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게 말하는 당신이 좋다
임영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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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게 말하는 사람은 ‘자기 말을 하면서도 듣는 사람을 생각하는 말’을 합니다. 말 듣는 사람의 입장, 나이, 상황 등을 고려하여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쁘게 말하는 사람은 말의 힘을 알기에 말을 다듬고, 어휘를 골라 말합니다. 말을 다듬어 말하므로 거칠지 않아 상처 주는 일도 적습니다. ‘밉게 말하는 사람’과의 결정적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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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웃으라고 한 말에 초상난다, 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등, 예로부터 ‘말’과 관련한 여러 속담들이 구전되어 내려왔다. 우리의 선조들도 ‘말’이 가진 힘과 그 파급력을 인지한 것이리라. 그리하여 한 마디 한 마디에, 상대를 기쁘게 하고 때론 슬프게 하며, 혹은 화가 나게 하거나 즐겁게 할 어떤 힘이 말에 있다는 것, 그런 말의 중요성에 대해 수차례 강조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우리는 말의 영향성에 대한 일화들도 종종 듣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잘 아는 예시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두 컵에 똑같은 물을 담아 둔 실험. 그리고 한 달 동안 한쪽에는 이쁜 말만, 한 쪽에는 미운 말만 지속적으로 하였더니 물의 결정체가 달라졌다는 일화 말이다. 이쁜 말만 들은 물은 그 결정체가 아주 질서정연하고 고르게 이루어져 있으나 미운 말을 지속적으로 들은 말은 결정체의 질서가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던 것이다.

 

나도 회사 생활 초반에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상사를 만난 적 있다. 답답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콱 지어박고 싶었으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A 과장 : 야. 병신아. 너 어제 내가 하란 일 다 끝냈어, 안 했어?
나 : 일단 하라고 하신 부분까지는 다 마쳤습니다.
A 과장 : 야. 넌 꼭 내가 확인까지 하러 와 줘야겠냐? 존나 안 바쁜 새끼가 일하는 꼬라지하고는.
나 : 죄송합니다. 바빠 보이셔서 좀 편하실 때 가져가고자 했습니다.
A 과장 : 됐다, 말을 말자. 저리 꺼져, 새꺄.
나 : ...... 네, 알겠습니다.

 

그와 부딪혀야하는 상황이 생길 때 마다 너무 화가 났다. 그러나 사내 지위로써는 약자의 위치에 있던 나는 그의 싫은 말과 짜증을 오롯이 다 담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위축되고 피폐해 갔으며 결국 우울한 기분 상태가 유지되었다. 그 상사로 인해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팀을 옮긴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조치를 취해야 했고 이런 저런 사고가 겹쳐 결국 그가 퇴사하게 되었다. 그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건네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저렇게는 살지 말자고 다짐하며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나 : 짐 좀 같이 들어드릴까요?


A 과장 : ...... 너 지금 나 여기서 쫓겨난다고 내가 호구로 보이지? 지금 나, 처 놀리냐? 이 ㅈ 만한 새끼가.
나 : ...... 흠. 아닙니다. 조심히 가세요, 선배.

 

그는 마지막까지 본인의 거친 언행이 나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갔다. 나는 그 점이 참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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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사례가 참 많다. 말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아’와 ‘어’의 한 음절 차이가 말 전체를 다르게 하니 말 한 마디의 차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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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쁘게 말하는 당신이 좋다’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말의 영향과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조나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말로 인해 관계가 호전될 수도 있고 악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누구나 다 알고 느끼는 것이지만-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조심해야 함을 읽으며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사실 읽다보면 누구나 아! 하고 생각하게끔 하는 글이다. 어쩌면 제목에 너무 많은 의미가 잘 내포되어 있어, 그것만 보고도 내용이 다 파악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책이 쉽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알기만 하고 우리 모두 실천하지 않는 글일 수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하는 말들이 얼마나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지, 혹은 타인의 말로부터 내가 얼마나 상처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글을 읽으며 반성도 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에게 대처를 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쁘게 말하는 당신이 좋다. 나와 이야기하기에 앞서 신중하고 조심스레 말해주는 당신은 더욱 예쁘다. 그래서 더욱 좋다. 이뻐지고 싶은, 앞으로 이뻐질 당신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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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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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역사에 참 약했다. 남들은 수학의 정석을 도돌이표 한다는데, 나는 국사 책의 구석기-신석기-청동기를 도돌이표 했다. 안되면 외우기라도 하면 될 텐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역사는 나와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등한시 했다. 그러다보니 역사와 관련된 책이나 영화, 드라마까지도 피하게 되었다. 워낙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이 없었던 터라 무능한 왕이 나오고, 그의 충신들이 간신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며, 역적 무리들이 나라를 뒤집는 극적인 내용을 봐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재미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먼저 일었다. 이전의 나를 돌아보면 책 앞쪽 몇 페이지만 읽고 덮을 것이 눈에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예전에도 ‘엽기 살인사건’들이 일어났다고 하니 궁금증이 일어, 얼른 몇 페이지를 읽어보았다.

 

책은 총 6가지 살인사건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제1부 모살(謀殺) : 음모·모략으로 죽인 살인사건
제2부 고살(故殺) : 고의로 죽인 살인사건
제3부 오살(誤殺) : 오해·실수로 죽인 살인사건
제4부 희살(戱殺) : 장난·희롱으로 죽인 살인사건
제5부 복수(復讐) : 원수를 갚는 살인사건
제6부 희이(戱異) : 희한하고 이상한 살인사건

 

각 살인사건 별로 2~3가지 이야기가 배정되어, 16가지 엽기 살인사건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다보니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사실 16가지 사건은 엽기사건이라 명명되어 있기는 하지만 걔 중에는 엽기 살인사건이라 하기 보다는 시대 상황에 따른 불평등으로 일어난 것들이 더 많았다. 아내가 남편을 고발하지 못 하고, 노비가 주인을 고발하지 못 하는데다, 법의 위에 있는 왕이 존재하니 계급 상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윗사람들로부터 맞아도 모르는 척, 죽임을 당해도 울분을 참고 견뎌야 했고, 강간을 당해도, 그리고 그것을 보아도 그저 묵묵히 그 시간들이 지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술을 먹고 잠을 청하다, 아이의 울음에 충동적으로 딸아이를 밀쳐 죽이게 된 이야기 등도 있어 이를 전부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치부하기엔 어딘가 맞지 않아 보였다. 물론 정신병자가 일으킨 악행도 있었고 기근에 시달려 인육을 먹는 이야기 등 엽기적이라 부를 수 있는 살인사건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아무리 예전이라 해도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현재와 같이 사건 사고가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되었다. 다만 문헌 상 전부 기재를 하지 못한 것도 많았을 테고 –그 사건을 알리면 백성들이 동요할 것이라 판단하여 지우거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들의 경우 기재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정신병에 대한 의약품이나 의학적 자료가 미진하여 사인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던 것은, 기본적으로는 ‘죽음에는 죽음으로 그 죄를 갚는다’ 는 골조와는 다르게, 그것이 실행됨에 있어서도 ‘계급’에 따른 불평등함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몇 건의 살인사건만으로도 신분에 대한 차이가 얼마나 심했을지, 그리고 그러한 불평등함과 차별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이것이야 진정한 ‘엽기적’인 행태가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조선시대의 역사적인 사건들 속의 살인사건을 묶어 낸 책, 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 역사를 싫어하는 나와 같은 당신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추천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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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다 : 두 번째 이야기 -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극한의 자유 나는 작가다
홍민진 외 지음 / 치읓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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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고찰 없이 작가라는 이름을 얻어봤자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책을 내지 않는 것만 못하다. 한 권의 책에는 반드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진실과 솔직한 경험이 담겨져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라는 이름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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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게 좋았다. 그러다보니 내 글을 써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방과 후, 이른 저녁을 챙겨 먹고 글을 쓰는 일이 좋았고, 주말에 나와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가끔 몇 시간이나 습작을 하곤 했었다. 물론 지금 다시 보면 손발이 오그라질 정도로 내용이 엉성하고 부족하지만 그때는 그 방대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오밀조밀하게 얽혀져 있다 생각하여 참 열심히도 썼더랬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일상에 치이고 직장생활에 부대끼게 되자, 다시 내일의 열정을 불태울 쉼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차차 글을 쓰고 생각을 모으며 이야기를 한데 묶을 시간이 적어졌다. 그렇게 글을 쓰는 일들이 나와 조금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씀’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알게 되었다. 매일 새로운 단어를 주고 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적는 것이었다. 약속장소를 이동하다가 잠깐, 회사 쉬는 시간에 잠깐, 틈이 날 때마다 무언갈 다시금 적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이런 글들을 모아, 좋은 글이 있다면 나중에 책을 한 번 내보자고 생각했던 것이.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독립출판 같은 것들.


나는 그때부터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번 내보고자 했던 꿈. 언젠지도 모르게 불씨가 수그러들었던 그 꿈에 다시금 불씨를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책 ‘나는 작가다’를 보며 그 불씨에 도화선을 붙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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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때가 내 삶의 터닝 포인트였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마치 그 사건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그가 가지고 있었던 번민과 고뇌, 또 인내하며 행동했던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단지 그의 삶이 바뀐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여, 마치 나에게도 그러한 계기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삶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러한 잘못된 환상이나 기대는 우리를 전혀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작하는 조그맣지만 지속적인 행동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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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작가다’는 세상에 하나 뿐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던 신인작가 9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인사(책 쓰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를 통해 작가로의 꿈을 이뤄 공동저서를 냈다. 에세이 형식을 빌려 썼으며 작가 개개인이 글을 쓰게 된 계기와 성장배경,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글을 쓰는 것이 본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작가 9인 모두가 본인의 어려운 상황 (회사든, 개인적으로 너무 바빠서든, 엄마라서 개인적인 삶을 돌볼 여유가 없었든)을 책을 쓰는 것으로 이겨냈다는 식의 이야기를 실어 놓아, 사실 후반부 4~5편부터는 조금 지루했다. 화자만 다를 뿐 결국 이야기 틀은 모두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으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이라면 삶에 도움이 되는 보다 다른 이야기들을 체험한 것들을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의 목적이 ‘글쓰기’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단순한 알림을 주는 것이라면 그 목적에는 충분히 부합을 했다 생각하지만 말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화자는 물론 다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읽고 보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져 지루하게 느껴짐은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좀 더 다양한 주제를 담아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본인이 글을 쓰고 싶어 하고 작가로서의 생활을 꿈꾸는 분들-나와 같이-이라면 한번 읽어봄직 하다. 또한 쳇바퀴 같이 돌아가는 인생이 무료하다고 느끼거나, 망망대해를 거니는 것처럼 삶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분들에게 좋은 팁들이 꽁꽁 숨겨져 있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가진 무게는 대단하지만,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는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알아보는 일기 역시 좋은 소재가 되고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런 작은 행동들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보고 이뤄나갈 수 있다고 9인의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오늘 하루도 회사-집-회사-집-회사-집만 뱅뱅 돌고 있는 당신. 당신에게 이 책을 선물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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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보다 사람이 어렵습니다 -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일하는 법
전미옥 지음 / 마일스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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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원상 복구가 불가능한 유리그릇과 같다. 깨진 것을 붙일 수는 있지만 작은 흠집이나 상처까지 깨끗하게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번 깨진 신뢰는 크든 작든 자국을 남긴다. 동료, 선후배, 거래처 등 직장을 둘러싼 인간관계는 우선순위를 ‘신뢰’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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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일한지 8년차에 접어들고 보니, 신입 때는 공감하지 못했던 우스갯소리 하나에 절실히 공감한다.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 부서를 옮기든 팀을 옮기든, 성격이 괴랄 맞거나 건들면 터질 것 같은 상사, 동료, 후배들은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직장인에게 있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인 만큼, 팀원(사람)을 잘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직장 문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개개인이 퇴근 후 자신의 자유 시간을 소중히 하고,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관계를 선호하며,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이/퇴직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직장 내의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상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조기출근하여 야근에 회식을 불 싸지르며 상사의 비위 맞추는 것이 제일이라 생각했던 것이, 현재는 상사는 물론 동료, 후배들과의 적정한 공/사 관계를 구성하고 그들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더 올바른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책 ‘저는 일보다 사람이 어렵습니다’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앞서 이야기한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관계유지를 위한 해법들을 전수한다. 1장은 상사와의 관계, 2장은 동료와의 관계, 3장은 후배와의 관계, 4장은 이성(상사/동료/후배 모두 포함)과의 관계, 5장은 나 스스로를 돌보자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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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평가하기 전에 나를 먼저 보자. 내 단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고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내 것이면서도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습관을 발견할 때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타인의 성격을 비판하고 심지어 고치려 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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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3장과 4장 부분에서 공감을 했다. 3장에 관련해서는 이런 경우가 있었다.


재작년이었다. 입사 기준으로 3~4년 정도 차이가 나는 후배 A가 내 밑으로 들어왔다. 그는 불타는 열의와는 다르게 매사 덤벙거리는 탓에 눈에 띄게 실수를 했고 착한데 반해 업무능력은 그저 그래서 상사들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일이 잦았다. 그런 그의 밑으로 신입직원 B가 들어왔다. 그녀는 눈치가 빨라 우리 팀 분위기에 그 누구보다 유순하게 적응을 했고 꼼꼼한 성격 탓에 분담해 간 A의 업무를 큰 실수 없이 곧잘 해내었다. 나와 동료 C는 그런 B를 부러 더 크게 칭찬했다. A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업무적으로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 와중, A가 일적으로 크게 구멍을 내고는 나 몰라라 하는 사건이 하나 터졌다. 그로인해 우리팀 모두 A가 터트린 폭탄을 처리하기 바빴다. 중간 직급에 있던 나는 결국 A를 따로 불러냈다. 업무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발전없는 그를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나 : A야. 지금 시간되면 나랑 밖에 나가 이야기 좀 잠깐하자.
A : 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A를 불러내는 모습을 본 동료 C –그도 그간 쌓였던 게 많았었나보다-가 그런 우리 뒤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우리의 관계는 여기서부터 좀 꼬이고 말았다.


나 : A야. 너 항상 열심히 일하는 것 알아.
A : 네. 감사합니다.


여기서 동료 C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거나 추후 A와의 자리를 따로 만들었어야했다. 그런데 그때는 A가 터트린 일 때문에, 이미 수일에 걸쳐 야근을 했던 터였기에 이성적 판단이 흐려졌다. 그래서 나는 동료 C와 나쁜 쪽으로 의기투합하고 말았다.

 

나 : 그런데 일을 너무 못 해. 같은 업무를 하는데, 1년이 지나도 버벅거리고 실수하고. 너보다 늦게 들어온 B가 훨씬 일을 잘하고 더 신뢰가 가. 그런 와중에 카톡 보고 너 개인 시간 가지고. 업무는 늦고 지각은 잦고. 더 분발하지는 못할망정, 너의 일이 줄어드니 시간이 많은 것 같지? 그렇다고 교육을 안 보내주는 것도 아니야. 너가 가고 싶다는 교육을 1년에 4번을 보내줬어. 그 업무들 나랑 C가 다 했고. 누릴 거 다 누리게 해준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넌 발전이 없어, 여전히. 그래서 이제 너한테 일을 안 시키게 돼.
A : ......죄송합니다. 


여기서 그만뒀어야 했는데 그 후로 우리는 A가 상처받을 말들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A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되었고 우리와 연락을 일절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해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중간 중간 점검을 해주고 수정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러지를 않았다. 내 잘못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속으로 그가 실수하기를 바랐던 거다. 그를 혼낼 기회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그를 불러낸 것도 A와 대화를 해서 그를 이해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왜 이렇게 일을 못하냐고 뭐라고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았다면 바로 사과를 했어야 했지만, 나는 A보다 몇 년 일찍 들어왔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러질 못 했다. 3장에는 그런 관계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설명해 두었다.


특히 책 전반에 걸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 동료나 후배는 물론 상사나 직장 내 라이벌에게도 진심으로 칭찬을 하라는 말이 가슴을 적시며 들어왔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만 인정받기를 바랬지, 누군가를 먼저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 –특히 상사나 라이벌-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더불어 4장에 나왔던, 여성과 남성의 인식이나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라는 부분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그간 직장 내에서 인간관계를 잘 꾸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할 것도, 배울 것도 많음을 반성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힘들어 하는, 모든 나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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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에 대해 고개를 숙이는 것은 비굴한 행동이 아니다. 상대에게 내 핸동이 고의가 아닌 실수였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상한 감정이 크게 번지는 것을 가장 빠르게 차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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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탐정 -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장의 37년 단어 추적기
존 심프슨 지음, 정지현 옮김 / 지식너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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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전이 누군가가 쓴 책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 책상과 부모님의 책장, 컴퓨터 안에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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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은 조기교육을 좋아하셨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국민학교 1학년이 영어 과외를 받는다는 것이 드문 일이었다. 몇 몇 보습학원들이 집 주변에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람이 별로 없을 때였다. 그런 때 개인과외라니. 우리 부모님의 조기교육 열성이 얼마나 엄청나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각설하고 우리 부모님은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나를 집 앞에 살던 새댁에게 매일 한 시간씩 영어를 가르치라 맡기셨다. 친구들은 다 놀이터에게 흙 먼지를 뒤집어쓰고 놀고 있는데 혼자만 올라와 공부를 한다는 것이 죽을 맛이었다. 매일 몸을 베베 꼬며 수업을 한 귀로 흘리는 나를 어르고 달래가며 새댁은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 만나는 꼬부랑글자를 국어보다 먼저 쓰고 읽으며 자랐다.


알파벳 A를 시작으로 꼬박 1년동안 과외를 받았다. 그러다 여차 저차한 이유로 집 앞 새댁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나의 영어 과외는 (드디어) 그날부로 끝이 났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때의 나는 동네 아이들과 너무나 놀고 싶어 하던 철부지였을 뿐이다- 그리고 (대망의) 과외 마지막 날이 밝았다. 과외 선생님은 말 안듣던 철부지를 여기까지 끌고 온 자신이 대견했던지 내게 앞으로도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라며 촘촘한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무언가를 내미셨다. 얇은 종이에 하얀 글자가 빼곡한 그 것, 그 유명한 ‘옥스퍼드 영어사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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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모든 변화가 수수께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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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단어탐정’은 우리나라의 영어공부자들-혹은 영.포.자(영어 포기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OED(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줄임말)에서 37년간 재직했던 존 심프슨의 이야기-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가 담겨있다. 그는 아내 힐러리가 우연히 본 구인광고를 통해 OED 편집부에 입사한다. 또한 처음에는 그다지 사전편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전 편집장으로 인해 결국 그도 편집장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는 재직하던 동안 그가 근무했던 역사적 현장–언어의 역사적 변화가 일어나는 OED 사무실-에서 본인에게 있었던 변화들과 언어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초입에 있던 말처럼 나 역시 사전이란 어느 순간 뚝하고 만들어져 내려온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언어에 대해 치밀하게 연구하고 분석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상황의 변화에도 –종이로 된 사전→전자사전→인터넷/모바일- 불구하고 꾸준히 자신이 일임한 일에 대해 끊임없이 궁구하고 매진해 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사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여타의 사전과 달리 그 단어의 역사적 의미나 기원을 작성해두어, 외려 잘 읽지 않았었는데 -사전을 사용할 당시만 해도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은 영어단어의 어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한 해답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활용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따르면 1928년에 12권 분량의 초판본이 완성되었고 이후 60만개 –초판에 비해 20만개가 추가됨-의 단어가 실린 2판 개정판이 1898년에 완성되었으며 현재 3판 개정판을 준비 중이라 하니 사실 이것만 읽어도 영어 박사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여의치 않을 경우엔 온라인 판을 활용해야겠지만 말이다.)


처음에 책을 받고 식겁했던 것이 기억난다. 책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하게 언어를 가지고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탓이겠지-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양의 방대함에 놀라고 내용의 치밀함에 감탄했던 것이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몇 날 며칠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중간 중간 졸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궁금한 사건들이 –단순히 제목에 근거한 장난이다- 많아, 시간이 날 때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OED 조직의 단어탐정과 함께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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