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길정현 지음 / 렛츠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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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유럽의 서쪽 끝, 포트 와인, 언젠가 꼭 한번 혼자서 훌쩍하고 떠나보고 싶은 곳. 나에게 포르투갈은 그런 곳이다. 언젠가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서유럽 가장 끝자락 ‘카보 다 호카’에 서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라는 상상만으로도 좀 더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책 속에는 화려한 색의 줄무늬 집들이 가능한 코스타 노바, 여러 건축 양식이 혼합된 화려한 산타 마리아 다 비토리아 수도원이 있는 바탈랴, 세상의 끝이자 다른 세계로 출발하는 시작점인 카스카이스의 카보 다 호카, 천장이 아름다운 신트라궁이 존재하는 신트라 등 아름다운 도시들로 가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손꼽히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영감의 대상이 된 ‘렐루 서점’은 사진만 봐도 그 매력에 푹 빠져 버릴 것만 같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흰 바탕에 파란색으로 다양한 문양과 그림이 그려진 포르투갈 특유의 타일 장식을 ‘아줄레주’라 부른다고 한다. 라퐁텐 우화 38가지가 그려진 아줄레주 시리즈가 보관된 상 비센테 지 포라 수도원이나 15세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아줄레주가 전시된 아줄레주 박물관은 포르투갈을 여행하면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1755년 11월 1일 토요일 4분간 리스본을 덮친 대지진은 리스본을 독특한 도시로 만들어버린 듯 하다. 16세기 초 지어진 ‘콘세이상 벨랴 성당’은 성당의 한쪽 벽만 무사히 남아 그 벽은 그대로, 그 외에 다른 부분은 18세기 중반 복원되었다고 한다. 한 성당이 다른 시대가 공존하는 장소가 된다는 건 무척 특별한 느낌일 것이다.
반대로 ‘카무르 수도원’은 본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지붕 부분이 완전히 사라져 기둥, 뼈대만 남은 상태로 복원 중 고고학적 유물이 발견되어 공사를 중단하고 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는 많은 화려한 성당이나 수도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여러 성당들 만큼이나 웅대한 뼈대만을 지켜낸 카무르 수도원을 꼭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 일까.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도시들과 저자의 생각들을 읽는 것만큼이나 초콜릿 컵에 담긴 포르투갈 전통 술 ‘진쟈’, 다양한 요리들, 케이스가 화려한 통조림들, 포르투갈의 상징인 ‘바르셀루스의 닭’, 익숙하면서도 낮선 ‘라퐁텐 우화’, 참고하기 좋은 쇼핑 리스트 등이 담긴 책 중간 중간 삽입된 ‘여행자의 노트’도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여행 에세이를 읽다 보면 같은 장소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감정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회사 일과 사람에 지쳐 타인의 소리조차 거부했던 저자는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멀고, 사람이 적고, 새로운 것들이 많은 곳을 찾아 포르투갈로 떠났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여행의 시작은 무언가 잃어버린 것을 충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에게도 역시 포르투갈은 언젠가 꼭 가 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 여행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두고 싶은 그런 나라이기 때문인지 여행을 따라가는 중간 중간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일상에 지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항상 여행이다. 언젠가 소중히 아껴두던 포르투갈로 떠나는 날이 오면 이 책이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 같다.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사실 정확히 분별하지 못하면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걸 일일이 다 따지면서 산다는 건 어쩌면 피곤한 일이지만, 아예 분별 자체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버거이든 샌드위치이든 그런 건 소소한 일이고 별 중요한 게 아니지만, 적어도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정도는 생각하며 살자.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 정도 피곤함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일이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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