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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절판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니 더 이상 새로운 게 떠오르지 않고, 일할 때 창의적인 걸 내놓으라는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아십니까!!!!) 게 제일 곤혹스러워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걸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하기도 했다. (책에서 창의적인 걸 얻을 수 있다는 건 말도 안된다던 유명인의 말이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ㅎㅎ 덧붙이자면, 그 사람은 앉아서 책만 읽는 것 보다는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하는 것을 추천했었다.)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눈으로 사물을 바라 보거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놀라게 되는 그런 것!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놀라움의 연속이 계속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책을 읽으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한 권을 다 읽는 게 조금 벅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학적인 색채가 강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도 했다. 학교다닐 때도 철학 수업은 쥐약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도 그나마 그 중에서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재능과 천재성"에 관한 글이다.
「 재능(talent)이라는 말이 원래는 상당한 금액에 해당하는 그리스 화폐 단위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때로 복음서의 비유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탤런트를 가지고 있다는 뜻, 즉 부유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부와 관련된 것일까?......
천재성과 재능이 있다. 그러나 이 창조의 두 가지 상위 단계 아래에서 나름대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두 가지 다른 능력이 있다. 우선 솜씨 또는 손재주가 그것인데, 이 능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젊은 나이에 스승의 회초리를 맞아가면서 배우는 예술의 기본기이다.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능력을 모방하는 그러나 격이 뚝 떨어지는 만만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잔재주이다. 잔재주를 부리는 예술가는 때로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나머지 자신의 작품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무능력과 무지와 모자라는 창의력을 숨기는 것이다.
- p143-146 中」
작가가 원래 철학 지망생이었다고 하니 철학적으로 풀어낸 글이 놀랍게 느껴지진 않는다. 원제인 『생각의 거울』로 그냥 제목을 붙여서 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왜 바꿨을까? 옮긴이의 글을 읽어 보니 철학적인 것과 신화적인 것이 함께 담겨 있다고 하는데, 이런 쪽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어떨지 모르겠다. 나한테는 조금 벅찼던 책이었던 것 같다. (아, 인정하고 있구나 =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