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로 간 과학자 - 태양과 화산, 유적이 있는 이탈리아, 그 자연과 문화를 찾아 떠난 여행!
안운선 지음 / 럭스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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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첫 표지부터 꼼꼼하게 보게 만드는 단아한 모습의 저자 안운선씨는 화학자이며 1930년생이다. 80세가 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책을 썼다는데 대해 일차적으로 감탄을 하게 된다. 나이 때문에 글이 진부할꺼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글의 전체적인 느낌은 젊은 배낭족이 적은 여행기처럼 에너지가 있고, 위트가 있기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글을 청산유수처럼 써내려가서 읽고 보며 상상하는 오감을 만족시켰다. 이탈리아하면 많은 것이 있다는 걸 알지만, 딱히 나열하기엔 지식이 부족한 터였는데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어서 역사를 새로 배운 느낌이 든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보통 여행서의 경우에는 그 지역의 좋은 점을 나열하고 나쁜 점은 은근슬쩍 감추려고 하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불만족스런 부분까지 적혀있어서 오히려 실질여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라고 콩 한줌을 주면서 나중에 값을 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리공예품을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 공예품 만드는 시범을 보이고는 돈을 내라고 하는 행위를 당당하게 꼬집어 주는 지조 있는 지은이시다. 가끔 여행을 하면서 저지른 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몰입해서 읽다보면 꼭 내가 저지른 실수 같아 얼굴이 붉어질 때도 있었다.

 


 

 

이탈리아는 도시국가로 분할되다가 19세기 후반에 단일 국가로 통일되었기 때문에 고유문화와 유적이 각 도시마다 잘 보존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 같다. 저자가 쓴 여행기는 밀라노, 돌로미테 국립공원, 베네치아, 피렌체와 토스카나,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를 중심으로 써내려갔다. 이탈리아 지명이 영어지명으로 흔히 불린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태리(이탈리아), 시실리(시칠리아), 밀란(밀라노)은 영어로 부르는 지명이라고 한다. 반대로 영어보다 이탈리아어가 익숙한 경우도 있다. (로마, 나폴리, 토니로 등) 사진과 함께 여행지의 곳곳을 역사와 문화중심으로 설명을 하는데 돌로미테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미주리나 호수의 절경은 사진으로 봐도 대단했다. 또한 피렌체의 두오모 대성당의 사진은 견고함과 웅장함을 사진으로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제목에서 보듯이 '과학자'의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싶은데, 책 곳곳에 Science Tip 을 두어 과학상식과 훌륭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CO2의 양면성'에서 보면 우리는 이산화탄소의 부정적 기능만(온실효과) 부각시켜 알고 있었는데 긍정적 기능을 간과한 것에 대한 지적이 인상 깊었다. 또한 '지구온난화', '지하수'에 관한 내용을 보며 새삼 자연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과학자라서 그런지 여행했던 곳 중에서 박물관에 전시된 아이스맨을 보러간 일이 참 인상 깊다. 나또한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이기에 자세히 읽어보게 되었는데, 빙하에서 발견된 미라가 오스트리아소속인지 이탈리아의 것인지의 논란 속에서 11m차이로 이탈리아가 승리했다는 부분이 참 재미있게 들렸다. 여행과 더불어 지식도 쌓게 된 이 책을 간직하며 언젠가 이탈리아에 가면 저자가 말한 곳을 꼭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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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뇌를 만드는 0세 교육 - 오늘부터 시작하는 우리 아기 뇌 교육 천재 뇌 시리즈
구보타 기소 지음, 이수경 옮김 / 서울문화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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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아이를 현명하게 기르고 싶긴 하지만 '천재'라고 하면 왠지 극단적인 어감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이를 천재로 만들기 위해서 읽은 것이 아니다.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하고자 접근한 책인데 제목과는 다르게 많은 공부를 하게 하는 책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왜 0세 때 교육이 중요한지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인간은 미숙한 채로 태어나기 때문에 다른 원숭이과(科) 동물에 비해 태아기, 유아기가 길다. 인간을 제외한 발 달린  포유류들의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몇 시간 안에 일어나야 어미젖도 먹고, 강자로 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아이는 부모의 품에서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야 겨우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인간이기에 많은 섬세한 것들을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유아기가 긴 것이라 여겨진다. 실제 0세 교육을 통한 시냅스 수가 그 후의 발달을 좌우한다고 하니 아기에게 많은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한 교육을 하기에 앞서 아기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임을 알아두자.


다음으로 부모가 지켜야할 6가지 수칙이 있다. 다른 아기와 비교하지 말 것, 세심하게 보살필 것, 날마다 학습시킬 것, 부모도 같이 학습하기, 부모도 건강하기, 아기와 보내는 시간을 즐기기이다. 막상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실제 육아를 하다보면 하루에 한두 번씩 엄마의 머리에 뿔이 나는 경우도 있다. 한편으론 육아가 수행하는 것만큼 어렵단 생각이 들때도 있을 정도다.


본론에서는 월령별로 아이들의 반응과 발달사항을 간략하게 알려준 다음 청각, 시각, 감각, 기억, 운동, 행동, 언어, 전전두엽 등과 관련하여 상세한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1개월의 갓난아기에게 젖을 빨때 젖꼭지(모유수유, 분유수유 모두 포함)를 살짝 떼면 아기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젖을 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세게 빨도록 돕는 방법이며 적극성을 갖게 하는 행동이 된다고 하니 신생아를 둔 부모들은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목을 가눌 수 있는 4~5개월이 되면 운동과 관련된 활동이 많아지므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아기가 앉는 시기(6~9개월)에는 앉아 있다가 쓰러질 때 방어동작을 알려주어 아이가 안전하게 쓰러지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소개해 놓았다. 12개월에 가까워 갈수록 아기는 두 다리로 서는 연습을 하고 맛도 느끼며 언어를 갖게 되는데 그로써 점점 인간의 모습을 갖춰나가게 된다.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매일보다 보면 익숙해지기 쉬운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지나갈 것이다. 그 사이 아기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심신이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 확신하며 오늘도 아기와 함께 깔깔거리며 놀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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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미술관 2 - 한 조각의 상상력 아침 미술관 시리즈 2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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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보지 않았는데 2권부터 봐도 될까? 하는 걱정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침미술관2'는 바쁜 현대인을 위하여 매일 하루에 하나씩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친절한 배려로 만들어진 책이다.  1권 또한 같은 형식인데 2권은 하반기인 7월부터 12월까지 볼 수 있는 작품을 실어놓았다. 정확히 한 페이지에는 그림이나 설치작품 등을 게재하고 다른 페이지에는 작품에 대한 이명옥 관장님의 해설과 감흥을 적어놓고 있다. 내용은 짤막해서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도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이 적다고 해서 과소평가하면 오산이다. 그림을 평가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 체계적인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옵 아트, 인상파, 점묘기법 등 낯선 용어지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으며 가끔 그림과 어울리는 시를 소개하는 부분도 참 감상적이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가들의 설치작품도 소개하고, 비슷한 작품과 화가를 소개하여 비교하는 재미도 주면서 예술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게 한다.

 

워낙 기억에 남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많지만 그 중에서 인상 깊은 작품을 손꼽으라고 하면 정선의 <박연폭포>가 아닐까 한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한 번쯤은 보았었을법한 그림이지만, 그리 유심히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기법을 썼는지 시대배경이 언제인지 조차 몰랐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성에 있어서 가로선, 세로선의 대비를 통해서 폭포를 더 부각시키고 있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사실적으로 보였다. 정선은 한국의 산천을 면밀히 관찰한 덕분에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최초의 화가라고 한다. 국외의 예술가들은 그 명성으로 인해 한두 번쯤 들어본 이가 있었지만 국내 예술가들은 내게 있어 너무 백지화상태였기 때문에 과거이든 현재이든 국내 화가 또는 예술가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간다는 의미가 내겐 크다. 국내 화가 중에서 안윤모님의 <튜리파> 작품이 독특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더니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튜리파 작품이 많았다. 이처럼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정보는 얼마든지 있는데 관심이 문제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국내 미술작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옥 관장의 저서는 내게 낯설지가 않다. '명화속 신기한 수학이야기'라는 책을 보면서 미술가이면서도 맛깔스럽게 써내려간 글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 또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에서는 좀 더 체계적으로 미술사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덕분에 교양을 쌓는 문화생활을 해보자는 욕심으로 전시회도 다녀오게 되었고 그로인해 좋아하는 화가까지 생겼으니 이명옥 관장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12월 19일에 나오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보면서 얼마나 좋아 했는지 모른다. 우연히 셀마 헤이엑이 주연한 영화 '프리다'(2002)를 보고서 그녀에게 빠져서 그녀의 작품을 스크랩해서 모아놓기도 했다. 이번 책으로 인해 내 눈과 머리는 참으로 즐거웠다. 읽어보지 못한 '아침미술관1'을 읽어야겠다는 강한 끌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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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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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
바닷물도 그 사랑의 불길 끄지 못하고,
강물도 그 불길 잡지 못합니다.


네이선과 말로리의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이라며 그들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다.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고 부모와 소원해져서 살면서도 그들의 사랑은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들은 이혼을 했다. 왜 사람들은 죽고 못살 것처럼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 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사랑만 먹고 살지는 못한다는 말로 이별을 합리화 시키곤 한다. 헤어지고 나서 한 동안 가슴앓이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슴 아프게 살지 말았으면 좋겠지만, 이 책을 통해 가혹한 운명이란 때론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네이션은 부와 명성을 거머쥔 유능한 변호사이다. 하지만 그의 유년시절은 그리 부유하지 않았고, 홀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하던 제프리 웩슬러가의 딸 말로리와 결혼을 했다. 생후 3개월 된 아들 션의 죽음으로 네이선은 일에만 몰두하게 되고 그로 인해 부부사이는 점점 멀어져 이혼이라는 종지부(과연?)를 찍게 된다. 서로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서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는 늘 과거생각에 괴로움을 부여잡고 사는 남자 네이선 델 아미코. 어느 날 죽음을 예지할 수 있는 가렛 굿리치 박사가 찾아오면서 네이선은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에 휘말려 혼돈이 찾아온다. 극도의 긴장으로 네이선은 점점 더 신경쇠약 증세를 겪고 가렛 박사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우리들은 바쁜 일에 쫓겨 살다보니 죽음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 다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아플 때는 예외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외면하고 지낸다. 그러다 만약 자신이 시한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안다면? 소설 '그 후에'는 어쩌면 우리에게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안내서이기도 하고 가족애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가진다. 일처리에 있어 냉철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을 둘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네이선은 현대인들의 표상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감정은 대의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희생시키며 살다보면 어느새 가족에 대한 관심조차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기욤 뮈소의 소설은 많은 기교가 느껴지지 않는 듯 평범한 일상들 속에서 생길 수 있는, 사람이기에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중화된 소설이기도 한 그의 작품인데, 이번 소설은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전반부가 길다보니 내가 읽어본 기욤 뮈소의 책 3권(당신 없는 나는,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중에서 지루한 느낌을 살짝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영화 식스센스처럼 소름 돋는 기욤 뮈소식의 반전과 생각지도 못한 깔끔한 결말이 산뜻한 느낌을 들게 했다. 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 가족들의 얼굴을 한 번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내일이 되어 오늘을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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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방목 아이들 - '만들어진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아이 키우기
리노어 스커네이지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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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따뜻한 세상이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모르는  어른에게 꾸벅 인사도 하고,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내 아이가 그렇다면?


위험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우리는 요즘 사회를 살아가는 것 같다. 아이를 방목해서 키운다고 하면 무책임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내가 사는 곳은 도심과 조금 떨어져 사는 곳이라 덜한데 도심이나 학군이 좋은 곳(요즘엔 유치원도 학군을 따진다면서요)에는 별의별일이 다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유괴나 아동 성폭력, 살인에 관련된 뉴스를 자주 접하다 보니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인터넷이나 뉴스를 통한 과다한 정보 때문에 부모들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아닐까 한다. 뉴스는 객관적으로 보도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자극적인 주제가 많다.(그래서 임산부들은 뉴스를 보지 말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유괴나 살인이 끔찍하다고 해서 아이를 가두고 키울 수는 없는 법이다. 가두어 키운다고 해서 방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학원이나 학교 앞까지 차로 등교, 하교 시키는 일이나 절대로 혼자서는 집밖에도 못나가게 하는 일등은 오히려 동심을 잠재우는 갇힌 육아가 아닐까 싶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내 어린 시절은 그렇지 않았다. 산으로 들로 뛰어노는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시절이다. 수줍음이 많고 겁도 많았던 나였지만 친구들끼리 놀이터나 뒷동산에 올라가 놀고, 거머리가 있는 논에 들어가 올챙이도 잡고, 온 들녘을 뛰어다니며 고추잠자리를 잡으러 다닌 경험이 있다. 현재는 CCTV를 설치해 놓은 놀이터라 하더라도 대낮엔 아이들이 없으며, 있다하더라도 부모의 수와 아이의 수는 거의 비례한다. 심지어 모래가 있는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고, 이웃아파트에 모래 없이 폭신한 바닥재로 되어있는 곳에 부모들이 원정 가서 놀기도 한다. 길고양이가 대소변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병균에 노출된 모래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참으로 불쌍하단 생각이 든다. 우리 때는 모래를 먹고 자라도 배탈 한 번 하면 끝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아프면 별별 검사를 다하고 갖은 주사를 다 맞고 병원에 며칠씩 입원해야 되니 아이들은 육체적으로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부모의 불안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는 없을까? 이 책에서는 '자유방목 연습'이라고 하여 단계적으로 아이의 손을 놓는(?) 작업을 안내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그들만의 자유를 주는 것을 허락해보자는 것이다. 얼마 전에 아파트현관문을 열다가 옆집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아이의 한 손에는 엄마가 심부름시킨 물건인 감자가 한 봉지 들려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있었다. 그 아이는 심부름을 다녀오는 동안 엄마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것이다. 들키지 않으려고 집에 들어가기 전 증거물들을 없애고 있는 중이었다.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 그 장면 하나만으로 부모를 속이는 거짓말쟁이 자녀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모른 척 하며 문을 닫고는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몰래 먹는 아이스크림이 맛있긴 하지하면서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처음으로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접해 보았다. 인터넷 검색어에 한 단어만 치면 정보는 넘쳐났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해 가며 친절히(?) 설명하는 두껍고 다양한 책들. 부모는 꼭두각시가 되어서 책에 적힌 데로 실천해야지만 내 아이를 천재를 만들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만든다. 엄마를 믿지 못하고 온갖 보조용품들이(수유쿠션, 바운서, 슬링, 범보의자, 점프루 등) 난무한다. 물론 나도 보조용품을 쓰고 있지만 그런 용품들이 과연 아이에 좋은 것인지 단지 엄마가 편하고자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교육적'이라는 이름아래 주먹구구식의 자료들도 넘쳐난다. 물론 좋은 정보도 많지만 구별할 수 있는 내공이 부족하니 선별할 수 있는 현안을 키우는 게 우선인 것 같다. 애를 낳기도 전에 육아에 진저리를 느낀 나는 결국 눈과 귀를 막고 내가 아는 몇 가지의 범위 내에서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찰나에 이 책은 나의 육아방식에 힘을 실어주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조금은 걱정을 덜고 아이를 자유롭게 키워야겠다는 의지가 굳어졌으니.


부모들은 아이의 성적표와 부모의 성적표, 육아와 부모의 자존감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내 아이가 1등이나 100점을 맞으면 부모의 성적표도 그렇다고 여기고, 아기가 멋진 유모차나 브랜드 옷을 입고 있으면 부모가 돋보인다는 식이다. 좋은 등수나 성적을 받았을 때는 과정에 대한 칭찬, 노력에 대한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등수나 점수에 집착하는 아이로 길러지며, 오히려 도전을 겁내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고 실패 또한 좋은 경험이란 것을 알려줘야 한다. 나의 육아방식 또한 그렇다. 완벽한 것은 없다. 부모가 완벽한 육아에 대한 강박증을 버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긴다.


나의 육아방식과 비슷한 의견을 가져서 반가운 책이긴 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아홉 살짜리 아이를 혼자 지하철에 태워 보냈다는 이유로 언론에서 비난을 받고 혹독한 유명세를 치러야 했던 저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사회에 대한 반감이나 격앙된 감정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래서인지 상대입장에 대한 표현자체가 비꼬거나 비아냥거리는 식으로 말하고 있어서 상당히 흥분된 상태로 책을 읽게 만든다.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대비하는 부모들 때문에 각박한 세상을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에게 있는 능력을 믿어보자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살아갈 방법을 알려줘야지 우리가 보호하고 평생 끼고 살수는 없을 테니까.


물질적 부가 아이들이 직접 돌아다니며 느끼는 재미를 이길 수 없다는 것.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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