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잡학사전 - 우리말 속뜻 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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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아두고 자주 꺼내 보게 될 것 같은 책을 만났다.
분명히 잘 알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단어의 의미를 타인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사실은 어디에 어원을 두고 있는지, 어떠한 뜻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이 책은 그런 궁금했던 부분들을 해결해주는 제목 그대로 ‘잘난 척 하기 딱 좋은’ 우리말 사전이다.

1045개의 단어를 ‘ㄱ’에서 ‘ㅎ’까지 순서별로 그 단어들의 본 뜻, 바뀐 뜻, 보기글로 구성 되어 있고, 앞 페이지의 목차 이외에도 맨 마지막 부분에 ‘찾아보기’로 찾고 싶은 단어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가 되어 있어서, 책의 제목처럼 사전을 읽는 느낌을 준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어휘뿐만 아니라, 은어, 비속어, ‘확실히, 진실로’라는 뜻의 히브리어인 ‘아멘’ 같은 종교적 언어나 샌드위치, 유토피아 같은 외래어도 수록되어 있어 다양한 어휘를 만날 수 있다.

은어, 비속어를 포함한 이유는 그 단어의 본래 의미를 알게 되면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염병할 놈’이라는 단어의 ‘염병’은 장티푸스를 의미하는 말로 ‘염병을 알아서 죽을 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의미를 알게 되니 타인에게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무지란 무의식으로 타인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속어가 아니더라도 의외로 무서운 뜻이 담겨져 있는 단어들도 많았다. 종종 사용하곤 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라는 말의 ‘도무지’의 기원인 ‘도모지’는 물을 묻힌 한지를 얼굴에 발라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어 죽이는 조선시대 형벌이라고 한다. 말의 기원을 알고 보니 ‘정말 어찌할 수도 없다’라는 지금의 의미가 더 가깝게 다가온다.

‘도루묵’이나 ‘퉁맞다’ 같은 단어에서 연상되는 의미와는 다른 재미있는 유래를 가지고 있는 어휘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홍두깨’, ‘빼도 박도 못하다’같은 어휘들이 예상외로 많아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가관이다’처럼 ‘볼 만 하다’라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남을 비웃을 때 많이 사용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해버린, 본래의 의미와 현재 사용하는 의미가 상반되게 바뀐 어휘들도 있다. 언어란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현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들이 어떤 의미에서 태어난 것인지를 아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처음 타인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많은 부분 판단하게 된다. 말은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통로다. 나 자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말에 평소 너무 관심 없이 소홀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과도 같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단어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말에 담긴 유래나 본래의 의미가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이렇게나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 번 봐서 이 책에 담겨있는 모든 단어의 뜻을 기억할 순 없지만, 생각날 때마다, 필요할 때마다 자주 이 책을 꺼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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