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 호텔 놀이
김미선.김재민.김정숙.박진주 지음 / 시공사 / 2011년 1월
품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나 꼭 들러봐야 하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정리해 놓은 책은 많이 봤지만 호텔을 중심으로 정리해 놓은 책은 본 기억이 없던 것 같다. 그래서 신선하게 느껴졌던 책! 특히 여행 일정을 짤 때 숙소란 나에게 있어 '잠만 잘 수 있는 곳' 정도의 의미만 가지기 때문에 평소 크게 신경써서 고르진 않았다. 물론 너무 더럽거나 불편한 건 꺼려지지만 하루 종일 많이 보고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들어와선 지쳐 잠드는 빡빡한 하드코어(?!) 일정을 짜는 편이라 부대시설을 이용한다거나 하는 등의 호사로움을 꿈꿨던 적은 없던 것 같다. 때문에 자연스레 호텔은 어림도 없거니와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비용은 과감히 줄였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을 때 만큼은 호텔을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짠다고 생각했다. ㅋㅋ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색달랐던 경험이랄까 :)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호텔들은 싱가포르, 방콕, 상하이, 홍콩, 도쿄 까지 아시아 빅5 시티에 있는 곳들이다. 책을 읽기 전엔 다섯 곳 중 이번 여름에 가려고 생각했던 홍콩이 제일 눈에 들어왔었는데 읽으면서 방콕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_= 갈대같은 여자의 마음; ㅋㅋ 본격적인 호텔놀이에 들어가기에 앞서 Introduction 으로 왼쪽 사진 같은 항목들을 볼 수 있다.

그 중 "intro9 - City Guide 호텔 놀이, 어디로 갈까"는 앞으로 이 책에서 소개할 다섯개 도시의 호텔 사정을 간략히 정리해 놓고 있어서 한 눈에 보기에 아주 유용했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방콕만 소개한다.

★방콕 호텔 놀이
호텔을 고르기에 부담 없고,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 바로 방콕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 우리나라 그리고 다른 아시아 호텔에 비해서도 현저히 싼 호텔 가격은 평범한 여행자라도 럭셔리한 호텔에 눈독 들이게 만들기 충분하다. 7,8만원대 호텔들도 꽤 괜찮은 조식을 포함하고 있고, 개성있는 객실 인테리어와 편안한 침구류를 제공하는 곳들이 즐비한 방콕은 호텔을 즐기고 활용하기에는 최고의 도시 중 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나라별 호텔 사정과 호텔을 선택하는 요령까지 덧붙여 말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좋다. 책이 두껍고 무거워서 휴대하고 다니기에 불편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히지만 내가 갈 도시를 정하고, 누구와 갈 것인지, 어떤 테마로 갈 것인지만 정한다면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뽑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찾기 쉽고, 또 굳이 한 권을 다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찜해 두었던 방콕을 예로 들면, 우선 방콕의 소개가 시작되는 페이지 선택!


책의 맨 앞 목차를 보면 누구와 갈 것인지, 어떤 테마로 갈 것인지에 따라 나뉘어져 있다. 친구끼리 쇼핑 여행을 골랐다고 했을 때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처럼 순위가 매겨져 있어서 각 테마별 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부터 순서대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나는 아무래도 [알콩달콩 커플여행]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는데 랭킹 1위였던 유지니아 호텔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3위인 스위소텔 파크 나일럿도 좋았는데 이렇게 각 호텔 마다 이 곳에 가면 꼭 해야 할 것과 누구에게 좋고 나쁜지, 그리고 별점으로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것 역시 한 눈에 들어오게 정리가 잘 되어있다는 이 책의 장점!

각자의 여행 목적에 따라, 그리고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 물론 거기엔 돈이 따라야 하겠지만~한 번 쯤 호화로운 호텔에서의 말 그대로 호텔 놀이를 즐겨 보고 싶은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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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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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하더라도 이 작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름만으로도 대단함이 느껴지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 만큼은 꼭 읽어야 한다고 엄청나게 들어왔던 <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조차 아직 읽지 못한 나로서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하루키, 하루키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 -_-) 원래 주변에서 더 환호하고 난리법석을 떨면 괜히 멀리하게 되는 비뚤어진 마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때다. 같은 반 친구가 하루키의 팬이었는지 그의 책을 여러 권 읽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꽤 두꺼운 분량의 책이라 "저걸 언제 다 읽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에 그의 잡문집이 나왔단 소식을 잦은 광고를 통해 알게되면서, 성인이 되어 더 많이 읽게된 것은 아무래도 에세이니까 좀 더 쉽게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 기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 나도 하루키의 책을 읽는다! =_=)

이 책은 1979년부터 2010년까지 약 30년에 가까운 그의 글들이 (제목 그대로 잡문들)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중복되어 있는 내용들이 꽤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내용이 자신이 소설가가 될 지 몰랐다는 이야기였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그저 재즈가 좋아 (재즈 음악을 하루 종일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가게를 운영했던 평범한 남자(아니, 그 때 부터 그는 유명하지만 않았을 뿐 독특했을 지도 모르겠다)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쓴 책이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어 출간되고, 영향력 또한 대단한 작가가 되었으니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건가 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소설가인 걸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또 한 편으로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했어도 잘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전반적인 예술 분야에 뛰어난 사람인 것 같다. 한 마디로 다재다능한 작가! 남들은 밥벌이로 삼는 번역 일도 오히려 즐기면서 쉴 때 하는 일종의 취미라고 말하는 건 어쩐지 조금 얄밉기도 하지만 그 또한 작가의 능력이고, 독자들은 더 정확하고 좋은 표현으로 외국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

이 책 또한 소설 못지 않게 두껍다. 하긴 30년 동안 작품 활동 말고도 다양한 글을 썼을텐데~ 얇은 것도 섭섭하게 느껴질 지 모르니까..>_< 하루키의 팬이라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알 수 있는 이 책이 흥미로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마지막에 파란색으로 책 표지 동그라미 속 그림을 그린 두 삽화가가 하루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재밌었다. 하루키의 팬에게는 어떤 책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소설을 읽어야겠어!! 근데,,,엄두가 안 난다..ㅠㅁ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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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을 보내주세요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절판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니 더 이상 새로운 게 떠오르지 않고, 일할 때 창의적인 걸 내놓으라는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아십니까!!!!) 게 제일 곤혹스러워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걸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하기도 했다. (책에서 창의적인 걸 얻을 수 있다는 건 말도 안된다던 유명인의 말이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ㅎㅎ 덧붙이자면, 그 사람은 앉아서 책만 읽는 것 보다는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하는 것을 추천했었다.)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눈으로 사물을 바라 보거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놀라게 되는 그런 것!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놀라움의 연속이 계속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책을 읽으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한 권을 다 읽는 게 조금 벅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학적인 색채가 강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도 했다. 학교다닐 때도 철학 수업은 쥐약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도 그나마 그 중에서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재능과 천재성"에 관한 글이다.

「 재능(talent)이라는 말이 원래는 상당한 금액에 해당하는 그리스 화폐 단위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때로 복음서의 비유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탤런트를 가지고 있다는 뜻, 즉 부유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부와 관련된 것일까?......

천재성과 재능이 있다. 그러나 이 창조의 두 가지 상위 단계 아래에서 나름대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두 가지 다른 능력이 있다. 우선 솜씨 또는 손재주가 그것인데, 이 능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젊은 나이에 스승의 회초리를 맞아가면서 배우는 예술의 기본기이다.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능력을 모방하는 그러나 격이 뚝 떨어지는 만만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잔재주이다. 잔재주를 부리는 예술가는 때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나머지 자신의 작품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무능력과 무지와 모자라는 창의력을 숨기는 것이다.
- p143-146 中」



작가가 원래 철학 지망생이었다고 하니 철학적으로 풀어낸 글이 놀랍게 느껴지진 않는다. 원제인 『생각의 거울』로 그냥 제목을 붙여서 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왜 바꿨을까? 옮긴이의 글을 읽어 보니 철학적인 것과 신화적인 것이 함께 담겨 있다고 하는데, 이런 쪽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어떨지 모르겠다. 나한테는 조금 벅찼던 책이었던 것 같다. (아, 인정하고 있구나 =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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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자존감 - 엄마가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
정은혜 지음 / 서울문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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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무수히 많이 들었던 말, "자존감". 자존심과 헷갈리기도 하는 이 단어의 중요성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가끔씩 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아닐까 심히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자존감(self-esteem)이란, 자신이 세상에서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며 실패와 좌절을 하더라도 과거의 실패와 성공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에 차 있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p.5) '자존감이 낮은 것'과 '겸손한 것'은 엄연히 다른 거라 생각하는데 어쨌든, 자존감이란 단어가 내게 주는 느낌은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동전의 양면 같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자존감" 이란 단어에 혹 해서 였는데 책을 읽고 난 후, 제목을 다시 보니 <딸의 자존감>이란 제목이 잘 어울리는 걸까 고개가 갸웃거리긴 했다.


1년의 지혜 42가지를 모아 10년을 실천하여 바뀐 인생... 이 책을 쓴 주인공 정은혜 작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바로 프롤로그의 제목 그대로가 될 것 같다. 부자들의 재정 멘토로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 (부러운) 여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가 그대로 녹아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시 거저 얻는 것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육아에 힘쓰느라 동료들의 승진 및 높아 가는 연봉 소식에 조금 배가 아픈 것 같아 보이지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지은이가 불행해 보이진 않는다. (나는 그저 부러울 뿐ㅠㅠ)


가난한 형편 때문에 자신의 방조차 가져본 적 없고 사춘기 시절에도 엄마 아빠와 같은 방에서 자야했던 (그녀 입으로 불우했다고 말하는) 그 시절이 지금의 지은이를 있도록 이 악물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해 내고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너무나 뻔한 스토리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중간 중간 약간의 본인 자랑 같아 보이는 이야기도 들어있긴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달랐던 부분은 어떻게 극복해 냈는지 영웅담 같은 이야기가 나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롤로그의 제목처럼, 1년 동안 무작정 해외로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고(그 아이를 지은이는 "사랑이"로 불렀다.) 써내려 간 편지가 손발이 오글거릴 때도 있었지만 독특했다. 마치 육아 일기를 매일매일 기록하는 엄마처럼 일기 형식으로 그 날 그 날 본인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점이 힘들고 좋았는지 씌어져 있다. 그리고 그걸 읽다 보면 어떤 식으로 위로를 받았을 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제일 좋았던 건, 자존감이 낮았던 지은이가 점점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적어 놓은 부분들에 공감할 수 있어서 그게 참 좋았다. 맞아 맞아, 이래야 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는 기분. 그건 공감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힘든 거니까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지은이가 글 마지막 부분에 사진 처럼 정리해 놓은 노트를 실천해 본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은이가 적어 놓은 것들은 자신이 울고 웃으면서 몸으로 직접 부딪혀 작성한 것들이기 때문에 지은이에게 가장 잘 맞는 것들일 거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로 나만의 마법노트를 작성해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지만 여의치 않다면 지은이의 노트를 빌려도 괜찮지 않을까.


"딸의 자존감"이란 큰 제목으로 읽기 보단 "엄마가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 딸의 자존감"으로 읽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듯했다. 자존감이란 조금은 무거운 단어의 느낌 보단 성공한 사람을 닮아가는 방법, 도움 받기 같은 자기 계발서 느낌의 책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고 읽기 어렵지 않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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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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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라는 단어가 이토록 많이 쓰이는 단어인 줄 몰랐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내 영혼을 걸고 집착할 만한 음식" (황교익 칼럼니스트 글 中에서. p165) 이란 말이 인상적이라 메모를 해두었었는데 소울푸드가 (네이버 오픈사전이긴 해도) 국어사전에 단어로 등록이 되어 있다니 신기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소울푸드는 "사람들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아늑한 고향의 맛이다" 라고 한다.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니 잡지 인터뷰에 실린 수많은 유명인들의 소울푸드 이야기가 주르륵 나온다. 그걸 보고 있자니 책을 읽고 나서도 계속 들었던 의문인 나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답이 나오질 않는다. 앞에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내린 정의에 따르자면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순대나 김밥이 될 것 같은데 아늑한 고향의 맛과 연결짓는다고 하니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순대 아니면 김밥이야. 확실해 -_-)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성석제 작가의 <칼과 황홀>도 음식 이야기여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책을 읽게 됐다. <소울푸드>를 먼저 읽고 <칼과 황홀>을 읽게 되었는데 작가의 성향과 내가 잘 안 맞아서 그랬는지 성석제 작가의 이야기들로만 가득찬 책 보다는 21인의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 놓은 <소울푸드>가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카레와 사랑을 엮어 놓은 안은영 작가의 글을 보면서는 무언가에 얽힌 추억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온몸을 깨우는 매콤함, 빨계떡 이야기를 하던 박상 작가의 글을 읽을 때는 사람이란 참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많이 웃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치게 청춘에 관해서만 얘기하지도 않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후 너무 많은 청춘서들이 쏟아져서 이젠 질려 버렸다) 괜히 고향 얘기를 하며 감상 100%로 책 한권을 채우지 않아서였다. 이 책의 레시피로 4가지의 분류가 되어 있는데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의 청춘 한 스푼 / 마음의 고향, 짭쪼름한 그리움 한 방울 / 낯선 길 위에서 건져낸 삶의 의미 한 웅큼 / 내 몸에 흐르는 달콤쌉싸래한 추억 한 모금 이 그것이다. 큰 분류 안에 적절한 비율과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게 만들어준 작가들의 음식 이야기들은 지나치거나 덜 함이 없이 자꾸 자꾸 읽고 싶게 나를 유혹했다. 이런 표현이 좀 간지럽긴 하지만 그 만큼 좋았다.ㅋㅋ

이충걸 편집장이 쓴 엄마표 된장찌개를 읽으며 나도 요리에 익숙해 지면 엄마를 찾지 않게 될까, 혼자 힘으로 여러 가지는 만들어서 먹게 될테니까 엄마의 손길을 덜 찾게 되겠지란 생각을 살짝쿵 해봤다. (정말 그럴지는 막상 돼봐야 겠지만ㅋㅋ) 정말 책 속의 엄마처럼 우리 엄마 또한 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외할머니처럼 더 만들어 주지 못해 안달하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불편한 몸으로 엄마께 쿠사리를 먹어가면서까지 이것저것 맛있는 게 있으면 딸부터 챙겨주고, 해주고 싶어하는 외할머니의 마음. 그게 곧 엄마의 마음으로 나에게 전해져 오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다가 웃기도 하는 그런 책이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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