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가끔은 살아간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너무 벅찬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성장을 해야 하고, 이제는 끝난 줄 알았던 성장에서도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성장과 함께 자라나는 사랑이라는 감정 또한 지겹도록 나를 설레게 하기도, 무서우리만치 까마득한 절벽으로 내몰리게 하기도 한다. 우리의 끊임없는 성장과 사랑에서 피어나는 여러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조조모예스 가 #미비포유 이후의 신작을 선보였다. 영국의 런던에서 펼쳐지는 기마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 호스 댄서 > 이다. 


멋진 기마를 선보이는 프랑스의 어느 선수와 사랑스러움을 한껏 뽐내며 눈을 반짝이는 영국인 여자의 러브스로티로 시작하는 소설은 조용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사라로 이어진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을 마무리 하고자 하는 커리어우먼 너태샤와 좀처럼 정착하지 못할 것 같았던 사진사 맷.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 사라의 이야기는 만남과 이별의 연속,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담아냈다. 


말을 온당하게 이끌 수만 있다면 말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요.


닫혀 있는 문을 열어서 무한한 능력을 드러내도록 하는 거에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원해서 하게 해야 하죠.



바로 그때 그 말은 최고가 되는 거에요.


p.289 <호스 댄서>


그렇게 기다란 풀숲을 헤치고


복잡하지 않은 미래로 나아가면 어떨까.


p. 201 <호스 댄서> 


두께감이 있는 책에서 드는 첫인상과는 달리, 소설의 전개는 섬세하고도 부드러워 막힘없이 읽혀 요즘과 같이 예민한 때의 여유에는 더없이 알맞은 책이 아닌가 싶다. 더해, 영국 런던이라는 배경에 기마라니. 하는 의외의 기마에 대한 흥미도 큰 역할을 해주었다. 책의 중간 중간 등장하는 도심 한복판에서의 불법 경마 대회에 대해서도, 프랑스의 #카드르누아르 라는 기마술 학교에 대해서도. 말에 대해 아는 것 이라고는 하나도 없기에  이 모든 글로 적혀진 풍경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 상상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유투브 덕분에 카드르 누아르 의 기마 공연을 보면서 그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소중한 말, 부셰와 함께 성장하는 사라의 이야기에 더한 너태샤와 맷의 사랑 이야기. 사라의 할아버지 캡틴의 지독했던 성장통과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민자로서의 삶. 모든 것들이 말 이라는 큰 눈망울의 동물과 이어지는 교감 속에서 너무나도 아름답고 가치있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위기를 견디고 살아납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좀 더 빨리 자랄 것이고 


결국엔 좀 더 현명하게 성장할 것 입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어떤 것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 조금 더 냉소적인 사람이 되겠죠.



모든게 또 다시 


무너지는 것을 기다리면서 인생을 살아가게 되겠죠.


p.471 <호스댄서>


소설을 읽는 내내, 사라에게 속삭이고 부를 다독이고 싶었다. 온갖 성장통을 이겨내고 모든 것을 바로 잡아가는 소녀와 말의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탄탄한 스토리 텔링과 열고 맺음을 통해 그 모든 불안을 해소해주고 오히려 읽는 독자를 다독이는 듯 했다. "모든 게 또다시 무너지는 것을 기다리는 인생" 이라니. 우리는 또 어떤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가고 있는가? 또 어떠한 사랑을 마음에 품고 살고 있는가. 


말을 돌리려면


기수는 가고자 하는 방향을 먼저 살펴야 한다.


크세노폰, <기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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