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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 예찬 -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
김지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최근 들어 MBTI 검사가 유행하면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들의 MBTI 성향으로 나누어 게임을 하고, 이젠 누군가를 만나면 ‘혈액형이 뭐예요?’, ‘별자리가 뭐예요?’라는 질문보다는 ‘MBTI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첫인사가 되었다. 나는 외향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향적인 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 역시도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는 편이다. 인간은 외향적, 내향적 두 가지로 완전히 분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면이 있을 수 있고, 외향적인 사람도 내향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단순히 외향 인과 내향 인으로만 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얼마 전 뉴스에서 취업 이력서 양식에 MBTI를 묻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력서에 MBTI를 기재하는 란이 있다는 것에 1차 놀랐고, 기업에서는 I라는 이유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사교적이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라는 판단만으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인터뷰에서 2차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바뀌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내향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삶의 모습이 조금이 변화한 것 같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러한 시간을 통해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인맥 유지를 위한 사람들과의 만남, 불필요한 모임 등을 코로나를 핑계로 합법적인? 불참을 할 수 있음에 편했던 건 사실이다. 이렇게 혼자 즐기는 시간을 통해 나 역시도 내향적인 면이 있긴 하나, 외향적인 면이 더 강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쓴 이 책은 대부분 코로나 시기에 쓰인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만의 사적인 공간과 내밀함을 더 잘 엿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작가의 비밀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저자와 나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진 내적 친밀감을 느끼면서 책을 끝까지 읽었던 것 같다. 팬데믹 시대를 겪고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거리가 존중되는 시대를 맞이하여, 나에게 좀 더 집중해서 생각하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렇기에 외향적인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공감 가는 부분도 충분히 많을 것이고, 또 자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