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언어가 숨어있는 세계>는 김지호 작가는 현직 언어치료사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언어치료사로 활동을 하면서 직접 만났던 아이들의 임상 경험담과 언어치료사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본인의 감정,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책이다. 확실히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마음이 먹먹해질 때도 많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내용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계속 읽을수록 작가가 아이들의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따뜻해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언어로 의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가진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데 만 2세부터 성인에 가까운 나이의 아이들까지 연령대가 엄청 다양하다. 이 책에 기록된 25명의 아이들은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이러한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언어치료사로서의 사명감과 어른으로서 이러한 아이들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데 특히, 그동안 저자가 방문하여 치료했던 아이들에게 쓴 편지들을 읽을 때 마음이 많이 먹먹했다. 편지에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더 감정이 이입된 탓일지도 모르겠다. 언어 표현에 서투른 아이들은 언어 대신 눈빛, 표정, 몸짓 등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 이러한 의사 표현에 숨어있는 언어를 찾아내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역시 언어치료사의 역할임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언어치료사’는 단순히 언어로 표현을 하지 못하거나 말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그 아이에 맞는 대화방식을 찾아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캐치하여 아이의 방식으로 대화를 하는 일대일 개별 맞춤의 일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알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빈틈이 느껴지지 않도록 세상과 연결시켜주며 아이들이 행복하도록 열심히 애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느껴졌다. 꼭 ‘언어’만이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소통의 창구가 아니다. 언어가 아니어도 우리 모두는 소통할 수 있고, 소통의 부재가 존재한다면 그 존재를 메꿔줄 수 있는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는 마음

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사는 마음> 책은 반려 물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인데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물건에 관한 내용이니 단순히 물건을 구매한다는 뜻의 ‘사다(buy)’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책의 저자는 ‘살다(live)’와 ‘사다(buy)’를 동시에 나타내는 말로 표현을 했다. 생각을 해보니 우리는 물건을 사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책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 제목이었던가. 어느 누구나 최소 하나쯤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 추억이 깃든 물건을 애지중지하며 아직까지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물건이 있다. 이쯤 되면 책에서 표현하는 반려 물건이라고 칭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저자는 책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일, 버리는 일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왜 살고 물건을 사는지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물건을 하나 사기 전에도 살지 말지 고민을 하고 왜 사야 하는지, 왜 사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을 하고 구매를 하지만 어느 순간 물건들이 짐이 되어 전부 버려질 때면 구매 당시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그 순간들이 쓸모없던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을 때가 간혹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물건을 구매하는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짐이 될 것 같으면 웬만하면 사지 않고 있는데, 과연 물건 하나를 구매하면서 미래까지 생각하는 게 맞나 싶었던 찰나 책을 읽으면서 와닿는 문장이 있었다.

P107. 마음이 꼭 들지 않으면 사지 않기,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워지는 물건을 사기, 그동안 나를 기쁘게 했던 물건이 아니라면 미련 없이 남에게 주거나 버리기, (...)

이 중에서도 특히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워지는 물건을 사기’ 이 문장이 너무 와닿았다. 그동안 내가 버렸던 물건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워지는 물건이 아니었다. 앞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에 리스트가 한 개 더 추가된 셈이다. 이렇게 물건을 사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 나아가 저자는 사회적인 부분을 다루며 인간이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고민도 풀어놓는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의 생각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살면서 물건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런 물건들을 대하는 태도와 함께 인생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빛과 영원의 시계방

빛과 영원의 시계방 ㅣ 초월 2
김희선 지음 / 허블 / 2023년 2월

[허블] 출판사는 SF 소설 장르를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출판 브랜드이다. 지난번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도 굉장히 재미있는 SF 소설을 읽었었는데, 올해 처음 동아시아 서포터즈 첫 도서로 <빛과 영원의 시계방> 도서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죽음과 시공간을 초월하며 시공간에 읽힌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소설들이다. SF 소설이지만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처음 읽었던 단편 소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 소설의 제목은 ‘공간 서점’이다. 오래전 천금당이라는 시계방이 있었는데 이 시계방 지하에는 시간 여행자들을 위한 비밀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 공간의 비밀에 대해 밝혀내는 이야기이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내용이 시중에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호기심이 가득 차는 편인데, 읽다보면 책 내용에 빠져들어 감정이입이 되는 것도 한몫 하지 않을까 싶다. 총 8편의 단편소설 모두 술술 읽힐 정도로 가독성이 좋아서 SF 소설을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설 속에 내포되어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을 법한 내용들이어서 이 책의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 허블의 다음 SF소설이 더욱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질문은 조금만

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이번에 읽게 된 <질문은 조금만> 책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11인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 인터뷰 책이다. 나는 가끔씩 인터뷰 책을 읽게 될 때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겨레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충걸 인터뷰집 <질문은 조금만>이라는 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가수 최백호, 야구선수 강백호, 법륜 스님, 개그우먼 겸 크리에이터 강유미, 의사 정현채, 전 법무부장관 강경화,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 피아니스트 김대진, 시인 장석주, 피겨선수 차준환, 배우 박정자 이렇게 총 11인이다. 이렇게만 보아도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각기 다른 11인의 인터뷰 집이라니 더욱 흥미가 돋았다. 인터뷰 집이지만 질문과 대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대답 뒤에 인터뷰어 이충걸의 생각과 본인의 이야기가 덧붙여짐으로써 질문과 대답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게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생각지도 못한 성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인물도 있었고, 특히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을 차지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그들도 정상의 자리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도 동기부여와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인터뷰 집이라고 하면 따분하고 질문과 대답으로만 이루어진 형식의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질문은 조금만>이라는 책은 평소 알고 있던 인터뷰집의 형식을 깨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유명인들의 생각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나 역시도 내가 생각하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 최고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해결‘책’ ㅣ 지금당장 1
앨릭스 코브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3년 1월

<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도서는 총 5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우울함을 느낄 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과 부정적인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긴 부연 설명 없이 짧게 메시지만 전달하는 점이었다. 짧지만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깊은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우울함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누구나 우울함과 우울증을 겪을 수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이 찾아오면 한없이 깊은 동굴로 빠져들어 나를 가두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로 약간의 생각의 전환만 한다면 우울함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책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목차를 살펴본 후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실천방법을 골라서 읽어보고 실천법을 따라 해보면 책을 읽기 전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기억에 남는 실천 방법 중 하나는 ‘감정 표현의 어휘를 넓혀보자’챕터였다. 보통 사람의 기분을 나눌 때는 기분이 좋다, 나쁘다, 두 가지로 많이 표현을 하게 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 때면 어떤 기분으로 표현을 해야 할지 잘 모를 때가 많이 있다. 나의 감정을 여러 가지로 나누어 정확하게 묘사를 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도망을 가거나 회피하고 싶은 충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어 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다 보면 우울에서 벗어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루지 말고 일단 실천부터 시작해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