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역이 너무 자주 눈에 띄네요.

우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에 3번 째로 소개된 DRUG CULTURE (번역서에는 “잠자리에 드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소개 되어 있음)란 제목의 수필을 읽어 봅니다.

먼저, 제게는 해석이 명확해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몇 개 골라 보겠습니다.

“a small selection of movies on the premium movie channels mainly involving nubile actresses disporting in the altogether.” 번역서 해석: 프리미엄 영화채널에서는 주로 결혼 적령기의 여배우들이 유쾌한 소동을 벌이는 영화들을 틀어줄 것이다.

“in the altogether”는 “벌거숭이로, 나체로”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죠. 밤 늦게 방영되는 선정적인 프로그램들을 젊은 여배우들이 “유쾌한 소동을 벌이는” 영화라고 번역하는 것은 좀 어색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프리미엄 영화채널에서는 주로 묘령의 여배우들이 벌거숭이 상태로 농탕질을 치는 (너무 고어인가요, 그럼 설쳐대는 정도로 번역을 해도 괜찮을 것 같구요) 영화들을 틀어줄 것이다.” 쯤으로 번역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순화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에세이의 후 반에 나오는 내용들은 (다음 문장에서 바로 그 부분을 다루겠습니다) 훨씬 적나라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런 배려는 불필요할 것 같습니다.

“Another more intriguingly asks, "Have you ever treated a vaginal yeast infection in the middle of nowhere?" (Not knowingly!)”

번역서 해석: 또 다른 광고는 “질 세균감염에 대한 만족스러운 처치를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같은 보다 자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문장은 미국의 넘쳐나는 건강서적들에 나오는 광고문구들 중의 하나를 인용한 것입니다. 질 세균감염 같은 질병은 남에게 알리기 부끄러운 질환이니만큼 “남의 눈길을 피하기 의해 멀리까지 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느냐, 이젠 그런 불편을 경험하지 말고 이 약으로 치료를 해봐라는 의미의 광고문구로 해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장에 나오는 intriguingly는 “자극적”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남자인 자기에게는 이런 선전문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에서 썼을 것이고 번역서에서는 해석을 하지않고 건너 뛴 "Not knowingly!"란 문장까지 이런 맥락에 입각해서 번역을 하면

"또 다른 광고는 ‘질 세균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멀리까지 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라고 나의 호기심을 북돋운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한, 난 그런 치료를 받아본 적은 없지.)"

번역시에는 가능한 한 원 저자의 글을 생략하지 않고 다루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문장 하나 하나가 복선과 암시로 가득한 브라이슨의 문장들을 모두 국어로 되살리려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겠지만 Bill Bryson의 글을 번역하기로 선택한다는 것은 그런 고통을 떠맡겠다는 약속이기도 할 것입니다.

“The television lectures, which nearly all appear to have been filmed in the early 1970s, typically involve a geeky-looking academic with lively hair and a curiously misguided dress sense (even by the accommodating standards of that hallucinogenic age),

” 번역서 해석: 대부분 1970년대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방송 강좌에는 주로 헝클어진 머리에 이상한 옷차림을 한 괴짜 학자들이 등장하는데,

번역서는 (even by the accommodating standards of that hallucinogenic age)란 문장을 생략하고 넘어갔습니다. 방송강좌에 출연하는 강사들의 행색을 유머스럽게 비꼬는 내용인 만치 “대부분 1970년대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방송 강좌들에는 주로 헝클어진 머리에 (웬만하면 모든 걸 대충 넘어가주던 대마초에 찌든 70년대 히피문화의 관점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복장관념을 가진 괴짜 학자들이 등장하는데,”로 문장을 살려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빌 브라이슨이 보안검색과 관련해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소개한 글 중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내용인 즉 슨, 막상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사진이 붙은 신분증명서가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브라이슨이 마침 지니고 있던 자신의 책 표지에 실린 사진과 이름을 보여주기까지 했음에도 정당한 신분확인증명서류 목록에 책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검색대를 통과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는 보안요원들과의 실강이를 묘사하는 글입니다.

“I need to see some picture ID,” said the clerk, who had the charm and boundless motivation you would expect to find in someone whose primary employment perk is a nylon tie.

번역서: 직장에서의 첫 포상으로 나일론 넥타이를 탔을 것 같은 매력적이고 열의가 넘치는 항공사 직원이 말했다.

브라이슨 특유의 빈정거림이 나타나있는 문장이죠. 이런 느낌과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취업했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야, 오늘 내가 한 번 거하게 쏠게. 만원 범위 내에서 원하는 거 망설이지 말고 다 시켜!”라고 말 한다거나,,,또는,, 미국에는 가게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의 가격이 1불인 Dollar tree인가 하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면 벽에 붙여놓은 광고들은 엄청 활수하죠. 마치 그 곳에서 인생의 모든 필요를 다 채워주겠다는 투의 선전들로 가득합니다. 주어진 문장도 그런 투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차관급이면 몇cc의 자가용, 장관급이면 몇cc, 하는 식으로 직업에 따라 받게 되는 특전이나 혜택이 perk죠. 여기서는 취업한 후 무료로 제공받는 가장 큰 특전이 고작 나이롱 넥타이인 사람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간적인 매력과 열의를 가진 보안요원, 즉, 보안요원들의 심드렁하고 사무적인 태도를 그들의 보잘것없는 직업과 연관시켜 흉보고 있는 겁니다.

제안 번역: 공짜 나일론 넥타이나 유니폼으로 받는 알량한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가능한 최대의 매력과 열의를 가지고 보안요원이 말했다.

http://blog.naver.com/asneve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