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알랭 드 보통의 여러 번역서들 가운데 이 책이 제일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 같습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독자들이 도저히 콘텍스트를 유지하며 읽기 어려울 정도로 오역이 많은 탓도 일조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첫 페이지부터 요령부득의 문장들이 나오는군요.

..........

However gloomy the thought may strike those of ethical disposition, there is difference between letting it bubble discreetly in one's mind while squeezing an orange or skimming through the channels of late night television and hearing it confirmed in the fury of another's accusation, along with a couple of vases sent crashing to the ground to emphasize the point.

역서: 도덕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이런 생각으로 무척 우울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은 생각이라도 밤늦게 티브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오렌지 주스를 만들면서 떠오르는 것과, 남에게 비난을 듣고 화가 나서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려고 꽃 병 몇 개를 집어 던져 깨뜨리고서 실감하게 되는 것과는 다르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결국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사람이란 생각을 가지게 마련이지만 이런 자기자신에 대한 우월감이 도덕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겐 좀 불편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는 것과, 남이 나에게 “그래, 잘났다, 잘났어. 혼자 다 해먹어라” 하며 홧김에 병들을 바닥에 집어 던질 때 나의 우월함을 실감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는 얘기죠. 밖으로 나의 우월감을 드러내어 사람들의 원성과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는 혼자서 오롯이 스스로의 우월감에 잠기는 것은 무해한 일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번역: 도덕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결국 세상에 쓸만한 인간은 자신 밖에 없다는 이 생각이 무척 암담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오렌지주스를 짜거나 밤 늦게 무료하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과 누군가 내게 “그래, 잘났다, 잘났어. 혼자 다 해먹어라” 하며 홧김에 병들을 바닥에 집어 던질 때 나의 우월함을 실감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다음 문장에서는 간접적으로, 즉 의도적으로 자신을 깎아 내림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에 번역되어있는 문장으로는 이런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것 같군요.

The charm of self-inflicted insults comes in knowing how far to dig the knife and, with a surgeon's precision, how to avoid the rawest nerves. It is as harmless a sport as tickling oneself. When Elton John sang a beautiful song in which he lamented to his beloved, in the well-worn tradition of singers and moist-eyed poets, that he only wished his art could do justice to his ardour (‘Your Song’, 1969), we would be foolish to suppose that he doubted his talent for even a moment.

역서: 자해소동을 자주 빚는 이들의 특징은 현재 부엌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이고, 외과의사처럼 가장 민감한 신경은 잘도 피해간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자신을 간질이는 것만큼이나 무해한 오락이다. 엘튼 존이 부른 아름다운 사랑 노래 가운데 사랑했던 이에 대한 비탄을 담은 곡이 있다. 낡은 전통을 고수하는 가수들과 우수에 찬 고고한 시인들 속에서 그는 오직, 자신의 열정(1969년 발표한 ‘너의 노래’)이 작품 속에 제대로 구현되기만을 원했다. 비록 한 때이긴 하지만 그가 자신의 재능을 의심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번역을 해서도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그저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거의 코믹한 수준이군요.

우선, dig the knife는 (신기하죠, 친구란 영화에서 보면 칼로 사람을 찌르는 것을 담근다고 하잖아요?) 찌른다는 뜻입니다. 더 큰 우월감과 만족을 얻기 위해 짐짓 자기비하를 하는 사람들을 자해하는 행위에 비교하는 거죠. 하지만 그들은 얼마만큼 깊이 찌르면 목숨이 위태롭지 않을지 잘 알고 있고, 또 가장 민감한 부분은 교묘하게 피해서 자해를 하기에 결국 스스로를 즐겁게 하기 위한 짓거리란 점에서는 자신을 간질이는 오락에 다름없다는 말입니다. ‘in the well-worn tradition of singers and moist-eyed poets,’는 ‘낡은 전통을 고수하는 가수들과 우수에 찬 고고한 시인들 속에서’가 아니라 ‘가수들과 감상적인 시인들이 이전부터 으레 해오던 방식으로’라고 해석을 해야겠습니다. ‘do justice to his ardour’도 ‘자신의 열정이 작품 속에 제대로 구현되기’가 아니라 ‘자신의 열정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맞겠죠. ‘we would be foolish to suppose that he doubted his talent for even a moment’ 역시 ‘비록 한 때이긴 하지만 그가 자신의 재능을 의심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가 아니라 ‘엘튼 존이 자신의 예술적 재능으로는 자신의 열정을 제대로 표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식으로 엄살을 떨 때 그 말을 잠시라도 믿는 사람은 바보다’라고 해야겠습니다.

번역: 어느 정도 깊이 찔러도 목숨에 상관이 없는지, 어디는 피해서 찔러야 할지 외과의사처럼 정확하게 알고 있을 때 자해는 매력적인 수단이 된다. 그것은 자신을 간질이는 것만큼이나 무해한 오락이다. 가수들과 감상적인 시인들이 이전부터 으레 해오던 것처럼 엘튼 존이 연인에 대한 그의 열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슬퍼하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불렀을 때 그가 진짜 잠시라도 자신의 재능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가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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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먼젓번엔 오해를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몇 페이지를 더 들쳐본다.

어떤 번역작품은 독자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아니 그 보다는 정신적인, 심지어는 신체적인 고통까지 독자들에게 가할 수 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옛날에 영국에서 행해지던 고문기구 중에 rack이라는 것이 있었다. 사지를 잡아당겨 뼈가 탈구되고 근육이 끊어지게 만드는 가혹한 심문방법이었는데 여기에서 rack one’s brain(머리를 쥐어 짜다)이란 표현이 유래했다고 한다.

오역으로 엉망진창인 문장들을 책으로 내놓는 것은, 말 그대로 독자들의 머리를 형틀에 올려놓고 이해의 폭을 강제로 비틀고 잡아당겨서 마침내는 ‘그런 뜻이겠지’라는 타협과 굴종을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일이다. 독서를 통해 즐거운 인식의 확대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인식의 퇴행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

글에 이어서 책에서는 거짓 겸손, 즉 겸손을 가장한 자화자찬에 관한 글이 계속 이어진다. 바로 앞에는 엘튼 존이 자신의 노래실력으로는 연인에 대한 그의 열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탄식하는 노래를 부를 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나왔다.

원문: 2page The ability to deprecate his musical skill was premissed on an apparently humble but profoundly arrogant belief that he had in fact written something of a gem.

역서: 12page 이렇게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탓할 수 있다는 것은 겸손함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보석 같은 작품을 썼다는 믿음은 사실 아주 거만한 행위다.

마치 산탄총알처럼 공중으로 흩어지는 해석이다. 목표를 향해 뿌려지는 그 숱한 총알 중에서 한 개라도 의식에 걸려 의미를 형성하겠지 하는 역자의 느긋함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Premise (전제가 되다)란 단어만 제대로 살렸으면 저렇게 자의적인 해석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말은 엘튼 존이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대해 짐짓 겸양을 떨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정말 보석 같은 노래를 작곡했다는 자만심이 전제되었기에, 즉 그런 자만심이 마음에 먼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제안 번역: 그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비하할 수 있었던 것은, 겉으로는 겸손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거의 보석 같은 작품을 썼다는 거만한 믿음이 먼저 있었기에 가능한 행위였다.

..........

이런 자기비하는 “to show how much he can spare”를 위한 남자들의 유희라는 말이 뒤 따른다. 역자는 이 문구를 “그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라고 해석했는데 can spare는 ~없이 지내다, 즉 do without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다음에 나오는 문장들에 비추어 볼 때도 “그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고 문맥에도 어울리겠다. 하긴, 다음에 나오는 문장들도 모두 오역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원문: 2page What musical confidence it must take to sing melodiously one has not a jot of it. What greater assurance one attain than casually to spare the thought one is a self-centered churl?

역서: 12page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꼭 필요한 음악적 확신이 전혀 없는 이들도 있다. 사실 자기 중심적 얼간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생각을 접어두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이건 오역을 넘어선 반역이다. 이 문장을 어떻게든 녹여보려고 산화해갔을 독자들의 뇌세포에 애도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Spare란 단어의 해석도 계속 난항을 보여준다. 앞에서는 ‘없이 지내다’ 란 뜻이었지만 여기에서는 share, 즉 ‘나누어주다, 알려주다’ 란 뜻이다.

앞의 문장, 즉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게 남자들의 유희라는 내용과 연결되어서 해석을 하면

제안 번역:

도대체 얼마나 음악에 자신이 있으면 자신은 음악에 관해서는 전혀 내세울 게 없다는 내용을 멋지게 노래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또, 얼마나 자신감이 있어야 자신은 자기중심적인 잡놈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을까?

.....

이런 자기 겸양은 “엄마, 이것 좀 봐요, 나 손 놓고도 자전거 탈 수 있어요” 하고 엄마에게 뽐내는 아이들의 행태와 비슷하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원문: 2page

“Johnsonian deprecation appears as a branch of cocksure, ‘Look, Mum, no hands’ cycling boast, in which the need to keep a firm grip on the handlebars of self-respect can temporarily be relaxed, so one can freewheel down the hill shouting merrily, ‘I’m such a lousy singer,’ and ‘Oh, what a brat I am.’

역서: 13page

새뮤얼 존슨이 지적했던 것은 독선과 자만의 양상을 띠고 나타나기도 한다. 자전거 실력을 뽐내는 아이를 보라. “보세요, 엄마. 이제 손 놓고도 탈 줄 알아요.” 잠시 긴장을 늦추며 뿌듯해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전거 핸들을 꽉 움켜잡아야 한다는 사실일 뿐이다. 누군가는 브레이크도 잡지 않고 “난 정말 재수없는 가수야”, “나는 정말 개차반 같은 놈이야”라고 유쾌하게 소리를 지르며 언덕 아래로 내달릴 수도 있겠다.

“자전거 핸들을 꽉 움켜잡아야 한다는 사실일 뿐이다” 는 거꾸로 해석을 해놓았다. One을 누군가로 해석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고 lousy는 ‘재수없는’ 이 아니라 가수가 노래실력을 비하한다는 뜻이므로 inferior, worthless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제안 번역:

새뮤얼 존슨이 지적했던 것은 독선과 자만의 양상을 띠고 나타나기도 한다. 자전거 실력을 뽐내는 아이를 보라. “보세요, 엄마. 이제 손 놓고도 탈 줄 알아요.” 사람들은 자존심이란 자전거 핸들을 잠시 놓고는 페달도 밟지 않는 채 “난 정말 형편없는 가수야”, “나는 정말 개차반 같은 놈이야” 라고 유쾌하게 소리를 지르며 언덕 아래로 내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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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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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이 너무 자주 눈에 띄네요.

우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에 3번 째로 소개된 DRUG CULTURE (번역서에는 “잠자리에 드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소개 되어 있음)란 제목의 수필을 읽어 봅니다.

먼저, 제게는 해석이 명확해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몇 개 골라 보겠습니다.

“a small selection of movies on the premium movie channels mainly involving nubile actresses disporting in the altogether.” 번역서 해석: 프리미엄 영화채널에서는 주로 결혼 적령기의 여배우들이 유쾌한 소동을 벌이는 영화들을 틀어줄 것이다.

“in the altogether”는 “벌거숭이로, 나체로”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죠. 밤 늦게 방영되는 선정적인 프로그램들을 젊은 여배우들이 “유쾌한 소동을 벌이는” 영화라고 번역하는 것은 좀 어색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프리미엄 영화채널에서는 주로 묘령의 여배우들이 벌거숭이 상태로 농탕질을 치는 (너무 고어인가요, 그럼 설쳐대는 정도로 번역을 해도 괜찮을 것 같구요) 영화들을 틀어줄 것이다.” 쯤으로 번역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순화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에세이의 후 반에 나오는 내용들은 (다음 문장에서 바로 그 부분을 다루겠습니다) 훨씬 적나라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런 배려는 불필요할 것 같습니다.

“Another more intriguingly asks, "Have you ever treated a vaginal yeast infection in the middle of nowhere?" (Not knowingly!)”

번역서 해석: 또 다른 광고는 “질 세균감염에 대한 만족스러운 처치를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같은 보다 자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문장은 미국의 넘쳐나는 건강서적들에 나오는 광고문구들 중의 하나를 인용한 것입니다. 질 세균감염 같은 질병은 남에게 알리기 부끄러운 질환이니만큼 “남의 눈길을 피하기 의해 멀리까지 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느냐, 이젠 그런 불편을 경험하지 말고 이 약으로 치료를 해봐라는 의미의 광고문구로 해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장에 나오는 intriguingly는 “자극적”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남자인 자기에게는 이런 선전문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에서 썼을 것이고 번역서에서는 해석을 하지않고 건너 뛴 "Not knowingly!"란 문장까지 이런 맥락에 입각해서 번역을 하면

"또 다른 광고는 ‘질 세균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멀리까지 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라고 나의 호기심을 북돋운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한, 난 그런 치료를 받아본 적은 없지.)"

번역시에는 가능한 한 원 저자의 글을 생략하지 않고 다루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문장 하나 하나가 복선과 암시로 가득한 브라이슨의 문장들을 모두 국어로 되살리려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겠지만 Bill Bryson의 글을 번역하기로 선택한다는 것은 그런 고통을 떠맡겠다는 약속이기도 할 것입니다.

“The television lectures, which nearly all appear to have been filmed in the early 1970s, typically involve a geeky-looking academic with lively hair and a curiously misguided dress sense (even by the accommodating standards of that hallucinogenic age),

” 번역서 해석: 대부분 1970년대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방송 강좌에는 주로 헝클어진 머리에 이상한 옷차림을 한 괴짜 학자들이 등장하는데,

번역서는 (even by the accommodating standards of that hallucinogenic age)란 문장을 생략하고 넘어갔습니다. 방송강좌에 출연하는 강사들의 행색을 유머스럽게 비꼬는 내용인 만치 “대부분 1970년대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방송 강좌들에는 주로 헝클어진 머리에 (웬만하면 모든 걸 대충 넘어가주던 대마초에 찌든 70년대 히피문화의 관점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복장관념을 가진 괴짜 학자들이 등장하는데,”로 문장을 살려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빌 브라이슨이 보안검색과 관련해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소개한 글 중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내용인 즉 슨, 막상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사진이 붙은 신분증명서가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브라이슨이 마침 지니고 있던 자신의 책 표지에 실린 사진과 이름을 보여주기까지 했음에도 정당한 신분확인증명서류 목록에 책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검색대를 통과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는 보안요원들과의 실강이를 묘사하는 글입니다.

“I need to see some picture ID,” said the clerk, who had the charm and boundless motivation you would expect to find in someone whose primary employment perk is a nylon tie.

번역서: 직장에서의 첫 포상으로 나일론 넥타이를 탔을 것 같은 매력적이고 열의가 넘치는 항공사 직원이 말했다.

브라이슨 특유의 빈정거림이 나타나있는 문장이죠. 이런 느낌과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취업했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야, 오늘 내가 한 번 거하게 쏠게. 만원 범위 내에서 원하는 거 망설이지 말고 다 시켜!”라고 말 한다거나,,,또는,, 미국에는 가게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의 가격이 1불인 Dollar tree인가 하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면 벽에 붙여놓은 광고들은 엄청 활수하죠. 마치 그 곳에서 인생의 모든 필요를 다 채워주겠다는 투의 선전들로 가득합니다. 주어진 문장도 그런 투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차관급이면 몇cc의 자가용, 장관급이면 몇cc, 하는 식으로 직업에 따라 받게 되는 특전이나 혜택이 perk죠. 여기서는 취업한 후 무료로 제공받는 가장 큰 특전이 고작 나이롱 넥타이인 사람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간적인 매력과 열의를 가진 보안요원, 즉, 보안요원들의 심드렁하고 사무적인 태도를 그들의 보잘것없는 직업과 연관시켜 흉보고 있는 겁니다.

제안 번역: 공짜 나일론 넥타이나 유니폼으로 받는 알량한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가능한 최대의 매력과 열의를 가지고 보안요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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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윈투어 - 스타일리시한 포스를 만드는 39가지 자기경영법 Wannabe Series
제리 오펜하이머 지음, 김은경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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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인지 요약서인지,,원서의 반도, 아니 1/3도 번역이 안되어 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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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never 2009-12-2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ront Row : Anna Wintour가 워너비 윈투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더군요. 아니, 번역이 되어 나온 줄 알았더니 한글로 된 요약집이었습니다. 원문의 반은 고사하고 채 삼분의 일도 번역이 안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제리 오펜하이머라는 인기작가가 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모델, 안나 윈투어의 전기, ‘Front Row : Anna Wintour’ 의 한글 번역본인줄만 알고 책을 집어들었을 많은 독자들이 얼마나 황당해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아니, 꼭 그렇진 않겠죠.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생각을 했다면 이런 책을 펴낼 배짱이 생겼겠습니까? 원래 원서가 그렇게 나온 책이려니 독자들이 생각하리라고 여겼겠죠.
잠깐, 제가 요약본이라는 책의 형태에 대해 이의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수능을 위해 줄거리만 요약해 놓은 교양서적시리즈들이 불티나듯 팔리고 있듯, 바쁜 세상에 이런 저런 이유와 필요로 내용만이라도 알아야겠다는 독자들에게 다이제스트 형태의 출판물이 공급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의 원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디, 제발, 그런 경우라면 책 앞에다 '요약본'이라고 표시는 해주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문화산업까지 들먹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상도의라도 차려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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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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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역이 좀 심한 느낌입니다. 약간 책의 원문내용이 복잡해지면 상상력이 뛰어난 독자라도 일관된 흐름을 읽어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오역이 나오네요.. 3장”A ‘Democratical Phrenzy’: America In Tha Age Of Revolution”을 예로 들어 봅니다. 미국독립전쟁 초기에 독립군인 식민지군대가 승리를 거둔 중요한 전투였던 벙커힐 전투가 사실은 벙커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벌어졌음에도 이름이 그렇게 붙여진 연원을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원문: Though the battle was intended to take place on Bunker Hill (these matters being rather more formally arranged in the eighteen century), for reasons unknown colonial troops under Colonel William Prescott fortified neighboring Breed’s Hill instead, and it was there that the first pitched battle of America’s war for independence was fought. 번역서: 이 전투가 본래 벙커힐에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이 문제는 18세기에 가서야 공식적으로 정리되었다) 윌리엄 프레스콧 장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근의 브리즈힐에 요새를 세웠다. 미국 독립전쟁의 첫 총력전이 벌어진 장소가 바로 그곳이었다.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 되어있는 부분이 잘 못 번역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영국에서 신사들 사이에서 많이 행해지던 결투장면을 떠올리면 좀더 쉽게 해석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18세기에는 전쟁에서 전투를 치를 때도 미리 적장들끼리 만나 전장과 시간을 정했다는 내용이죠. 즉, ‘비록 그 전투는 원래는 벙커힐에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18세기에는 전투를 언제, 어디서 벌일지 와 같은 이런 문제들은 공식적으로 미리 합의가 되는 편이었기에), 독립군 측의 윌리엄 프레스콧 대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근의 브리즈힐에 진지를 구축했고, 그곳에서 미국 독립전쟁의 첫 총력전이 벌어졌다.” 처럼 해석해야 맞을 것 같네요. 좀 뒤에 가면 사실 영국이 식민지, 즉 독립 이전의 미국에 부과한 세금이 역사책에서 알려지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가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원문: Nor, it should be noted, were the taxes levied on the colonists by any means onerous. 번역서: 식민지 주민에게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았다. 번역 제안: 또한, 식민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과된 세금이 절대로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식민지 주민에게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았다’라고 해 놓은 후 바로 다음 문장에서 (식민지에 부과된) 인지세를 비롯한 수익 증대를 위한 여러 가지 조처의 중요한 목적은 식민지를 보호하기 위한 자금마련이었다는 문장이 나오면 독자들이 혼선을 일으키겠죠. 다른 문장,,,, 원문: It was hardly beyond the bound of reason to expect the colonists to make a contribution toward the cost of their own defense. Even so, Americans were lightly taxed. 번역서: 식민지 개척자들이 스스로 방위비용을 부담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약간의 세금을 부담했다. 정반대로 번역이 되어있네요.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당연히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잖아요? 번역제안: 그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므로 식민지 주민들이 비용을 추렴해 내는 것을 바라는 것은 절대로 비합리적인 발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인들에겐 얼마 되지 않는 세금이 부과되었다. 원문: And in any case, Americans seldom actually paid their taxes. 번역서: 그렇게 따지면 미국인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번역제안: 미국인들은 실제로는 부과된 얼마 되지 않는 세금마저 거의 납부를 안 했다. “Taxation without presentation is tyranny.” 번역서: 대표 없는 과세는 폭정이다 번역제안: 대표를 뽑아 목소리를 낼 권리도 주지 않고 세금만 부과하는 것은 폭정이다. According to the one surviving eyewitness account – written by a French hydrologist who just happened to be present, 번역서: 생존한 목격자들 가운데 우연히 회의에 참석한 수문학자가 있었다. 번역 제안: 우연히 회의에 참석한 수문학자에 의해 작성된 아직까지 남아있는 목격담에 따르면, 이번엔 R-rated 급의 이야기를 한 번 해겠습니다. 4장, Making a Nation을 읽다 보면 미국의 founding fathers들의 언사가 상당히 상스러웠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a decidedly earthier and more free-spirited age) 그랬다고 변호를 하면서도 몇 가지 재미있는 저열한 언어사용의 예들을 들어주었습니다. 나열해 놓은 천박한 단어들, 예를 들면 보병을 fartcatcher라고 하는 등 -- 왜냐하면, 군대에서 보병생활을 한 사람은 기억할겁니다, 한 번 행군을 나가면 앞 사람의 엉덩이만 바라보면서 기약도 없이 걷던 그 경험을…그러다 보면 자연히 앞사람의 방귀에 항상 무방비상채로 노출되게 마련이었죠 – 텍스트의 문제일지 아니면 적당한 말을 찾아내기 어려워서일지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역서에는 모두 빠져 있군요. 또 하나의 예로 든 것이 헌법제정위원회 의원이었던 Elbridge Gerry가 상비군 (a standing army)에 대해 한 진술입니다. He compared a standing army to an erect penis – “an excellent assurance of domestic tranquility, but dangerous temptation to foreign adventure.” 역서: 그는 상비군을 발기한 성기에 비유하는 유명한 발언을 했다. 그것은 가정의 평화는 확실히 보장하지만 외부의 모험에 대해서는 위험한 유혹이다. 이해력이 보통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분이라면 발언의 취지를 이해하실 수 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제가 다시 한 번 부연해서 설명을 하면,,, 일단 문장의 앞 부분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반찬내용이 달라지더라느니 어쩌니 하는 남자들끼리의 객적은 무용담에서 흔히 등장하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문장의 뒤 부분은 언뜻 직관적으로 파악이 안될 것 같군요. 내용인 즉 슨 Elbridge Gerryf라는 분은 상비군을 창설하는데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도 상비군이 있다면 국내의 질서유지에 확실한 보장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an excellent assurance of domestic tranquility) 미국이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군대를 가지고 있다면 몸이 근질거릴 거라는 얘기죠. 그러면 항상 불필요하게 밖으로 눈길을 돌릴 것이고 방금 자기들이 독립전쟁을 벌였던 영국의 식민제국주의 같은 위험하고 비도덕적인 행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경고의 발언인 셈입니다. 평소 그들의 생활자세에 비추어 당시의 남자들에 더 큰 설득력을 갖도록 비유해서 표현한 것이 위의 문장입니다. 제안 번역: 그는 상비군을 실한 남자의 연장에 비유했다 – “잘 사용하면 집안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호시탐탐 밖으로 나돌 기회를 노릴 수 도 있다"는 점에서. http://blog.naver.com/as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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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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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허술한 번역이 눈에 띄어 몇가지 짚어봅니다.

주인공 Mackenzie Philips(책에서는 주로 Mack)은 다섯 아이들의 아빠인데 4년 전 아이들과 간 캠핑에서 아동만을 폭행하는 연쇄살인범에 의해 딸을 희생당한 아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책은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겪은 후의 혼수와 환상을 축으로 하여 종교적 계시와 상처, 치료와 용서라는 주제들을 축으로 하여 전개됩니다.,

차가운 얼음비가 내려서 모든 교통, 인적이 두절된 어느 겨울 날을 배경으로 책이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미끄러운 뜰을 지나 우체통으로 가는 장면의 묘사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The ice had magically turned this simple everyday task into a foray against the elements: the raising of his fist in opposition to the brute power of nature and, in an act of defiance, laughing in its face. The fact that no one would notice or care mattered little to him — just the thought made him smile inside.

역서: 얼음비는 불가사의하게도 이 간단한 매일의 업무를 폭풍우에 맞서는 저항운동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자연의 힘에 주먹을 불끈 쥐고 호탕하게 웃었다. 아무도 자기를 보지 못할 것이며, 보더라도 신경 쓰지 않으리라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절로 웃음이 나왔다.

콜론(:)의 의미를 무시하고 번역을 해서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옮기게 되었습니다. 콜론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 하다기 보다는 앞에 나와있는 내용을 부연하고 설명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기호입니다. 여기서 콜론 다음의 문장은 앞 문장, 즉 매일 편지를 가지러 우체통까지 가던 사소한 일상이 지금은 주인공에게 마치 자연의 잔혹한 힘에 시위하기 위해 주먹을 들어 올리는 짓이나, 저항의 행위로써 자연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조롱의 웃음을 웃는 짓처럼 느껴졌다는 의미입니다. 점잖은 가장에서 졸지에 비 오는 날 밖에 나가 날궂이를 하는 미치광이로 바뀐 주인공이 기분이 좋을까요?

제안 번역: 얼음비 때문에 신기하게 이 사소한 일상의 일이 폭풍우에 맞서 저항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연의 잔혹한 힘에 시위하기 위해 주먹을 들어 올리거나, 저항의 행위로써 자연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조롱의 웃음을 웃는 짓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우편물을 가지러 나가든 말든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바로 다음에 나오는 문장도 미진한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When you face the force of an ice storm, you don't exactly walk boldly forward in a show of unbridled confidence. Bluster will get you battered. 역서: 얼음 폭풍이 몰아 닥치면 대담하게 걷기가 힘들어지고 세찬 바람에 몸은 지치게 된다.

글쎄요, face를 몰아 닥친다고 의역을 했다고 봐야 하나요? 바람을 face하는 것은 정면으로 맞는 것을 의미하죠. Bluster will get you battered는 ‘허세를 부리면 결국 너만 지치게 된다’ 라고 해석을 해야 하겠구요. 그러면

‘얼음 폭풍이 정면으로 불어 올 때는 거침 없는 자신감을 보이기 위해 꼭 담대하게 앞으로 전진할 일은 아니다. 허세를 부려봤자 자신만 지칠 뿐이다.’

라고 해석을 하는 게 좀 더 본문에 충실한 번역이 아닐까요? 독자가 줄거리만을 알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저자가 세상을 이해하고 서술하는 방식을 함부로 절단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해석은 번역에 종속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의역을 해서 우리 형편에 더 잘 어울리고 독자들에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의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면 rain was now freezing on impact with the frigid ground outside the house(비는 집 밖의 차가운 땅에 부딪치자 마자 얼어붙었다)를 ‘얼음비는 집 앞 마당까지 얼려 놓았다’라고 번역을 해 놓는 것은 독자가 심상의 눈으로 그려볼 수 있는 이미지를 너무 제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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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 부분중 몇 페이지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2장에서 잠이 들기 전 아빠에게 어린 딸들이 질문을 하는 장면입니다.

There was a silence and Mack knew that another question was forming in the darkness.

“Did it really happen?” This time the question was from Kate, obviously interested in the conversation.

“Did what really happen?”

“Did the Indian princess really die? Is the story true?”

번역서:침묵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질문이 들려왔다.

진짜로 있던 일인가요?

이 대화에 흥미를 느낀 케이트의 질문이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난 거죠? 인디언 공주가 정말로 죽었나요? 그 이야기가 사실이에요?

번역되어 있는 마지막 문장, 즉 큰 딸의 말이 너무 장황하거나 마치 따지는 듯한 말투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그 이유는 아빠의 말 (하이라이트 된 부분)을 딸에게 붙여놓았기 때문입니다. “Mack knew that another question was forming in the darkness.”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질문이 들려왔다”로 번역을 한 이유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네요. 제 딴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조그만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를 왜 삭제해버린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안 번역: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맥은 어둠가운데서 미시(막내 딸)에게 또 다른 질문거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로 있던 일인가요?” 이번엔 아빠와 미시의 대화에 흥미가 생겼음에 틀림없는 케이트(첫 째 딸)가 질문을 했다. “뭐가 진짜로 있었냐는 거니?” “인디언 공주가 정말로 죽었나요? 그 얘기가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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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unset of brilliant colors and patterns played off the few clouds that had waited in the wings to become central actors in this unique presentation.

역서: 이 굉장한 쇼의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옆에서 얼쩡거리던 구름들은 일몰의 찬란한 색채와 모양에 기가 죽고 말았다.

화려한 일몰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문장에서 “Play off”는 “기가 죽다”가 아니라 “반사되다”로 해석해야 합니다.

제안 번역: 이 굉장한 쇼의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옆에서 얼쩡거리던 구름들에 일몰의 휘황한 색채와 무늬가 반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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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k’s heart broke as he understood what this conversation had really been about. He gathered his little girls into his arms and pulled her close. With his own voice a little huskier than usual, he gently replied.

번역서: 맥은 미시의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어린 딸아이를 꼭 껴안고 평상시보다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대답했다.

미시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아빠에게 질문을 해 댄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깨달은 아빠가 어린 것이 혼자 그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으려 애를 썼을 것을 생각하고 안쓰러움에 가슴이 먹먹해오는 오는 대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보다는 가슴이 아프다고 표현을 하는 것이 더 낮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건 끝 문장에서 husky는 마음이 짠해 목이 메인 아빠의 목소리이지 “평상시보다 낮은 목소리”는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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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 seriously enjoyed tormenting her older brother about the entire matter, and he would reward her taunting by stomping off to the tent-trailer, all bluster and gripe.

역서: 케이트가 신바람이 나서 오빠의 연애사건을 놀려대자 조시는 동생을 텐트트레일러로 끌고 가서 큰소리로 야단치기도 했다.

Stomp off는 눈을 털거나 아니면 화가 날 때 발을 쾅쾅 내딛는 걸 말합니다. All bluster and gripe는 “큰 소리로 투덜대는”이 적당하겠구요.

제안 번역: 케이트가 신바람이 나서 오빠의 연애사건을 놀려대면 조시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큰소리로 투덜대면서 텐트트레일러로 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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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response to the searing pain, he knocked over the stove and griddle and dropped the bowl of pancake batter onto the sandy ground.

역서: 손가락이 타오를 정도로 아픈 나머지 오븐과 철판을 내리치다가 팬케이크 반죽을 모래 바닥에 다 쏟아버렸다.

아빠가 아침을 준비하다가 손을 데어 고통스러워하는 대목입니다. Knock over는 발이나 손으로 쳐서 넘어뜨린다는 뜻이죠. 손가락이 덴 순간 너무 아파서 허둥대다가 발이나 손으로 오븐과 철판을 건드려 넘어뜨렸다는 것입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오븐을 내려친다는 것은 뭔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 같군요.

제안 번역: 손가락의 고통이 너무 심해서 몸을 제치다가 오븐과 철판을 넘어뜨렸고 이 바람에 팬케이크 반죽이 모래투성이 땅 바닥에 쏟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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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학에서 삼위일체의 교리는 이해하기 아주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런 만치 그 것을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시키려는 시도들이 많이 행해졌지만 자칫하면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이해, 신학의 용어를 사용하면 이단의 길로 빠지기가 쉽습니다. 가령 원서의 103페이지에 나오는 지문을 한 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We are not three gods, and we are not talking about one god with three attitudes, like a man who is a husband, father, and worker. I am one God and I am three persons, and each of the three is fully and entirely the one."

여기서는 성부 하나님(소설에서는 Papa라는 흑인 여성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이 성삼위에 관해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본문을 있는 그대로 해석을 하면 “우리는 셋의 구별된 신들이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어떤 한 사람이 남편이면서 동시에 아버지일 수도 있고 노동자도 될 수 있는 것처럼 한 하나님이 세가지 직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도 아니야. 나는 하나의 하나님이고 3개의 위격을 가지고 있지. 각각의 위격은 그 자체로 완전하고 전적인 나야.”

정통신학에서의 성삼위 이해, 즉 “성삼위의 셋은 구별되지만 서로 안에 거하시며 분리되지 않는다”는 교리를 저자가 Papa의 입을 빌려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번역서에는

“우리는 세 신이 아니라 세 속성을 가진 하나의 신이죠.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노동자인 한 사람처럼 말이에요. 나는 하나의 하나님이고 또한 세 인격이며 이 셋은 전적으로 하나죠.”

라고 명백히 오역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딜레마에 마주치게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소설의 플롯을 따라 갈 때는 오히려 역서에 번역된 대로 이해를 하는 편이 자연스럽고 편할 수 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연히 저자의 의도하고는 상관이 없는, 아니 자칫하면 저자를 기독교의 이단자로 몰아갈 수 있는 번역임에도 틀림이 없구요. 그 자체로 정합성이 있는 번역작품 또는 이해하기는 좀 어려워도 원문에 충실한 번역작품, 어떤 쪽을 독자들은 원하는 것일까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면 과감히 책의 중추신경과 심장의 위치까지도 바꿔줄 수 있는 것일까요?

“인간의 타락”이라고 번역을 했어야 할 곳을 글자 그대로 “천지창조의 붕괴”라고 옮겨 놓는 등 소소한 아쉬움 들도 눈에 띄지만 그 정도를 저자의 의도에 반한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자의 의도를 존중하고자 하는 번역이라면, 아니 그것을 떠나서 공연한 오해와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우리 말로 옮길 때는 좀 더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읽다가 몇 가지 더 첨언하고 싶어서,,

직역이 옳으냐 의역이 옳으냐 아무도 보지 않는 한 구석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정작 역자들은 관심도 없다는 사실.

오두막 한글판을 넘겨보다가 글이 영 어색한 곳에서 눈이 멈췄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집 앞의 선착장으로 마실을 나간 주인공 Mack과 예수님이 나란히 누워 쏟아질듯 눈부시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대화를 한다. 예수님은 Mack에게 성자인 자신과 성령 Sarayu, 성부 Papa의 이름들이 지닌 뜻을 각자의 직능과 함께 설명해준다.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Mack이 예수님에게 질문을 한다.

172page “그래서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마치 전 인류를 대신해서 질문하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언제나 가려고 했던 그 곳이죠. 우리 사랑과 목적의 바로 한가운데 말이에요.” 다시 침묵이 흐른 후에 그가 대꾸했다. “그것과는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해석만 보면 마치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 나오는 한 소절을 옮겨놓은 것 같다. 성부, 성자, 성령을 논하다가 갑자기 우리를 어디로 데려 갈 거냐, 네가 가려던 곳이다, 그것과는 함께 살 수 있겠다,,,요새말로 “이게 뭥미?”다.

원문을 찾아보니

“So then, where does that leave us?”라는 문장과 “I suppose I can live with that.”이란 문장을 그렇게 번역해 놓았다.

“Where does that leave us?”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colloquial한 표현이다. 한 참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들은 다음에 “그래서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좀 공손히 표현하자면 “그럼 저희는 어찌되는 거죠?”의 의미를 가진 의문문이다. 책에선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삼위의 관계도에서 인간은 어디쯤 있게 되는 거냐 주인공이 묻고 있는 것이다.

질문을 어디로 데려갈 거냐고 시작을 해 놨으니 예수님의 대답도 어디로 데려갈 거라고 해석을 해야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색함이다.

“그것과는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로 뜬금없이 번역한 “I can live with that.”도 상대방의 제안에 대해 “그 정도면 괜찮다”는 만족감을 표현하는 일상적인 구어표현이다.

제안 번역: “그러면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거죠?” 마치 전 인류를 대신해서 질문하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언제나 있기 원했던 그 곳에 있는 거죠. 우리 사랑과 목적의 바로 한가운데 말이에요.” 다시 침묵이 흐른 후에 그가 대꾸했다. “꽤 괜찮네요.”

나머지는 블로그에서 더,,

http://blog.naver.com/as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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