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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평점 :
좋은 질문을 위한 수만가지 생각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박문재 옮기고 현대 지성 출판
오래된 것을 멀리하기 위한 핑계는 수만가지이다. 특히나 고전이라는 책에 대해서는 그 핑계는 조금 더 발전한다. 두께를 가늠할 수 없는 오랜 정보의 바다, 어디선가 들어본 친숙한 저자가 주는 섣부른 판단의 함정. 하지만 답답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말이 유난히 와닿는 시기가 있고 막연하게, 혹은 당연하게 알고 있을 줄 알았던 그 모든 혼란스러움에서 필자는 늘 고전을 떠올린다. 누구든 피상적인 위로를 건네고 지나가는 21세기의 지금. 오히려 더 외로워진 현대인에게 필요한 대화의 기술을 #아리스토텔레스 에게 물어보고 싶다. 현대 지성에서 그리스어 원전을 완역해 출판한 < #아리스토텔레스수사학 > 이다.
문체가 무미건조해지는 이유는 네 가지다.
첫 번째는 합성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중 제 3권 , 제 3장 무미건조함
독서 취향이 그렇게 고급스러운 편은 아니기에 소설이 아닌 고전을 잘 읽지 못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정말이지 "고전"서적 특유의 불편한 번역체. <오딧세이> 를 읽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온갖 인물들의 나열에서 <오딧세이>를 먼저 읽어야겠군 이라는 마음을 먹는 것 보다는 어우 나중에 읽어야 겠다. 라는 핑계가 편했기 때문이리라. 현대지성에서 책을 보내준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 책을 잡지 못했는데, 지난 화요일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 비로소 이 책을 잡을 수 있었다. 거의 8년을 함께한 우리건만 대화의 방식이나 포인트, 서로를 향하는 말의 모양새가 참 다양했다. 코로나 19로 밖을 나가기 더욱 어려워진 요즘,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읽으며 숱한 SNS에 파묻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좋은 글과 말에 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따라서 진실이 확실하게 우리 쪽에 유리한 경우가 아니라면,
결론을 제시한 다음에 질문을 해서도 안 되고,
질문의 형태로 결론을 제시해서도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중 제3권 중 제18장 질문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모든 챕터 하나 하나가 잘 만든 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그 역할을 온전히 해주는 것을 보게 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다. 제 1권에서는 수사학에 대한 개론과 연설등을 위한 상황을 보여준다. 제 2권은 이런 상황에 우리, 혹은 청중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나 여러 수사학적 방법론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제 2권의 초반은 감정의 정의와 상황에 대한 것인데 각 분노와 평정심, 수치심이나 연민, 의분등이 청년기와 노년기에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부를 가진 이와 권력을 가진 이에게는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제 3장에서는 이 모든 감정과 수사학적 논거등을 위해 화자가 취해야 할 여러 테크닉 등을 담아낸다. 간결하지만 완결된 아름다운 문장에 대해, 도입부에 적절한 예시등을 통해 제 1권과 2권에서 배워온 모든 것들을 쏟아낼 준비를 하도록 돕는다.
대화와 설득, 글이라는 익숙하고 간절한 주제로 전개되는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은 그 주제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그리스 원전을 그대로 번역했지만 어색하지 않은 문장의 흐름과 꼼꼼한 각주도 그 몫을 톡톡히 해주었다. 낯선 인물들의 설명과 또다른 고전이 등장할 때마다 친절한 과외 선생님처럼 반가운 각주를 통해 부족한 배경 지식을 채워넣을 수 있었고 고전 번역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번역으로 책을 읽어내리는 내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괴로울 때 분노한다.
괴로워하는 자는 무엇인가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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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연설가는 청중을 분노하는 심리 상태가 되게 하고,
청중이 그렇게 된 것은 상대방의 탓이므로 그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책임지게 해야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중 제 2권 , 제 2장 분노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정의와 윤리를 다 배제한 채 오직 감정을 움직여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 소피스트들에 대항해 변증학에 기반을 둔 수사학을 내세웠다고 한다. 가판대에 온갖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난무한 요즘. 위로받기 위해 집어든 책을 다 읽고도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통해 진정 스스로가 듣고 싶은 말의 목적이 무엇인지, 나아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며 그 전달을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해야 할런지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기꺼이 그 곁을 내어줄 것이다.
모든 나쁜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자신이 불의해지거나 우둔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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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중 제 2권, 제 2장 두려움과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