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빈곤 - 산업 불황의 원인과, 빈부격차에 대한 탐구와 해결책 현대지성 클래식 26
헨리 조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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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위한 책을 받을 때에는 기한 엄수의 당부와 함께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주요한 포인트 정도가 담긴 메일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책을 보내주신 #현대지성 출판사 담당자님은 무려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여주셨습니다. 책의 양이 꽤 되고 내용이 어려울 수 있으니 다 읽지 않더라도 그 느낌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글을 적으라는 천사와도 같은 말씀이 이 악한 글쓴이에게 나태한 마음을 심었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기 전에 편견을 가지기 싫어 작가 소개도 읽지 않는 저에게 책이 어려울 것이고.. 게다가 무거울 거라뇨.. 카페도 못가져 가겠군.. 하는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습니다.. 고전은 읽어야 한다고, 읽을 거라고 메모장에 고전 목록도 저장해놓았지만 불행히도 고전 도서들의 저자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관계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는데, 좋은 기회로 읽어보게 된다면 그것 만으로도 큰 이득이 아니겠습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든 이 엄청난 두께의 도서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습니다.. 1차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카페에 가지고 갈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페를 가지 않는 극단적이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책을 아예 안읽고 글을 쓰는 것은 모범된 자세가 아니므로 목차를 살폈습니다. 논문을 읽을 때는 모름지기 서론과 결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서 저자의 서문 과 해결책 부분 을 읽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저를 탓하지 마세요.. 그것만 해도 100페이지가 넘던데요.. 도서관 가서 <간추린 진보와 빈곤> 을 안 읽은 자신을 칭찬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나태한 마음으로 펼친 이 책의 첫 서두를 읽고, 이 부끄러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강렬한 결의를 담은 헌사와 함께 현재를 비판하는 시작을 읽어내리는 마음은 그야말로 비참했습니다. 1879 년이라고 쓰여진 시간이 무색하도록 현재와 전혀 다를바가 없는 사회의 모습이 처음으로 따끔, 치열하게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쓴 글을 지식인이랍시고 펼치며 읽어내린 나의 나태함에 뜨끔입니다. 부분 부분만 읽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던 두께는 헨리 조지의 단단한 묘사와 깔끔한 문장, 경제와 관련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설명되는 전개를 통해 전혀 무겁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번역을 해내는 현대지성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고전의 이야기가 현대의 문제에도 어색함없이 끼워맞춰질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사회의 문제들은, 지금쯤 없어졌으면 이 책이 훨씬 더 가치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 책에 담긴 사회상은 처절하게 현실적이고 차갑습니다. 뜬 구름을 잡는 듯이 막연한 이상을 노래하는 , 하녀가 끓여주는 스튜를 먹으면서 벽난로 옆에서 쓴 책이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노랑내가 안나고 노동자들의 기름 쩐내가 납니다. 


토지는 부의 원천이다. 그것ㅇ른 노동이 가공하는 광석을 캐내는 광산이다. 그것은 노동이 실체를 부여하는 실물이다. 따라서 노동이 욕구를 충족시킬 없다면, 그것은 노동이 토지에 대한 접근을 거부당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어디에서나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데 노동이 놀고 있을 , 노동의 생산을 가로막는 장애가 산업구조의 바탕에 끼어 들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진보와 빈곤 - 헨리조지

토지사유제라는 문제의 시발점과 그 비판과 해결로 진행되는 글은 진보와 빈곤이 왜 공존하는지, 왜 더 잘사는 곳의 빈곤은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이는 것인지와 함께 사회의 문제를 이겨나갈 방법을 제시합니다. 어이가 없고, 이해가 안되기 까지 합니다. 100년이 지나고 이제 열차가 날아다니고 지구 반대편에 갔다가 집에 오는 데에도 24 시간이 걸리지 않는 지금의 문제와 이제 막 직물을 기계로 짜는 공장이 등장해서 실업자가 생겼다는 19세기의 문제가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그야말로 말 대신 지하철이 다니는 것 하나만 달라진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요. 노동자의 인권이니, 어린아이들의 행복할 권리니 하는 깊은 이야기 까지 갈 필요도 없는데 그렇습니다. 어제 출판이 되었다고 해도 믿겠습니다. 


사회발전이 특별한 섭리나 무자비한 운명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불변의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인간의 의지가 가장 요인이고, 인간 전체를 인간의 생활 조건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대로 형성된다

경제법칙과 도덕법칙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다.

진보와 빈곤 - 헨리조지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처럼 헨리 조지를 이름이라도 들어봤었더라면 그의 말이 이렇게 와닿았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애덤스미스였다면 문장이 끝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로군 !을 내뱉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오늘 날 조물주보다 건물주가 더 나은 대접을 받는 현실에 대해 한번쯤 고민을 해본 분이라면, 나 혼자 잘 사는 것 보다는 다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았으면 좋겠다고 술자리의 푸념을 해보셨다면, 헨리 조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의 마음의 위안과 함께 꽤 괜찮은 해결책을 내놓아줄 수도 있겠습니다. 솔직하게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한번쯤은 완독을 하리라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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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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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라는 정호승 시인의 처럼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개개인에게 모두 각자의 정의로 아로새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던 때는 언제인지 희미하지만 외로움을 마주하는 방법이 절실하다는 것과, 외로움을 감싸주는 나만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살면서 한번은 느껴보았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여린 살과도 같은 외로움의 감정을, 오롯히 드러내며 시작되는 책을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기꺼이 고립될 시간을 선물한다.

  아마존에서 30주가 넘도록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델리아오언스 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외로움의 손에서 자라난 모글리, 카야의 성장을 담았다. 절벽아래의 가장 낮은 땅, 습지의 판잣집에서 평쳐지는 아이의 성장은 자연의 변화와 어우러져 한없이 기특하고, 서툰 손길로 배워가는 사랑의 감정은 절벽에 걸린 달빛 만큼이나 아름답다. 


카야에게도 여자 친구들이 필요해요. 영원히 지속되거든. 여자들끼리 꼭꼭 뭉쳐다니면 거기가 땅에서 제일 따뜻하고 제일 터프한 곳이지요.

...

그들의 환호성 때문에 카야의 정적은 시끄러워졌다

p.188 <가재가 노래하는 곳>


 떠나는 어머니로 시작되는 소설은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자라난 외로운 아이의 성장소설이자 사랑과 용서를 배워가는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다. 동시에 마을에 벌어진 살인 미스터리를 조사하는 추리 소설이자 법정 스릴러로서의 아찔함도 담았다. 이 모든 장르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생태학자인 작가가 평생을 연구한 야생 생태계가 그 중심을 잡아주었다. 이 소설은 그야말로 하나의 유기체를 이룬 것처럼 너무나도 단단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책을 읽는 내내 눈 앞에 어른거리는 듯이 묘사되는 자연의 풍경들 속에서 글도 사회도 모르는 채 자라나는 카야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쓰인 이 책에서는 카야의 외로움과 고립을 수없이 설명하지만 모두에게 버림받고 홀로 살아가는 카야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읽는 내내 마음의 목이 메인 듯이 먹먹 하다가, 끝내 카야의 끝을 본 뒤에야 마음을 놓고 펑펑 울었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

비논리적 행위로 공허를 채우려 봤자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없다.

고독을 쫓는 대가로 얼마나 값을 치러야 할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장 낮은 곳에서 , 사람보다 못한 사람으로 살아내 온 카야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외에도 70 평생을 떠돌며 야생의 세계를 관찰해온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자연을 그려보는 것 또한 이 소설의 숨은 재미이다.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지는 마을의 풍경과 생물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묘사되는 듯한 극적인 감정의 묘사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당신의 감정을 건드린다. 김영하 작가의 말마따나, 소설을 통해서 배운 감정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상상력은 깊디 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p.45 <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외로움은 우리를 잠식하지만, 때로는 그 시간을 통해 성장하도록 한다.  소설을 통해 얼마든지 확장되는 외로움의 감정을 마주하다보면, 우리 모두가 카야 인 동시에 그녀를 외롭게 두었던 마을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카야를 불쌍히 여기는 나는, 과연 법정에서 온전히 그녀의 편이 될 수 있었을까?


대신 우리는 그녀에게 늪지 쓰레기라는 딱지를 붙이고 거부했습니다.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녀를 소외시켰던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소외시켰기 때문에 우리와 달라진 건가요?

p.421 < 가재가 노래하는 곳>




상상력은 깊디 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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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 2009-2018
신수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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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는 없더라도, 대한민국에 살면서 실로 많은 시위를 보고 자라왔습니다. 서울역에 하루 두번 드나들 때에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태극기를 휘두르기도 하고, 어느 외국어가 들리던 광화문 근처의 학원에서는 걷기 어려운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행렬을 해 나가기도 합니다. 그저 나에게는 없는 일이라, 내 몸과 나의 역사에는 있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이라 넘겨짚기만 했던 일들의 시작이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시작되었던 것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찾아오는 불행을 막을 수 없어 굳은살이 잔뜩 배긴 손으로 써내려간 #손바닥문학상수상작품집 입니다.



남의 아픔이야 어떨지 모르는 일이지만 사람은 자기 손톱 아래에 박힌 가시 하나에도 잠을 설치고 하루를 망친다고들 합니다. 나의 아픔이 나에게 가장 큰 고통이 되는 이유는 나만이 나의 역사를 빠짐없이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공 농성을 하던 노동자는 철거의 상황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걱정하기 앞서 자신의 오물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짙은 화장의 초등학교 동창생의 타락은 사실 난체 하느라 읽어본 영어 한두마디에서 시작되었을지 누가 알았으려나요. 20분만에 배달을 완료해야 하는 그 사람이 집드로 돌아가 노모를 돌보는 시간은 억겁처럼 길기만 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일생을 나 로서 살아가야만 합니다. 나 로 살아가는 데에도 벅차기만 한 이 인생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 계발서를 읽고 오직 행복만 남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피엔딩의 영화를 보며 나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곤 합니다. 하지만 실로 필요한 것은 타인의 손끝에 배긴 굳은 살을 바라보며 나의 바깥 어딘가의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듯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방금 뉴스에서 본 것 처럼 별 것 없는 사건들은 작품이 장르를 무너뜨리며 마음으로 치닫아 오릅니다. 나에게는 평생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한 모든 일들의 시작은 별 볼일 없는 일상이라는 것. 나는 내가 알아가야 할 슬픔을 미리 보고 왜 이런 일이 불행의 대명사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수십번 고민하며 책을 읽어내려갑니다. 마음은 처음 집을 나온 때 마냥 먹먹하게 하는 이 속삭임들이 눈물나도록 밉기만 합니다. 늘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한순간도 잊지 않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불행들을 소중하게 적어내려놓은 글을 읽으며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할 올바른 미래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싶습니다.

#북큐레이션날

당장 눈 앞에 일어난 괴물같은 문제에 급급해 어떻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도 잊지는 않으셨나요? 나 자신이 되는 것도 버거워 숨이 턱끝까지 올라온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고요히 남의 슬픔을 겪으며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은 당신에게 <손바닥 문학상>을 추천합니다. 모든 거대한 괴물의 시작은 누군가의 일상이었듯,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시작 또한 나의 일상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 당장, 내가 시작할 수 있는 발걸음에 동참하고 싶은 당신과 불편하지만 고맙고 사랑스러운 이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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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피뉴이어 에디션) -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 자기만의 방
한수희 지음, 서평화 그림 / 휴머니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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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만큼의 선에서.


 

자꾸 욕심을 냅니다. 지금 글을 적으면서도 수십번 문장을 지우고 비슷한 문장을 반복합니다. 이미 훌륭한 서평을 적으신 다른 블로거님들의 창을 몰래 염탐하고, 괜히 내가 글들 중에 맘에 들었던 글들도 훔쳐 읽고, 그러다보니 자정은 다가왔네요. 그저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해봅니다. 아마 한수희 작가님의 글은 자기 자신을 그리는 글이어서 분의 글을 읽고 나면 자신에 대해 쓰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교롭게도 블로그를 시작한 카테고리의 글은 한수희 작가님의 <온전히 나답게> 읽은 뒤의 감상입니다. 읽어보니 23살의 우울했던 감정에 사는거 그렇지, 라고 말하던 작가님의 위로가 다시금 선연히 와닿는 밤중입니다. 글이야 안써질 수도 있고요, 좋은 일은 나중에 오는 법입니다



나는 자만과 자괴 사이를 정신없이 오갔다. 그러느라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오랫동안 끈기를 가지고 어떤 것을 성취할 짬이 없었다. 물론 재능도 없었다.




작가님의 '' 대해서 쓰는 글은 우리가 어떤 순간들에 ''라는 존재에 대해서 배워가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내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대해서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대해서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그런지 자꾸 너무나도 솔직하게 자기 자신이 너무 커다랗고,발은 조금 크신 같기는 하지만요.. 일없는 아줌마라는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면 괜시리 웃음도 나고 아닌데, 하는 어깃장도 놓아봅니다. 나는 커다랗고 느긋한 아주머니가 , 손에 빼라 하는 무심한 조언같은 글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1, 2, 10년씩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 같다. 10 전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다른 사람일 리는 없을 것이다.  ... 하지만 기차가 철로를 변경하는 처럼 우리는 조금씩 방향을 틀어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중요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시간이었다.그건 확실하다.



 일이 안풀리고 갑갑할 때면 무리를 해서 무언가를 궁리하고 일을 꾸미는데에만 집중하느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속상한 마음입니다. 얼마 , 우연하게 발견한 학회 참가 증명서를 발견하고 이런 언제 했었나 하는 마음에 한참을 의아했습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 기억에 남기지도 않고 꾸역 꾸역 집어삼키기만 것은 아닐런지요. <온전히 나답게> 읽으며 살길이 구만리나 남은 20대에 도대체 하라는 거야 투덜거리던 저는 아직도 손에 힘을 빼는 조차 모르고 삽니다. 무리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조금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그걸 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지금입니다



나는 있을 같을 , 바퀴 정도는 뛰어도 같을 멈춘다. ...나는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려는 것이 아니니까. 그저 오래오래, 혼자서. 조금씩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니까.



#북큐레이션날

'열심히' 하는 것과 '무리하지 않는' 것의 사이에서 공연한 회전문을 돌고 계시지는 않은가요? 가끔은 내가 무엇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지, 몇시에 일어나면 기분이 제일 좋은지. 단순히 나이들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게 되어 입는 내복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옷을 챙겨 입고 무슨 생각으로 사랑하는 이를 쓰다듬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깨에 자꾸 힘이 들어가고 의자만 보면 앉아서 몇시간이고 하늘만 바라보고 싶은 당신에게 필요한 만큼 허락된 숨쉴 . 그만큼의 행운, 같은 책을 권합니다. 세상의 속도에 나의 속도를 맞추지 않고, 봄이 오면 겨울이 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이 필요한 나와 우리를 위해서.


중요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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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스트레칭 -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생각 습관
이지수 지음, 임혜인 그림 / 카멜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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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찢기 연습을 해본 적 있는지? 벽에 엉덩이를 대고 누워 양 다리를 바닥 쪽으로 쭈욱 늘어뜨리면 생각보다 얼마 가지 않아 나의 한계가 보인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가 아니라, 그 순간 10초를 세며 버티는 것이다. 억겁의 시간 같은 10초의 오늘과 조금 더 내려간 위치의 내일 20초. 그리고 30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욕심내지 않는 선에서 견디다보면 어느 순간 두 발이 바닥에 닿아 아름다운 180도를 완성한다. 이 유연성을 기르는 데에는 옆에 있는 사람의 다리를 볼 필요가 전혀 없다. 내 근육이 너의 근육과 다르다고 바꿀 노릇도 아니고 누가 먼저 발이 닿는다고 승리하는 게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속도로 , 나의 근육을 늘리고 이완하는 연습을 진행할 뿐이다. 

  다이어트를 숙제가 아닌 생활로 변화시킨 <다노> 의 대표로 알려진 '다노언니' 이지수씨는 이 책 <마인드 스트레칭> 을 통해 유연성의 연습을  마음으로 가져가보는 연습을 제안한다. 다이어트를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음식의 섭취 칼로리는 줄이고 운동량의 소비 칼로리를 늘려 무게를 빼는 이 단순한 과정에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경험하는지. 모든 매체에서 쏟아지는 '쉬운' 다이어트의 방법에서 벗어나 '나의 다이어트'를 개발하는 연습. 더 나아가 '나의 행복'을 위해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마인드 스트레칭의 목표이다.


 다이어트를 끝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몇키로를 빼면 원하는 것을 평생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이 원피스만 입을 수 있다면 이번 여름은 완벽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옳지 못한 방법과 나 자신을 망치는 몇번의 시도 끝에 조금이나마 목표에 가까워졌을 때 ,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에 지칠 대로 지친 때에, 다노는 ​다이어트란 숙제가 아니라 습관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전의      <습관성형>에서는 어떻게 신체의 유연함을 가지는 지를 설명했다면 이번 <마인드 스트레칭>에서는 마음의 유연함을 강조하여 보다 오래, 더 건강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였다.

신체적인 유연성을 기르는 데에 남을 탓하지 않고 나의 연습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정답이듯, 나의 마음의 유연함을 기르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빠른 목적의 달성을 위해 스스로의 안전을 위협하고 내 안의 행복을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목적을 이루고도 헛헛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 평생을 강박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을 위해, 아무리 뛰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은 막막함에 주저앉은 나를 위해. 조금 더 느릴 수는 있어도 바르게 피어날 수 있는 연습 방법이 필요하다.

빠르게 나아갈 필요도, 먼저 도착한 것 같은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다이어트는 목적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건강한 식습관과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가는  나만의 인생 습관을 위한 하나의 여정일 뿐 , 결국 모든 것은 수치로서 증명되는 '결과' 가 아닌 '과정'임을 강조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나의 방식을 만드는 법을 <마인드 스트레칭>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친한 선배가 말해주는 듯한 소소한 이야기들과 귀여운 일러스트를 곰곰히 읽어 내리다 보면 비단 다이어트라는 건강의 문제를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무수하게 부딪히는 스트레스에 대한 탄력성 또한 높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연하지 못한 마음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자주 들거나,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면. 문득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잦은 당신이라면 , 모든 것을 제쳐두고 따뜻하고 맛 좋은 차 한잔과 함께 이 책을 가만히 읽어내려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으로 살아가며, 각자의 개화기에 피어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꽃이 조금 더 바르게, 당신만의 색을 온전하게 낼 수 있도록. '마인드 스트레칭'을 통한 균형이 필요한 때이다. 

당신의 다이어트 여정도 낯선 곳을 여행하듯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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