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미어캣 - 대만 싱글맘, 미어캣을 만나 인생을 다시 배우다
원팡링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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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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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의 신비한 힘은 가족 간의 사랑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건 입에 발린 사랑도 아니고 가슴 속에 꽁꽁 숨겨둔 사랑도 아니다. 바로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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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랑에 굶주렸던 적이 있나요? 혹은 남들로부터 애정 결핍이라고 들었던 적은요? 아니면 다른 이에게 사랑과 칭찬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실패를 거짓으로 숨겼던 적은, 혹시 없었나요?


이것은 제가 오늘 읽은 ‘디어 마이 미어캣’의 저자 원팡링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요.


일본에 유복하게 살다가 집이 망하고, 가난한 대만 남자에게 시집 온 그녀의 어머니는 금지옥엽 키운 첫째와 달리, 둘째인 그녀를 지우기 위해 낙태약을 2번이나 먹어요.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원팡링은 무사히 태어납니다. 그렇지만 태어났다고 하여 가족의 사랑과 예쁨을 받고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녀의 어머니는 첫째 언니와 그녀를 사사건건 비교하고 자신과 그녀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그녀를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까지 하죠. 그리고 그녀가 시샘이 많았던 어머니는 그녀의 물건을 멋대로 훔쳐서 자기 방에 숨겨두기도 하고요.


그녀는 눈칫밥을 먹으며 가족과 친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성적만이 자신이 유일하게 칭찬받는 일임을 알아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요. 사람들의 정이 고파, 그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자라다보니 눈치가 빠르고 자기가 알아서 크는 아이로 주변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명문학교에 입학하며 그 기대와 자랑은 더해가고요.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옵니다. 행복한 순간이었죠.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남자는 사랑을 나눌 줄도 알았어요.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를 못했어요. 그에게 더 큰 사랑을 갈구하고 그를 집착했지요. 세 번의 이별을 끝으로 그는 영영 그녀를 떠납니다. 와중에 그녀는 그가 다시 그녀에게 돌아올 거라고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답을 내립니다. 그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죠.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하면 그 남자가 돌아와줄 거라 생각한 거에요.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어요. 이미 새 여자친구까지 생긴 상황이었고요.


그녀는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합니다. 지옥같은 날이었죠. 일 때문에 바쁘기도 했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그녀는 유기견 봉사활동이나 모임을 찾아갑니다. 집에 가기 싫었던 거죠. 그렇게 7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 짓습니다.


그리고 노력 끝에 시험관을 통해 아이를 가저요. 그 와중에도 그녀는 이기적이었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왕절개로 아이를 미리 끄집어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심장이 약하게 태어나요. 10킬로가 넘어야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하여 그녀는 아이를 극진히 돌봅니다. 그리고 큰 수술을 아이가 이겨내죠.


그렇게 시련이 지나가고 나니 이번엔 그녀에게 큰 일이 연달아 닥쳐옵니다. 망막이 고장 나서 시력을 거의 잃을 뻔하고 머리에 뇌종양이 생겨 죽음의 기로에 서며, 그녀가 다니는 광고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인 삼성이 일을 맡기지 않게 되어 그전까지는 거들 떠 보지도 않던 회사들을 쫓아다니며 사정을 해야하는 상황들도 발생하게 되죠.


하지만 그녀는 상처를 드러내는 법을 배우지 못 하고 자랐기에 그 아픔들을 오롯이 혼자 감내하려 합니다. 자살을 결심한 순간에도 그녀는 더 멋지고 화려하게 치장하고 사람들에게 더 환한 미소로 화답을 하죠. 하지만 그녀는 집에 돌아와 자신의 딸에게만은 그런 감정을 오롯이 배출하게 됩니다. 새벽에 자는 아이를 깨워 유서를 읊어주고 자기는 곧 떠날거라고 말하며 어느 날은 집에서 뛰어내리는 걸 아이가 울면서 죽지 말고 자기와 살자고 우짖죠.


그런 나날 속에 그녀가 유트브 채널을 통해 본 영상이 ‘미어캣’이었죠. 서로를 보듬고 안아주는 모습. 거기엔 그녀가 바라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어요. 온전히 사랑을 주고 그것을 받는 그들의 모습 말이죠. 그녀는 뭐에 홀린 듯 미어캣을 보러 남아프리카로 떠납니다.


남아프리카로 떠난 그녀느 미어캣 탐험단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삶을 쫓습니다. 가뭄으로 말라가는 사막에서 먹이를 찾지 못하면서도, 즉 실패를 겪어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아요. 다음 미래를 기약하죠. 그리고 자신보다는 동생이, 자신의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먼저 아이에게 모든 걸 전해주죠. 힘들게 잡은 독전갈을 건네주고 아이가 먹다가 놓쳐도 혼내지 않아요. 실패에 대한 나무람보다, 자신이 힘들게 잡은 노고의 허탈함보다 동생이, 혹은 아이가 아픈 것을 먼저 챙깁니다. 그리고 그들의 천적인 독사 등이 공격해오면 자신의 온 몸을 희생해 가족을 지키기도 하고, 혹 전투에서 이겨도 자신이 내뿜는 피비린내 때문에 무리가 위험에 처할까봐 혼자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그녀는 미어캣의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꿔나갑니다. 자신에게 감정을 분출하던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하고,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감추기보다 사랑을 먼저 표현하고 사랑을 주려하며 자신이 실수했을 때는 먼저 그것을 시인하고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합니다.


미어캣이 그녀의 삶을 전부 바꿔 놓은 것이지요.


어때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나니 어딘지 묘하게 숨겨 놓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저도 책을 읽으며 몇 몇 모습들에서 감화를 받고 감동을 받고 그랬어요.


요즘 ‘관종’이라는 표현이 성행합니다.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관심종자’의 줄임말이죠. 아마 이런 언어가 성행하게 된 것도, 이런 사람이 예전에 비해 늘어나게 된 것도, 각박한 세대에서 남들보다 더 튀어 보이고, 남들보다 더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의 분출이 그런 식으로 표출이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그리고 사랑을 배우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디어 마이 미어캣’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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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마음은 유연해서 세상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타인을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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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인도차이나 반도 - 사도행전 묵상하며 여행하기 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박진섭 외 지음 / 북트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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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처음 우리나라를 떠나, 유럽 땅을 밟았을 때는 그저 너무 신기했다. ‘다른 나라에 와보다니.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와 같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책에서만 보던 명화나 작품들이 박물관 이곳저곳에 전시되어있어 시간가는 줄 몰랐고, 길을 가다 문득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들고 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여유 넘치는 척 몇 시간을 멍하니 있어보기도 했다. 사람을 대하는데 적대감이 없는 듯 보였고 누구에게나 웃으며 건배를 건할 줄 아는 그들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그리고 3년 후, 두 번째로 나선 대만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인상적이었고 줄을 서있을 때마다 코를 아리게 만드는 취두부의 잔향이 가장 뇌리에 남는 곳이었다. 취두부는 추억을 남기고 랄까? (BGM. 테이의 사랑을 향기를 남기고) 좀 오버하서 말하자면 그 냄새가 얼마나 진하고 꾸덕꾸덕했던지 숙소에 돌아와 씻고 누울 때까지 남아있었다. 각설하고 당시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선회한다고 했던 탓에 대만과는 수교 관계를 끊었던 탓인지, 역설적이게도 대만에 잔재하는 중국 특유의 문화 때문인지 몰라도 음식그릇을 턱턱 집어던질 때는 다소 문화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 다음, 1년 후 나선 일본 도쿄는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해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훨씬 세련된 냄새가 났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우리나라 출퇴근 시간을 보는 것 같았지만 질서정연하였고 아담한 종지에 오색찬란하게 담겨진 정갈한 음식들은 먹기 전부터 이미 맛있어 보였다. 눈으로 먹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껴졌다고나 할까?

 

이곳저곳을 다니기 시작하자 매년 나는 뭔가 바람이 든 사람처럼 여기저기 쏘다니기 바빴다. 중국(상해, 칭다오, 사천지역 곳곳),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 코타키나발루), 홀콩, 마카오, 베트남(하노이, 후에, 하롱베이, 호치민), 미얀마(바간, 양곤), 라오스(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스페인, 모로코, 일본(삿포로, 오타루, 오사카, 나라, 고베, 교토, 히메지, 요나고, 후쿠오카, 나가사키, 유후인, 벳푸, 모지코, 시즈오카, 나고야, 마츠야마, 도야마, 시라카와고, 오이타, 사가, 오키나와, 히로시마 등 일본은 사실 셀 수도 없다) 등등. 한 해에 3~4번 많게는 5~6번까지 외국을 나다녔다. 부모님이 이제 제발 좀 집에 붙어 있으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난 직업을 가지고 나니 시간을 길게 뺄 수 있는 날들이 많지 않음이 아쉬웠다. 짧게 밖에 돌아보고 오지 못해, 더 보고 싶은 곳들이 많음에도 마음을 접고 돌아와야 함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생각했다. 조금 더 어릴 때 많이 알아보고 다녀보고, 시간을 내보았다면 좋았을 걸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인도차이나 반도’의 주인공들은 내가 바라던 –그러나 이제는 조금 늦어버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자신만의 경험을 쌓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기독 대안학교인 ‘소명학교’에 다니는 7명의 아이들이 사도행전을 묵상하며 다닌 인도차이나 반도 여행을 기록한 이 책은 지도교사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직접 꾸린 멋진 일들로 가득하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시작하여 앙코르와트, 라오스, 태국에 이르기 까지 17박 18일 동안 아이들은 빠듯한 예산 안에서 가격 흥정까지 하며 자신들만의 색으로 여행을 직접 만들어 나간다. 어른들도 잘 하지 못하는 일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시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하물며 그런 것도 하지 않아본 사람이야 두 말 할 것 없고 말이다.-을 해내는 아이들의 대견스러움에 자못 미소가 흘러나왔다, 나도 이미 기성품처럼 만들어진 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내가 그간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고충들을 아이들이 겪었던 에피소드에서는 공감으로 인해 고개가 주억거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아이들이 겪은 이 소중한 경험들이 후에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지 생각하니 부럽기까지 했다. 하물며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까지 한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말이다. 이런 아이들의 멋진 삶을 보니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흘러가는 대로 정규 교육과정을 받으며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대안학교를 다니며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 가는 이 아이들의 삶이 어쩌면 더 낫지않을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각설하고 이 글을 마치며, 멋지게 여행을 마치고 온, 그리고 앞으로 보다 더 멋진 여행으로 꾸려나갈 일곱 아니들의 앞날에 항상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길 기도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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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할게, 꼭 -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 한 통의 편지
케이틀린 알리피렌카 외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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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나요?


주로 편지를 통해 친분을 유지하는 친구 또는 그 관계를 이르는 말로 친분 관계를 맺는 사람들 간의 공간적인 거리가 클 경우 쓰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금이야 워낙 SNS 등, 매체가 발달하여 물리적 거리가 있어도 국내는 물론 국외에 있는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지만, 제가 꼬꼬마시절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혹은 얼굴 모르는 누군가와 연락을 하려면 편지를 쓰는 게 먼저였던 시절이었답니다. 물론 전화도 있었지만 가족 모두가 한 대로 사용하던 전화는, 아무래도 오래 붙잡고 있기도, 오롯이 마음을 전하기도 어려웠거든요. 하물며 해외로 전화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뭐 영어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것은 비밀이지만요.


그래서 말이죠. 가끔 생각날 때면 저는 동네 문방구로 달려갔어요. 제가 친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기도 하며, 혹은 얼굴도 모르는 타 지역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서였죠. 사실 작은 동네문방구라 매일 와서 봐봤자 그다지 종류의 변화가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 설레었어요. 편지지를 들었다 놨다하며 상대방이 기뻐하고 좋아할만한 편지지를 고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편지지를 사들고 돌아와 편지를 받을 상대를 생각하며 몇 시간이고 인고(?)의 노력으로 완성한 편지에 우표를 붙여 빨간 우체통에 넣을 때의 쾌감. 그리고 답장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우편함을 열었다 놨다 했던 기다림으로 가득했던 떨리는 일상까지. 소위 말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짙었던 나날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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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포장지에 편지를 써서 보낸 이후 마틴은 훨씬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는 우리 둘의 생황이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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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답장할게, 꼭’은 너무 다른 상황에 살았던 두 친구가 펜팔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짐바브웨라는 도시에 살며 우표나 종이 한 장 마음 놓고 사지 못하는 가난한 마틴과 미국의 펜실베니아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10대 소녀 케이틀린이 그 주인공이죠. 살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부를 하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마틴과 아직은 공부보다 노는 것이 좋은 케이틀린은 성격조차 달랐죠. 그저 숙제를 하기 위해 시작한 펜팔이었지만, 마틴이 자신의 상황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려놓는 순간 둘의 관계는 변화를 시작하죠. 사람은 모르는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근거하여 비교하기 마련이죠. 케이틀린 역시 그랬어요. 마틴 역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일 것이라 생각한 거죠. 하지만 그의 진심을 통해 짐바브웨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며 친구를 돕기 위해 일을 하고 그 돈을 마틴에게 보내기도 하죠. 하지만 마틴만 케이틀린에게 도움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케이틀린 역시 이전까지 아무런 미래를 그리지 않았는데 자신만의 꿈을 그리게 되죠.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었던 것이지요.


꽤 두꺼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설레는 마음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편지를 하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즐거웠어요. 그리고 마틴과 케이틀린의 우정에 감동하기도 했고요. 전자책이 많아도 전 꼭 책을 사서 보고, 책의 종이 질감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길 좋아하는데, 이 책은 훨씬 더 옛 것의 감성을 잘 전달해주어서 특히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날로 달로 선선해지는 가을밤.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펜을 들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Dear. 내가 사랑하는 내 친구 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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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친절한 행동 하나.” 나는 강연을 끝맺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지, 그게 여러분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잘 모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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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 기쁨의 감각을 천천히 회복하는 다정한 주문
김혜령 지음 / 웨일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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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아가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다. 하루를 보내는데 거창하고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다. '이 정도면 살 만하네'라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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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happiness/幸福)이란?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라고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줄여 말하면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말보다 '불행하다'는 말을 더욱 많이 하고 산다. 하지만 불행의 근원이라 일컫는 '인생이 팍팍하고 고되다는 것'은 사실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다. 내 주변에서 흔하게 너도, 나도, 누나도, 형도, 하물며 엄마, 아빠도 겪는 일 -그것의 대소를 차치하고- 이다. 더군다나 그런 불행한 일이 우리의 긴 삶 -80년을 평균 수명으로 보고- 속에서 매 순간, 혹은 매일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상 불행해한다. SNS에 허세를 떨며 올린 사진을 보고 자기보다 잘 산다며 비교하여 불행하다 느끼고, 자신보다 (실제로 그만큼 행복할지 안 할지도 모르면서) 행복해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불행해하는 것이다. 그들의 삶과 내 삶은 분명 '별개'인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다가오는 작은 행복들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 안에서 재빠르게 소멸되어 가고, 그 빈 공간을 잠식하여 더욱 커져 가는 '불행'은 마음 속에서 활개를 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왜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보다 불행하고 우울하다는 단어에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평소에 빈번하게 즐겁고 웃음나는 일들도 많은데, 왜 단 한 번, 감정이 상하는 일로 인해 불행하고 즐겁지 못하다고 느끼냐는 말이다. 나는 자못 그것이 궁금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며 국민의 행복을 장려하고 있다. 이 말을 요약하면, 제발 생활하면서 즐겁고 웃으며 살아가라는 이야기다.

 

이 법령을 근간으로 하는 '행복추구권'은 근대 입헌민주주의의 핵심인 개인주의·자유주의를 그 사상적 기반으로 하는데, 여기서의 행복은 다의적(多義的)인 개념으로, 각자의 생활조건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으나, 최소한 인간적인 고통이 없는 상태 내지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며 여기서 행복이란 사실 별 거 아닌 작은 일 -소소한 것-이라는 거다.

 

'소소한 행복.'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 여러 매체는 물론 다양한 컨텐츠로 재생산 될 만큼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여기저기 갖다붙이고 있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바로 앞서 지리하게 내가 늘어놓았던 소소한 행복, 즉, 헌법 10조에서 주구장창 주창하던 모든 국민은 블라블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그거다. 그래. 우리는 사실 이 작은 것들의 행복을 행복이라 생각하지 못 하다가 요즘에서야 그것도 행복이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 그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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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정만이 너무나 중요하고, 내 고통만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넘어지면 제 상처밖에 볼 수 없다. 바로 그것이 더 치명적인 고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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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는 나와 같은 의문에서 시작을 한 것 같다. -어쩌면 그리도 작가가 나와 같은 생각을 여기 저기 해두었는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와도 이보다 글을 잘 적어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보다는) 더욱 박식하고 유려하게 문학, 철학, 심리 저서에서 인용한 말들과 상황을 구성하여 평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흔한 행복'들에 대해 그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냐 반문한다.

 

그는 사람들이 '일탈'(평소 본인이 근거지를 두고 있는 삶으로 부터의 해방)로써 행복을 느끼는 '여행'이 주는 행복은 물론,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향한 애정의 '덕질'조차도 행복의 기준으로 둔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적당한 거리두기 및 느리게 걸어가는 삶 등이 사실 그리 나쁘지 않음을, 조급해하고 긴밀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들 때문에 더 불행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고 그 속에 위치한 작은 행복들을 나열하고 보여주고 이야기하며 공감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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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불만이 많고 불행한 사람이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지만, 그 열매가 내가 간절히 원했던 열매인지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그야말로 알 수 없는 미래인지라 막연하게 참고 노력하면 늘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어볼 뿐이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생각만큼 우리 자신을 잘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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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노트를 펼쳐 보라.


오늘 있었던 일들 중 자신에게 일어났던 행복했던 일 -혹은 웃었던 일- 5가지와 불행했던 일 -혹은 인상이 구겨졌던 일- 5가지를 적어보라. 적어보다 보면 생각보다 오늘 하루 당신과 나에게 많은 행복이 따라왔음을, 그리고 생각보다 불행하다 느낀 일이 별 거 아니었음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행복들이 쌓이면 분명, 오늘의 내일의 그리고 앞으로의 나는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앞서, 아직도 나는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이 책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를 한 번 펼쳐보라. 거기에 답이 보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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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추억은 잊혀진 기억 같아서요
박상현 지음 / 렛츠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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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은 게 아냐. 잊혀진 것도 아냐. 너무 그리워서 잊은 척하고 살지 않으면 내 삶이 무너질 것 같아서야. 그래서 그 무엇도 추억하지 않는 거야. 추억은 잊혀진 기억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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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거의 쉼 없이 반려견을 키웠다. 외로움과 쓸쓸함에 몸부림치는 외동아들에게 항상 아들을 바라봐주는 작은 꼬마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부모님의 감사한 배려였다. 하지만 마음 아프게도 나는 반려견이 자신의 수명을 다 해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까지 그 곁을 지켜준 적이 한 번도 없다. 내 옆으로 오는 아이들은 항상 때 이른 죽음을 당했다. 강아지를 낳은지 얼마 안 된 진돗개에게 물려죽거나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려 나가서 돌아오지 않거나, 혹은 너무 어린 나이에 병에 걸려 죽거나, 산책을 나갔다가 달려오는 차로 돌진하여 죽기도 했다. 그들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6~7년에 걸쳐 내 곁을 지켜주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있어주지는 않았다. 아마 착한 아이들이라 하늘에서 먼저 데리고 갔을 것이다. 모두 참으로 소중하고 예쁜, 그리고 누구보다 착하고 순한 아이들이었다.

 

이 책 '왜냐하면 추억은 잊혀진 기억 같아서요'는 내 옆에 있어주는 반려견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물론 사람이 반려견의 생각과 입장을 어찌 다 파악하고 알겠느냐만은 -우리가 강형욱씨도 아니고 말이다-,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알 것이다. 비록 이 녀석이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하고 서로 교감하는 부분들 말이다. 책에는 그런 부분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인지 내가 키웠던 녀석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떠오르며 추억에 젖었다. 기억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서서히 잊혀져 가던 기억들이 말이다.

 

책은 '재롱이'라는 주인공 개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바쁜 가족들로 인해 혼자서 견뎌야 하는 외로운 시간들이 많았지만 부러 그 시간들에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래서 피부병에 걸려 발이 아파도, 산에서 길을 잃어 엄마, 아빠를 찾아다니다가 다리에 상처를 입어도 엄마, 아빠가 걱정할까봐 안 아픈 척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산을 같이 올랐던 작은 개, 당신과 나의 반려견의 죽음에서 말이다.

 

이야기는 재롱이가 가족들에게 감사했던 순간들, 행복한 순간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부분들이, 내가 그간 키워왔던 반려견들을 보는 것 같아, 문득문득 눈물이 차올랐다. 그들은 나의 작은 관심과 사랑을 고파했다. 그리고 내가 건네는 별 거 아닌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런 행복을 전하기 위해 그 작은 몸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나를 더 웃게 만들어 주었다. 그걸 알면서도 항상 그들에게 그 어떠한 감사함도 전할 줄 몰랐던 어린 나를 반성했다. 내가 좋거나 혹은 내가 외롭거나, 내가 행복하거나 혹은 내가 힘이 들 때만 그들을 찾았던 내 자신을 깊이 뉘우쳤다. 그리고 얼마 전 부모님이 계신 제주도로 보낸 나의 어린 반려견 세자가 생각났다.

 

하루 하루가 바빠서 제대로 키우지 못할 걸 알았음에도 불구, 또 다시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키우고자 했던 세자. 매일 늦게 오는 나를 기다리며 어두운 방 한켠에서 그 외로움을 견디다 못 해, 항상 벽지를 물어 뜯어 놓았던 녀석. 그걸 이해 못하며 반갑게 꼬리치며 달려오는 녀석을 부여잡고 매번 나무라기 바빴다. 그러다 견디지 못해 나는 결국 세자를 부모님이 계신 제주도로 보냈다. 그런 내 상황과 마음을 아신 부모님은 나를 대신해 세자를 열심히 돌보고 키워주셨다. 주말마다 세자를 데리고 오름도 다니고, 하루에 3~4번 이상 산책도 시켜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세자가 시름시름 앓다가 뻣뻣하게 굳어서 알고 봤더니, 오름을 오르다 수많은 진드기에게 물렸는데, 그 진드기가 피 속에 있는 적혈구를 다 없애는 녀석들이라 했다. 나는 눈 앞이 캄캄했다. 세자를 살릴 길은 수혈을 하는 것인데, 사람과 달리 반려견은 수혈 자체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죽을 때까지 그런 생활을 계속 해야한다고 했다. 결국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세자가 살 수 있을 때 까지만 그를 잡아두고 보내주기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러던 중, 부모님으로 부터 세자가 다시 일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의 지극정성한 간호 덕분이었다. 물론 완치는 아니었고 예전보다 움직임이 덜해졌진데다 가끔 이유없이 픽픽 쓰러지기는 했지만 세자는 살았다. 나는 세자에게, 그리고 세자를 돌봐준 부모님에게 모두 감사했었다. 그런 감정들이 이 책을 읽으며 솟구쳐 올라 더욱 마음이 쓰라렸다.

 

반려견은 장난감이 아니다. 나의 재미를 위해, 나의 외로움을 잠깐 채우기 위해 돈으로 사는 로봇이 아니다. 사랑을 줄 줄 알고 사랑을 받을 줄 알며, 사랑하기 위해 삶을 이어가는 녀석들이다. 부디 우리가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베품과 사랑을 받는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과 생각을 다시금 일깨워준 이 책을 바려견을 키우는 모든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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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숨을 토해 냈다. 그 속에 아쉬움을 조금 더해 본다.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미련은 남깆 않기로 했다. 숨을 뱉어내며 입가를 살며시 올려본다. 모두의 안녕을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웃어본다. 그리하여 어여쁜 내 마지막 미소를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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