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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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단편인 종이 동물원이 너무나 수작이라 기대가 컸는데 뒤의 13편을 읽는 과정은 그 감동을 깎아나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이 솔직한 감상이다. 이 작가의 경력을 보면 2002년에 등단한 이후 종이 동물원으로 빵 뜨기까지 갭이 9년이나 되는데 그 갭이 이해가 가는 작품들이었다.


제일 좋은 작품은 종이 동물원과 즐거운 사냥을 하길.


이 단편집의 장점을 꼽자면 저자가 다루는 소재가 다양하다는 점. 과거와 현재 미래, 동양과 서양, 과학기술과 설화까지 종횡무진하는 재미가 있다.


단점이라면 들쑥날쑥한 완성도 그리고 취향의 차이이겠지만 나는 이 작가가 창조한 세계로는 한 발자국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호감이 가는 세상이 아니란 뜻이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가진 누군가가 창조한 세계라는 것이 잘 느껴져서 거리감이 느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종이 동물원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500페이지를 읽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아예 소설이란 양식 자체를 버리고 작가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있어서 실망스러웠다. 굳이 내가 수작 한두편을 위해 500쪽을 읽는 수고를 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 

홍콩에서 사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하루하루 마주치는 세상은 크게 변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러나 몇 년ㅣ 지나서 돌아보면 아예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100

보통은 유부남이 더 안전하다. 그중에서도 유부남인 것을 감추려는 유부남이 가장 안전하다. 그런 남자는 자신의 성취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 만한 짓은 하지 않는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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