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시작은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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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놓치면 3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일식이 있었다.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려본 이  라면 30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오리가미 교야가 선보이는 신작 <세계의 끝과 시작은> 에서는 9년을 기다려 마주한 첫 사랑을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이 담겼다. 


소설은 섬짓한 살인 사건으로 문을 연다. 대학가 한가운데에서 목을 뜯긴 채 발견된 시신, 9년 전 우연히 만난 단발머리의 한 소녀를 기다리던 주인공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일본의 청량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담백한 문체와 함께 간절한 기다림으로 사랑을 이어오던 소년의 풋내음이 만난 소설은 그 자체로 여름의 내음을 담아내는 듯 하다. 기다림에 지쳐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다가도, 처음과 그대로 느껴지는 그 두근거림을 느끼는 순간 다시 시작되던 사랑. 도노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진행되는 반전 가득한 미스테리 스릴러는 열대야가 시작되는 여름밤에 더없이 적합한 소설일 듯 하다.


친구라도 생각한다.


살아 있어서 기쁘다.


하지만 잃지 않고 끝날 수는 없을 듯 했다.



판타지를 다루는 소설은 으레 그렇듯, 긴박한 서술과 흥미 진진한 낯선 생물체들로 가득찬 소설은 부담없이 읽어내리기에 더없이 좋다. 하지만 오리가미 교야 작가 특유의 담백한 문체와 인간이 아닌 생물에 대한 인간적인 서술은 단순히 그들을 낯선 존재로 받아들이기 어렵도록 만든다. 9년 전 눈으로 담아낸 한 소녀를 간절하게 그리워 하던 도노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소설의 이야기들을 따라 가다 보면, 누군가를 기다리며 혼자 끝내고 시작하기를 반복하던 그 시절의 내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도노의 세계는 꼭 한 사람으로, 세계의 끝과 시작은 또 그 곳으로 향하는, 그 무엇도 문제가 될 수 없는 그들의 순수한 사랑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 뭔가 말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그녀에게 아무것도 전할 수 없다.


처음 만난 그녀에게 뭘 전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뭔가 말해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다.


결국 입에서 나온 것은 단 한마디였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만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낫겠죠."


소설의 서평은 늘 어렵다. 반전과 스포일러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 지, 소설을 읽으며 펼쳐온 나의 상상의 한 페이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 간극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의 끝과 시작은> 의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을 따라가며 모든 것들에 궁금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누가 저질렀는지, 도노는 결국 사랑을 이루고 말지, 그 끝과 시작을 알 수 없이 이어지는 모든 것들은 책을 덮은 이후에도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너의 이름은> 과 같이 일본의 가벼운 소설이 만들어내는 그 몽글함은 특유의 깊은 마침표를 찍는다.


이 삶이 끝나는 순간,


네 곁에서 다시 태어날 거야.


여름의 일출은 이르지만, 잠들지 못하는 밤은 언제나 길다. 반전을 거듭하며 몇번이고 되돌아오는 미스테리한 스릴러와 단 한순간의 마주침을 잊지 못한 9년의 사랑을 함께 하는 여름 밤. 기약 없는 일식을 놓친 오늘을 마무리하는 책으로는 이만한 것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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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 쓸데없이 폭발하지 않고 내 마음부터 이해하는 심리 기술
강현식.최은혜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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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제는 나에게 집중할 때, 심리학 추천 


-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강현식/최은혜 지음


참다


동사: 


1. 웃음, 울음, 아픔따위를 억누르고 견디다


2. 충동, 감정따위를 억누르고 다스리다


3. 어떤 기회나 때를 견디어 기다리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참을인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당연하게도 참는 것은 사회의 미덕이요, 참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견디지를 못하고, 다스리지도 못하고, 기다리지도 못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쉬운 듯 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참는 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가슴에 돌덩이가 있는 듯 꽉 막힌 듯, 뜨거운 용암을 지고 살아가는 듯 답답한 느낌을 호소하는 #홧병 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이 작은 해답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심리상담가인 저자들이 적어내린 건강한 화의 표출, #그동안나는너무많이참아왔다 이다. 


이따금 그렇다. 뜨거운 물을 방금 들이킨 것 처럼 가슴이 화끈 거리고, 참는게 이기는 거라는 위로가 무색하게 그냥 그렇게라도 말해버릴 걸 하는 후회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분명 화내고 발끈하는 그 사람이 잘못한 거랬는데, 왜 내 가슴이 이다지도 무겁단 말인가. 잠못드는 새벽녘 이불을 수십번 걷어차고 머리를 베게에 파묻다 보면 공연히 나 자신만을 탓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이렇게 참고 살 수는 없어, 라며 부루퉁한 표정을 가지고 출근을 하게 되고,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고. 또 다시 반복되는 악순환. 결국 화를 내도 개운치 않은 마음을 가진 나에게 저자들은 "건강하게 마음을 전달하고, 더 바르게 화를 냄으로서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만들어내자"라고 말한다.


비합리적인 신념은 자신이나 타인 모두를 괴롭힌다. 


왜냐하면 그 신념이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현실적이지도 못해서,


세상의 누구라도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행여나 가족과 지인이 기준에 부합한다고 해도


즐겁거나 기쁘지 않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중 1장 -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사람의 마음이 무한정 늘어나 모든 것들을 포용하고 감싸줄 수 있다면 좀 좋으련만, 우리의 뇌와 마음은 늘 터질듯한 생각과 과거, 현재, 미래로 복잡하다. 모든 것들을 정리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현실의 타인이 개입하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내 손을 떠난 듯이 망쳐지는 내 스스로를 바라보며 어느 시점에서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지경에 이르러 버리고는 한다. 이런 순간은 초반에는 어쩌다 가끔 일어나는 것 처럼 보여 이따금의 여행이나 혼자있는 #미타임 으로 해결되곤 한다. 하지만 마음의 근육은 생각보다 유연치 않은 경우도 있고, 삶이란 나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와르르 쏟아지는 모든 것을 막아내기 힘든 순간의 빈도가 늘어나다 보면 여행은 또다른 스트레스가 되어버리고 미타임은 그저 무력감과 우울감을 키우는 공허한 시간이 되어버리곤 한다. 그러니 조금더 건강한 마음 근육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조금씩. 그때 그때 바른 마음으로, 그 화를 바른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에서는 무조건 모든 상황에서 견디고 누르다 보면 언젠가는 달콤한 미래가 다가온다는 말을 건네기 보다는, 정확한 순간에 바른 방법으로 스스로의 화를 표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화와 감정 표현에 다소 소극적인 우리나라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례들과 함께 스스로의 감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자가 진단표를 제공함으로서 보다 객관적인 나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한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만 공격성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도 공격성을 표출하는 방법이다.


이를 가리켜 '수동-공격' 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중 4장,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했다.


분명 나는 화를 안 냈는데, 모두가 나에게 공격적인 것 같은 그 순간, 사실 내가 표출하고 있었던 공격성을 바라보거나 안그러고 싶은데, 괜히 사랑하는 이에게 짜증을 잔뜩 부리고 난 뒤의 마음을 외상 후 스트레스 의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서 분노와 화를 부정적으로만 대하기 보다는 그 자체를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배출할 수 있는 작은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 마음의 지도를 그리듯 작은 길들을 내다 보면, 늘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것 같았던 인간관계는 조금 더 밝은 곳으로 향하게 되고,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바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서 나와의 건강한 관계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감정은 내것인데도 가끔 낯설 정도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기 어렵다. 가끔은 지질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질투를 느낄 때마다, 괜한 것에 아집을 부릴 때마다 쿨한 내가 되지 못하는 이 지질함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가끔은 심리학 책을 읽다가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 감정을 너무나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책은 부담스러웠고, 빙빙 돌려 두루뭉실하게 말하는 책은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 중간의 지점을,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에서는 사례를 먼저 소개함으로서 부담감은 덜고, 솔직함은 더했다. 이건 내 친구얘긴데... 처럼 들리는 사례는 대한민국의 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관찰될 수 있고, 내 인생에서도 한번쯤은 겪어봤을 케이스라 부담이 없다. 다정하게 상담을 진행하는 것 처럼 전개되는 심리학 용어들은 일상적인 사례와 함께 훨씬 더 가깝게 들리고 공감된다. 


질투라는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자기와 대상에 대한 부적절한 개념이 형성되는데, 가령 자기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로 남고 타인은 '내 사랑을 빼앗는' 아니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된다. 



안타까운 점은 잘못된 고정 관념 때문에 관계를 다르게 인식하고 경험할 기회마저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중 8장,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구나. 


우리는 모두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가끔은 감정에 모든 것을 내어주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이성을 강조했던 데카르트 조차도 이성을 방해하는 감정이 우리의 정신을 가장 강렬하게 뒤흔든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감정을 지고 살아가며, 이를 통해 행복과 분노와 기쁨과 슬픔, 때로는 지질함까지 느끼며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감정의 습득과 효율적인 배출. 그로인해 한층 더 발전하는 나 자신을 세울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이상적인 인간상이 있을까. 내 마음을 바로 세움으로서 비로소 남들과 연결되고, 나를 돌보기 위해 기꺼이 분노를 표출하고 참지 않음으로서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뜨거운 여름의 전에 찾아볼 수 있다면 조금 더 선선한 여름의 밤공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듯 하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눈치보거나 휘둘리지 말고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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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피는 기술 - 정신과 전문의 신재현 원장의 불안한 내면을 잡아줄 확실한 조언
신재현 지음 / 부크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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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불안한 내면을 잡아주는 단 하나의 방안


 <나를 살피는 기술>- 신재현 지음




사람과의 관계는 늘 어렵다. 사랑과 애정이 묻은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연락이 조금 늦어지는 걸로도 서운함이 몰려오고 아무 의미 없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의 파도가 일렁거린다. 하루를 망치는 건 차라리 나은 처사, 관계까지 망가뜨려버리고 되돌아보면 결국 작은 치기 때문에 모든 걸 그르쳤다는 생각에 울적함이 더해지기도 한다. 남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건 늘 쉬운 일이다. 바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신저를 올려보고, 대화를 곱씹어보며 작은 에러들을 발견하고 그걸 고쳐나가면서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증거가 되겠다. 이렇듯 사회적 동물로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는 우리이지만 가장 자신을 상처주기 쉬운 단 한사람을 잊기 쉽다. 바로 나 자신이다. 돌아보면 관계를 망치고 나를 상처준 것은 모두 나 였다. 잘못된 줄 알면서 받아준 그 행동들을 허용한 것도 나요, 별것도 아닌 일에 불같이 화를 내면서 돌아서 눈물을 흘리며 나를 괴롭힌 것도 결국 나다. 정신과 전문의 신재현 원장은 진정한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나를살피는기술 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겹도록 들었던 #자존감 , 나는 아닐 거라고 넘겨 짚었던 #불안장애 와 #공황장애 . 모든 소셜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인싸 와 #아싸 까지, 전문의가 말해주는 나를 위한 선택들이 담겼다. 마음의 쉼을 주기 위한 매일의 처방, <나를 살피는 기술>이다. 


경험많은 서퍼는 결코 파도와 싸우지 않는다. 


그저 파도에 순응하며 파도를 탈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이 인식되는 순간 기세좋은 파도가 부서져,


거품으로 변화하는 것을 상상하며 기다리는 여유일지도 모르겠다.


자존감이 세간의 화두로 떠오른지도 꽤 되었다. 무조건 나를 사랑해라, 용서해라, 그저 받아들이고 더욱 더 사랑하라는 막연한 말들을 들으며 무한정 거울 속의 나에게 웃어보여도 마음 한 구석의 응어리는 여전한 듯 했다. 남과의 관계는 둘째로 치자. 저자는 당장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가장 어두웠고 무서웠던. 그래서 지금 다시 겪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배제하고 싶었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라고 말한다. 무엇이 자꾸 나를 불안하게 하는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위한 여유의 순간을 잠식시키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진짜 나를 살피는 첫번째 걸음이라는 것이다. 


 부쩍 잠 못이루는 밤이 많아졌다는 걸 알면서도, 카페인 탓으로 치부했던 요 몇일이 떠올랐다. 결국 나는 내가 괴롭히고, 그 해결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다정한 말로 건네주는 듯한 신재현 원장의 조언을 따라가다 보면, 자꾸만 눈물이 울컥 올라오곤 했다. 나는 얼마나 나를 방치해왔던가.


마음이 불안정할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5가지



1. 억지로 자신을 칭찬하려 하지 마라.


2. 눈앞의 장애물에 연연하지 말자.


- 삶의 맥락과 방향을 점검해보기


3. 소셜미디어에서 로그아웃하기


4. 굳이 안 좋은 일을 곱씹지 않기


5. 당장의 불편함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삶은 계속되고, 상처는 덧입혀진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만이 최선인 양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그자리에 머무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자꾸 나를 되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보살피는 기술을 통한다면 결국 나로 인해 내가 변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와의 관계 또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꾸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느라 하루에도 열두번 마음이 철렁했던 당신, 정말 그 사람의 표정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사실, 우리가 상대의 모습에서 추출할 수 있는 의미들은 다분히 사회 문화적인 영향 하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원초적인 감정들을 표현하는 방법또한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상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나를 살피지 않고 남을 돌보느라 24시간이 모자르던 순간들에 저지르던 과오들을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늦은 밤 괜한 걱정으로 잠못이루느라 마주했던 새벽의 우울을 줄일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시간은 쉼 없이 달려간다.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데 휙 휙 바뀌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를 살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더 합당한 것 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자꾸 나를 놓치다 보면 나의 삶에서 주인공은 사라지게 되고, 풍경만 남게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직장인의 87퍼센트가 경험한다는 퇴근 후 번아웃 증세는, 지나친 업무 탓일까 주객이 전도되어 버려 업무에 모든 것을 바친 이후 남은 허탈감일까. 물론 두가지 모두가 함께 들이닥친 탓이겠지만, <나를 살피는 기술>을 통해 조금 더 건강하게 나를 보살필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알아간다면 퇴근 후의 소중한 시간을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듯 하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기술을 익히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람은 어디까지나 자기의 관성대로 살아가기 마련이니까.


자신이 어떤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내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내가 대처하는 방식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심사숙고 해야 한다.


늘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게 미덕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은 요즘에는 채찍질과 자존감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게 된다. 갈지자를 그리며 혼란을 그리는 마음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은 또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모든 것이 길을 잃은 것 같은 요즘, 나 자신을 돌보는 데에도 소홀해져 아픈 지도 모르고 또다른 하루를 여는 우리에게 <나를 살피는 기술>은 다정한 손길을 건네며 위로의 말을 전하는 듯 하다. 그러니 오늘도 지친 하루의 마지막에 웅크린 나에게 건네는 단 한가지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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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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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장 가까이에, 가장 먼 곳에 있는 엄마를 향한 에세이


- 엄마는 괜찮아 / 김도윤 지음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문장은 자꾸 엄마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신도 소녀였던 적이, 꿈많은 20대를 보내고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30대를 마주했던 여자였던 적이 있다면. 밤잠을 설치고 마음을 졸이며 아이를 키우고 그로 인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가끔 술이 과한 밤에는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우리 엄마가 진짜 신이라고 해도. 나는 엄마를 영원히 그 이름으로 기억하고 싶다. 엄마의 인생은 그 이름 석자로 충분했으면 하니까. 누구에게나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했을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을 그러모아 펼쳐낸 #김도윤작가 의 #엄마는괜찮아 에는 어머니의 부재로 비로소 느끼는 저자의 공허함이 담겼다. 마지막을 보고서야 첫 만남을 그리워 하는 것은 모든 사랑에 적용되는 이야기 인가 보다. 

책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어느 것 하나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던 어머니가 마침내 선택한 스스로의 마감, 자살. 무거운 단어에 어머니라는 주어가 붙으니 고요한 호수에 떨어지는 돌덩이 만큼이나 큰 파장이 일었다. 읽는 것 만으로도 손이 떨리고 마음이 불편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 없었으면 좋겠는 허구의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몇권의 책을 써오며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던 김도윤 작가는 1장의 어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어머니와의 기억의 파편들을 모으고 다시 헤집으며 눈물로 얼룩졌던 기억들에 색을 더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엄마의 맛은 찾아볼 수가 없다.


내게 익숙하고 편안한 그 맛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그 맛보다 더 그리운 건, 엄마와 마주 앉아 있던 시간인지도 모른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는 5월, 누군가는 선물에 대한 마음으로 하루가 무거울 수도 누군가는 선물의 수령인이 없다는 이유로 마음이 무거울 수도 있겠다. 아르테에서 보내주신 책의 표지를 바라보며 모두가 효도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은 5월에 엄마의 우울이라니.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개인의 삶이라니 고개를 저었다. 고진감래니 뭐니 하는 사자성어가 무색해질 만큼, 빈속에 밀어넣는 한약 만큼이나 씁쓸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자꾸 화가 났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는 사람이 자꾸만 내뱉는 아픈 말들을 나 편하자고 뒤로 미루었던 그 날들. 하지만 작가는 무너지지 않았다. 형의 우울증과 정신 이상, 어머니의 우울증과 투병. 그리고 자살 이후 시작된 스스로의 우울증을 마주하며 기억의 경계를 흐리기 보다는 또렷하게 표시해간다. 힘들고 잔인한 과정에서 결국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는 불행을 기꺼이 견딜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그 면역은 상대방의 우울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부족함도 포함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삶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기억이 쉽사리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자리 잡은 안 좋은 기억은 내 마음대로 끌 수가 없다.


그냥 전등을 켜 놓은 채로 밤에 잠을 자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그사이에 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천천히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나을 수 있다.


쉼 없이 흐르는 시간 사이에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


나는 그렇게 아주 조금씩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내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잊지 못하는 기억을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나를 탓하는 것이다. 그러면 끝은 늘 언제나 빠르게 찾아온다. 그저 울어버리고 나를 자꾸 낮은 곳으로 향하게 하면 , 기억은 끝이 날 지언정 내일의 빛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앞으로 나가는 것 같았는데 사실은 아래로 향했다는 걸 깨닫고 엉엉 울었다는 37살의 저자가 써내려온 글에는 우울증이 끝났다는 말이 없다. 그저 살아가야 함으로, 우울이라는 전등을 켜고 잠드는 밤을 내일의 빛이라는 꿈으로 채우는 연습. 이 모든걸 너무 아프게 배우게 했던 단 한사람의 말로를 기꺼이 공유해준 작가에게 감사한 책이었다.


아픈 기억을 내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일이다. 푸념은 쉽지만 반성은 어렵듯이, 소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작가는 정말 소중했던 누군가를 놓친 시작을 공유하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부터 잘하자는 지겨운 말이 아니라 어떻게 과거의 나를, 엄마를, 가족을, 또 고통받는 타인을 어루만질 것인지. 여름이 성큼 다가온 5월, 준비해야 할 것은 여행의 짐 뿐만이 아니라 든든하게 버텨줄 마음의 둑이라는 걸 깨달은 나에게 좋은 주춧돌로 삼을 수 있었다. 더운 숨이 가쁜 지금 잠시 멈춰 가장 소중했던 어머니에게 평소에는 낯간지러워서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어버이날 핑계삼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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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유드 세메리아 지음, 이선민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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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건강한 "거리두기"의 방법.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유드 세메리아


사람에 대한 욕심은 대게 과하지만,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욕심은 정말이지 항상 투머치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끼기 때문에. 그리고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른 길로 갔으면 하는 마음과 그의 의지 그대로 이루어내기를 바라는 마음. 오직 행복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특히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가정의 분위기에서 자라왔다면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한숨을 쉴 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심리치료사 유드 세메리아가 애착관계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써내린 가족 심리학, <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로 조금은 무거운 주제에 대한 입을 떼보고자 한다.


다양한 가정의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대부분의 가족은 끈끈한 유대로 이어진다. 함께한 추억과 성장, 고난과 역경 등의 과정에서 피보다 진한 그 무언가로 느껴지는 가족애는 당연히 서로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할 것 처럼 보이나, 안타깝게도 때로는 그 방향이 엇나갈 때가 있다. 특히 마음 아픈 누군가를 가슴에 품은 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유난히 아픈 손가락, 내가 놓쳐버리면 영영 없어질 것 같은 그 가족을 위해 평생을 무던히 노력해오며 오히려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을 느껴본 경험이 아마 한번 쯤은 있을지 모르겠다. 프랑스의 다양한 가정을 연구하며 이러한 감정을 느껴온 이들을 함께한 유드 세메리아는 이런 문제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기꺼이 그 손을 놓아버리는 것도 때로는 중요하다는 조언을 건넨다.



조력자는 심리치료를 통해 의존적 가족의 삶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조력자는 의존적 어른에게 자기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려고 애써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자신의 에너지를 꼐속해서 헛되이 흘려보내야 하니까요.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중


한국의 사회에서, 혹은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정한 가정의 분위기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곤 했던 문제들이 사실 사랑하는 마음 그 하나만으로도 일어나곤 한다는 사례들을 읽다 보면 "이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 보단 언제든지 이런 문제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괴롭힐 수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비단 자살을 빌미로 나를 붙잡는 혈육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어떤 관계에서든지 얼마든지 애정을 위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경중을 따지며 안도하고 걱정 하기 보다는 올바른 관계를 정립함으로서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 그로 인해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만이 나를 살리는 방법이다.


실제 원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근거 없는 화난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러한 감정을 정당화 시키려고 하니까요.


의존적 어른은 갈등 상황 속에 상당한 장점이 있음을 직관적으로 압니다.


바로 갈등 상황이 그 안에서 대립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단히 붙들어 매어 준다는 점이지요.


나 스스로 또한, 가끔 가족의 문제로 괜한 걱정을 하거나 화를 낼 때가 있다. 사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단 걸 알지만 서로 사랑하는 게 당연하고, 그렇지 않으면 죄책감 마저 들곤 하는 가족의 관계에서는 욕심이 흘러넘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읽어 온 숱한 심리학의 책에서는 그저 원인을 밝히기에 급급했다.


모두가 알듯이,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된거야 라는 단 하나의 이유를 찾거나 나를 망쳐온 수많은 역사를 들춰내다 보면 '탓'을 하게 된다. 내 탓 , 남 탓. 쉽지만 결국 돌아오는 현실에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잊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무심한 조언 또한 그저 이상향이 아닌가. 수많은 가정의 케이스들을 연구하여 상처 받은 이들, 상처받은 이들로부터 상처받은 가족들을 연구한 저자는 단순히 그 원인을 밝혀내거나 모든 걸 내려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조언 대신 '그러한 관계에서일지라도' 나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삶의 장치들을 소개한다.


가족을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도, 나를 위하는 나의 마음도. 맞고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살아야 한다. 그리고 살아갈 것이라면 바르고 건강하게 생존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 타인 사이에 제대로 된 경계선을 분명히 긋고,


이것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사회는 '가정의 문제'를 대단한 것으로 치부하는 듯 하다. 온갖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자극적인 기사와 극한까지 내몰린 듯한 아동학대, 부부 문제 등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 "이건 아무것도 아닐거야" 라는 식으로 가까운 문제를 흘려버리게 된다. 감정의 역치가 낮아져버리면 나중에 눈덩이 처럼 불어난 감정에 압도되기 마련이다. 어차피 해결 못할 거니까, 가족은 원래 그런 거니까. 라는 마음으로 미뤄왔던 무거운 가슴 속 한켠을 위한 건강한 #거리두기 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유드 세메리아의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는 다정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통한 해결책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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