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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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힘을 빼고 썼더라면. 자료조사는 살짝 줄이고, 주인공과 작가의 거리도 너무 가까워 지지 않는 정도의 선에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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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즈 엔드 열린책들 세계문학 9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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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은 열정보다 입이무겁고 표현도 조심스러운 법이다. - P17

약혼이란 게 무엇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세요? 약혼의 재료는 아주 단단해요. 와지끈 동강날 수는 있어도 천천히 깨질 수는 없다구요. 다른 관계들하고는 달라요. 다른 관계들은 늘어지기도 하고 구부러지기도 하죠. 정도의 차이도 인정하고요. 하지만 약혼은 달라요. - P20

진실을 말하자면 그녀가 사랑에 빠진 대상은 그 집의 한 개인이 아니라 가족 전체였다. 폴이 오기 전에 그녀는 이미 그를 향해 조율되어 있었다. 윌콕스 가족의 에너지에 매혹된 그녀의 섬세한 마음속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들이 만들어졌다. 그들과 함게 하루 종일 야외에서 지내고, 그들의 지붕 아래 함께 잠드는 것은 인생의 지복처럼 여겨졌고, 그 기쁨 속에 그녀는 자신을 버렸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전주곡이라 할 만한 것이다. 그녀는 윌콕스 씨에게, 또 이비에게, 또 찰스에게 굴복하는 게 좋았다. 그녀는 인생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너무 순진하거나 이론적이라는 말을 듣는 게 좋았다. 평등이란 헛소리였다. 여성 참정권도 헛소리였고, 사회주의도 헛소리, 인성함양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문학과 예술도 헛소리였다. 슐레겔가의 사람으로서 지녔던 견해들이 하나둘씩 거꾸러졌고, 헬렌은 겉으로는 그것들을 방어하려 애쓰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즐거웠다. 윌콕스씨가 건전한 사업가 한 명이 사회 개혁가 - P36

열두명보다 세상에 더 보탬이 된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단숨에 그 기이한 주장을 받아들이고는 그의 자동차 쿠션들 틈에 호사스럽게 몸을 묻었다. 찰스가 ‘하인들한테는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어요. 잘해 줘도 모른다고요‘ 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슐레겔 사람답게 ‘상대방이 모른다고 해도 저는 알아요‘ 하고 대꾸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는 하인들한테 그렇게 예의를 지키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 나는 번지르르한 말에 둘러싸여 살았어‘ 그녀는 생각했다. - P36

그 세계에서(자본가들의 세계) 사랑이란 재산의 결합이고 죽음은 상속세야. - P41

헬렌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들을 유혹하면서 자신도 유혹되었다. 마거릿은 그저 똑바로 걸어 나가면서 이따금 맞닥뜨리는 실패를 게임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 P45

- 저는 제 인생의 모든 일을 그냥 부딪치고 싶어요.
- 마거릿, 그렇게 위험천만한 말을 하다니.
- 하지만, 돈이 있으면 이세상에 그렇게 큰 위험은 없어요.
- 그건 또 새로운 생각이로구나.
- 지각 있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그걸 알고 있었어요. 이모나 저, 그리고 윌콕스 가족은 돈이라는 섬을 딛고 서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게 우리를 튼튼하게 받쳐 주고 있어서, 때로는 그런 게 있다는 것도 잊고 지낸다고요. 이따금 주변에서 사람들이 비틀거리는 걸 보면 그제야 재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죠. 어젯밤에 여기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할 때, 저는 이 세상의 영혼 자체가 경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에게 가장 끔찍한 나락은 사랑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없는 거에요.
- 그 말은 냉소적으로 들리는구나. - P81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헬렌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어지면 우리가 돈의 섬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돼요.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바닷물 아래에 잠겨 있어요. 가난한 사람들은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한테서 빠져나오지도 못해요. 하지만 우리는 돈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어요. 만약 헬렌하고 폴 윌콕스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면 지난 6월에 어떻게 됐을 거 같아요? 얼른 기차표를 사거나 자동차를 타고 나가서 헤어질 수가 없었다면요?
- 말하는 게 무슨 사회주의자 같구나.
-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 이건 그저 인생을 솔직하게 사는 것뿐이에요. 저는 돈 있는 사람들이 가난한 듯이 굴면서, 자기들을 물 위로 떠받쳐 주는 돈더미를 고상한 척 무시하는 게 보기 싫어요. 저는 연 수입 6백 파운드의 돈더미를 딛고 서 있고, 헬렌도 마찬가지예요. 티비한테는 곧 8백 파운드가 생기고요. - P82

돈이 바다 속으로 부서져 들어가는 대로 또 그만큼이 생겨요. 바다에서 말이에요. 그래요, 바다에서요. 그리고 우리가 하는 생각은 모두 6백 파운드 수입을 가진 사람의 생각이에요. 우리가 하는 말도 마찬가지고요. - P82

네?

한동안 긴 침묵이 이어져서 마거릿이 물었다. 그 침묵은 난롯불의 깜박임과도 비슷했고, 그들의 손에 떨어지는 램프 빛의 떨림과도 비슷했고, 또 창문에서 비쳐 드는 뿌연 얼룩과도 비슷했다. 그것은 변화하면서도 영원한 그림자의 침묵이었다. - P97

그녀는 윌콕스 가족과 두 번째 이별을 하는 중이었다. 폴과 그의 어머니는 잔물결과 큰 파도로 그녀의 인생에 밀려들었다가 영원히 밀려 나갔다. 잔물결은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파도는 그녀의 발 앞에 모르는 세계에서 온 부서진 조각들을 잔뜩 뿌려 놓았다. 탐구심이 가득한 마거릿은 극히 과묵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진실을 말해 주는 바다 앞에 서서, 마지막 조수가 밀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P135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며, 마거릿은 우리 일상의 혼란된 속성을 깨달았다. 그것은 역사가들이 빚어는 정돈된 배열과는 다르다. 우리의 생활은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하는 잘못된 단서와 푯말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엄청난 노력과 용기를 기울여서 오지도 않을 위기에 대비한다. 가장 성공한 인생은 산이라도 옮길 나한 힘을 낭비한 인생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성공하지 못한 인생은 준비 없이 기습당하는 인생이 아니라, 준비하고 있는데 기습이 닥치지 않는 인생이다. ...인생은 진실로 버거운 대상이지만, 그 본질은 전투가 아니다. 인생이 버거운 이유는 그것이 로맨스이기 때문이고, 그 본질은 낭만적 아름다움이다. - P141

우리는 점점 사람들한테 신경을 덜 쓰게 될 것 같아. 많은 사람을 알수록 대체할 사람을 찾가 쉬워지니 말이야. 런던에서 사는 불행 가운데 하나지. 나는 집을 가장 소중히 여기면서 인생을 마치게 될 것 같아. - P171

그녀 또한 여러차례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남녀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남성적인 것에 대한 열망일 뿐이었기 때문에, 미소 속에 가볍게 버려졌다. 그녀의 인격이 접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217

자선 단체에 기부해요. 가능한 한 후하게. 하지만 사회 개혁 같은 꿈에는 빠지지 마요. 나는 세상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많이 알고 있지만, 내가 볼 때 사회 문제 같은 건 없소. 물론 시시한 저널리스트들이야 사회 문제를 들먹여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 게 있다고 해야겠지만. 그냥 부자가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는 거요. 이 구분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요. 역사상 사람이 평등했던 적이 있었는지 말해 봐요. 평등에 대한 소망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적이 있는지. 없소. 그런 적은 없었소. 부자와 빈자의 구분은 언제나 있었소. - P249

그는 아버지 같은 사업 수완이 없었기 때문에, 돈에 대한 존경심ㅡㄴ 아버지 보다도 훨씬 컸다. 아버지에게서 많은 돈을 상속받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가난을 물려주게 될 것이 그의 걱정이었다. - P280

집들도 나름대로 죽는 방식이 있다. 그 방식은 수세대의 인간들처럼 다양하다. 어떤 집은 비극적 울부짖음 속에 죽고, 어떤 집은 고요하게 죽어서 유령의 도시에서 내세의 삶을 산다. 반면에 다른 집들은 몸이 소멸하기 전에 영혼이 먼저 빠져나간다. - P333

그녀는 마음속으로도 헬렌을 비난 할 생각이 없었다. 헬렌의 일탈을 어떤 도덕적 규준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 도덕은 우리에게 살인이 도둑질보다 나쁘다고 말해 주고, 대부분의 죄를 모두가 수긍하는 방식으로 분류해 주지만, 헬렌의 경우는 그 분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분명한 말을 하는 사람일수록 도덕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 P404

사람들은 사는 방식이 제각각이듯 죽는 방식도 모두 달라. 그리고 비록 죽음 뒤에 아무것도 없다 해도 그 없는 방식은 저마다 달라. 루스가 가졌던 종류의 지식은 내 지식처럼 쉽사리 사라지는 게 아니야. 루스는 진실을 알았어. 옆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누가 언제 사랑에 빠졌는지 알았잖아. - P406

신은 한 가족 안에도 영원한 차이를 심어 놓잖아. 이 세상에 다채로운 색깔이 존재하도록 말이야. 그래서 슬퍼질 수도 있겠지만, 일상의 잿빛 속에 색깔이 생기지.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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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2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도 읽고 영화도 봤어요!! 응?😅

LAYLA 2020-12-28 22:59   좋아요 0 | URL
라로님 영화는 어떠셨어요? 볼까말까 고민중이에요 ㅋㅋ 보고 싶기도 한데 예고편보니 원작 그대로 옮기기만 한 것 같아서 지루하려나 아리까리하네요 ㅎㅎㅎ

라로 2020-12-30 13:48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원작은 기억도 안 나고요, 영화도 기억 거의 안 나는데 좋았다는 것만 기억나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안 지루했어요. 그것도 기억나요. 무척 좋았음.^^; 덕분에 저도 다시 봐야겠어요!!

LAYLA 2021-01-01 22:01   좋아요 0 | URL
그럼 저도 봐야겠어요. 요즘엔 네이버에서 옛날 영화들도 다운받아서 볼 수 있거든요. 기대됩니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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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물 흐르는 듯한 필력은 별 다섯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해가 가지 않고 고구마를 먹은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왜 이 책에는 갈등이 없고 다들 순하고 착한걸까? 심시선이란 사람의 생애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가족구성원들의 고통을 수반할수밖에 없는 굴곡진 인생인데 왜 가족들은 다 그녀를 무한히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추억하는걸까?(한국같이 팍팍한 사회에서는 부모가 이혼하거나 가난하기만 해도 자식들은 쉽게 부모를 미워하게 된다) 그리고 심시선이란 사람의 가족이 학살당했다는 설정, 앰엔앰과의 관계 설정(학대를 당했다고 하는데 성적인 학대 없이 정신적 학대만 당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심시선에게 집착해서 일방적으로 자살하고 유산은 다 심시선에게 남겼다...???), 그림과 글 장르를 넘나들며 재주가 넘쳤다는 설정 등 여러가지 설정들은 설정 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이 정도는 힘들지 않나? 


그 모든 것이 요즘 독자들이 열광하는 착하고 선한 정세랑 월드라고 생각하며 읽기는 읽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세상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 인간 세상을 미화하는 것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나? 오히려 인간의 나약함과 추함, 모순과 내적인 갈등을 담아내고 그럼에도 인간은 따뜻한 연대를 할 수 있다거나 전체 인류 공동체로서는 선으로 수렴된다거나 하는 흐름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닌가? 캐릭터 모두 피씨함 검열이라도 한 것처럼 바르고 바르기만 한 이 이야기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너무 분명해서(캐릭터들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성인지 감수성이 뛰어나고 자연보호의식이 강하며 자신이 사장임에도 직원들 월급은 알아서 올려주고 남성캐릭터들은 순순히 자신의 가부장권력을 포기한다. 사실 포기도 아니다. 애초에 그런 것이 없었던 것처럼, 가모장에게 눌린 자신의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숨이 막히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작작 좀 합시다' 뭐 그런 감상. 그나마 이 작품을 이해할수 있게 된 것은 책 마지막의 작가의 말에 나온, 이 작품은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라는 말. 만약 작가가 현실이고 개연성이고 핍진성이고 뭣이고 간에 이런 것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렸다면 그런 맥락에서는 이해가 간다. 이해는 가지만 그걸 좋아하느냐 아니냐는 취향의 영역이기에 별 넷으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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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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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 P21

애착은 골머리를 아프게 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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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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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단편인 종이 동물원이 너무나 수작이라 기대가 컸는데 뒤의 13편을 읽는 과정은 그 감동을 깎아나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이 솔직한 감상이다. 이 작가의 경력을 보면 2002년에 등단한 이후 종이 동물원으로 빵 뜨기까지 갭이 9년이나 되는데 그 갭이 이해가 가는 작품들이었다.


제일 좋은 작품은 종이 동물원과 즐거운 사냥을 하길.


이 단편집의 장점을 꼽자면 저자가 다루는 소재가 다양하다는 점. 과거와 현재 미래, 동양과 서양, 과학기술과 설화까지 종횡무진하는 재미가 있다.


단점이라면 들쑥날쑥한 완성도 그리고 취향의 차이이겠지만 나는 이 작가가 창조한 세계로는 한 발자국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호감이 가는 세상이 아니란 뜻이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가진 누군가가 창조한 세계라는 것이 잘 느껴져서 거리감이 느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종이 동물원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500페이지를 읽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아예 소설이란 양식 자체를 버리고 작가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있어서 실망스러웠다. 굳이 내가 수작 한두편을 위해 500쪽을 읽는 수고를 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 

홍콩에서 사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하루하루 마주치는 세상은 크게 변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러나 몇 년ㅣ 지나서 돌아보면 아예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100

보통은 유부남이 더 안전하다. 그중에서도 유부남인 것을 감추려는 유부남이 가장 안전하다. 그런 남자는 자신의 성취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 만한 짓은 하지 않는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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