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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인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 - 20년 뒤에도 살아남는 문과생의 9가지 전략
이와사키 히데토시 지음, 최미혜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9년 3월
평점 :
문송한 문과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는 ‘인구론’,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문송합니다’, 내가 문과라서 그런지 몰라도 문과생으로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국어와 사회는 좋아했다. 단순히 수학이 싫어서 선택한 길은 아니었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이 바라보는 문과생은 수학이 싫어 도피한 사람들일 뿐이다. 저자는 문과대학 출신자들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생각하는 힘’과 ‘토론하는 힘’을 가지지 못한 점을 문과의 문제점으로 꼽는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여 사고하는 방식은 국제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고작해봤자 6-7년, 6-7년의 차이를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기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오지 않을 치즈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며 문과생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문과대학 출신자 대부분이 ‘사무’나 ‘판매, 서비스’직종에 종사하는데 이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가장 우선적으로 대체되는 영역이다.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이기에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으며 수입이 낮다. 정리해고가 닥쳐왔을 때, 문과 출신자들은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이 없으면 쓸모없는 인재가 되어버린다. 자신만의 기술을 가진 이과와 문과는 다르다. 문과생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문과생들이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능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문과생이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①영어 ②파이낸스 ③컴퓨터(프로그래밍)은 기본적으로 갖추기를 권한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될 때 문과라는 한계에 갇혔던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명문대 졸업장과 높은 학점을 위해 생각하는 힘보다는 쉽게 학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택한 문과생의 몰락은 어찌 보면 예정된 일이다. 문과생이기에, 문과생이 할 수 있는 가치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전처럼 기업이 인재를 뽑아서 가르치던 시대는 지났다. 세상은 준비된 인재를 원하고, 노력해도 결과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 좌절하기 보다는 이 모든 과정이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문과생이 보편적으로 종사해오던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이미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치즈는 더 이상 오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치즈가 오길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고교 이사장인 스즈키씨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사고 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글로벌 인재란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좋으니까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경을 초월한 폭넓은 사고로 깊이 생각하고 성과를 올리는 사람(p211)’이다. 세상이 원하는 인재상은 변했고 남들과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해 문과생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한다. 아직, 세상에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내 미래를 생각해보면 참 막막하다. 도대체 난 뭘 먹고 살아야하나, 기술을 배워야하나 고민될 때도 많다. 하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고민한다면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길도 있지 않을까. <문과생인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을 통해 고민해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미 영어와 컴퓨터 능력은 오버 스펙이라는 점이다. 재무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cpa라도 따야하는 걸까? 저자는 과감하게 안정적인 직장인 은행을 박차고 나와 언급한 기본 능력으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지만 요즘 대학생 중에 토익 900 안 넘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안정적인 직장이라 여겨지는 공무원, 공기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미 컴활, 워드와 같은 자격증은 필수로 구비하고 있다. 실제 인서울 대학 문과생 중에서 해당 능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저자가 살았던 시대보다 더 치열해졌고, 더 훌륭하고 뛰어난 인재들은 많이 배출되는데 세상이 그들을 받아줄 자리가 없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게 말처럼 쉽다면 문과생들은 뭐 먹고 살지 막막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전에는 모두가 갖추지 않았던 스펙들이 당연시되는 세상이 되었고, 문과생들은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과생의 위기는 문과생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과생이 진정 갖춰야 하는 능력은 추상적이다. 그 가치를 시험 점수처럼 재단할 수 없기에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리가 행해지고 세상에 좌절하게 된다. 세상을 놀랍고 이롭게 할 만큼 대단할 일을 하는 인재, 그저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은 인간에게도 너무 원대한 포부를 강요하는 이 세태가 참 안타깝다. 그래도 먹고 살기위해, 오늘도 문송합니다를 외치는 문과생은 스펙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앞날이 막막한 전 세계의 문과생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의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