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강한 사람 - 내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고독의 힘
고도 토키오 지음, 전경아 옮김 / 유노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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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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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혼자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주변에 억지로 맞추며 인간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없고 자기답게 살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외로움이라는 의미에서의 부정적인 고독이 아니라 인간이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위한 필수적인 체험으로써의 증정적인 고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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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난 이후, 미친듯이 주변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주중에 퇴근을 하고 약속을 잡아 만나는 건 물론,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에 이르는 주말에는 하루 2~3건 정도의 약속 -혹은 만남-을 가졌었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강철체력이라 하였지만 난 고갈되어가는 나의 체력보다, 불 꺼진 집에 돌아와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무섭고 두려웠다.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했다.

 

사실 이별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별까지 가는 준비기간이 길었고, 상대방과 서로 너무 다른 연애로 자주 아파하고 힘들었기에 외려 홀가분한 기분도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된 외로움을 정리하고 이겨내야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매일 같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별 일 아닌 일로 전화를 하고, 직장 내 일상을 전하던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나니, 생각보다 내 삶에서의 하루가 더디게 흘렀으며 뭔가 송두리 째 텅 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고독을 핑계로 다수의 친구들을 만나며 외로움의 시간을 하루하루 지워냈다. 맛있는 걸 먹고 못 사던 걸 사며 술을 마시고 웃고 즐기며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펑펑 써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SNS에 올리곤 했다. 이별 후에도 쿨하고 유쾌하게 잘 산다고 허세를 피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래야만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외롭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수 있었던 시기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그때의 나는 더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했다.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사실 굉장히 진 빠지고 힘든 것이었다. 위로를 해주는 모든 감사한 이들의 기분에 일일이 반응해가며 괜찮다는 걸 재차 강조해야하는 상황들 역시 나를 지치게 했다. 그리고 긴 연애를 하며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던 터라, 사실 깊은 대화보다는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는 정도의 겉도는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 그런 시간이 누적되다보니,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늘었고 그로인해 은근스레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결국 누적된 피로감이 감당치 못할 정도로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적신호가 울렸고 그 날부터 나는 일절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고독감 조차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자기 바빴고, 그러다 몸이 좀 나아질 때 쯤에 나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헤맸다. 혼자 공연을 보고, 산에 오르고, 사진을 찍고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던 나는 생각보다 가진 취미가 많았다. 그때부터 혼자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다는 것이, 고독하고 외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고독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고독의 시간을 나를 알아가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들로 메꿔나갔다.

 

이 책 '혼자서도 강한 사람'은 예전에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상황들과 맞아 떨어져서 그런지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외롭지 않냐고, 고독하지 않냐고 질문을 받을 때 그렇지 않다고, 나는 혼자서도 즐겁다고 할 수 있었던 대답들이 여기에 적혀있었다. 작가는 혼자서도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한 감정, 관계, 생각, 태도, 학습, 행복 등의 관점에서 글을 풀어놨다. 스스로의 약점을 알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지 말 것 등을 강조한다. 어렵지만 그런 시간들을 이겨내야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고 강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너무 공감이 되는 이야기다.

 

사람은 서로 관계를 맺고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혼자서 무엇인가를 혼자서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은 나 스스로가 없는 삶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꼭 붙어 있는다고 하여 삶의 방향이 옳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나를 돌보고 혼자서 살아가는 힘도 필요하다. 물론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스스로를 가꾸고,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렵지만 해야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그런 일들을 가르쳐 준다. 친절하고 자세히. 그리고 상냥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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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저승사자 -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
정수진 지음, 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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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가게에서는 예쁘고 건강해보였던 식물이 왜 우리 집에만 오면 시들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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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는 억울했다. 애정을 준다고 주고 물을 줬더니 훽하니 고개를 꺾어 나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 그 놈 때문이었다. 그놈과 일별했다고 전하니, 선물을 준 친구는 온갖 말로 나를 조롱했다. 나는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음에 들여놓은 녀석에게는 때마침 바빠진 업무 스케줄로 인해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정해진 시간에 물을 주기는 했지만, 가끔 하루, 이틀 늦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푸른빛을 내며 기운 쌩쌩하게 잘 사는 듯 보였다. 그런 와중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여행을 2주간 다녀온 사이, 녀석들이 고개를 또 훽하니 꺾은 것이다. 이번에는 아들 놈 혼자 사는 거 외롭지 말고 화분을 가져다 놓은 부모님이 나를 뭐라 하셨다. 또 한 번 나는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식물 키우기.
진짜 우리 집에 식물 저승사자라도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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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사실 식물을 기를 마음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기르고 싶지만 잘 기를 마음이 없었다. ‘기르고 싶다’는 돌이켜보면 그저 바라는 만큼 아무 탈 없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였고, ‘기를 마음’은 실제 그 식물에 대한 관심과 그 식물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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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나만 이렇게 식물을 키우지 못하나 했다. 매일 새로운 놈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도 죽고죽고 또 죽었기 때문이다. 죽은 게 아니라 혹시 병이 난 건가 싶어 들여다보았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그들은 나의 집에만 오면 죽었다. 그야말로 나는 ‘식물 저승사자’였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소개말과 글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식물을 집에 들여다 놓으면 죽이고 마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구나하고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질감이 일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열심히 읽었다. 읽다보니 위로는 물론 앞으로 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겠구나하고 희망을 던져줄 것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염리동에서 식물가게를 운영하는 저자는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그녀 역시 다수의 식물을 죽인 경험(?)이 있다고 밝히는데 그 이야기를 읽자 왠지 모를 안도감에 ‘휴, 그럼 그렇지. 전문가도 죽이는 일이 있는데.’하고 한숨이 슬며시 터져 나왔다. 그래. 이 모든 것이 다 시행착오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집에서 ‘잘’ 키울 수 있는 식물을 분류함에 있어 ‘채광’을 얼마나 받고 자라야 하는 지로 구별하여 책을 완성하였다. 식물이 자람에 있어서는 물과 채광, 통풍 등의 조건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중에서도 채광이 제일 중요하기에 ‘볓이 잘드는 곳, 반드늘, 그늘진 곳’으로 나눠 작성한 것이다.


챕터에 따라 식물군을 분류하고 그 식물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간단한 일화, 그리고 키우는 방법 등으로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다른 식물들보다 키우는 레벨에 잇어 최하급인 –바꿔 말하면 얘를 죽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스킨답서스를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죽이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식물들과 공존하며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위로-누구나 식물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를 바탕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더 겪더라도- 앞으로는 식물천사가 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아자아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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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이 행복할 차례입니다 - 사랑과 이별, 그리고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
담화랑 지음 / 미디어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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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처음 가보는 곳으로 여행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똑같은 것만 같은 지루한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사실은 한 번도 마주하지 않았던 새로운 날들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그 누구도 두 번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실수도 어눌함도 공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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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떠한가요? 행복한가요? 아님, 불행한가요? 물론 지금의 기분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는 것은 다분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이 드나요?


저는 당신이 행복하다 답했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그렇지 않다면 ‘이제 당신이 행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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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사람만 덩그러니 남겨진 방 안.
이별은 너를 지우고 다시 나도 돌아가는 일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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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오늘 하루 당신이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보냈으면 좋겠다는 기분으로 시작한 듯 보이는 이 책은,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이별은 물론, 위로나 후회와 같은 10가지 주제를 가지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글을 읽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며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을 여러 순간들에 대해, 매순간 따뜻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자니 사랑에서는 초봄이 주는 따뜻한 설레임이, 이별에서는 비를 맞고 난 뒤에 느껴지는 눅눅함이, 위로에서는 겨울밤 방의 열기를 더하는 난로가 주는 훈훈함이, 인연에서는 서로를 보듬는 체온의 향기가 손에 잡힐 듯 그려졌다.


22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그녀의 문장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공감하기 쉬웠고, 이해하기 좋았다.


특히 오밀조밀하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예쁜 단어들로 이루어 낸 문장들의 조합이 좋았다. 문장과 문장의 이음에 있어 어떠한 방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유연하고 완만한 느낌의 문장들이 서로를 도와주며 시너지를 냈다.


더불어 글의 따스한 느낌을 배가 시키는 파스텔톤의 삽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옅은 미소가 배어 나오게 만들 정도로 따스하고 행복함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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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인지도 몰라. 겉으론 웃고 있어도 말로는 괜찮다 해도 마음의 멍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니 더 자세히 보고 조심스럽게 대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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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 자체에 특별한 내용이 담겨있다거나, 특출나게 재미난 이야기가 적혀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읽다보면 ‘아, 맞아. 내게도 언젠가 이런 일 있었지.’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그득하다. 글을 통해 조금 바래고 연해진 지난날의 내 추억과 기억들을 파스텔톤으로 덧입히는 시간이 되었다는 말이라면 이해를 바랄 수 있으려나.


더불어 챕터 마지막에 나오는 1~2가지의 질의들을 통해 나의 지난 시간들을 다시금 정리해볼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쓰지 않던 일기장을 꺼낸 듯, 조심스레 펜을 들어 나만의 노래를 적어보기도 하고, 아직 잊기 힘든 이별에 대해 적어보기도 했다.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을 덮으며 벌써 끝이 났나 아쉽기도 했지만, 지난날의 나를 조우하고 마주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다시금 잘 갈무리하여 추억이라는 상자 안에 말끔하게 집어넣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내가 행복해질 차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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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ITY NEW YORK
정인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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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점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뉴욕이다. 미국의 수도가 워싱턴 D.C라면 세계의 수도는 뉴욕이다. 정치, 경제, 미디어, 음악, 뮤지컬, 문화, 패션, 박물관, 대학,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뉴욕은 세계의 수도가 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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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즐긴다. 아니, 없는 시간을 쪼개서 가기도 한다. 그렇게 10년을 여행이 주는 즐거움에 중독된 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와중 여행지를 고르는 특이한 버릇(?)이 생겼는데, 나는 여행지로써의 ‘도시’를 싫어한다 점이다. ‘도시’가 주는 이미지는 여전히 내가 ‘현실’이라는 곳에 발버둥치고 살아있음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를 선택함에 있어 한 건물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고층빌딩이 즐비하거나 여러 나라의 먹거리와 문화가 집합되어 있는 곳보다는 우리나라와 다른 고유의 풍취를 뽐내는 곳을 우선한다. 미얀마, 앙코르와트, 인도, 라오스 등. 볼거리가 충만하고 혐생지(혐오스런 인생이 펼쳐지는 곳)와는 전혀 다른 곳에 와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경제적인 면에서도 호사스럽게 누릴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사실 뉴욕은 언제나 여행지를 고를 때 가장 후순위에 자리하곤 했다. 복합문화의 중심으로 관광지로써의 매력은 별로 없어보였던 것이다. 높은 빌딩, 햄버거, 피자, 지하털, 박물관 등 어느 하나 마음 깊이 울림을 주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뉴욕에 사는 친한 형으로부터 초대를 받게 되었다. 연말에 한국에 들어갈 거라 그전에 한번 놀다가라는 것이었다. 그 해 여름 휴가지를 딱히 어디로 갈지 계획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일단 숙박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고 겸사겸사 알아본 비행기 티켓값이 저렴했다. 결국 오랜만에 형 얼굴이나 볼 겸, 한번 다녀와 보자 마음먹었다. 마음 먹자 일사천리였다. 10박 11일의 기간 중 워싱턴, 보스턴, 필라델피아를 당일로 다녀오는 메가버스와 뮤지컬 위키드 표를 예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생애 첫 미국여행이 시작되었고, 그 여행의 시작에 ‘뉴욕’이라는 도시가 구심점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일간 내가 겪은 뉴욕은 내가 이전까지 가졌던 생각을 뒤집기에 충분했다. 도심지는 여행지로써 매력이 없다 느꼈던 생각이 달라졌다.

 

지구상의 가장 도시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뉴욕. 그곳은 여행지로써도 매력이 차고 흘러넘치는 곳이었다. 나는 화려한 브로드웨이의 밤거리가 좋았고 은은한 조명과 선선한 바람이 코 끝 아래 스치는 브루클린다리도 좋았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쉐이크쉑 버거도 맛있었지만 파이브 가이즈 –책에서는 이를 체인점과 수제버거 사이라고 칭하더라-는 물론,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 먹는 본토 햄버거도 우리나라에서 먹던 것과는 그 맛을 달리하는 햄버거도 좋았다. 더욱이 햄버거엔 탄산이 최고라고 외치던 내 생각을 바꾸게 만들기도 했다. 뿐만 이랴. 현대미술이 집합한 모마가 좋았고 건물이 특이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둘러보는 게 행복했다. 소화시킬 겸 걸었던 하이라인 (현재 우리나라 고가도로를 개조하여 공원으로 만든 ‘서울로 7017’은 뉴욕의 하이라인을 본 따서 만든 것이다)은 도시공원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이 책 ‘INTEGRITY NEW YORK’에는 내가 뉴욕을 거닐며 느꼈던 나의 감정들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뿐만 아니라 뉴욕의 문화, 역사, 그리고 먹거리 등을 간단하고 보기 좋게 편집하여 담아두었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향취와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 읽는 내내 행복했다. 그리고 유익했다.

 

저자는, 전역 후 큰이모네 가족이 있는 뉴욕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 인연이 되어 6번째 뉴욕행을 마친 후 글을 적는다고 했다. 더욱이 그의 첫 여행이 사실은 9.11 테러 전날이었다 하며 자신이 탔던 비행기가 연착이 되지 않았다면 본인도 그 자리에 묻혀 슬픔을 간직해야했을지 모른다고 밝힌다. 그래서 그에겐 아마 뉴욕이 더욱 기억에 남고, 사랑해나가야 할 도시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좋았던 독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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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빌라
이한나 지음 / 카노푸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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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고민이다. 방을 구해도 고민, 구하지 않는 것도 고민에 하소연할 사람이 없다는 답답함도 있었다.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이 많은 집 가운데 내 한 몸 누일 공간이 하나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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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가지의 단편으로 묶인 ‘나의 빌라’는 각 이야기가 가지는 장르적 특성도 다양하다. 마치 5층짜리 맨션에 자리 잡고 사는 각 층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는 느낌이다. 다만. 이들은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는 듯하다.
 
판타지, SF, 공포 등의 장르가 다양하게 탑재된 5층의 이야기 중 나는 1층 초입에 위치한 <원룸요정>과 컴컴한 2층에 자리한 <사라지다>가 가장 흥미로웠다.


<원룸요정>은 작은 방 한 칸에 살며, 제대로 된 월급도 못 받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기저로 상상을 더해 풍자한 소설이다. 최저임금에 근접한 월급을 받고 회사를 다니며 과일이 먹고 싶어도 비싸서 사먹지 못 하는 주인공 앞에 작은 요정이 나타나며 일어나는 일화를 그린다. 먹은 돈의 2배 이상을 똥(?)으로 싸는 요정에게 기댄 ‘한 원룸 밤의 꿈’이라고 하면 좋으려나. 결국 과한 욕심은 스스로를 망친다는 결과를 가장 잘 보여준 이야기이지 않나 싶다.


<사라지다>는 현재 여러 곳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몰카 범죄’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여자화장실 몰카라는 최악의 방법이 소설의 소재로 사용되는데, 여기에 공포라는 장르적 풀이가 사용되어 흥미를 돋운다. 빌딩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싸구려 재질의 화장지를 훔치는 도둑의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도둑을 찾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던 와중 전임자가 행하던 범죄행위를 통해 그 해답을 찾으려다 무언의 공포에 마주하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상상을 동원해가며 읽으면 심장이 쫄깃해져와 마치 우리집 화장실에서 공포의 대상을 조우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백미인 단편이었다.


3층의 <완벽한 혼자>와 4층의 <100층>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이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소재로 하여 근 미래 시대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 구조를 취해, 다분히 SF소설 같은 느낌이 났으며, 표제작인 <나의 빌라>는 나무인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 넓은 땅에서 내 몸 하나 뉘일 곳 없는 현재 상황을 소설에 잘 녹여 풍자한 이야기로 책을 대표하는 이야기답게 기발했다.


다섯 편의 이야기 모두 현재 우리가 직면한 소재들을 가졌다는 점 빼고는 공통의 교집합을 찾기 힘들었음에도 불구, 한편을 쭉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각 이야기의 소재도, 주인공도, 장르도 다 다른데도 말이다.


이 책이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이야기들의 갈등구조나 서사적 맥락을 조금 더 쫀쫀히 잘 짜본다면 장편의 글들도 무리없겠다 싶었다. 아마 타고난 이야기꾼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첫 이야기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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