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폴(Europol) 홈페이지에서 가장 최근 수사 사례를 찾아보았습니다. 
2023년 5월에 유로폴이 발표한 수사 사례‘에 따르면, 유로폴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9개국은 공조 수사를 통해서 ‘모노폴리마켓‘(Monopoly Market)이라는 마약 거래 다크웹을 압수하고 이를 통해서 마약을 거래한 288명의 용의자를 체포하고, 필로폰과 코카인 등 850킬로그램의 마약 5,340만 달러의 현금 및 가상자산, 그리고 117정의 총을 압수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체포된 용의자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들도 서로를 직접 만난 적은 없을 것입니다. 
이 사이트를 개설한 용의자는 크로아티아인과 세르비아인인데, 2022년 11월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위치가 발각된 뒤 체포되어 미국으로 송환되었습니다. 이들은 범죄의 대가를 가상화폐로 받아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화폐거래소들을 거쳐 돈세탁을 한 후 세르비아에서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인 손정우가 만든 것으로 밝혀져서 큰 논란이일었던 ‘웰컴투비디오‘(Welcome to Video)라는 당시 세계 최대의 아동성착취물 공유사이트도 다크웹에 개설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포르노 사이트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동*미국 153명, 영국 55명, 독일 52명, 네덜란드 10명, 오스트리아 9명, 프랑스 5명, 스위스 2명, 폴란드 1명, 브라질 1명,

성착취물이라는 것은 
가령 5살짜리 여자아이를 강간하거나 심지어 신체를 훼손하는 영상 같은 것을 말합니다.
 이 사이트에는 아예 "15세 이상의 아동음란물은 올리지 말 것"이라는 배너가 떠 있고, 
영상의 분류로 
‘사춘기 이전 아동 하드코어물 ‘4세‘
‘2세‘ ‘2세 미만‘이 있다고 합니다. 
생후 6개월 된 아기에게 몹쓸 짓을 하는 영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영상이 고가에 팔리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유괴, 납치, 인신매매가 벌어진다고 합니다. 그 영상 중에는 실종된 아이에 대한 것도 있다고 합니다.

이 사이트가 문제가 된 계기는 
2013년 영국에서 발생한 
매슈 팔더 (Matthew A. Falder) 사건입니다. 
매슈 팔더는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의 엘리트 물리학 연구원인데, 미성년자 약취 유인해서 아동 포르노를 찍는 일을 하다가 발각됩니다. 이 범죄자가 자신이 만든 영상을 판 포르노 사이트는 바로 다크웹에 있던 ‘웰컴투비디오‘라는 사이트였습니다. 
비밀 유료회원이 세계 각국에서 3,400명이 넘었습니다. 영국, 미국, 독일을 비롯한 32개국의 수사기관들이 공조 수사를 해서 
300여명이 적발되었는데, 
그중에 240여명이 한국인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의 서버 IP 주소가 
한국이었습니다. 
결국 2018년경 미국 워싱턴 D.C. 법원이 대한민국 충남에 거주하고 있던 20대 손정우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2개월 뒤 경찰이 손정우를 구속했습니다.

현재 이러한 다크웹 운영자를 잡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수사와 방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므로 품이 많이 듭니다.
그러나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범죄를 쉽게 포착할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장치가 나오고 있어서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이 범죄 수사를 수월하게 하는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200만년 전이지만, 농업혁명이시작된 것은 1만 2천년 전이고, 과학혁명이 시작된 것은 불과 500년 전입니다. 
그렇지만 현대인의 삶의 필수품을 만들어준과학기술의 탄생은 그 500년 중에서도 지극히 최근에 이루어졌습니다. 
가령 1840년대 이전에는 수술할 때 마취제 없이 양팔과 다리를 붙잡고 실시했습니다. 
증기기관차가 첫선을 보인1825년 이전에는 세상에 기차가 없었습니다. 
독일의 카를 벤츠가 최초의 삼륜 자동차를 선보인 1885년 이전에는 세상에 자동차가 없었습니다. 
라이트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1903년 이전에는 비행기도 없었습니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전에는 인간이 대기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에는 일반 사람들이 인터넷을 쓰지 않았습니다. 2003년 이전에는 페이스북이 없었고,

2007년 이전에는 아이폰이 없었습니다.

발전된 과학기술이 반드시 좋은 쪽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원리와 같은 20세기 최신 물리학자식이 등장하자마자 가장 천재적인 물리학자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핵무기입니다. 맨해튼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는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뒤에야 원폭의 개발과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2023)에 나오는 대사가 절묘합니다.

"사막의 돌을 들추려거든 그 안에서 뱀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예상해야 한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고려하면, 새로운 과학기술이 탄생할 때마다 그것을 활용하는 새로운 범죄가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미국에서 최신 기관총이 나오면 군과 경찰보다 마피아 조직이 먼저 손에 넣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최신 과학기술이 나오면 수사기관보다 범죄자가 먼저 범죄에 활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종국에는 방대한 예산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가•기술을 확보하고 장비와 시스템을 구축해서 그런 범죄자를 잡을 수 있게 되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시민들이 범죄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신기술이 자주 나올수록 범죄자와 수사기관의 과학기술 활용 시점 사이의 괴리는 커질 것이고 그만큼 범죄가 판칠 공간이 넓어지게 됩니다.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과학적 수사기법을 서둘러 마련하는 프로세스가 별도의 조직, 예산, 법령을 토대로 제도화될 필요가있습니다.

•저는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형을 집행하면서 EU와 마찰이 생긴다거나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평판이 안 좋아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EU는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과도 경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사형을 하고 안 하고는 주권 사항으로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이 정의와 필요성을 고려해 결단할 사항입니다. 
2019년에 성인 9,85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형제를 찬성하고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집행해야 한다.
는 의견이 51.7퍼센트, 사형제는 유지하되 지금처럼 집행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7.9퍼센트, 사형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7.8퍼센트였습니다.

 민주주의주권국가에서는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사형을 집행할지 여부도 국민의 뜻을 살펴서 적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 결정할 일입니다. 
다만, 사형집행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사형수 중에서 유영철, 강호순과 같이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만을 집행하자는 말도 있지만, 사형수들 중에서 일부만 선별해서 집행하거나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그 기준과 근거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유영철, 강호순은 최근 범죄 관련 방・일본정부가 2019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1퍼센트가 사형이필요하다고 답하고 56퍼센트가 피해자와 유족들의 감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살인범이 감옥 활보 안돼" 인권 중시 1. 사형 집행하는 이유」 조선일보 2023.8.31. A4면,

송에서 자주 언급되어 널리 알려졌지만 그보다 과거에 사형이확정된 사형수들도 그 잔혹성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법에 엄연히 사형제도가 있고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하는 데도 행정부가 이를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정의에 반하고, 
유족에게 근거 없이 고통을 주는 것이며, 
사형에 찬성하는 국민 다수의 뜻에 반하고, 법과 재판의 권위를 전체적으로 손상시키며, 흉악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효과를 놓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형 여부는 우리나라의 주권 사항이므로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거나 눈치를 볼 일도 아닙니다.


* 1993년 사형이 확정되어 사형수 중 최상기간 수감 중인 원인식은 1992년 ‘원주왕국회관 화재사건‘의 범인입니다. 아내가 다니는 예배당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1997년 사형이 확정된 ‘막가파두목 최정수는 1996년 강남에서 차를 몰고 가던 40대 여성을 납치해 깊이 1.5미터의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했습니다. 2009년 사형이 확정된 정상진은 ‘논현동 고시원 방화사건‘의 범인입니다. 자신이 살던 고시원에 불을 지른 뒤 달출하는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리 6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2016년 사형이 확정된 임도빈은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 GOP에서 동료병사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숨지게 하고 7명에게 중상을 가했습니다. 「여성 생매장한 막가파 두목, 26년째 수감・・・ 국내 사형수 59명은 누구 조선일보 2023. 8. 31.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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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종 범죄들의 특징은 
시간, 장소, 대상자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범죄는 대개 서로 알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러므로 갈등과 질투와 원한을 만들지 않도록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고 위험해 보이는 사람과는 적당히 거리를 둠으로써 범죄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직장 동료나 이웃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끼리도 서로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지내•던 문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도 동네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위험한 사람인지에 대한 소문이 금세 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삽니다.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지고 깊이도 얕아졌습니다. 
지구의 대기권이 엷어지면 우주에서 날아오는 소행성과의 충돌 위험이 커지는 것처럼, 인간관계와 공동체 연대의 보호막이 엷어지는 만큼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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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문답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외부로부터 억압을 받으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왜냐 선생님이 이처럼 실천적인 삶을 산 것은 허생의 모습을 비판하며, 지식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가장 잘 배우고 실천한 학생은 윤수였습니다. 동철이가 왜냐 선생님을 비판할 때나,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오게 되었을 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윤수는 왜냐 선생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한결같이 옹호합니다.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온 날, 윤수는 자기 생각을 실천으로 보여 줍니다. 땡볕이 쏟아지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혼자 앉아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윤수는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시위하며 저항합니다. 윤수의 행동에 선재 역시 운동장으로 뛰어갑니다. 선재는 똑똑하지만 생각이 많은 학생입니다. 하지만 윤수를 본 그 순간에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왜냐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오셨을까요?

정신분석 용어 사전에 의하면, 이 용어는 1970년에 심리학자인 시너스와 마이어가 소개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다른 개념들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에 나왔죠. 
공선옥 작가는 이 소설을 보고는 ‘어쩌면 현대라는 사회가 집단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고 말했습니다. 
유명 작가의 시선이 아닌 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요? 중학생이 이 소설을 읽고 쓴 서평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타인을 만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어려워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철저하게 타인에게 무관심한 무관심 사회가 된 것이다.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로지 나 하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나 이외의 타인의 감정에는 공감하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자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윤재가 타인과 관계 맺음을 통해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여 주면서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윤재가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다른 이들과 그 감정을 나눌 수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끼니마다 ‘아몬드‘를 밥상에 올리지요.
이런 엄마의 바람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아무런 선입견 없이 윤재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이층 빵집 주인 심 박사의 관심 덕분이었을까요? 윤재는 자기 자신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불능증 덕분에 두려움도 못 느낀 채 몸을 던져 곤이를 위험에서 구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에 맞추어 앞으로의 인생에 부딪혀 보기로 결심합니다.
선천적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괴물 취급당했던 윤재가 괴물이 되어 가던 소년 곤이를 위해 진짜 괴물인 사내와 싸워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부분을 보며 과연 우리 사회의 괴물은 누구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섣부른 ‘라벨 붙이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성찰하게 됩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축복 받아 마땅한 아이들이 태어나는데 그들이 어떻게 성장할지는 주위의 사람에게 달려 있을 것입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입니다.

본문 작품 자료 출처

성석제,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창비, 2017
김려령, 『완득이』, 창비, 2008
최진영, 「오늘의 커피」, 『겨울 방학』, 민음사, 2019
은희경, 『새의 선물』, 문학동네, 2014
김중혁, 「나와 B」, 『악기들의 도서관』, 문학동네, 2008
백수린, 「고요한 사건」, 『여름의 빌라』, 문학동네, 2020
윤후명,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민음사, 2005
현덕, 『하늘은 맑건만』, 창비, 2018
권정생, 『강아지똥』, 길벗어린이, 1996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2017
송기원,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얼굴』, 문이당, 2006
김애란, 『달려라 아비』, 창비, 2019
유하순, 「불량한 주스가게」, 『불량한 주스가게』, 푸른책들, 2022
공선옥, 『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 2009
이희영, 『페인트』, 창비, 2019
김선영, 『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2013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세계사, 2015
심윤경, 『설이』, 한겨레출판사, 2019
최은영. 「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 2016
공선옥, 『라면은 멋있다』, 창비, 2017
해이수, 『십번기』, 문학과지성사, 2015
임태희, 「가식덩어리」, 『베스트 프렌드』, 푸른책들, 2007
이꽃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2020
이도우, 『잠옷을 입으렴』, 위즈덤하우스, 2020
이경화, 『지독한 장난』, 뜨인돌, 2014
임솔아, 『최선의 삶』, 문학동네, 2015
김려령, 『우아한 거짓말』, 창비, 2009
황영미,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문학동네, 2019
박완서, 「자전거 도둑」, 『자전거 도둑』, 다림, 1999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아우를 위하여』, 다림, 2002
안도현, 『짜장면』, 열림원, 2002
백온유, 『유원』, 창비, 2020
남상순, 『사투리 귀신, 창비, 2012
김선영, 『시간을 파는 상점』, 자음과모음,2012
최시한,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문학과지성사, 2008
이경화, 담임 선생님은 AIJ, 창비, 2018
박완서, 「배반의 여름」, 「배반의 여름』, 문학동네, 2006
송병수, 「쑈리킴」, 『송병수 단편집 지식을만드는지식, 2002
손원, 「아몬드, 다즐링, 2023
은희경,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
생각의나무, 2000 
(현재는 은희경 작품집 『상속』(문학과지성사, 2002)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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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만남은 사실 길고 긴삶 전체를 놓고 보면 아주 잠깐에 해당하는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꿈꾸며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지만 공모전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심사평에서조차 모두 혹평을 듣습니다. 
‘나‘
는 점점 가족들의 얼굴을 보러 가지 않게 됩니다. 그런 ‘나‘에게 할아버지가 찾아옵니다. 몇 시간 동안이나 비를 맞으며 기다린 채 좁디좁은 고시원 방에 찾아온 할아버지는 ‘나‘의 초라한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할아버지는 ‘나‘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멋지다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삶, 사실상 유일한 관객이었던 할아버지가 ‘나‘를 이해해 준 겁니다.

세 번째 열쇠말 서른 살, 우린 이제 혼자네

할아버지는 고시원 방으로 ‘나‘를 찾아왔을 때 위로의 말뿐만 아니라 쇼코가 보낸 편지와 폴라로이드 사진을 건넸습니다. 편지 속에는그동안 쇼코가 살아온 평범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할아버지를 돌보며 ‘나‘는 지금까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에 어머니와 할아버지, ‘나‘는 함께 누워서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 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도란도란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실 타인에게는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오히려 가족들에게는 왠지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망설이게 됩니다. 
어쩌면 가족은가장 낯선 타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열쇠말 관심을 가질 것

세 번째 열쇠말은 두 번째 열쇠말 ‘행운‘에서 이어집니다. 곁에 누군가 있어야 행운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을 앞에서 했는데요, 결국이 소설에서 말하는 ‘행운‘이란 것은 어떤 초월적 존재가 가져다 주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운‘이라는 이름의 초월적 존재를 통해 이것이 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관심을 가질 것. 너무 쉬워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관심을 가지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공감할 것입니다. 외로운 이에게도, 상처를 가진 이에게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도 그 옆에 관심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충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 사람에게도 행운이 다가가고 있다는 거겠지요.

이 소설의 제목처럼 행운이 나에게 다가오는 중이라고 기대하며 산다면 매일이 얼마나 설렐까요? 지금 행운이 여러분 곁에 다가오기를바라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천지가 죽은 후 엄마와 언니가 이사한 곳은 화연이네가 사는 동네였습니다. 천지 엄마는 화연이네 중국집을 찾아가 화연의 생일 선물로 최신형 mp3 플레이어를 전해 줍니다. 그것은 천지가 죽기 전 타의에 의해 준비했던 것이었지요. 이때 천지 엄마는 이렇게 평생 피해자 가족의 얼굴을 보면서 살아보라고 혼잣말합니다. 사실 천지 엄마는 오래전에 화연이의 부모를 찾아와 괴롭힘을 말려 달라고 했으나 화연이 부모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연이 엄마는 천지가 죽은 후 찾아와 태연히 자장면을 먹는 천지 엄마가 달갑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로도 사과도 섣불리 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딸의 잘못을 인정해 버리면 치러야 할 값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잘못을 하고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잘못을 인정했을 때 치르고 싶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일까요? 
어떤 이들은 왜 용서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묻기도 합니다.


세 번째 열쇠말 허생전

「허생전」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한문 소설입니다. 허생은 남산 밑 묵적골에 살며 책 읽기만 하던 가난한 선비입니다. 
어느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아내의 질책을 듣고 장안의 부자인 변 씨를찾아가 돈 1만 낭을 빌립니다. 그러고는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큰돈을 법니다. 이후 도적의 소굴로 찾아가 도적들을 설득한 뒤, 이들을 이끌고 어느 섬으로 들어갑니다. 
섬에서 농사와 무역으로 자신의 이상국을 건설한 허생은 다시 섬에서 나와 나라 안의 빈민을 구제합니다. 
변 씨에게서 허생의 이야기를 들은 이완 대장은 허생을 찾아가 나라 안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묻습니다. 
이에 허생은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지만, 이완 대장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허생은 지배층의 허례허식과 무능을 비판하면서 이완 대장을 내쫓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허생이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허생은 사대부 양반으로 지식인입니다. 예리한 안목으로 당대 사회를 비판하고, 많은 과업을 이루는 인물이지요. 

왜냐 선생님은 이를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결여된 것으로 양반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한계는 작가 박지원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지적합니다.

왜냐 선생님 역시 지식인이지요. 그는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교조에 가입하여 진정으로 학생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를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지요.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전교조가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1990년대입니다. 그 이후에 일제 고사가 폐지되고 고교 평준화가 이루어져 중학교만이라도 입시 교육을 탈피하게 되었으며, 촌지와 체벌이 없어지고 친환경 직영 무상급식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외에도 학교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교육 민주화는 전교조의 선구적 운동과 요구로 인해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왜냐 선생님처럼 해직되어 그토록 가르치고 싶었던 아이들곁을 오래도록 떠났다가 돌아온 선생님도 많지요.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사실은 이런 지식인들의 끊임없는 실천과 투쟁의 결과로 얻어낸 것들이라는 점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 선생님은 「허생전」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일까요? 
「허생전」은 과거의 이야기이고,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은 현재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배웁니다. 이 작품을 통해 왜냐선생님이 가르치고싶었던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제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문답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외부로부터 억압을 받으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왜냐 선생님이 이처럼 실천적인 삶을 산 것은 허생의 모습을 비판하며, 지식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가장 잘 배우고 실천한 학생은 윤수였습니다. 동철이가 왜냐 선생님을 비판할 때나,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오게 되었을 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윤수는 왜냐 선생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한결같이 옹호합니다.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온 날, 윤수는 자기 생각을 실천으로 보여 줍니다. 땡볕이 쏟아지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혼자 앉아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윤수는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시위하며 저항합니다. 윤수의 행동에 선재 역시 운동장으로 뛰어갑니다. 선재는 똑똑하지만 생각이 많은 학생입니다. 하지만 윤수를 본 그 순간에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왜냐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오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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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다는 것

이동식

시작한다는 것은
안 된다는 걸 믿는 것이 아니라
된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그것이 하고픈 일이고
꿈이라면
그 낮은 확률에도 희망을 갖고
나의 길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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