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독자들을 찾아갔던 일일일사2013년과 함께 작별을 고합니다. 고전의 한 구절, 한마디가 오늘의 세태와 민심을 어찌 그리도 잘 꼬집는지는 저뿐만 아니라 독자 분들도 실감하셨을 겁니다.

 

매년 연말연시면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는 적절한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가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권위가 있는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사기』 「오자서열전에 보이는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선정했습니다. ‘도행역시는 초나라 왕에게 부친을 살해당한 오자서가 그의 벗 신포서와 나눈 대화에서 유래했으며,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올 한 해 정권의 행태를 이렇게 꼬집은 것입니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격이라는 뜻의 와각지쟁’(蝸角之爭)이 선정됐으며, 3위는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다.’라는 뜻의 이가난진’(以假亂眞)이 차지했습니다. 모두 올 한 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음을 의미합니다. ‘이가난진은 제가 추천한 사자성어로 올해는 2월이 28일까지만 있어 소개하지 못했지만 실은 229일 자의 내용으로 썼던 것입니다. 저는 올 한 해를 가짜와 거짓이 진짜와 진실을 어지럽히고 어지럽히는해로 보았습니다.

 

연재를 마치면서도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고 무겁습니다. 지금 우리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는 뜻의 사자성어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제 생각을 대신합니다. 한 해 동안 모자란 글을 보아 주신 독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아울러 매일 보셨던 365개의 명구들이 예쁜 책 11(유유출판사)로 묶여서 나왔다는 소식도 전합니다.

 

 

 

겨울의 추위가 심한 해일수록 오는 봄의 나뭇잎은 한층 푸르다.’

 

 

 

20131230일 오전

김영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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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14-01-1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책 출간을 축하합니다. 한구절 한구절 곱씹으며 생각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춘산 권창석 2016-11-04 0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一日 一思
永遠 한 마음 感謝 합니다.
一日 一善
도 해 보겠습니다.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다.

   有始有終(유시유종)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다. 하지만 끝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않기 때문이다. 항우(項羽)는 무엇이든 끝까지 배우지 못하는 습성이 있었다. 이 때문에 결국 유방(劉邦)에게 역전패했다. 끝을 볼 줄 몰랐기 때문에 재기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이 미미했던 것이다.

일을 시작했으면 처음 자세를 끝까지 견지하여 좋든 그렇지 않든 크든 작든 결과를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일에 착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시작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선시선종(善始善終)이란 말이 나왔고, 아름다운 죽음을 선종(善終)이라고 하는 것이다.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시작을 제대로 잘해야 마무리가 좋게 잘 끝날 수 있다는 뜻에 더 가깝다. 논어』(論語)에는 이와 같은 뜻으로 유시유졸’(有始有卒)이란 표현이 있다.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것은 유시무종’(有始無終)이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작에 이어지는 과정이 반듯해야 한다. 시작은 잘해 놓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과정을 망쳐 버리면 끝은 보나마나이다. 좋은 결과와 마무리는 초발심(初發心)을 유지하는 자세와 과정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따라 결정된다.

 

성세항언』(醒世恒言)

 

 

* 항우

 

 

 

 

 

 

중국사의 오늘 :

17941231(청 고종 건륭 5811월 무오)

전국의 인구가 8억을 넘어서자 건륭제는 경제 문제를 야기하는 인구에 대한 제한 정책을 수립하게 했다.

 

 

* 건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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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대 옆에서 다른 사람이 코 골며 자는 꼴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臥榻之側, 豈容他人鼾睡(와탑지측, 개용타인한수)

 

송나라 때 사람 악가(岳珂)가 편찬한 정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960년 후주(後周)의 대장 조광윤(趙匡胤)은 진교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송나라를 세웠다. 하지만 완전한 천하통일까지는 험난한 길이었다. 974년 가을, 조광윤은 대신을 보내 아직 항복하지 않고 있는 남당(南唐)의 후주 이욱(李煜)에게 송나라의 수도 변경(卞京)으로 인사를 드리러 오라고 했다. 갔다가 억류당할 일이 겁이 난 이욱은 병을 핑계로 가지 않았고, 조광윤은 이를 구실로 남당 정벌에 나섰다. 이욱은 방어에 나서는 한편 외교사령에 능숙한 서현(徐鉉)을 보내 공격 중지를 설득하게 했다.

조광윤을 만난 서현은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받드는 것은 아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과 같거늘 아무런 죄도 없는데 어째서 토벌에 나선 것입니까?”라며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조광윤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윽고 조광윤은 단도직입적으로 여러 말 필요 없다. 강남(남당)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만 자고이래로 천하가 한 집이거늘 내가 잠자는 침대 옆에서 다른 사람이 코를 골며 자는 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로 일축했다. 자신의 세력 범위를 남이 침범하게 할 수 없다는 재미난 비유이다.

 

정사』(桯史) 서현입빙」(徐鉉入聘)

 

 

 

 

 

중국사의 오늘 :

19741230

신화사 통신이 중국이 설계한 최초의 해양지질 탐사선이 해양 탐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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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그럴듯하고 속은 비어 있다.

   虛有其表(허유기표)

 

당나라 때 역사와 인물을 독특한 방식으로 소개하는 명황잡록은 정처회(鄭處誨)의 작품이다. 이 성어는 여기에 나오는 일화에서 비롯되었다. 현종이 소정(蘇頲)의 재능을 아껴 그를 재상으로 삼고자 중서사인 초숭(肖嵩)에게 조서를 작성하게 했다. 초숭은 재빨리 조서를 작성했다. 초숭이 올린 조서를 본 현종은 그중에 나라의 보배란 뜻의 국지괴보’(國之瑰寶)란 구절이 아주 마음에 걸렸다. 소정에 대한 칭찬이었지만 소정의 아버지 이름에 ’(瑰) 자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종은 다시 쓰게 했다. 황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초숭은 두려운 나머지 식은땀을 흘리며 반나절이 지나도록 한 글자도 써내지 못했다. 나중에 현종이 보니 국지괴보국지진보’(國之珍寶)로 바꾸었을 뿐이었다. 현종은 크게 실망했다. 초숭이 물러가자 현종은 조서를 땅바닥에 내던지며 정말이지 겉만 그럴듯하고 속은 비었구나.” 하며 성을 냈다. 원래 초숭은 잘생긴 미남자였다. 그런데 글은 제대로 써내지 못하자 현종은 그를 허유기표’(虛有其表)라고 비꼰 것이다. 지금 이런 자가 우리 주변에 너무 많아서 문제다.

 

명황잡록』(明皇雜錄)

 

 

 

 

중국사의 오늘 :

19501229

모택동이 19377월에 쓴 실천론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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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은 모든 사람에게 불고, 여름비는 모두를 적신다.

   春風風人, 夏雨雨人(춘풍풍인, 하우우인)

 

춘추 시대 양나라 재상 맹간자(孟簡子)가 죄를 짓고 제나라로 도망쳤다. 맹간자를 맞이한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은 맹간자의 형편없는 몰골과 단 세 명에 불과한 수행원에 깜짝 놀랐다. “양나라 재상으로 계실 때 식객이 셋뿐이었습니까?” “3천이 넘었지요.” “이 세 사람은 왜 당신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맹간자가 세 사람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비가 없기에 제가 대신 치러 주었고, 이 사람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치를 수 없기에 제가 도왔고, 이 사람은 형님이 감옥에 있었는데 제가 꺼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따른 것입니다.”

이 말에 관중은 만감이 교차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혼잣말로 맹간자를 보니 내 앞날을 생각하게 되는구나. 내 앞날은 그만도 못할 것 같구나. 나는 봄바람처럼 모든 사람에게 불어 주지 못했고, 여름비처럼 모두를 적셔 주지 못했다.” 이 성어는 남을 도우면 그들도 보답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성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답을 바라기에 앞서 먼저 베풀어야 한다.

 

설원』(說苑) 귀덕」(貴德)

 

 

 

 

 

중국사의 오늘 :

5231228(남조 양 무제 보통 412월 무오)

양나라 조정에서 동전 대신 철전을 주조했다. 철전은 동전보다 제작비가 더 많이 들었는데 부패 관리들이 이를 통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로써 화폐 유통에 큰 혼란이 초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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