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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ㅣ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우리는 고전을 찬양하는 말을 익숙하게 듣고 살지만 정작 고전을 읽어보려고 펼치면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어디가 감동포인트인지, 왜 이 작가가, 작품이 훌륭하다고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실 잘 와 닿지 않는 작품들이 많은데 서가명강 시리즈의 15번째 도서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의 저자 홍진호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이를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과거의 시대상, 그것도 외국의 것을 현대의 우리가 이해하는 게 쉬운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는 이 책에서 4명의 작가를 소개하는데 호프만스탈 빼고는 다 한번씩은
작품을 읽어본 작가들이라 뭔가 아, 이 사람은 이런 시선에서 읽는거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겐 인생 작가 내지 인생 책으로 손꼽히는 헤르만 헤세는 개인적으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세계를 가진
작가였는데, 표면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헤르만 헤세가 추구했던 문학과 그 당시에 시대상을 설명해주니까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가 아주 조금은 더 친숙해진 느낌이었다. 여전히 내게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삶’에 대해 나만의 해석을 덧붙이고
싶어지게 한다.
내가 꽤나 냉소적인 사람인건지 괴테는 정말 기이한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었는데 ‘젊은 베르터의 고통’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정서, ‘짝사랑에 실패하고 자살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고전이라고 좋다며 읽은 게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홍진호 교수의 해석이 더해지자 왜 사람들이 한심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한 남자에 공감하고 열광했는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지 그 시대, 마치 괴테가 살아숨쉬던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친절한 설명으로 표면적인 스토리보다 더 많은 것을 함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중역 문제도 짚고 넘어가는데 이 작품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더 익숙한게 대표적인 오역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번역이란
게 정말 미묘한 뤼앙스 차이라 아주 작은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바꿔버리는데 내가 능력이 된다면 독일어를 직접 구사해서 원문으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좋겠단 욕심이 들었다.
카프카의 작품은 정말, 도대체 이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이런 글을 쓴걸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데 그게 카프카라는 식의 해석도
좋았다. 나한테 카프카 작품은 굉장히 지루하고, 뭐랄까 인간을
너무 하찮게 만든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카프카다! 고전이 어려운 게 당연한 거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호프만스탈은…… 저자도
어렵다고 하니까 솔직히 두렵다. 아직 친숙한 고전들도 내공이 충분히 쌓아지지 않았는데 악명높은 난이도를
내가 과연 정복할 수 있을까. 유명한 고전들도 다 정복하지 못한지라 먼 훗날 언젠가는 도전하겠지만 내가
호프만스탈의 작품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내 독서내공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고전을 읽을 생각을 하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오긴
하는데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을 읽고다니 지금 당장 고전을 찾아 읽어야 겠단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고전 읽기가 두렵다면 우선 이 책을 통해 고전의 의미를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