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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ㅣ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평점 :

러시아의 대문호 레플 톨스토이의 단편 10편을
모은 이 책의 표제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분명 예전에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와 닿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더 이상 세상을 한없이 아름답게 보지 않아서
그런지 고작 새 외투 한 벌 조차 마련할 수 없는 두 부부의 곤궁한 살림살이에 분노하고 저런 말도 안되는 쇼를 벌이는 신의 행태에 더 분노했다. 톨스토이의 단편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주인공들이 다 가난해도 선하기 그지없는 인물들인데 심지어 신실하기까지
하다. 객관적으로 누가봐도 불행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이 숭고함. 다들 너무 호구들이라 미워해야 할 신을
미워하지도 못하니 내가 대신 불평불만을 대신해주고 싶어진다. 아니, 그럴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태어나자 마자 어머니를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 신이 아니라 신 할아버지가
와도 가엾은 마음을 가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자기 말에 항명했다고 더없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천사를 인간세상으로 추방해 벌을 내리고 고작 깨달은 게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다니! 톨스토이가 내 눈 앞에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따지고 싶어 진다. 현대의 가치관과는 더없이 맞지 않는 소설이다.
이쯤 되면 톨스토이의 신은 인간의 불행을 즐기는 건가 싶다. 한 사람의 일생을 극한으로
몰아넣고는 자신을 만나 회개하고 순종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변태인가.
나는 톨스토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착하지도 않고 신실하지도 않아서 아무리 읽어도 이
책에서 ‘사랑’을 찾을 수 없으며, 사랑을 깨닫는 과정에도 전혀 공감할 수 없다. 가난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식은 건들이지 말아야지. 제 자식 잡아간 신이 뭐 그리 좋다고 하루종일 기다리며 대접을 하겠다는
건지, 마르띤도 잘 이해가 안가고. 아무튼 다들 기이할만큼
너무 착하다. 책 소개에 이 책에 수록된 10편의 단편들이
톨스토이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 쓰였다고 서술되어 있는 데, 무엇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어 이런 글을
쓴 건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람이 아무리 수세에 몰려도 신을 통해 정신승리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인가. 삶이 가혹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불행해 질 것 같다. 내
비난은 온전히 톨스토이와 신을 향한 것이지 책을 향한 것은 아니다. 막장 드라마를 이런 맛에 보는 건가
싶을 만큼 자극적인 소재(?)에 후딱 읽었으니, 내가 이상한건가, 톨스토이가 대단한 작가인건가 고개가 갸웃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