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장에서 제대로 해야만 실제 경기에서 실수를 줄일수 있었다. "하나!" 다이빙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지닐 수 있도록 다 함께 목청껏 소리치는 시간. "우리는 다이빙 기능을 기르면서 다이빙에 대한 사고능력을 키우고 열정을 살찌우도록 한다!" "둘!" "우리는 다이빙의 전통을 이어나가며 다이빙을 통해 각자의 삶을 드높이는 지식과 기능을 기른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목소리는 점점 높아진다. "잘한다, 셋!" "우리는 다이빙 훈련을 통해 통상적 사고에 머무르지 않
고 새로운 생각을 가지며, 타자와 세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기른다!" 누가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입에 착착 붙는 내용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듣다 보면 그냥 얘들이 악을 쓰는구나, 하겠지만 가슴으로 헤아려보면 다이빙이란 스포츠가 인류를 굽어살피고 구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뭔가 역사적이고대단히 위대한 일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명치께가 뻐근해지기도 했다. "꾸물거리지 말고 바로바로 이어서, 시작!" 스펀지 조각이 가득한 풀을 바라보며 보드 뒤쪽으로 줄을섰다. 기재 코치의 눈빛이 평소와 달리 매섭게 변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연마하던 동작을 검사받는 시간이었다. 늘하던 일과 중 하나인데도 매번 떨리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올라서는 다이빙대 높이는 점점 높아지는데 그에 비례해서 내 간은 점점 쪼그라드는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뛰기, 앞으로 서서 반대로 뛰기, 뒤로 굴러 앞으로뛰기, 뒤로 뛰기, 트위스트, 암스탠드・・・・・・ 현란한 동작들이 초단위로 빠르게 이어졌다. 권재훈 차례였다. 물구나무서서 뛰기를 시도한 모습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졌다. 다이빙대에서 몸이 떨어지는 순간 녀석이 얼마나 이를 악물고 뛰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깨
다 식어빠진 수육과 녹두전을 먹었다. 식었지만 맛이 좋았다. 음식 데워줄까, 라고 묻지도 않는 레게 사내는 가벼워서좋았다. 기재 코치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을까 궁금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두 사람이 내 앞에서 함께 다이빙하던 시절을 랩처럼 늘어놓았다. 훈련은 예나 지금이나 힘들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경쟁하고 함께 기합받고 울고웃고 싸웠다가 화해도 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생활의 반복이 영화 장면처럼 연상됐다. "쿨한 척했지만 시기와 질투가 늘 엉망으로 뒤섞여 있던나이였지, 열일곱, 열여덟은 그런 나이야. 잘하고 싶은데 몸이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런데 어느 날 나보다 못한 녀석이 갑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걸 보며 애써 외면하지. 우연이야. 재우연일 거야, 이번은. 그런데 그게 우연이 아니란 걸 깨닫는 순간 멘털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산산조각 나는 거지. 어제까지친구고 동료였는데 꼴도 보기 싫고, 분명 상대방 잘못이 아닌것을 뻔히 아는데도 마음이 아직 여물지 않아서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여물지 않은 마음…………. 젓가락질하다 말고 가슴팍을 주먹으로 슬쩍 문질렀다. "그런데 웃기는 건 다이빙했던 십대 때나 지금이나 시기와 질투는 늘 따라다녀. 왜 그런지 아냐? 잘 살고 싶거든. 기왕사는 인생, 뭐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너나 재훈이나 다들 잘하고 있는 거야, 지금." 콧구멍 평수가 늘어났다. 코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입술에경련이 일었다. 얼얼했다. 양념장에 청양고추를 넣은 탓이다. "너 여기서 울면 네 코치 놈이 평생 놀린다. 내가 산증인이야. 넣어둬, 눈물 따윈." 미지근해진 물을 권하는 레게 사내가 고마웠다. 레게 사내가 운영하는 <모집>은 정말 맛집이었다. 상처 입은 마음에 새살이 돋게 만드는 건 음식이 아니라 주인장의 유쾌함이었다. 미적지근한 물을 마시는 내게 "수영장 물보다 훨씬 낫지?"라들렸다. 졸지에 코로 물을 마
나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위해 스스럼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 신념을 나만의 방식으로 응원하기로 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무원이가 새로운 도전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기를, 은강이가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법이 없기를, 권재훈이 조금은 홀가분해질 수 있기를, 구본희가 이세상 어디든지 스며드는 것에 겁먹지 않기를 바랐다.
작품을 쓰는 동안, 아이유의 <Strawberry Moon>을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다.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
주문 같은 가사였다. 완벽한 삶을 꿈꾸지도, 완벽한 삶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지도 않았으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하루하루는 완벽했으면 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일만 번 그 이상을 뛰어내리는 열일곱의 미완들, 그들의 용기 있는 비상과 추락이 완벽하지 않다면 세상 그 무엇을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름이 오고 있다. 수많은 오늘을 묵묵히 살아가는 무원, 재훈, 은강, 그리고 수많은 우리들에게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완벽한 삶이 슬쩍 다가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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