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당사자와 전문가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완치가 없다니, 절망스러 수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우울증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심장병이나 고혈압, 당뇨 등은 모두 완치가 아니라 관리 해야 하는 질병이다. 정신 질환도 마찬가지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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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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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문학에 대해 무조건 버튼 눌려 발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실제로 여성주의라는 트렌드에 맞추어 수준보다 과대평가 작품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교조주의적으로 강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은 여성독자로서도 불쾌하게 느껴진다. 이번 제 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들은 그런 추세속에서 여성주의 문학이 질적으로도 한 단계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대상인 전하영 작가의 작품(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은 아름다운 작품이었고 여성주의적인 시각을 큰 그릇에서 담아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수작이라 생각한다. 작가분이 영화를 오래 하셔서 그런지 감각적인 구성과 물흐르는 듯한 전개가 탁월했다. 앞으로 어떤 장편을 쓰실지 너무나도 큰 기대가 된다.


박서련 작가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더 많은 주목을 받아야 할 수작이 아닌가 싶다. 한국사회에서 '엄마'에게 부과되는 말도 안되는 의무, '엄마'에게 가해지는 말도 안되는 멸시, 그리고 주인공이 자신의 수행하는 '엄마'란 역할에 매몰되어 끌려다니다 끝내 무너지는 마지막의 엔딩은 주제의식을 탁월하게 전달한다. 경쾌한 문체로 서글픈 메시지를 써내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작년보다 올해가 나아졌듯, 내년엔 또 더 좋은 작품 그리고 더 많은 편수의 좋은 작품이 소개되길 바래본다. 


그때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이번 식사시간 동안만 참은게 아니라 아빠의 딸로 태나서 사는 내내 참아왔다. 정말이지 계속 참았다. 화병에 안 걸린 게 신기할 정도로 참았다. 이 심리적인 응어리가 실체를 가진 덩어리가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참았다. 이미 몸속에 그런 게 있을지도 모르지. 사리라든가, 요로결석이라든가.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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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은미 옮김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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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문학 인기가 없다지만 문학상 꽤 받은 작가가 이 정도 수준인가 참혹했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인듯 이런저런 일에 대한 아주 상세한 묘사가 나오지만 사유도 없고 재미도 없고 하다못해 캐릭터의 일관성도 없다. 컨셉만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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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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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15년쯤 전에 이 책을 읽었었다. 예쁜 표지, 그리고 제목과 달리 내용은 무척 현실적이고 삶과 사랑의 초라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내용이라 그 당시엔 재독이 힘들거 같다 생각했었다. 일부러 소장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다시 읽고 싶어졌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아카데미 수상을 한 뉴스를 보니 중국 여자들의 예술에 대해 다시 관심이 갔고 내가 예전에 본 그 작품이 그 당시엔 그리 유쾌한 작품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다시 볼만한 작품은 된다는 어렴풋한 확신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은 이 작품은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더 대단한 작품이었다. 중국이 지금보다도 훨씬 구지고 후진 취급을 받던 시대의 작품이기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단 아쉬움도 남는다.  


형식적 측면에서 이 책은 '책'의 형태에 가장 가까울 뿐 실제 내용으로는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게 이 작품의 가장 탁월한 점인것 같다. 책은 여성 주인공이 영국에 어학연수를 위해 도착한 뒤 완전히 엉망인 영어로 쓰는 일기로 시작한다. 영국에서의 체류기간이 길어지고 영국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영어를 배우는 모습, 타 문화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쌓아가는 모습, 그 과정의 갈등과 혼란이 점점 늘어나는 영어실력과 함께 묘사된다. 일기의 각 장을 영어사전에서 따온 단어의 정의로 붙이고 있단 점도 이런 구성과 형식에 걸맞는 예쁜 디테일이다. 이 정도면 언어와 문화 그리고 자아를 소재로 한 현대미술이라고 봐야하지 않을지? 책이 출간된 이후 호평과 함께 '브로큰 잉글리쉬를 읽어내는 고통만 견디면 이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란 평이 붙었다는데 이 작품이 더 널리 알려지지 않은건 브로큰 잉글리쉬를 견디지 못한 영어권 독자들의 게으름 때문이지 않을까 혼자 생각도 해본다. 번역이 꽤 잘 된 편이라 생각하는데 번역판을 읽고 원서를 보니 영어 수준이 번역판으로 느껴지는 것보다 더 형편없어서 다소 놀랍긴 하였다. 


내용의 측면에서는 이 책이 중국인의 정체성을 꽤나 짙게 담고 있다는 것을 재독을 하며 알게 되었다. 평생 중국에서 살다 처음으로 외국에 나온 주인공이니 중국은 이렇니 저렇니 하는 서술이 있다는 것이야 알았지만 중국에 대한 이해가 늘고 나서 다시 보니 책의 서술 그 자체가 중국인의 마인드와 멘탈리티를 기초로 한 것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담긴 것인데 보통 이런걸 구현하기가 쉽지는 않으니까. 같은 동양인 여성이라도 한국인이나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쓴다면 절대로 이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책 속에 등장하는 한국인 여성은 너무 예의를 차리는 모습으로 나오고 나는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공감하였다. 그리고 사랑의 서사와 엔딩에서는 예전에는 아이고 구질구질해 다시 보고 싶진 않소. 싶었는데 이젠 이 구질구질함이 현실의 사랑임을 알기에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오히려 마지막 엔딩은 현실보다 더 로맨틱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최근 조명받는 전하영 작가도 그렇고 영화를 전공한 사람이 쓰는 글엔 확실히 무언가, 글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초월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연출이란 것을 글로 구현하는 것의 파워가 분명 있는 것은 아닐지? 소설이란 하나의 평면을 달리는 글보다 소설과 영상의 두 축으로 입체적으로 달리는 글이 쓰기야 물론 어렵겠지만 그만큼 더 풍부한 무언가를 담아낼 그릇이 되는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작가에 대해서는 이 작품 이후가 궁금했고, 잘 살고 있기를 바랬는데 검색을 해보니 중국 시민권을 버리고 영국 시민권을 땄고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며 잘 지내고 있는 듯 하다. 다행이다. 모두가 아카데미 상을 탈 수는 없고 모든 예술가의 작품이 공정한 세속적 보상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든 예술가가 다음 삶을 도모할 수 있는 정도의 숨통은 트여있길 바라는 그런 먼 나라 한 독자의 간절함에 부합하는 현실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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