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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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은 쉽게 말해 정서적으로 누군가를 조종하려는 행위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에는 항상 두 사람이 존재한다. 혼란과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가해자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자신의 지각력을 기꺼이 의심하는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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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깊은 열패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아니, 무조건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내 사회생활이 미진한 탓이라 여겼던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난생 처음 배우는 업무였다. 그래서 자신이 없었다. 한없이 낮아진 자신감 탓에 12~3년을 외길처럼 걸어 온 같은 팀의 A팀장의 말이 다 옳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와 멀어지고 보니, 그가 사실은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의 일화를 소개하자면 이런 일이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명령이었는데 그때는 밑에서 뭐라도 배우자는 심정으로 알겠다고만 했다.


A팀장 : 야, 너 가서 아이스크림 좀 사와라.
나 : 네?
A팀장 : 날도 더우니 아이스크림 사오라고.
나 : (법인카드라도 주실 줄 알고 멀뚱히 바라보며) 네.
A팀장 : 너 B, C팀에서도 예쁨 받으니까 저 사람들 거까지 사와.
나 : ...... 아, 네.
A팀장 : 뭘 멀뚱히 봐. 가서 사오라니까.


자신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니 내 돈으로 사오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우리 팀만 먹기 눈치보이니 다른 사람 몫까지 전부 사서 돌리라는 말이었다. 다소 억울하긴 했지만 그간 팀장님에게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팀분들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기에 좋은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리자 했다. 하지만 이걸 왜 내가 내 의지로 사서 돌리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들었다.


뿐만 아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출장지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A팀장은 거의 술을 마시지 못했기에 전날 나보고 현장분들의 술상무가 되어 끝까지 마시라고 명령한 터였다. 그는 피곤을 이유로 먼저 들어가 숙소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새벽 4시가 되어서야 현장 작업자분들에게서 벗어나 모텔로 들어 올 수 있었다. 그는 침대, 나는 침대와 화장실 사이에 난 작은 공간에서 이불을 펴고 겨우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 5시쯤 들린 함성 소리 탓에 겨우 청했던 잠이 달아났다. A팀장이 일어나 축구를 보기 위해 티비를 켰던 것이다. 얼큰하게 취한 데다 늦게 숙소로 돌아온 탓에 힘들었다. 이불을 덮어쓰고 다시 잠을 청하자, 6시 반에 그가 나를 깨웠다. 본사로 돌아가자는 거였다. 그러다 차를 타고 올라오던 와중, 졸린 탓에 눈을 뜨고 있는 게 너무 힘이 들어 보였는지 팀장이 운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본사에 도착하고 그는 뻔히 내가 있는 자리에서 C팀장에게 이렇게 일렀다.


A팀장 : 쟤(나) 데리고 현장 못 다니겠어.
C팀장 : 왜요?
A팀장 : 쟤 술 마시고  뻗어서, 내가 차로 여기까지 모시고 왔잖아. 상전이야, 아주.
C팀장 : 팀장님이 운전하셨어요? 얼마나 주체 못하고 마신거야.
A팀장 : 그러니까 말이다. 요즘 애들은 정신머리가 거지야.
C팀장 : 팀장님이 참아요. 사고 안난 게 다행이지.


난 억울하지만 가만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야기에 조미료가 처지긴 했지만 현장분들이 주시는 술을 스스로 주체를 못하고 마신 건 내가 잘못한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래도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일 뿐만 아니라 A팀장과 일하며 많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나는 그를 좋은 이상향이라 생각을 했기에 군말없이 그를 따랐었다. 그게 잘못된 지시이든 아니든, 혹여 그가 지시하여 잘못된 일이었어도 내가 잘못한 거라 여기면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홧병이 생겼다. A팀장이 내 뒤로 지나가기만 해도 긴장을 하여 목을 타고 혈압이 올랐고 웬지 모르지만 닭살이 쭈뼛쭈뼛 돋았다.


그러던 와중, 내가 출장을 간 사이 나에게 한 마디 일언반구 없이 나를 다른 사업소 현장으로 내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나는 절망했다. 하지만 사라져 가던 자존심이 다시금 살아 돌아왔으며 그간 내가 얼마나 잘못된 상태로 팀장님과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난 이동까지 남은 약 한 달간 처음으로 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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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은 단순한 정서적 학대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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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스턴 작가가 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는 위에 밝힌 나의 사례와 같이, 가해자로부터 정서적 지배를 당한 피해자들의 이야기 및 그러한 관계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서술한 책이다. 약 10년 전에 나왔던 초판을 다시 발매했다.


가스라이팅이란, 거부, 반박, 전환, 경시, 망각, 부인 등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에 대한 통제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비롯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이 연극에서 남편은 아내의 돈을 뻿기 위해 그녀의 정서를 조작한다. 그는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한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편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비일비재하게 이런 일이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당사자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작가는 가스라이팅을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나누며 점차 심화되는 단계라 한다.


1단계 '불신'.  비교적 가벼운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 단계로  피해자가 혼란과 좌절감을 느끼고 불안을 느끼는 단계이다.


2단계 '자기방어'.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증거를 찾고, 상대가 잘못된 것을 인정하도록 지나칠 정도의 말다툼을 한다. 자주 괴로움과 절망을 느끼는 단계로 상대방과 계속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아직 희망을 포기핮 않은 단계이다.


3단계 '억압'. 이 지점에 이른 사람은 적극적으로 가해자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그래야만 가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심신이 완전히 지쳐 가해자와 더 이상 다툴 여력도 없다.


또한 가스라이팅 가해자의 유형에는 매력적인 유형, 선량한 유형, 난폭한 유형을 나누며 특징을 잡아두었다. 나의 전 A팀장은 아마 가장 가깝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내가 처했던 기분 나쁘고 힘들었던 상황이 명확히 어떤 것인지 밝혀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내 스스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 생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어서 였다. 더불어 아직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 내 주변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대방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것은 비단, 나와 같이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나 가족, 친구끼리도 일어나는 일이다. 친밀을 가장하여 나를 낮추고 종속되게 하고, 자존감을 사라지게 하는 관계 말이다. 혹시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고 그 상황으로 벗어나왔으면 좋겠다. 추천추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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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혹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항상 그의 방식대로 일이 진행된다.
* 그에게 “너는 너무 예민해”, “나 말고는 그 누구도 너를 참을 수 없을 거야”, “이게 바로 네 부모가 너를 무시하는 이유야”, “진정한 프로라면 비난을 받아도 참을 수 있어야 해”, “나는 그런 이야기한 적 없어. 아마 너 혼자 상상한 것이겠지”와 같은 말을 들은 적 있다.
* 그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그의 행동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변명을 한다.
* 그를 만나기 전에 그날 잘못한 일은 없는지 머릿속으로 점검한다.
* 그가 윽박지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 그를 알기 전의 나는 훨씬 자신감 있고 삶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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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대디의 성장통
싱글대디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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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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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큰 슬픔은 이런 한쪽뿐인 가정이 되도록 내가 아무 것도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모르게 매일 밤마다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겉으로는 좋은 아빠이지만 점점 자신감을 없는 아빠로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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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친다. ‘모성애’는 경이롭고 신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부성애’를 근간으로 한 정보는 부족하다. 때문인지 싱글대디에 관한 정보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책 ‘싱글대디의 성장통’은 우리 사회의 단비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책의 저자는 사실 조용히 숨어살고자 했다 밝힌다. 하지만 가정을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그와 아이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잘못된 소문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힘을 냈다고 한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저자가 이혼하게 된 과정을, 2부는 한국에서 살며 편견과 거짓 소문으로 인해 피해 받는 과정을, 3부는 도피처럼 떠난 캐나다에서의 삶에 대해, 4부는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5부는 아내가 사는 곳 근처로 이사하게 된 배경과 책을 내고자 힘을 냈던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한 사람의 체험에 근거한 내용이기에 책은 술술 읽힌다. 그리고 그가 ‘남자’이고 ‘아버지’라 겪었던 수많은 편견들에 안타까움이 인다. 특히 그가 명백한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는 바람을 핀 것도 모자라 아이들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며, 그 남자오하의 관계가 정리되어 가정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밝히면서도 예전처럼 본인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즐기는데 방해를 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또한 아이들의 연락을 받지 않으며 만약 이혼을 해도 아이들 때문에 죽지 말라고 자신은 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길 것이었다고 할 정도로 지독하게 묘사된다- 의례 남자가 바람을 피웠을 것이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여러가지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 통념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 받을까봐 걱정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도 일과 후 ‘엄마와 OO하며 놀기’ 같은 글들로 엄마가 없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욱이 이러한 사회적 편견에 갖혀 싱글대디들은 더 숨어살 수밖에 없음을. 그래서 더 뒤로 숨고 나오지 않아 목소리 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그는 이런 일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개인의 자유 때문에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배신하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함을 힘주어 강조한다. 여러모로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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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해야 주위 모든 사람들, 특히나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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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웠던 점은 조사나 부사의 사용이 잘못되거나 중복되는 곳이 많았다. –한 문장 내 목적어가 두 번이상 중복 사용되는 상황이 잦고 ‘너무 OO해서 너무’와 같이 부사 사용이 단어 앞뒤로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비문이 많았으며 단어를 잘못 선택하여 쓰는 경우도 많았다. -두, 세 차례에 걸쳐 ‘뭐든’을 ‘모든’이라고 적어놓았으며 문장 상으로는 부정문이 들어가야 하나 긍정문으로 맺음하여 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생겼다.-

 

출판사에서 교정, 교열이라던지 단어 검수를 하지 않고 출판한 것인지, 혹은 일전의 사례를 보아하니 작가의 딸이 책을 낼 때도 날 것 그대로 –출판사가 글을 조금 변형하거나 하는 것을 원치 않는 장면이 나온다- 출판하길 원했던 것을 보아하니 본인의 책도 날 것 그대로 내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2판 인쇄부터는 글을 좀 가다듬고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대디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용기 내어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내어 목소리를 낸 저자에게 힘내라고 격려의 박수를 전하고 싶다. 더불어 앞으로는 소수의 약자들이 조금 더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시대를 기다려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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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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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의사가 말한다. 빛의 방을 빠져나간다. 공기도, 소리도, 시간도 빠져나간다. 내 몸은 의사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지만, 의식은 한없이 멀어져가고 있다. 나는 심연의 바닥에까지 내려간다. 그 및에서 길고 좁은 터늘을 통해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빛을 올려다본다.
"삼사 년쯤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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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생’(生)은 유한하다. 하지만 그 기간을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00세 시대라 명명도리만큼 장수를 누릴 수 있는 반면, 불의의 사고나 갑작스레 발병한 병으로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이 책의 저자 사이먼은 어느 날 찾아온 루게릭병으로 인해 ‘유한한 삶’을 진단받는다. 길어봤자 3, 4년 안에 그의 생이 마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막 셋째 아이를 가진 터였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그의 영화 인생이 점점 빛을 발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는 순간 절망한다. 아마 누구든 자신에게 갑작스레 불어 닥친 죽음의 그림자에 마주하면 그런 감정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은 생에 대한 끈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와 가족들은 점점 잃어가는 감각들, 마비되어 가는 신체를 보며 그것이 멈출 수 있게, 혹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도록 용하다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여의치 않았다. 병은 상대를 봐주지 않는다. 자신만의 속도로 침범을 계속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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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모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죽는다고 해서, 지금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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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법적으로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지 않는다. 고통에 잠식되어 가는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죽음 앞에 당도하기를 바란다. 사이먼 역시 병원으로부터 인공호흡기를 달아줄 수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반문한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죽는다고 하여 지금 스스로 그 생을 마감해야하는 거냐고 말이다.

 

계속 살고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아일랜드 법에 대해 그는 저항 아닌 저항을 한다. 와중 그의 큰 누나가 알아온 것들로 그는 개인적으로 인공호흡기를 달게 되고 동공을 추적하는 기술 ‘아이게이즈’를 선사받는다.

 

그리고 그는 3~4년 밖에 살 수 없다던 –몸의 상태가 나빠지고 인공호흡기를 때었다고 가정했을 때 아마 이정도 삶을 연명했을 것이라고 그는 일러 둔다- 생명을 더욱 연장한다. 그리고 4, 5번째 아이–무려 쌍둥이-를 가진다. 그는 그러한 사람에 기쁨을 느끼며 자신이 보통의 사람들처럼 인공호흡기를 떼어내고 삶을 포기했으면 이러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어질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 그는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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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중심이 되는 무언가를 잃는다면, 그것에 대한 추억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미치지 않고 살 수 있으니가. 그래야 내가 느끼는 고통에 상응할 만한 것, "그건 진짜였어."라는 걸 명확히 말해줄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하든 슬프든 추억을 영원히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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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1,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사이먼이 아내인 루스를 만나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루게릭병을 얻고 병원을 전전하는 모습을 그린다. 2부는 아이 시절의 사이먼이 이야기로부터 어른이 되기까지의 일생을 요약하듯 보여주다 후반에는 1부에 이어지는 내용들이 그려진다.

 

책은 삶에 대한 기록이자 의지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여느 책들과 같이 어둡고 적막하며 쓸쓸하지 않다. 그의 책은 마지막 줄에 적힌 것처럼 여전히 평온한 음악 안에서 평안하고 즐거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들의 사랑 안에서 그가 삶을 바라고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 만에 다 읽어 내려갈 정도로 흡입력이 있는데다 열심히 나의 생을 꾸려나가야겠다고 다짐이 들만큼 좋은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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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희망은 삶의 방식이다. 인생은 특권이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권리가 아니다.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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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다이어트
안나카 지에 지음, 김경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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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악순환
: 공복 → 당질이 많은 음식 섭취 → 혈당치 급상승 → 인슐린 대량분비 → 혈당치 급강하 & 지방축적 → 배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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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군데군데 들러붙은 살을 좀 뺀 뒤 몸을 만들어 보자 했다. 그리고 해변에서 과감하게 상탈하고 멋드러진 사진을 찍어보자 다짐했었다. 몇 년 째 이어진 바람은 결국 올해도 지켜지지 못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침을 먹지 않은 공복감 때문에 당이나 채우자며 마신 믹스커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점심과 저녁 사이에 존재하는 7시간이라는 갭을 이기지 못하고 먹은 과자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저녁 때 이어진 술자리에서 과식해 먹은 안주 때문인 것일까?

 

아마, 모두 다 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올해도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쯤 되니 살짝 약이 오른다. 왜 알면서도 나는 다이어트에 자꾸 실패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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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적정 간식량은 필요한 총 칼로리의 10%이다.
적당한 간식의 기준량은 200Kcal 이다.
건강한 간식을 하루에 1~2회, 식사 사이 시간이 오래 비는 타이밍에 먹는다.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식이섬유가 함유된 건강한 간식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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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골라든 책 ‘간식 다이어트’는 먹으면서 빼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단순히 모두가 나쁘다고 하지 않는다. 양질의 균형잡힌 간식은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준다. 아! 여기서 말하는 간식=과자가 아니다. 공복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공복감을 채우기 위해 갑작스레 열량이 높은 당질(설탕이 들어간)을 섭취하는 것은 몸에 백해무익함을 알려준다.

 

더불어 칼로리를 계산해서 먹는 것 역시 다이어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에 칼로리를 소화하고 흡수하는 양이 다르므로 칼로리에 신경 써서 먹기 보다는 지침정도라 생각하고 먹으라고 일러준다.

 

뿐만 아니라 책의 마지막엔 ‘목적별 건강간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을 신경 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채소, 해조류, 버섯류를 꼽는다. 반대로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과 같이 당질과 칼로리라 높은 음식은 양에 신경 써서 먹으라고 권장한다. 뿐만 아니라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거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간식’을 일러주기도 하고 ‘식욕을 억제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간식’을 알려주기도 한다.-이 부분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라- 그 중에서도 특히 눈이 갔던 것은 ‘오후 8시 이후에 저녁을 먹는 사람의 간식’ –참치 샐러드 팩, 연어 주먹밥, 낫토 말이-나 ‘술과 어울리는 안주’ 부분이었다.

 

물론 책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 이해한다고 하여 원래 가지고 있던 습관을 한 순간에 없었던 것처럼 내다버리지는 못하겠지만, 내년에는 부디 건강한 몸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아직도 꿈을 버리지 못한 나란 사람-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습관을 바꿔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부터 챙겨먹는 걸로.

 

나처럼 먹고는 싶은데 낮아져만 가는 신진대사율 때문에 군살이 더덕더덕 붙는 것이 두렵거나, 여름마다 축 늘어진 살을 노출 하는 것이 극도로 꺼려져 다이어트를 하고 싶었으나 먹는 것을 포기 못하던 당신에게도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자, 내년 여름을 위해 달려 나가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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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의 유혹에 넘어갈 것 같다면 과자를 먹고 나서 두 시간 동안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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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
이한나 지음 / 문학공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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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한 번쯤은 두 손을 가슴에 모아 토닥이며 “잘했어”, “잘했다”, “너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나 자신’이 필요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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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나씨의 친구가 그녀의 글을 보고 했던 말 –이런 허접한 글을 책으로 낸다고?-처럼, 나 역시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이 책이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서 쓰인 ‘가볍다’는 책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책의 전반에 걸쳐 가벼운 톤의 문장들이 이어졌다. 문어체라기보다는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들이 그러했고, 수려하고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수수하고 정감 가는 감정들이 구석구석 나열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흡사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 느낌도 들었다.

 

더욱이 그녀는 불편하고 구차한 상황에 놓였을 때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여과 없이 드러낸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그 감정이 그리고 책을 통해 여실히 전해진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책으로 그런 직접적인 감정들을 대하고 보니 사실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직접적인 표현을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녀를 짜증나게 하거나 화를 나게 한 인물들이 이후에 무지 민망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 나오는 ‘뒷 자리도 괜찮더라구요’를 보면, 한나씨가 강의를 갔을 때 그곳의 담당자가 좋은 마음에 강의 끝난 후에 주변을 둘러보라 권한다. 그런데 한나씨는 그 순간의 기분을 귀찮게 하고 짜증났었다고 기술한다. 힘들고 지쳤기에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정황 상, 그 담당자는 한나씨의 그런 감정들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담당자는 분명 자신이 일하는 곳의 경관이 아름다워 좋은 마음에 권한 것 일테고, 한나씨 역시 본인의 감정을 그때는 밝히지 않았기에, 추후 담당자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후에도 그런 (직접적) 감정의 표현들은 –상대는 아마 몰랐을 감정들- 여기저기서 드러나는데, 그런 부분 때문에 누군가의 일기장에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 다소 민망했다. -특히 작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모진 소리를 하는 부분들은 너무 여과 없이 써내려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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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맞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우리가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저 딱 내가 볼 수 있는 만큼, 내가 아는 만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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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한나씨가 직접적으로 감정을 배출하는 것은 단지 그녀의 거짓 없고 맑은 성격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세상을 바르고 긍정적으로 본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잘못된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 무엇보다 스스로 인정해주고 예뻐해주는 것이 으뜸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편하고 그저 같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알고보니 항상 본인이 원하는 대로만 하고 남편이 하자고 하는 것은 선심 쓰듯 그러자 했던 본인을 반성하기도 한다. 아이가 먼저 잘못을 저질러 큰 소리 칠 경우에도 그 과정을 바라봐 주지 못하고 결과만을 보고 큰 소리친 자신을 책망하며 먼저 다가가 사과를 한다.

 

그녀의 책은 사실 우리의 감정과 닮아 있어 불편했던 것이다. 예브고 포장된 감정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다 보니 낯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던 감정과 이야기가, 사실은 나도 그랬음을 인정하는 순간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 순간, 책은 너무 쉽고 빠르게 읽혔으며 공감가는 부분들이 응집되었다. 블로그에 쓴 글들을 엮어 출판하게 된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블로그도 궁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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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의 모습을 한번 더 바라보고, 그 모습 또한 ‘나’라는 것을 깨닫고,
나의 모습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함을 다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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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글귀는, 허세와 보여주기로 가득한 SNS 식 한줄쓰기 문장이 아니다. 그녀의 경험을 통해 우러난 감정들이 진심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누나, 엄마의 마음이 그득한 글이다. 어딘가 허전하고 다소 서툴러 보일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진심과 마주하게 되면 이보다 빛나는 글이 없음을, 그래서 공감과 좋아요를 누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녀의 진심과 마주한 순간, 나는 책의 앞 페이지를 다시 펼쳤다. 한 번 더 그녀의 이야기, 아니, 어쩌면 나의 이야기일 수 있는 상황들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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