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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라는 정호승 시인의 시 처럼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개개인에게 모두 각자의 정의로 아로새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던 때는 언제인지 희미하지만 외로움을 마주하는 방법이 절실하다는 것과, 외로움을 감싸주는 나만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살면서 한번은 느껴보았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여린 맨 살과도 같은 외로움의 감정을, 오롯히 드러내며 시작되는 이 책을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기꺼이 고립될 시간을 선물한다.
아마존에서 30주가 넘도록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델리아오언스 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외로움의 손에서 자라난 모글리, 카야의 성장을 담았다. 절벽아래의 가장 낮은 땅, 습지의 판잣집에서 평쳐지는 아이의 성장은 자연의 변화와 어우러져 한없이 기특하고, 서툰 손길로 배워가는 사랑의 감정은 절벽에 걸린 달빛 만큼이나 아름답다.
카야에게도 여자 친구들이 필요해요. 영원히 지속되거든. 여자들끼리 꼭꼭 뭉쳐다니면 거기가 이 땅에서 제일 따뜻하고 제일 터프한 곳이지요.
...
그들의 환호성 때문에 카야의 정적은 더 시끄러워졌다.
p.188 <가재가 노래하는 곳>
떠나는 어머니로 시작되는 소설은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자라난 외로운 아이의 성장소설이자 사랑과 용서를 배워가는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다. 동시에 마을에 벌어진 살인 미스터리를 조사하는 추리 소설이자 법정 스릴러로서의 아찔함도 담았다. 이 모든 장르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생태학자인 작가가 평생을 연구한 야생 생태계가 그 중심을 잡아주었다. 이 소설은 그야말로 하나의 유기체를 이룬 것처럼 너무나도 단단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책을 읽는 내내 눈 앞에 어른거리는 듯이 묘사되는 자연의 풍경들 속에서 글도 사회도 모르는 채 자라나는 카야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쓰인 이 책에서는 카야의 외로움과 고립을 수없이 설명하지만 모두에게 버림받고 홀로 살아가는 카야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읽는 내내 마음의 목이 메인 듯이 먹먹 하다가, 끝내 카야의 끝을 본 뒤에야 마음을 놓고 펑펑 울었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
비논리적 행위로 공허를 채우려 해 봤자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없다.
고독을 쫓는 대가로 얼마나 큰 값을 치러야 할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장 낮은 곳에서 , 사람보다 못한 사람으로 살아내 온 카야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외에도 70 평생을 떠돌며 야생의 세계를 관찰해온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자연을 그려보는 것 또한 이 소설의 숨은 재미이다.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지는 마을의 풍경과 생물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묘사되는 듯한 극적인 감정의 묘사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당신의 감정을 건드린다. 김영하 작가의 말마따나, 소설을 통해서 배운 감정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
상상력은 깊디 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p.45 <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외로움은 우리를 잠식하지만, 때로는 그 시간을 통해 성장하도록 한다. 소설을 통해 얼마든지 확장되는 외로움의 감정을 마주하다보면, 우리 모두가 카야 인 동시에 그녀를 외롭게 두었던 마을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카야를 불쌍히 여기는 나는, 과연 법정에서 온전히 그녀의 편이 될 수 있었을까?
… 대신 우리는 그녀에게 늪지 쓰레기라는 딱지를 붙이고 거부했습니다.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녀를 소외시켰던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소외시켰기 때문에 우리와 달라진 건가요?
p.421 < 가재가 노래하는 곳>
상상력은 깊디 깊은 외로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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